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91화 (191/413)

191화. 오늘의 왕좌를 발표합니다.

대기실에 도착한 유원은 그대로 가지고 있던 부엉이 가면을 테이블 위에 던져두었다. 동시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밀렸잖아.’

우세현에게.

솔직히 이렇게까지 밀릴 줄은 몰랐다.

표 차이가 나도 얼마 안 날 거라 여겼고, 표 차이는커녕 자신이 더 높은 표를 받았을 거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그게 분하면서도 짜증이 났다.

분명 노래 실력은 자신이 훨씬 더 좋다.

그럼에도 그간 우세현이 노래로 자신보다 더 이목을 받은 건, 분명 얼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노래 한 소절 못하는 뚝딱이처럼 생겼는데, 노래를 꽤 하니 당연히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원래 비주얼이 뛰어난데 거기에 춤이나 노래를 좀 하면 보통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분명 1 : 1 로 무대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자신이 이길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 기회는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가면 아래 가수>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자신이 노래로 밀렸다.

오로지 노래로만 승부하는 경쟁에서, 유원은 결국 밀려났다.

그리고 이건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자존심의 큰 흠집을 남겼다.

게다가 상대는 같은 아이돌.

더더욱 지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원아, 이제 곧 다음 라운드 들어간대.”

“네. 알겠어요.”

이에 유원은 잠시 던져두었던 가면을 다시금 착용했다. 앞으로 남은 무대는 하나. 1등에게 주어지는 ‘왕좌’ 까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 왕좌에 이름을 새기는 건, 다른 어떤 이가 아닌 반드시 자신이어야만 했다.

* * *

[그럼 지금부터 <가면 아래 가수>, 2 Round 무대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2 Round는 개인 선곡.

그러니 이번엔 각자가 원하는 선곡 무대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엔 순서가 지난 순위대로죠?”

“네. 맞아요. 순위의 역순.”

이번 순서는 1 Round 순위의 역순이었다. 다시 말해 지난 라운드의 최다득표자의 무대가 가장 마지막이라는 말이었다.

“이번 회차는 다들 실력들이 상당하신 것 같아요. 평소보다 귀가 아주 황홀해.”

김덕형이 꽤나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출연자들이 다음 라운드는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그러고 보니 도하 씨도 이전 라운드에서 스노우맨 뽑았죠?”

“네. 맞아요.”

신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혹시 누구 짐작하는 사람 있어요? 스노우맨.”

“글쎄요. 아직 짐작 가는 사람이 없네요.”

“음···근데 난 그 친구하고 좀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구요?”

“그 왜 있잖아요,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그 말에 곧 신도하의 미간이 살짝 꿈틀했다. 왠지 다음에 나올 이름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다.

“촬영 다시 들어갈게요.”

그때, 준비를 마친 스텝이 연예인 판정단 근처로 와 이와 같은 소식을 알렸다.

그 말에 김덕형은 곧바로 자세를 다시 고쳐 앉았다. 그리고 신도하 역시 마찬가지로 앞에 있는 무대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세현이가 좀 튀긴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2 Round가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저마다 다양한 선곡을 선보였는데, 앞서 김덕형이 이야기한 대로 이번 회차는 괜찮은 출연자들이 많았다.

뮤지컬 배우부터 시작해서 요즘 여기저기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방송 연예인까지. 다양한 출연자들이 나와 무대를 했다.

그 중에는 유원도 있었다.

그는 선곡으로 ‘꽃잎이 날리는 밤에’라는 봄과 어울리는 달달한 사랑곡을 선보였다.

‘목소리가 노래랑 잘 어울리네.’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유원은 자신의 목소리를 잘 활용할 줄 알았다. 거기에 훌륭한 보컬 스킬 또한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어느 그룹의 ‘보컬’이 아닌, ‘메인 보컬’이라는 게 확연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 와중에 클라이맥스에서는 빠지지 않는 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러 주었다.

“와, 고음 한번 깔끔하네.”

그런 유원의 무대를 보던 김덕형은 이전보다 조금 더 눈이 커져 있었다.

신도하 역시 괜찮은 무대였다고 생각하는 바였다. 스킬적인 면에서 좋은 무대였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밖에 감동이나 놀라움 같은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그다지 큰 감흥이 일지 않았다. 방송을 위해 어느 정도 리액션 정도는 해주었으나 그의 마음은 평안하기 그지없었다.

[자, 다음은 1 Round의 최다득표자이자 마지막 순서인 ‘한 여름의 스노우맨’을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니 어느새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 그 순간, 신도하는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앞전 무대들과 다르게 이상하게 설레었다.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또 선곡은 어떤 선곡을 했을지.

머릿속에 드는 의문 하나하나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뒤이어 반짝이는 가면을 쓴 이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조명을 받아서인지 가면이 이전보다 더욱 빛나는 것 같았다.

“오, 이제 스노우맨 차례네요.”

옆에 있던 김덕형이 한껏 기대감 부푼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펼쳐진 무대에 관해 기대감에 부푼 건 그 만이 아니었다.

다른 패널들은 물론이고, 객석 또한 기대감이 한껏 실린 표정들로 무대가 시작되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해있는 순간, 잠시 차분한 침묵이 무대 주변을 감쌌다.

이어서 조용히 흐르는 전주와 함께 마침내 오늘의 마지막 무대가 시작되었다.

* * *

앞서 흐르는 귀에 익숙한 전주.

마찬가지로 전주를 듣자마자 신도하는 이게 무슨 곡인지 알 수 있었다.

‘<별의 챕터>.’

우세현이 2 Round 개인곡으로 선택한 곡은 <별의 챕터>이라는 곡이었다.

“와, 이 곡이야?”

“이거 진짜 좋은데.”

그러한 선곡에 패널들은 무대에 시선을 집중하면서도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이 곡은 리드미컬한 비트와 베이스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며, 앞선 곡과 달리 상당히 밝고 벅차오르는 분위기의 선곡이었다.

[매일 밤 꿈을 꾸기 전]

[수많은 별들을 봐]

[지치지도 않게 말이야]

이는 희망 찬 가사를 주로 하였는데, 우세현의 음색과 맞물려 듣는 이로 하여금 꽤나 기분 좋게 들려왔다.

또한, <별의 챕터>는 잔잔했던 이전 곡과 다르게 고음이 군데군데 치솟는 곡이었다.

[이 챕터는 조금 특별해]

[너와 함께 만들어가는 챕터니까.]

그리고 우세현은 그런 고음을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이루어내었다. 그에 맞춰 노래는 편안하고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흘러갔다.

이를 보고 있던 연예인 판정단, 그리고 관객들도 어느새 ‘한 여름의 스노우맨’의 무대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의 챕터의 끝은]

[결국 해피엔딩 일 거야]

[그게 이 챕터만의 엔딩이니까.]

여기에 또 다시 풍부한 성량과 정확한 리듬감이 어우러져 더더욱 집중력을 높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요소들로 인해 그것은 마치 우세현 만의 특별함으로 마치 노래의 새로운 버전을 듣는 것만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짝짝짝!

‘······아.’

이어서 들리는 끝을 알리는 객석의 박수에 신도하는 그 순간, 잠시 놓고 있던 넋을 되찾았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무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있었다.

‘···정말 못 당하겠군.’

이를 자각한 신도하는 그대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와 동시에 신도하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조용히 올라갔다.

‘이거 다시 못 듣나.’

답지 않게 앞선 무대를 더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무대는 기대 이상이었고, 신도하는 한동안 그렇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 * *

2 라운드의 무대가 모두 끝난 이후, 이제 남은 건 투표를 통해 이번 ‘왕좌’를 가려내는 것뿐이었다.

하루 종일 가면을 쓰고 있다 보니 이제는 어느새 이 가면에도 꽤나 익숙해져 있었다.

[투표 집계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최종 왕좌 발표.

그걸 위해 무대 위로는 앞서 무대를 펼친 5명의 출연자들이 모두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그럼 이제부터 오늘의 왕좌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옆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한순간이 굳는 게 보였다.

하지만 능력은 오프를 해둔 터라 어떠한 생각을 하는 지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

[가장 높은 곳인 <가면 아래 가수>의 왕좌에 이름을 새길 이는 바로······!]

그 순간, 평소 TV에서 많이 보던 긴장감을 부여 하는 효과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끄는 것 없이 곧바로 나왔다.

[‘한 여름의 스노우맨’입니다!]

마침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그와 동시에 뒤에 보이는 화면에는 내 가면인 ‘한 여름의 스노우맨’의 얼굴이 등장했다.

다시 말해, 오늘의 최종 1등이었다.

더불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내게로 집중되어 쏟아졌다. 그 덕에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는, 한마디로 제대로 집중조명 되고 있었다.

“스노우맨님.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아직까지 목소리가 변조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MC와 이번 왕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눈 뒤, 마침내 그 시간을 맞았다.

그러니까, 가면을 벗는 시간.

[자, 그럼 기다리셨던 가면 공개의 시간입니다! 우선 5위를 차지하신 ‘울타리 위 고양이’님부터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면 공개 타임.

가면 공개는 5위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나는 결국 가장 마지막에 가면을 벗게 되었다.

궁금증을 최대한으로 증폭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최종 3위를 차지한 ‘노래하는 부엉이’의 정체는 바로 아이돌 그룹 ‘온다크’의 유원 씨였습니다!]

그렇게 한 명씩 공개가 될 때마다 그에 따른 환호성이 전해졌다.

다만, 딱히 놀랄 만한 인물이 있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예상됐던 인물이었던 지라.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오늘의 왕좌의 주인공! ‘한 여름의 스노우맨’의 정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사람이 다섯이다 보니 차례가 되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그대로 준비를 마친 채로 MC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짧은 순간 앞에 있던 신도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신도하는 그대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상당히 반가워하는 것 같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착각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럼 정체를 공개해주세요-!]

그러던 사이, 기다리던 멘트가 호명됐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나는 그대로 잠시 몸을 돌려 가면 벗기에 나섰다.

[‘한 여름의 스노우맨’의 정체는 바로······!]

뒤이어 무대 아래에서부터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환호성이 들려왔다.

* * *

크나큰 함성을 뒤로한 채 나는 그대로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얼마 안 되는 동안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그새 적응이 됐는지 이제는 가면 없이 내려오려니 한 편으론 뭔가 허전하기도 했다.

그래도 시원한 기분이 더 컸다.

무엇보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달성했고.

해당 회차 왕좌를 달성하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명예의 전당. 그렇기에 왕좌는 오직 한번만 달성할 수 있었다.

때문에 연승 같은 제도 없이, 왕좌 달성 시 그대로 프로그램 하차의 수순을 거쳤다.

고로 <가면 아래 가수>의 무대는 오늘로써 종료라는 끝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왕좌에 오르지 않는다면, 재출연이 가능하긴 했지만.

“왕좌,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원 씨.”

무대에서 내려온 이후, 유원과 잠깐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유원의 표정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변한 게 없었다.

물론 속으로는 이러한 결과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이어서 유원은 한껏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러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자 유원은 말없이 잠시 날 쳐다보는 듯 하더니 그 순간, 악수하고 있던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

이를 갈고 있는 게 다 보였다.

그 놈의 뚝딱이 소리만 하지 않는다면···딱히 그러든가 말든가였다.

‘그래도 그 놈의 뚝딱이 소리는 좀 들어갔군.’

왕좌에서 밀린 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엔 뚝딱이 같은 말을 나오지 않았다.

잘생긴 뚝딱이.

이 말은 이전부터 꽤 싫어했던 말이었으니까.

그 말은 이전부터 악플러들이 형에게 질리도록 했던 말이었다. 뭐만 하면 그 소리가 따라붙곤 했었다.

형과 관련된 이야기에 잘생긴 뚝딱이라는 말이 나오기만 하면, 그밖에도 조롱하는 글들이 뒤에 잔뜩 붙어 나왔다.

애초에 사람한테 왜 뚝딱이라는 말을 붙이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심지어 춤을 괜찮게 추게 된 시점에서도 늘상 그 말은 형을 따라다녔다. 그래서 항상, 항상 그게 거슬렸다.

똑똑-

그때, 대기실에 방문객이 한 명 더 찾아왔다. 그리고 문을 여니 역시나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서 있었다.

“안녕.”

신도하였다.

* * *

“오늘 1등 축하해, 스노우맨님.”

“감사합니다. 근데 이제 가면도 벗었는데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난 나름 이 이름이 마음에 드는데. 상당히 잘 어울려.”

그렇게 신도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어찌됐건 칭찬인 것 같긴 한데, 그다지 칭찬 같지 않았다.

“근데 많이 더웠어?”

“예?”

“땀이 많길래.”

아. 확실히 좀 덥긴 했지.

그 말에 잠시 옆에 있던 거울을 통해 상태를 확인해봤다. 땀이 나긴 했구나.

“마실 거라도 사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빨리 숙소로 가려고요.”

“그래? 아쉽네.”

그러자 신도하가 다소 인위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그냥 하는 말이었던 거 다 아는데.

그것보다도 마침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었다. 신도하에게. 제대로 답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선배님.”

“응, 왜?”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당연하지. 뭐든 물어봐.”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역시나 막상 물어보려니 괜히 주저하게 되는 감이 있었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니까.

“앞선 무대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서요.”

그런 내 말에 신도하는 꽤 놀란 얼굴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다소 뜬금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신도하의 평이 좀 궁금하긴 했다.

이전 1 라운드 무대 때와 다르게 뒷 무대에서는 코멘트를 듣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아무래도 방송 분량이라는 게 있다 보니.

“의외의 질문을 하네?”

“의외의 질문은···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기분은 좋은데.”

신도하의 입꼬리가 한껏 더 올라갔다.

그런 것보다 얼른 답이나 해주라고.

“어땠는지라. 평을 묻는 거잖아.”

“······그렇죠.”

“그거라면 간단해.”

간단하다고?

그리고 신도하는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로 나를 향해 말했다.

“별로였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