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92화 (192/413)

192화. 그래서, 결과는?

“별로였어.”

신도하는 그렇게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로 말했다.

웃으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어째 표정과 내용이 따로 놀아도 너무 따로 놀았다. 진담이야, 농담이야?

“그럼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궁금해?”

“네.”

궁금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게 어느 부분인지. 그게 감정인지, 발성인지. 구체적인 피드백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1등을 했다고 해서 그 무대 자체가 아쉬운 부분 없이 모든 게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신도하라면 그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그건 아쉽게도 안 돼.”

“예?”

뭐지. 왜 안 된다는 거지.

“그냥으론 안 된다는 소리야.”

“그냥으론 안 된다면······.”

“난 밥을 안 먹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거든.”

“···밥 사란 소리인가요?”

“역시. 눈치가 빠르네.”

신도하가 다시 한번 방긋 미소 지었다.

아니,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전에는 제가 사는 밥은 안 먹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꼭 집어 사라고 하진 않았어. 정확히는 같이 먹자고 하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이쪽 입장에선 아무 이유 없이 또 얻어먹기 그렇다고.

“그러니까 시간 될 때 연락해. 먹으면서 말하자.”

“···고려는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먹고 싶은 거 생각해둬.”

그렇게 신도하는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아니, 잠깐.

고려라고 했지, 그러겠다고는 안 했는데.

···이거 왠지 돌아가는 게 불안하다.

* * *

사실 앞선 식사 요구 같은 건 이런저런 핑계 상 거절할 수도 있긴 했다. 마침 활동기고 하니 스케줄 같은 걸로.

그래, 분명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궁금하다.’

내심 신경이 쓰였다.

어떤 얘기가 나올지.

‘···읽었어야 했는데.’

생각.

순간 별로라는 말에 당황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랬으면 이런 고민도 안 하는 건데.

‘아, 이 망할 호기심.’

게다가 막상 별로였다고 들으니 어떤 게 별로였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었다.

‘원래 이렇게 궁금하진 않았는데······.’

괜히 뭔가 있는 듯이 말하니 정말로 뭔가 있는 것 같잖아. 딱 봐도 이거 미끼 같은데.

‘모르겠다. 일단 생각을 좀 더 해보자.’

어차피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할 문제도 아니니 조금 더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별로 궁금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

촬영을 다 끝내고 나니 어느새 밖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 숙소에 도착했다.

“그래서! 촬영은!”

도착하자마자 멤버들은 나를 향해 불이 나게 뛰어왔다. 동시에 기대감이 한껏 묻어나 있는 얼굴들이었다.

“솔직히 1등이지? 니가 우승이지?”

“무조건 세현이 형이 1등이야. 형이 1등 아니면 말이 안 돼!”

“······그래서? 결과는?”

“근데 세현아, 밥은 먹었어?”

기다리는 동안 꽤나 궁금했는지 그 밖에도 이것저것 물어왔다. 그래도 그 많은 질문 중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대답은 이거였다.

“응. 나 1등이야.”

그러자 이를 들은 백은찬과 신하람이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도운이 형은 놀랐는지 그 순간 눈이 조금 커졌다.

“그럴 줄 알았다! 아, 역시 우세현 노래로 따라잡을 사람 없죠~”

“직접 들었어야 했는데!”

“모니터링하면 되지.”

“그래도 그런 건 직접 봐야 맛이 나잖아요!”

“내 말이!”

아무튼 그렇게 방송이 나가는 날, 다 같이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방송 온에어 반응도 궁금하고 하니.

“그래서, 너 이제 이름 새겨진 거야?”

“응. 아, 윈썸 세현으로 새겨진다더라.”

“윈썸! 세현!”

그룹명이 같이 올라간다는 게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제껏 이름이 올라간 아이돌들은 대부분 그랬다. 몇 명 없긴 하지만.

“야, 방송 언제였었지?”

“다다음주 토요일.”

대답을 들은 안지호는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생각보다 방송일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반응도 반응이지만, 다른 것보다 ‘윈썸 세현’으로 이름이 새겨지는 게 보고 싶었다.

* * *

윈썸의 리팩 활동이 시작된지 어느새 2주차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때쯤 너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새로운 떡밥 하나가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지난 제주도 여행기를 담은 리얼리티 영상이었다.

‘드디어!’

그리고 이를 보던 장수연은 곧 쾌재를 불렀다. 앞서 IN 엔터는 예고편을 통해 이와 같은 떡밥을 예고했던 바였기 때문.

“역시 리얼리티가 최고지. 그래!”

이어서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올라온 1화의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영상의 시작은 제주도의 평화로운 독채 펜션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이내 멤버들이 하나둘씩 펜션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숙소를 탐방하는 은찬]

- ㅋㅋㅋㅋ역시 은찬이 젤 먼저 방 볼 줄 알았다ㅋㅋㅋㅋㅋ

- 보니까 큰 방 찜했네ㅋㅋㅋ 근데 꼭 저러면 저 방 못 가던데ㅠㅠ

- 애들 뽈뽈뽈 돌아다니는 거 졸귀ㅠ

그렇게 백은찬은 짧은 순간, 누구보다도 빠르게 방을 체크했고 그런 백은찬을 신하람이 곧바로 뒤따르는 모습이었다.

반면, 그런 두 사람과 다르게 우세현은 홀로 방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은찬 : 우세현! 주방에서 뭐 해!]

[선빈 : 주방엔 왜 갔어?]

[세현 : 그냥 어떤지 궁금해서.]

- 역시 세현이ㅋㅋㅋ주방 꼼꼼하게 봐ㅠㅠ

- 세현이 이번에 요리 하는 거 많이 나오려나?

- 와 근데 주방이 괜찮다

확실히 전체적으로 펜션이 괜찮았다.

이에 장수연은 일단 일차적으로 안심했다. 좋은 곳에서 잘 쉬고 왔을 거란 생각에.

그리고 곧바로 룸메 정하기에 나섰다.

- 오 그림 카드 괜찮당

- 은찬이 센스 좋앙

- 어떤 조합 나올지 기대됨ㅋㅋㅋ

이어서 색색깔의 과일 카드 속에 저마다의 짝이 나왔다. 뒤이어 나오는 결과에 댓글창은 또 다시 물밀듯이 많은 댓글들이 쏟아져 내렸다.

[지호 : 딸기.]

[동시에 카드를 들어 보이는 세현]

[하람 : 이 형들은 평생 붙어살 운명이야!]

- 아닠ㅋㅋㅋㅋ우세현 안지호 또 룸메야?

- ㅋㅋㅋㅋㅋ하람이 말 100 프로 대공감ㅋㅋㅋㅋㅋ 둘은 떨어질레야 떨어질수가 없어

- 이거 짠 거 아니지?ㅋㅋㅋㅋㅋ이 정도면 진짜 운명인데?ㅋㅋㅋㅋㅋ

- 우리 보컬즈 평생 룸메 밉니다

“와, 이럴 수가 있나.”

그리고 이러한 결과에 장수연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우세현과 안지호가 룸메가 된 횟수가 얼마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기에.

이후에는 각 그룹마다의 방 정하기가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우세현은 당당하게 가위바위보에 승리했다.

[동시에 미소 짓는 지호]

[어느새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중]

[빠르게 올라가는 중]

- 왘귀여워ㅠㅠㅠ세현이 이기자마자 웃는 거 봤음? 안지호유ㅠㅠㅠㅠㅠㅠㅠ

- 지호 좋았나부다

- 아니 큰 방이 얼마나 좋길래 지호가 저렇게 좋아하는 거냐ㅋㅋㅋㅋㅋㅋ

[공개된 큰 방의 모습]

- 응 좋아할 만 하닼ㅋㅋㅋㅋ

- 와 여기 방 진짜 괜찮네

- 침대가 하나인 것만 좀 아쉽당

- 창문 엄청 개 큼ㅋㅋㅋㅋㅋㅋㅋ

뒤이어 공개된 방의 모습에 보던 이들은 모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는 각자 구비된 게임을 하거나 숙소 주변을 탐방하는 등 몇몇이 흩어져 개인 활동을 하는 모습이 등장하였다.

[은찬 : 뽑았다!]

[은찬 : 토끼를 결국 뽑았습니다.]

동시에 백은찬은 가지고 있던 하얀색 토끼를 카메라에 가까이 비춰 보였다.

[네잎클로버 토끼 인형]

[은찬 : 세현이 주기로 했으니까, 세현이 줘야죠. 또 토끼 하면 세현이니까.]

- ㅋㅋㅋㅋㅋㅋ토끼는 세현이래

- 이제 자연스럽게 토끼=세현이가 됐넼

- 오구오구 우리 은찬이 귀엽기도 하지ㅠ

[은찬 : 어, 저기 멍뭉이도 있네. 다음은 멍뭉이로 뽑는다.]

그렇게 백은찬은 뽑기 안에 있던 다른 인형을 다시 한번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저녁을 위해 백은찬과 안지호는 장을 보러 나섰다. 이에 자연스럽게 카메라는 안지호가, 장바구니는 백은찬이 들었다.

[은찬 : 야, 이것도 사자.]

[지호 : 컵라면? 라면 여기 봉지로 샀어.]

[은찬 : 음료수 이것도 사자.]

[지호 : 음료수만 이미 3개다.]

[은찬 : 야, 이건 진짜 꼭 사야 해!]

[지호 : ······넣어.]

그건 바로 버섯과 쌈장이었다.

- ㅋㅋㅋ그렇죠 버섯과 쌈장은 빼놓을 수가 없죠!

- 지호랑 은찬이가 뭘 좀 아네ㅋㅋㅋ버섯은 진짜 꼭 있어야한다ㅠㅠ

- 근데 애들 상추는 샀어? 상추가 중요한데

- 상추 제일 처음에 샀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안지호는 백은찬이 원하는 과자 몇 가지까지 더 수용을 해준 뒤, 마침내 계산대로 향했다.

[하람 : 형, 된장찌개 하는 거예요?]

[세현 : 응.]

[도운 : 고기는 나랑 세현이랑 구울게.]

[하람 : 형, 저 된찌 한 입만요.]

[선빈 : 세현아, 상추는 이만하면 될까?]

[세현 : 응. 잘했어.]

- 아니 상추가 저렇게 많았었나?

- 상추가 아주 한 움큼이네ㅋㅋㅋㅋㅋㅋ

- 선빈이 표정봐 ㅠㅠ 칭찬바라는 강쥐 같오ㅠㅠㅠㅠㅠ

- 와중에 하람이 한 입 더 떠먹는다ㅋㅋ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하람은 슬그머니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된장찌개를 빠르게 한입 더 먹었다.

[세현 : 자, 그럼 다들 많이 먹어.]

그리고 고기 굽기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저녁 먹기가 시작되었다. 고기는 소고기, 돼지 고기 등 부위가 다양했고, 중간중간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고기를 더 굽기도 했다.

[은찬 : 근데 내일 아침은 어떡해?]

[도운 : 아침은 어떻게 정할래?]

[하람 : 가위바위보 해요?]

[은찬 : 그거 말고 그거 하자.]

[하람 : 뭐요?]

[은찬 : -삐- 게임]

[은찬이 제안한 게임은?]

그리고 그 순간, 자막과 함께 화면이 전환되면서 다음화 예고가 나왔다. 이에 이를 보던 장수연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 뭐야!”

여기서 끝난다고?

그리고 이와 같은 반응은 댓글창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으아아아악 여기서 끊는다고?

- 다음화까지 언제 기다리냐ㅠㅠㅠㅠㅠ

- 할X갈리 아니야? 은찬이가 카드 가져왔잖음

- 헐 진짜 할X갈리인가?

- 근데 XX게임이라고 언급했으니 그건 아니지 않나?

- 뭐가 됐든 빨리 와라 다음화....다음화 애들 너무 즐거워 보여ㅠㅠㅠㅠㅠ

이와 같이 모두 한 마음으로 다음화를 부르짖고 있는 모습이었다.

장수연 역시 할X갈리가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예고편에서는 카드의 ‘카’도 보이지 않았기에 함부로 단언할 수가 없었다.

“으아, 빨리 와라! 수요일!”

그렇게 그녀는 다음화를 기다리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 * *

2주차 음악 방송.

그리고 그 주 음악 방송에서 우리는 5번의 1위를 차지했다.

“윈썸, 1위 축하드립니다!”

어느새 벌써 5관왕이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든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했으니.

- (축) 윈썸 우래기들 5관왕 (축)

- 이번주 윈썸이 전부 1등이야? 탑가요도?

- 윈썸 이번 노래 좋아 여름 분위기 나서 듣기 좋음

- 윈썸 이번에 2주 1위 가능?

└ ㅇㅇ 쌉가능

└ 오늘까지 순위보면 확정이야

└ 시기 잘탔네ㅋ

└ 응 시기 잘 안타도 1위고요~

그리고 이번엔 다음주 1위까지 기대를 해볼 만 했다. 그때까지 음원 순위가 잘 유지가 됐으면 좋겠는데.

“우리 리얼리티 올라온 거 봤냐?”

“응.”

“잘 나왔더라. 아, 그때 진짜 고기 엄청 맛있었는데.”

확실히 야외에서 먹는 고기가 다르긴 했다. 평소보다 더 맛있는 느낌.

“그때 너 된찌도 장난 아니었어.”

“그래, 고맙다.”

“그런 의미에서 숙소에서도 한번?”

“그래.”

그러자 백은찬이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엄청 먹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일요일엔 SBC <탑 가요>가 끝난 이후, 곧바로 다음 스케줄 이동을 위해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쪽으로 와. 이쪽으로.”

차를 조금 뒤에 세워뒀다던 매니저 형을 따라 그렇게 주차장 조금 안쪽까지 들어갔다.

중간 중간 다른 그룹이라던가, 팬들도 있어서 주변으로 사람이 꽤 있었다.

“어, 엄마한테 전화 왔어요.”

“전화?”

그때 함께 가던 신하람이 잠깐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폰을 잠시 확인하더니 이내 진동으로 바꾸었다.

“안 받아도 돼?”

“차 들어가서 하죠. 뭐. 너무 복잡해서요.”

그건 그랬다.

주변에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하니.

그리고 다시금 신하람과 함께 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 멤버들과 매니저 형은 한참 앞서 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형, 여기요. 여기.”

얼마 안 가 벤 앞에 도착했다.

신하람이 그대로 차를 보며 손짓했다.

‘어, 근데······.’

뭔가 좀 다른 것 같은데.

묘하게 우리 차랑은 조금 다른 듯한···.

그리고 그런 생각을 막 하던 찰나, 신하람이 곧바로 앞서 있는 차량의 문을 언제나처럼 힘차게 열었다.

“하람아, 잠깐······.”

“아, 형들 벌써 탔어요~?”

드르르륵!

“······어?”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 보이는 건, 멤버들이 아닌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차를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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