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82화 (182/413)

182화. 만족 못하잖아.

- 티어로브 리우, 중국 활동을 위한 개인 공작실 설립

- 리우, 중국 연기 활동을 위해 공작실 설립했다

- DR 엔터테인먼트, “멤버 리우의 공작실 설립 맞다.”

티어로브의 멤버 리우의 개인 공작실 설립과 관련된 기사들이 한동안 포털 사이트 연예 기사란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 어휴 DR아 결국 이럴 줄 알았지

- 근데 티어로브 재계약 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공작실을 설립한 거야?

- 그럼 이번에 했던 활동이 단체 마지막이겠네 이제 중국가서 활동할 듯 잘가라ㅂㅂ

- 이건 뭐 예정된 수순 아니었나

- 리우는 절대 안 튈거라더니ㅋㅋ결국 튀었구나

- 멤버들은 알고 있었대? 아니면 뒤통수 거하게 맞았겠네

그렇게 신윤우는 보고 있던 화면을 조용히 종료시켰다. 어딜 가나 이 이야기뿐이었으니. 아마 한동안은 계속될 듯했다.

앞선 예측과 마찬가지로 회사나 멤버들이나 이와 같은 소식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리우가 이 과정을 아주 은밀하게 준비를 해뒀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실을 회사, 아니 티어로브 멤버들은 모두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땐 그저 뒤통수가 멍했다. 동시에 뒷목이 당겨 왔다. 마치 누군가 세게 후려친 마냥.

거기에 추가로 하나 더 통보받았다.

리우는 이제부터 중국 활동에 더 집중하겠다는 말을.

‘집중? 집중이 아니라 그냥 안 하는 거겠지.’

이건 거의 한국 활동은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었다. 집중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걸 테니.

그나마,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모든 게 활동 막바지에 일어난 일이라는 거였다.

그야말로 그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황 참 X 같네···.’

인터넷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온갖 곳에서 티어로브가 끌어올려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간단하게 중국인 멤버 하나 빠지면 어때, 정도가 아니었다.

아이돌 그룹에서 ‘완전체’가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그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때 그 말···.’

그러다가 문득 머릿속에 어떠한 말 하나가 떠올랐다.

지난번 우세현에게 들었던 그 말이.

재밌는 일은 근처에 있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떠올랐다.

‘진짜로 그럴 줄은 몰랐네.’

신윤우는 그렇게 다시 헛웃음을 뱉었다. 물론 이게 결코 ‘재밌는’ 일은 아니었다만.

‘설마 알고서···는 절대 아니겠지.’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최측근인 저들이 몰랐는데, 아무 연관 없는 타 기획사 연예인이 그걸 알 리가.

과도한 생각일 터였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너무 과하게 생각을 한 듯 했다.

당시에는 경계심 가득한 모습에 그냥 던진 소리라 치부했는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그 당시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 쓰였다.

그리고 신윤우는 다시금 손에 있던 폰을 들었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하지만 고요한 이곳과 달리 휴대폰 안은 여전히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 * *

오늘은 아주 특별한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그건 바로 라이브 클립 영상 촬영.

이번 앨범의 자체 컨텐츠 중 하나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Winning shot’의 라이브 무대를 촬영할 예정이었다.

인터넷에서는 티어로브와 관련된 이야기가 하루 종일 오르내리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게 당연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중국인 멤버 중국 개인 활동 선언이니.

‘뒤통수 제대로 맞았겠군.’

그걸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주 제대로 맞았을 것 같은데.

“뭐 생각하냐?”

어느새 백은찬이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그나저나 실내에서 촬영해서 다행이다. 밖에 비 오네.”

“응. 그러게.”

오늘 촬영은 실내에서 이루어졌는데, 어쩌다 보니 오전부터 비가 오고 있었다. 창을 열어 놓은 덕에 소란스럽게 떨어지는 빗소리가 이곳까지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분위기적으로 어울리긴 하네.’

위닝샷 자체가 꽤나 무거운 템포의 곡이니까. 거기에 곡 분위기가 어둡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몰입하기엔 더 좋았다.

“비 오는 거 좋아하냐?”

“응.”

“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더라.”

그랬나.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대로 옆을 보니 백은찬 역시 턱을 괸 채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난 비 오는 건 별로더라.”

“그래. 그럴 수 있지.”

“보통은 왜라고 물어보지 않냐?”

“왜 별로인데?”

“운동장 젖잖아. 그래서 학교 다닐 땐 별로 안 좋아했어.”

아, 운동장 젖으면 축구를 못하니까?

왠지 백은찬다운 대답이었다.

“근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제는 그렇게 별로가 아닌 것 같기도 해.”

“나이를 먹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20살이지 않냐.”

“뭐, 학교는 다 졸업했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야, 근데 엄청 좋다.”

“뭐가?”

“빗소리.”

그렇게 백은찬은 씨익 한번 미소 지었다. 확실히 빗소리가 좋긴 좋다. 여기에 음악도 얹으면 더 좋을 텐데.

“근데 넌 왜 좋아하는데?”

“뭘?”

“비 오는 거.”

이번엔 백은찬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그냥, 비 올 때 노래 듣는 거 좋아해.”

“아, 빗소리 들으면서 노래 듣기? 그거 좋지. 감성적이고. 발라드 같은 거?”

“아니, 장르 안 가려.”

“그럼 락도 듣는 거냐?”

“가끔 들을 때도 있지.”

그러자 백은찬이 취향 한번 특이하다며 혀를 찼다. 그래도 대체로 잔잔한 곡을 많이 듣는 편이긴 했다.

“근데 지금은 괜찮아도 일단 그치긴 해야 할 텐데.”

“왜? 아.”

“어, 까먹고 있었냐?”

“까먹은 건 아니고.”

그냥 생각을 못 했을 뿐이었다.

왜냐면, 오늘 촬영할 라이브 클립 영상은 하나가 아닌 2개였기 때문에.

“전 비 오는 거 좋아요.”

“와씨, 깜짝이야.”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하람에 백은찬은 놀랐는지 그대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정작 신하람은 그런 백은찬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도 좋아해.”

“와씨! 깜짝이야!”

“저 형은 왜 똑같은 패턴에 두 번이나 놀라는 거예요?”

“기척 좀 내라, 기척 좀.”

백은찬이 차선빈과 신하람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타난 차선빈과 신하람도 창가 앞에 선 채로 창밖을 바라봤다.

“도운이 형이랑 안지호는?”

“도운이 형은 라이브 준비 때문에 잠시 감독님께, 지호 형은 조-기 앉아있어요.”

그대로 하람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당연하게도 안지호가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안지호를 불렀다.

“안지호.”

“왜.”

“비 오는 거 좋아해?”

“싫어해.”

앞선 내 말에 즉답하며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안지호의 미간을 꽤나 좁아져 있는 채였다. 음, 표정만 봐도 알 것 같군. 얼마나 안 좋아하는지.

그래도 이유는 궁금했다.

“왜?”

“축축하잖아.”

이번에도 역시 즉답이 날아왔다.

마치 당연한 걸 뭘 묻느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렇지, 축축하긴 하지. 아마도 신발이나 바지가 젖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멤버들과 다 같이 비 오는 걸 지켜봤다. 주룩주룩 많이도 오는데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비올 땐 파전에 막걸리랬는데.”

“근데 왜 파전엔 막걸리에요?”

“몰라. 막걸리를 먹어봤어야지.”

그러게. 왜 파전엔 막걸리일까.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 멤버들과 같이 파전에 막걸리를 먹어볼까도 싶었다. 아, 도운이 형이라면 이미 먹어 봤으려나.

“멤버분들 이제 준비 들어가실게요.”

뒤이어 스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왜 파전엔 막걸리인가.’라는 주제로 멤버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 *

사실 이번 라이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나였다.

그렇다고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고, 단순히 멤버들과 함께 라이브 클립이라는 걸 해 보고 싶었기에.

이에 멤버들은 재밌겠다며 한번 해보자고 동의해주었고, 그리하여 다 같이 회사에 이를 건의했다.

그리고 이내 큰 반대 없이 클립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멜로우들도 좋아하시겠지.’

팬들 사이에서도 그간 라이브 클립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히 나왔던 바였다. 그래서 더더욱 하고 싶었고.

다른 것보다 멜로우 분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고,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왠지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그룹들의 라이브 클립을 몇 개 모니터링해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다들 실력이 좋았다.

이후 밴드 라이브 버전으로 곡을 조금 편곡했고, 그간 그에 맞춰 연습을 해왔다.

[Winning shot.]

“컷! 아주 좋은데요?”

“이번 거 너무 좋았어요. 그냥 이대로 가면 될 것 같은데요?”

촬영 감독을 포함하여 스텝 모두 상당히 만족스러워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다만, 생각보다 이른 컷이긴 했다.

‘한 번 더 갔음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한 번 더 했으면 했다.

앞서 컷이 나긴 했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기분이라.

“한번 더 가?”

“뭐?”

그때 안지호가 나를 향해 물었다.

“촬영 한번 더 하고 싶냐고.”

이번엔 나를 정확히 바라보며 물었다.

한번 더 하고 싶냐고.

그리고 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한번 더 가.”

안지호가 주저 없이 말했다.

아니, 잠깐만.

그래도 되는 거냐.

“어차피 너 만족 못하잖아.”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당연히 멤버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었다.

내 스스로에 대한 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야기였다.

“어, 뭐······.”

“그럼 한번 더 가. 다른 애들한텐 니가 얘기해. 감독님껜 내가 말씀드릴게.”

그러더니 정말 감독님께로 간다.

이에 나 역시 멤버들에게 한번 더 해줄 것을 부탁했다.

“한번 더? 가.”

“응. 좋아.”

말이 끝나자마자 멤버들은 곧바로 인이어를 고쳐 잡았다. 일말의 고민의 기색도 없이.

“고마워.”

“별 게 다 고맙다네.”

백은찬은 그렇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이내 감독님에게서 최종 오케이를 받아냈다. 그리하여 결국 한번 더 촬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온 안지호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이에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그런 것 같았어.”

표정에 티가 났나.

아무래도 표정 관리 좀 신경 써야겠군.

그리고 바로 다시 촬영에 집중했다.

넘치는 배려를 받은 만큼, 더욱더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 * *

[Winning shot.]

“컷!”

그리고 또 한 번의 컷이 났다.

그와 동시에 촬영 감독이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났다.

“세현 씨, 이번에 진짜 미쳤는데?”

“네?”

“노래. 정말 너무 좋았어요. 첫 소절 나오는 순간, 아 이건 끝났다 싶더라고요.”

촬영 감독은 그렇게 함박웃음을 지은 채로 말했다. 이전보다 더 밝게 웃으시는 게 굉장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었다.

멤버들 역시 이번에 정말 좋았다면서 컷 소리가 나자마자 몰려들었다.

“근데 나도 이번이 더 좋았던 듯. 확실히 하면 할수록 나아지나봐.”

“이번에 세현이가 보컬 중심 꽉 잡았어. 그래서 전체적으로 더 좋았던 걸 수도.”

“이거 모니터링 한번 해봐요!”

멤버들도 꽤나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앞선 촬영분은 함께 모니터링 해보기로 했다.

처음 시작되는 차선빈의 랩.

역시나 빠지는 게 없었다.

‘아, 안지호 부분 좋다.’

중간에 안지호가 프리 코러스 파트를 부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새삼 다시 한번 목소리가 좋다고 느꼈다.

음색이 독특해서 그런지 귀에 딱딱 꽂히는 느낌. 음색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 좋았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언제 들어도 좋다고 느껴지는 바였다.

“좋네.”

옆에서 모니터링 하던 안지호가 화면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순간 내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나온 줄 알았다.

그리고 그런 안지호가 보던 화면 속에는 어느새 내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파트가 내 파트라.

“목소리 좋아.”

그 순간, 화면을 보던 안지호가 살짝 미소 지었다. 안지호 역시 이번 촬영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안지호는 그 이후에도 말없이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앞선 말을 듣고 나니 괜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번 더 간 보람이 있었다.

화면 속 멤버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좋은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전에 봤던 다른 그룹의 라이브 클립보다 멤버들의 라이브가 훨씬 더 좋았다. 객관적으로.

“아직도 보고 있는 거야?”

“응.”

“왜 나 그렇게 잘했냐?”

“응.”

그러자 백은찬이 잠시 머쓱한 얼굴로 날 쳐다보더니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옆으로 붙어왔다.

‘Winning shot’의 라이브 클립을 찍고 난 뒤에도 아직 하나 더 찍을 게 남아있었다.

그건 바로 이번 앨범 수록곡 라이브 클립.

수록곡 중의 하나인 ‘별무리 (Stars)’의 라이브 클립을 찍기로 정했다. ‘별무리’는 미디엄 템포의 알앤비 발라드 곡으로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이었다.

더불어서 멜로우 분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곡이기도 했고.

하지만 ‘별무리’의 라이브 클립 촬영은 앞선 위닝샷과 다르게 야외에서 진행이 될 예정이었기에 비가 계속 오는 건 문제가 됐다.

“와, 귀신같이 그쳤어!”

바깥으로 손을 내밀던 백은찬이 마치 확인을 하듯이 그대로 팔을 이리저리 휘저어 보였다.

“분위기가 오히려 더 좋겠는데?”

“그러게요. 뭔가 공기도 더 상쾌해요.”

“다행히 구름도 안 끼었네.”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끼어 있던 비구름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곳엔 청정한 밤하늘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별무리’의 주 무대는 야외.

우리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넓은 잔디밭 위에서 라이브 클립을 찍을 예정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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