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86화 (186/413)

186화. 조금 열려 있던데?

차선빈은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종이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

그가 펼쳐본 종이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번 판의 제시어는 바로 ‘커피’.

이번 판의 제시어 주제는 바로 음식.

그래서 이에 따라 ‘커피’라는 제시어가 나왔다.

해당 제시어는 촬영 스텝에 의해 결정된 것이었는데, 사실 커피는 음료 쪽에 해당된다고 생각되었으나 포괄적으로 본다면 맞는 제시어이긴 했다.

‘설명에 따라서는 꽤 어려울 수도.’

그리고 차선빈은 확인한 종이를 그대로 다시 원래의 상태로 조용히 접어놓았다.

어찌 됐건 일단 라이어는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멤버들의 표정을 살폈다.

표정은 대부분 비슷비슷했는데, 다들 자신의 종이를 보며 입꼬리를 올린 채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우세현과 안지호가 그랬다.

두 사람은 특별한 표정의 변화 없이 자신들의 제시어 확인을 마쳤다.

“그럼 다들 확인했지?”

“넵. 확인했습니다.”

제시어 확인을 마쳤으니 이제는 앉은 순서에 따라 제시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야 할 차례였다.

이때, 설명은 최대한 포괄적이면서 두루뭉술하게 하는 게 중요했다. 라이어가 이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럼 저부터 할게요!”

“그래, 하람이부터 시작해.”

그리고 설명의 순서는 왼쪽 끝에 앉아있던 신하람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이 음식은 여러 맛이 나요.”

“뭐? 여러 맛?”

“네. 여러 맛 나잖아요.”

커피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아메리카노의 경우 쓴맛, 라떼의 경우 달달한 맛이 주로 났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었다.

이에 차선빈은 앞선 설명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처음부터 의미심장하게 하기냐?”

“왜요? 그래서 곤란해요? 형, 라이어?”

“벌써 뭐라는 거야.”

바로 날아오는 의심에 백은찬이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 뒤로도 커피에 대한 한 줄 설명은 계속되었다.

“이 음식은 개인적으로 차가워서 좋아합니다.”

“차가워서 좋아한다고요? 아, 이거 약간 의심스러운데요.”

“왜? 난 차가워서 좋아해.”

평소 백은찬은 아이스 음료파였다.

그러니 그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설명이긴 했다.

“약간 의심스럽긴 한데, 일단 선빈이로 넘어가자.”

“형, 지켜보겠쓰.”

“응. 꼭 봐라.”

신하람은 그런 백은찬을 향해 여전히 의심스럽단 눈길을 보냈다.

차례는 어느새 차선빈에게로 까지 넘어왔다. 이에 그는 긴 고민 없이 앞서 생각해둔 설명을 내놓았다.

“이 음식은 시기를 잘 타지 않아요.”

커피는 계절에 상관없이 먹는 음식이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늘 꾸준히 소비가 되는 음료니까.

“오, 그렇지. 시기를 안 타죠.”

“이거 나름 꽤 중요한 정보인데요?”

“근데 이런 거 꽤 많아.”

“시기가 있는 음식이 오히려 한정적인 것이기도 하죠.”

“그럼 다음은 세현이!”

정신없는 와중에 윤도운이 또다시 게임을 빠르게 진행시켰다. 그렇지 않으면 한 질문으로 하루 종일 이야기할 기세였기에.

그리고 그대로 불리는 이름에 차선빈은 다음으로 나올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네. 이 음식은 종종 먹어요.”

“종종 먹는다고요? 세현 씨가 종종 먹는다는 건가요?”

“네. 저도 물론 종종 먹죠.”

“하긴, 세현이 형이 이걸 종종 먹긴 해요.”

멤버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카라멜 마끼야또를 떠올렸다. 그건 정말로 우세현이 카페에서 종종 마시는 메뉴였으니까.

이어서 안지호와 윤도운의 간단 설명까지 모두 끝이 난 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우리 솔직히 말합시다. 은찬이 형은 이 제시어 모르죠?”

“뭔 소리야? 내가 모를 리가. 일단 앞선 설명에서도 내가 가장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잖아!”

“그게 오히려 더 수상해요.”

“와, 이제는 구체적이라고 의심하네.”

그렇게 상대방을 향한 의심은 꼬리의 꼬리를 문 채로 계속됐다. 그리고 계속되는 추궁에 윤도운이 또 다시 이를 자연스럽게 중재했다.

“그럼 이거 물어보죠. 다들 이거 어떻게 먹어요?”

“맛있게 먹습니다!”

“아, 진짜. 이 형 의심스럽다니까?”

“보통 사이드로 먹을 때가 많죠.”

안지호가 말했다.

“뭐야, 사이드?”

“? 왜. 사이드 맞잖아.”

“아, 이거 꽤 애매한데요?”

그렇게 이번엔 안지호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들이 옮겨갔다. 하지만 차선빈은 이러한 안지호의 말이 정확하다고 보았다.

‘후식으로 먹는다는 이야기겠지.’

표현이 다소 애매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라이어가 추측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일 것이라 여겼다.

“여기서 세현 씨. 당신에게도 묻겠습니다!”

“응. 물으세요.”

“아까 종종 먹는다고 했는데, 맞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음식을 좋아한다는 거겠죠?”

백은찬이 우세현을 향해 물었다.

이에 차선빈은 우세현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렇죠.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왜 좋아하는데요?”

“달달해서 좋아합니다.”

“아, 달달해서~”

그리고 앞선 대답에 백은찬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것은 우세현이 평소 카라멜 마끼야또를 즐겨 먹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의심이 될 만한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정작 차선빈은 앞선 대답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꼈다.

‘단순히 달달해서?’

단순히 달달해서가 아닐 것이었다.

이전에 분명 달면서도 살짝 쓴 맛이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으니까.

‘그냥 포괄적으로 설명한 건가.’

구체적으로 ‘쓰다’까지 언급한다면, 제시어가 너무 특정될 수 있기에 그저 달달 하다고만 한 것일 수도 있었다.

‘혹시······.’

세현이가 라이어인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확신할 순 없었다. 일단 이전까지 한 설명과 대답들을 보면 특별히 의심할 만한 게 없었으니까.

‘세현이 치고 첫 질문도 너무 개인적이긴 했지.’

평소라면 두루뭉술하다고 해도 개인적이 아닌 그저 포괄적으로 설명을 했을 터였다.

‘그렇긴 한데······.’

그렇지만 이를 섣불리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자신이 의혹을 제기하면, 아마 자연스럽게 우세현에게로 화살이 넘어갈 테니까.

‘···아침까진 시키고 싶진 않은데.’

동시에 그러한 생각도 들었다.

이번 게임은 아침 식사 당번을 정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했다.

‘오늘 하루 종일 한 게 많으니까.’

오늘 하루, 고기 굽기부터 시작해서 요리 등 우세현은 꽤 많은 것을 했다. 그렇기에 되도록 우세현에게는 아침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어때, 차선빈?”

“응?”

“의심 가는 사람 있음?”

백은찬이 물었다.

이에 차선빈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싶더니 이내 평소와 같은 얼굴로 답했다.

“아니. 아직.”

* * *

라이어 게임의 토론은 그렇게 생각보다 꽤 오래 지속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만하고 이쯤에서 지목해 보자.”

중간에 있던 윤도운이 그러한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백은찬부터 시작해 한 명씩 라이어 지목을 시작했다.

그렇게 최종 라이어 후보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 다름 아닌 안지호였다.

“아, 느낌이 왔어.”

“오긴 뭐가 와.”

“왔어! 아무튼 왔다!”

그렇게 백은찬은 확신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안지호가 라이어일 리는 없었다. 진짜 라이어는 나였으니까.

“그럼 안지호, 라이어입니까?”

“아니.”

“어, 뭐야? 아니야?”

“잠깐만요! 그럼 누구예요?”

“나야.”

그리고 나는 그대로 손을 들었다.

“우세현이라고?”

“세현이 형이에요?”

“응. 나야.”

그 말에 백은찬과 신하람은 허탈한 듯 고개를 숙였고, 안지호는 그런 두 사람을 향해 그것 보라며 혀를 찼다.

“그래서 제시어는 눈치챘었어?”

“커피요. 맞아요?”

“헐. 제시어도 눈치챘었냐?”

“대충.”

물론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오히려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초반엔 아이스크림으로 예상하다가 도중에 커피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도 말이 되긴 하네.”

“응. 여러 맛이 나고 차갑다길래.”

“아, 더 낚았어야 했는데!”

백은찬이 한껏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와, 완전 놀랐다. 그치?”

“아, 난 조금 의심이 가긴 했어.”

차선빈이 조용히 말했다.

어, 아무래도 차선빈은 중간에 눈치를 챘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제시어를 빨리 캐치한 덕에 일이 잘 풀렸다.

“하여튼 우세현 눈치왕이라니까.”

“고맙다.”

이후 라이어 게임은 몇 판 더 진행하게 되었다. 뒤로는 라이어에 걸린 적이 없기에 조금 더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내일 아침은 신하람이랑 안지호!”

“아아······.”

그리고 최종 아침 당번은 안지호와 신하람이 맡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최종 라이어라는 사실을 들킨 것이 컸다.

“그래도 지호가 있어서 다행이네.”

“그쵸? 사실 저도 그 생각했어요.”

“전 왜요. 솔직히 제가 형보단 나은데?”

“요리 대결 한번 해? 엉?”

그 뒤로도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았다. 이 기세라면 정말로 요리 대결을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숙소에서 하는 건 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주방 치우기 힘들다.

“내일 그래서 뭐 만들 건데?”

“계란 후라이.”

안지호가 대충 대답했다.

그래, 계란 후라이도 맛있긴 하지.

사실 그냥 김에 밥만 해줘도 상관없었다. 아침이 얼마나 귀찮은 건진 잘 알고 있으니.

아침 당번까지 정해지자 이제 슬슬 취침을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정신없이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안지호, 먼저 씻을 거지?”

“넌?”

“난 너 다음에 씻을게.”

“그래, 그럼.”

이 방의 좋은 점은 큰 창을 빼고도 더 있었다. 그건 바로 화장실이 안에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방의 경우 화장실을 가려면 따로 방을 나서서 거실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차례를 기다리다가 물을 마시기 위해 잠깐 거실로 나갔다. 거실 소파엔 도운이 형과 차선빈이 앉아 있었다.

“기다리는 중이에요?”

“아, 세현아.”

“응. 기다리는 중.”

보아하니 먼저 씻으러 들어간 하람이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근데 왜 나왔어?”

“안지호가 먼저 씻어서요.”

“아하.”

그리고 그렇게 앉아 있는 멤버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차피 기다릴 거 여기서 기다려야겠다.

“근데 백은찬은?”

“아, 은찬이라면······.”

“어우, 벌레 많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백은찬이 밖에서부터 들어왔다.

“어, 다들 모여 있네?”

“넌 어디 갔다 오는데?”

“밖에 별이 많길래 그거 찍으러.”

아, 밖에 별이 많은가?

그걸 들으니 나도 괜히 한번 나가고 싶어졌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드니까.

“그렇게 많아?”

“별? 엉. 많더라. 들어 보니까 오늘따라 더 잘 보이는 거래.”

한번 사진 찍으러 가볼까.

찍어서 나중에 멜로우들한테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다.

“아, 근데.”

“응.”

“오는 길에 봤는데 열려 있더라?”

“뭐가?”

“거기.”

그리고 백은찬은 우리가 있는 소파로 빠르게 다가오더니 이내 몸을 편하게 뉘었다.

“그 창고.”

“뭐?”

창고?

“창고? 혹시 그 무서운 창고?”

“네. 지나가다가 잠깐 봤는데, 조금 열려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백은찬이 그대로 소파에 몸을 기댄 채로 말했다. 이상하다. 분명 잘 안 열린다고 했는데. 혹시 스텝이 잠깐 연 건가.

“근데 거기 잘 안 열린다고 하지 않았어? 왜 지금 열려 있지?”

“모르죠? 궁금하면 형도 한번 보고 와요. 살짝 열려 있더라니까요?”

“음······.”

그 말에 도운이 형은 그대로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정말 창고의 문이 열려 있는지 궁금하긴 했던 모양이다.

“그럼 잠깐 보고 올게.”

“형, 기절하면 안 돼요.”

“겁주지 마.”

그 길로 도운이 형은 잠시 밖을 확인하고 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는 무슨 일인지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돌아왔다.

“···잠겨 있는데?”

“엥? 잠겨 있다고요? 아까 분명 열려 있었는데.”

“아주 꽉 잠겨 있던데······.”

윤도운이 여전히 사색이 된 얼굴을 한 채 이전보다 한껏 줄어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스텝 분들이 잠그신 거 아닐까요?”

“그래서 물어보고도 왔는데, 안 잠그셨대. 애초에 여신 적도 없다고······.”

“연 적도 없다고요?”

그 말과 동시에 순간 정적이 돌았다.

찬물 붓듯이 쏟아지는 차디찬 정적이.

“······혹시 뭐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런 거 뭐요?”

“귀신······.”

도운이 형이 여전히 사색이 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백은찬은 무슨 소리냐면서 헛웃음을 보였다.

차선빈 역시 그런 건 아닐 거라면서 뭔가 착오가 있는 걸 거라 말했다.

“근데 스텝 분들도 모르신다는데······.”

“스텝 분들이 한 둘이 아니시잖아요. 다른 분이 열어 두셨던 걸 모르셨을 수도 있죠.”

“그래도······.”

“아니에요. 아니야~”

백은찬은 손을 몇 번 휘저으며 여전히 태연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난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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