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85화 (185/413)

185화. 카드를 뽑아보게나.

자체 컨텐츠 촬영을 위해 호텔을 떠나 제주도에 있는 한 펜션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펜션은 굉장히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독채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복층 구조였으며, 여기에 바닷가 뷰가 보였다.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나 보다!”

“고기는 당연히 구워야지.”

거기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시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마당도 넓어 야외 활동을 하기 편할 듯 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내일 아침까지, 이곳에서 하루. 우리는 여행 리얼리티 컨셉으로 자체 컨텐츠를 찍기로 했다.

‘내부도 좋네.’

내부 또한 외부와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넓었다. 특히나 주방이 꽤 조리하기 좋아 보였다. 이 정도라면 편하게 요리할 수 있겠군.

당연하지만 숙소 곳곳엔 이미 많은 수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카메라 위치도 잘 파악을 해둬야겠다.

“우세현! 주방에서 뭐 해!”

“형, 거실로 커몬! 커몬!”

어느새 멤버들은 거실 소파에 몸을 뉘인 채였다. 소파도 꽤 커서 남자 6명이 앉아서 충분할 크기였다.

그리고 그대로 비어 있는 곳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소파 쿠션이 푹신하네.

“주방엔 왜 갔어?”

“그냥. 어떤지 궁금해서.”

“이 형은 남들 거실로 가는데 혼자 주방에 가고 있다니까요.”

고기 먹으려면 중요하니까.

물론 밖에서 굽긴 할 테지만, 안에서 할 게 많을 터였다. 아침도 해야 하고.

“일단 방부터 얼른 정하죠!”

모여서 가장 먼저 의논해야 하는 건 바로 방 정하기였다. 각자 어떤 방을 쓸지.

“아까 보니까 방이 3개더라고요.”

“언제 봤어?”

“딱~ 들어오면서 다 스캔했지.”

아무튼 이럴 땐 참 빠르다.

“그럼 2명씩 쓰면 될 것 같고. 방 보고 싶은 사람 있어? 있으면 보고와도 돼.”

방을 아직 못 보긴 했는데.

대충 다 비슷하지 않을까.

이에 백은찬에게 물어보았다.

“큰 방, 작은 방 따로 있어?”

“엉. 큰 방이 1개, 작은 방이 2개인데 여기서 큰 방은 큰 침대 하나고 작은 방들은 두 개씩.”

그렇군.

침대는 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리고 그렇게 방을 못 본 멤버들과 잠시 방을 둘러보고 왔다. 백은찬의 말대로 크기가 다르긴 했는데,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방이 하나 있긴 했다.

“그럼 다 보고 왔지?”

“방은 어떻게 정하려고요?”

“이거 어때?”

그리고 백은찬은 그대로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그림 카드 세트였다.

“이걸로 똑같은 과일 그림 뽑는 사람끼리 룸메를 하는 거지.”

“아, 간단하고 좋네.”

“근데 그거 할X갈리용 카드 아니에요?”

“엉. 나중에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챙겨왔지.”

근데 그걸 룸메 뽑는데 쓰는 거냐.

하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간단하게 결과를 낼 수 있고.

이후 백은찬은 과일 카드를 6장 빼내어 여러 방향으로 섞기 시작했다. 선택된 과일 카드는 딸기, 바나나, 사과였다.

“고르는 순서는 어떻게 할까요?”

“나이순 어때?”

“아, 그건 안 돼요. 절대 반대.”

신하람이 격하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래서 결국 가위바위보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난 6번째 순서로 뽑게 되었다.

“으악! 떨려!”

“아, 깜짝이야.”

“지호 형, 뽑았어요?”

“응.”

그렇게 한 사람씩 돌아가며 카드를 뽑기 시작했다. 카드를 뽑고 난 뒤에도 백은찬은 떨린다면서 여전히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마지막으로 세현이.”

그리고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카드 한 장을 그대로 집어 들었다.

‘딸기.’

딸기 카드를 뽑았다.

이제 같은 딸기 카드를 가진 사람이 룸메라는 건가.

“자, 그럼 각자 무슨 카드 뽑았는지 공개하는 시간을 가지겠슴당.”

“공개도 차례대로 하자. 은찬이부터.”

“넵!”

그리고 백은찬은 요란한 자체 효과음을 내면서 가지고 있던 카드를 앞으로 빠르게 내보였다.

“짠! 전 사과입니다!”

아, 백은찬은 사과로군.

그리고는 백은찬은 곧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멤버들을 차례로 보았다.

“사과 누구시죠~?”

“나.”

“오, 차선빈!”

그때 차선빈이 조용히 손을 올렸다.

동시에 백은찬은 그런 차선빈에게로 하이파이브를 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짝! 하는 소리가 작게 나며 두 사람의 손이 맞부딪혔다.

“그럼 선빈이랑 은찬이고. 이제 남은 건 4명인가?”

“다음 지호 형! 지호 형 깔 차례예요!”

백은찬의 다음 순서는 안지호였다.

남은 사람은 이제 나를 제외하고 셋.

‘어, 근데 설마 여기서도 안지호랑 룸메가 되는 건 아니겠지.’

사실 또 룸메가 되어도 난 별로 상관없긴 한데, 너무 비슷한 그림이 되는 건 아닐지 그게 좀 걱정이긴 했다.

‘뭐, 아직 3명이나 남았으니.’

아직 속단하기엔 일렀다.

“그럼 지호 형 카드는-?”

그리고 그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안지호에게로 집중되었다. 이와 동시에 안지호가 가지고 있던 카드를 그대로 들어보였다.

“딸기.”

역시 혹시나는 역시나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조용히 들고 있던 카드를 들어 보였다.

“이 형들은 평생 붙어살 운명이야!”

그렇게 신하람의 목소리가 잠시 숙소를 크게 울렸다.

* * *

룸메가 모두 정해졌다.

일단 나는 딸기를 고른 안지호와 자연스럽게 룸메이트가 되었다.

그리고 남은 과일인 바나나를 고른 도운이 형과 하람이가 룸메이트가 되는 수순이었다.

그 와중에 신하람은 내가 가지고 있던 딸기 카드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뭘 그렇게 봐?”

“혹시 무슨 특별한 표시가 있나 하고요.”

그럴 리가.

그럼에도 신하람은 여전히 눈을 빛냈다.

그리고 룸메가 정해졌으니 이제는 방을 결정할 차례였다. 그 방을 결정하는 방법은 이번에도 역시 가위바위보였다.

“으아, 역시 이 팀은 우세현이냐.”

“응.”

그러자 백은찬이 곧바로 이마를 짚었다. 대충 왜 이런 반응인지는 알만했다.

다른 팀에서는 각각 백은찬과 신하람이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가위바위보.

“악!”

“역시······.”

가장 먼저 이긴 건 나였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이었다.

능력은 안 썼으니까.

굳이 여기서 까지 꼼수를 쓰고 싶진 않았다. 아무래도 공정하지도 않고.

“가장 큰 방이지?”

그리고 안지호에게 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안지호는 고민하는 기색 없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와, 역시! 큰 방이네!”

“아, 거기 우리도 노리고 있었는데!”

“그럼 이기던가.”

안지호가 앞선 두 사람을 향해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반면, 그런 안지호를 보며 백은찬과 신하람은 상당히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근데 웃는 게 왜 이렇게 악당 같지.”

“그러게요. 약간 음모론을 펼치는 것 같은 악당.”

살짝 그래 보이긴 했다.

같은 편인 내가 봐도.

“어쩌라고. 그래봤자 큰 방은 끝났어.”

당연히 별 타격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방으로 향하는 안지호를 따라 나 역시 방으로 이동했다.

음, 역시 다시 봐도 이 방은 꽤 마음에 든다. 왜냐면, 창이 넓었기 때문에.

처음 방을 둘러봤을 때부터 눈에 띄었는데, 이 방은 크기가 있다 보니 다른 방보다 창의 크기가 꽤 컸다.

여기에 창 너머로는 탁 트인 공간 아래 바다가 보였다. 은은하게 바다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좋네.”]

뒤에서부터 그런 생각이 들렸다.

어느새 안지호가 창을 보고 있었다.

역시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다.

안지호도 창 넓은 방을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그대로 밖을 잠깐 다시 둘러본 뒤, 가져온 짐을 풀기 위해서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 * *

짐을 풀고 나서는 잠시 숙소 주변을 멤버들과 여기저기 돌아보았다. 대충 보기에 딱히 특별한 건 없었는데, 의외의 것은 하나 있었다.

“이게 웬 인형 뽑기냐?”

바로 인형 뽑기였다.

숙소 내부 한 켠에는 밖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형 뽑기 기계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인형 엄청 많네. 야, 갖고 싶은 거 있어?”

“왜? 뽑게?”

“엉. 내가 또 왕년에 뽑기왕이었거든.”

그리고 백은찬은 곧 앞에 있던 [Start]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뽑기 기계의 집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 추억이네.

“야, 저 토끼. 저 토끼 괜찮은 것 같다.”

“토끼?”

그리고 내부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뭐지, 토끼 얼굴이 조금 웃긴데.

“토끼 괜찮지? 토끼로 간다?”

“그래.”

그래도 토끼인데, 자세히 보면 귀엽겠지.

그렇게 백은찬의 집게는 중앙에 있는 토끼를 향해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근데 우리 이제 슬슬 저녁 생각해야 하지 않나?”

“아, 맞아요. 장도 봐야 해요.”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슬슬 저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일단 장 봐올 목록 같은 걸 만들어야겠네.

“근데 여긴 뭐예요?”

그렇게 장소를 이동하던 도중, 문득 오랜 창고와 같은 장소를 발견했다.

“여기 아까 스텝분들이 창고라고 하신 거 들은 것 같은데.”

“아, 이게 그 창고예요?”

그제서야 신하람이 기억이 났다는 듯 반응했다. 앞서 제작진들에게 창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꽉 잠긴 터라 열리지 않는 창고라는 말을 들었다. 열쇠가 없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열기가 힘들다고.

‘어딘가 망가진 건가.’

하지만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다.

조금 많이 낡아 보이기는 했지만.

“근데 이 창고 약간 으스스하지 않아요?”

“응.”

외관 때문인가.

앞서 하람이가 말 한대로 으스스한 면이 있긴 했다.

“으, 무서. 안 되겠다. 형, 얼른 가요.”

“응.”

어쨌든 창고를 이용할 일은 없으니 더 이상 다가가는 일 없이 그대로 지나쳤다. 지금은 장을 보는 게 더 급했기 때문에.

게다가 나 역시 으스스한 건 질색이었다.

* * *

장보기 목록과 인원이 정해졌다.

그리고 최종 장을 보러 가기로 한 것은 안지호와 백은찬으로 결정되었다.

“맛있는 거 많이 사와요~”

“지호가 은찬이 좀 챙겨.”

“에이, 제가 지호를 챙겨야죠~”

그렇게 백은찬은 안지호에게 어깨동무를 한 채로 넉살 좋게 웃어 보였다. 다른 것보다 재료를 잘 챙겼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난 요리 담당이었다.

그래서 도운이 형이랑 같이 고기 좀 굽고, 된장찌개도 끓이고···아무튼 요리 관련 일을 했다.

그런 내 옆에는 차선빈이 있었다.

차선빈은 보조 담당.

“고기 더 가져올까?”

“응. 조금만 더 가져와.”

“다른 거 뭐 시킬 거 있어? 바로 할게.”

“그럼 상추만 씻어줘.”

“응. 상추.”

칼 드는 건 좀 아슬아슬하니까.

그렇게 차선빈은 옆에서 열심히 상추를 씻었다. 아주 한 움큼. 역시 손이 커야지.

“와, 야외에서 먹는 고기 꿀이야!”

“아, 역시 세현이 형 표 된장찌개는 진짜······.”

“그래, 많이 먹어. 상추도 먹고. 선빈이가 많이 씻었어.”

“오오! 상추우!”

잘 먹는 걸 보니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한 거라곤 사온 고기를 구운 것밖에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밖에서 먹는 고기는 맛이 다른 듯 했다. 이렇게 있으니 정말 여행 온 느낌이 제대로 났다. 촬영이긴 하지만.

“야, 근데 우리 내일 아침 할 인원도 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아침은 어떻게 정할래?”

내일 아침도 먹긴 할 테니 아침을 준비할 당번이 필요하긴 했다. 그때, 뒤이어 백은찬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빠르게 손을 들었다.

“라이어 게임 어때요?”

“라이어 게임?”

“아, 그 게임 알아요. 요즘 한창 많이들 하는 거죠? ‘라이어’ 찾는 게임.”

“정답.”

라이어 게임이라.

라이어 게임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알고 있는 바였다.

“라이어 게임이 뭔데?”

“어, 차선빈 모르냐?”

“응.”

“좋아, 그럼 형이 설명해준다.”

라이어 게임은 마피아 게임과 비슷한 카테고리의 게임이었다. 게임 속 ‘라이어’를 찾는 게임이니까.

게임의 룰은 간단했다.

라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동일한 제시어를 전달받는다. 동시에 라이어는 아무런 제시어를 받지 못한다.

이에 게임 참여자들은 홀로 제시어를 모르는 ‘라이어’가 누구인지 제시어와 관련된 토론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다.

반면, 라이어는 이러한 토론을 통해 제시어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최종 선택 시, 참가자들은 라이어가 누군지 선택하고 선택된 라이어가 제시어를 맞추지 못하면 그대로 라이어의 패배가 된다.

“아, 알겠어.”

“좋아. 그럼 이걸로 한번 가보자.”

그리고 이 게임을 통해 내일 아침의 식사 당번을 정하기로 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심리를 게임인 만큼 내게 상당히 유리했다.

‘적당히 해야겠네. 적당히.’

아무래도 치트키를 쓰는 모양새니까.

그런 의미에서 능력은 잠시 봉인이었다.

“자, 세현이 뽑아.”

도운이 형이 그대로 내게 즉석에서 만든 뽑기통을 건넸다. 뭐가 됐든 개인적으로 라이어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펼쳐진 종이.

그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신이 라이어임 >_<]

이럴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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