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90화 (190/413)

190화. 목소리가 좋으시더라고요.

1 Round의 무대를 마쳤다.

다음 2 Round 진출자는 8명 중 5명.

그리고 다음 라운드 진출자는 관객 투표와 연예인 판정단 투표의 합산으로 결정된다.

준비된 8개의 무대를 모두 본 다음, 그중에서 마음에 든 무대 하나에 투표를 하는 것이다.

방금 내가 5번째로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으니, 앞으로 남은 무대는 3개.

“수고하셨습니다. 이쪽으로 가시면 돼요.”

그리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텝을 따라 가면을 쓴 채로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덥다.’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노래하면서 힘든 건 없었는데, 역시 가면을 계속 쓰고 있으려니 그게 조금 불편했다.

‘그것보다 무대 반응은 나름 괜찮았던 것 같은데.’

관객의 함성 소리나 판정단의 리액션을 보면 무대가 어땠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일단 실수 없이 연습했던 건 모두 쏟아냈으니 이제 남은 건 그저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신도하는···대충 표정이 어땠더라.’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다만, 박수를 치고 있던 건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아, 근데 박수를 치는 건 당연하지.

딱히 신도하에게 인정받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앞선 무대가 어땠는지 의견 정도는 궁금했다.

그렇다고 꼭 들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타이밍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게, 그런 생각을 하기 무색하게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신도하와.

“스노우맨님?”

“······.”

정확히는 대기실 근처 비상계단 앞에서.

* * *

1 Round 무대가 모두 끝나고 표 합산을 위한 잠깐의 쉬는 시간.

그 짧은 사이, 우연히 비상계단 옆에 있는 정수기 앞에서 신도하와 마주하게 되었다.

“물 마시러 나오셨나요?”

“(끄덕)”

당연히 가면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일단 이쪽은 정체를 들키면 안 되는 상황이기에. 자체 음성 변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신기한 우연이네요. 1 라운드 무대, 정말 멋졌어요.”

“(꾸벅)”

그리고 감사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보다 말은 이제 그만 걸어줬으면 하는데. 혹여 정체가 들킬까 조마조마했다.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제가 완전 반했잖아요.”

신도하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표정을 보니 정말 앞선 무대를 괜찮게 본 모양이긴 했다.

이에 내가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하자 이내 신도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왠지 굉장히 잘생기셨을 것 같아요.”

“(도리도리)”

“얼굴, 많이 궁금하네요.”

“······.”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러더니 곧 조용히 눈을 마주한다.

이에 나는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어? 가시려고요?”

“(끄덕)”

신도하는 그런 내 의사를 곧바로 알아챘는지, 꽤나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더 이상의 대화는 좋지 않았다.

“그럼 나중에 뵙죠. 다음 무대도 기대 많이 하고 있을게요.”

아직 1 라운드 결과가 나오지 않았건만. 어째 다음 라운드 무대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자리를 벗어나는 게 급했기에, 대충 그러라고 해준 뒤에 그대로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 그런데요.”

그때 신도하가 한번 더 말을 걸었다.

아직도 할 말이 있는 거냐.

그래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 반응은 해주었다.

“컵은 잘 쓰고 있나?”

“······.”

아, 젠장.

순간이지만, 하마터면 그대로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러자 신도하는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띠운 채로 말을 이었다.

“혹시 한식이나 일식 이외에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다음에도 내가 사줄 테니까.”

그리고선 여유롭게 손을 흔든다.

···이 자식.

진작 눈치 깠잖아.

* * *

신도하는 잠시 자신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무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역시 잘하네.’

앞서 ‘한 여름의 스노우맨’의 무대를 보던 신도하는 이와 같은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신도하가 ‘한 여름의 스노우맨’의 정체를 눈치챈 것은 그가 곡의 첫 소절을 불렀을 때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 있긴 했다. ‘한 여름의 스노우맨’이 우세현인 것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단지 서 있는 것뿐인데도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그 추측은 이내 우세현이 노래를 시작함으로써 확신으로 바뀌었다.

[고요한 이 하늘 속에는]

[누구도 닿을 수가 없어]

[그렇게 비가 또 내리네요.]

꽤나 어려운 곡인데도 불구하고 우세현은 이를 완벽하게 제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만큼 감정 표현도 발성, 성량도 모두 좋았다.

그가 노래하는 걸 듣고 있으면, 이 곡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곡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될 정도였다.

그만큼 쉽고 편안하게 부르고 있었다.

‘선곡의 불리함 따위는 없구나.’

그리고 변함없이 들려오는 듣기 좋은 목소리에 신도하는 지난 피곤함도 잊은 채 이를 기분 좋게 감상하고 있었다.

“어, 도하 씨. 뭔가 안색이 돌아왔는데?”

무대가 끝난 이후, 옆자리에 있던 김덕형이 신도하를 향해 말했다.

“그 사이 피로가 풀렸나 봐요.”

“그러게요. 얼굴이 갑자기 활짝 폈어. 아깐 정말 엄청 피곤해 보였거든.”

“그런가요?”

그러자 김덕형이 그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했었다. 조금 전까진. 잠을 못 잔 탓인지 머리가 띵하게 울려댔었으니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그런 게 전부 사라졌다. 무대를 본 이후. 아니, 오히려 더 맑아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쩐지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에 신도하는 잠시 그렇게 미소 짓고 있었다.

* * *

2 Round에 진출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번 라운드에서 난, 가장 높은 표를 획득하였다.

[이번 라운드에서의 최다득표자는-!]

[바로 ‘한 여름의 스노우맨’입니다!]

그리고 발표와 동시에 엄청난 크기의 함성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곧바로 클로즈업되는 화면에, 그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일단 하나는 넘었군.’

큰 산 하나는 넘었다.

하지만 아직 마음 놓기는 일렀다.

더 중요한 2 라운드가 남아 있으니.

[그럼 여기서 ‘한 여름의 스노우맨’을 뽑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볼까요?]

그리고 잠시 연예인 판정단의 감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마이크는 자연스럽게 김덕형에게로 갔다.

[아, 정말 너무 좋다는 말밖에 못하겠는데요. 특히 감정선이 너무 좋아요. 솔직히 이 정도 감정선이면 나이가 어느 정도 드신 분이어야 가능하거든요······.]

그렇게 앞선 무대와 관련된 여러 감상평이 나왔다. 투표를 해주신 분들이기에 당연히 좋은 이야기가 주를 이었다.

[자, 그럼 한분 더 말해볼까요? 도하 씨!]

그 순간, 마이크는 신도하에게로 넘겨졌다. 신도하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표를 던진 모양이었다.

[스노우맨님은 확실하게 관객을 한번에 사로잡는 재능을 가지신 것 같아요. 한 소절, 한 소절 할 때마다 집중하게 되거든요.]

이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신도하가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어쩐지 더 직접적으로 하는 말 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일단 표를 주었으니 감사하게 받을 생각이었다. 덕분에 1등을 한 셈이니.

[계속 보고 싶네요. 스노우맨님의 무대는.]

그때, 신도하와 순간이지만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었으면 좋겠다만.

[네~ 1 라운드의 최다득표자답게, 좋은 평들이 주를 이루는군요!]

이후, 다른 출연자들의 무대에 대한 감상평이 이어졌다.

[노래하는 부엉이님! 사실 노래하는 부엉이님이 누군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유명 아이돌 그룹의 보컬이 아닐까~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아이돌 그룹의 보컬.

같은 입장으로서 왠지 조금 더 귀에 들어오는 말이었다.

갈색의 부엉이 가면을 쓰고 있는 출연자는 그렇게 나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서 있었다.

‘확실히 그룹 보컬이 맞긴 하지.’

노래하는 부엉이라는 이름의 가면을 쓴 이의 정체는 정말로 아이돌 그룹의 메인 보컬이었으니까.

노래하는 부엉이.

이는 다름 아닌 온다크의 메인 보컬 유원이었다.

* * *

노래하는 부엉이가 유원이라는 것을 눈치챈 시점은 꽤 초반부였다. 일단 창법부터 내가 전에 들었던 창법과 유사했었으니까.

물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나름 목소리를 조금 바꾸어 부르려고 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같은 회차에 남자 아이돌 메보 두 명이라니, 포지션 한번 제대로 중복되네.’

물론 한 회차에 아이돌이 한두 명쯤 같이 나오는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포지션까지 겹치는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뭐,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원 역시 내 정체를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었다.

당연히 대화 같은 건 오가지 않았다.

알다시피 대기실도 따로인데다가 경연 순서 역시 첫 번째와 다섯 번째로 상당히 차이가 있기에.

하지만 유원 역시 앞선 나의 무대를 보고선 ‘한 여름의 스노우맨’의 정체를 어림짐작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유원의 ‘생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우세현.”]

무대 아래에서 대기를 하던 중, 순간적으로 앞과 같은 유원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여기에 유원 역시 이번 라운드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점수 좀 퍼 받았네. 우세현.”]

1 라운드 결과 발표가 끝나고, 이동을 하던 도중에서도 앞과 같은 유원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다.

[“역시 그냥 뚝딱이가 아니긴 해.”]

[“지기 싫은데.”]

꽤나 승부욕이 있는 타입 같았다.

그 때문인지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려왔다. 나보다 표가 낮게 나왔다는 것도 꽤나 불안인 듯 보였고.

이어서 어느 정도 무대에서 멀어지자 따라오던 카메라도 촬영을 멈춘 채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유원의 대기실과 내 대기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유원은 지금 바로 내 뒤에서 걷고 있는 바였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잠시 몸을 돌렸다.

“?”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유원은 그대로 걸음을 멈춘 채로 조용히 나를 쳐다봤다. 이에 나는 그런 유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시에 그대로 엄지를 세웠다.

하지만 그때까지 유원은 이게 뭔가 싶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얼굴은 안 보였지만.

[“뭐 하자는 거야?”]

의문으로 가득한 유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난 계속해서 유원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였다. 하지만 유원은 여전히 영문 모를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뭐긴, 잘해보자는 거지.

당연하지만 이쪽도 역시 지고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확실하게 이길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X같은 ‘잘생긴 뚝딱이’라는 명칭을 더 이상 운운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 말은 참, 언제 들어도 짜증을 솟구치게 만드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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