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터무니 없는 우연이군.
드르르륵!
그 순간,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있던 차량의 문이 열렸다.
“······어?”
그와 동시에 신하람에게로 몰리는 여러 개의 시선. 해당 차량은 우리 차량이 아닌 다른 남자 아이돌 그룹의 벤이었다.
이에 뒤늦게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한 발짝 늦고 난 뒤였다.
“죄송합니다.”
이어서 열려진 문을 향해 내가 먼저 빠르게 사과를 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하람 역시 큰 목소리로 사과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차량 문을 닫았다.
동시에 하람이가 잔뜩 당황한 얼굴로 나를 봤다. 얼굴이 상당히 빨개져 있었다.
처음 있는 상황이다 보니 많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하람이의 어깨를 조금 토닥여주었다.
“이리 와, 가자.”
“넹······.”
그렇게 부끄러워할 것까진 없는데.
많이 당황했는지 여전히 고개를 못 드는 모습이었다.
하긴 쳐다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긴 했지.
정말 ‘네가 왜···?’라는 시선들이었다.
“아니, 저게 왜, 우리 차랑 똑같이 생겨가지고······.”
“괜찮아, 착각할 수도 있지.”
“어우, 완전 쪽팔려요. 이거 완전 은찬이 형이었으면 일주일간 놀렸을 것 같아요.”
“어, 일주일이나?”
“이주일도 이상하지 않아요.”
기간은 모르겠지만, 열심히 웃었을 거 같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형이었기에 망정이지!”
“뭔가 이상해서 막아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어.”
“저는 의심도 안 했어요. 당연히 우리 벤이겠거니 했죠.”
그래도 여기서 그쳐서 다행이었다.
괜히 다른 차 타고 그러지 않아서.
그리고 다시 차로 가는 동안 불안했는지 하람이는 줄곧 내게 붙어서 왔다. 그 모습이 귀엽긴 했다. 백은찬이 놀릴 만 하네.
“너희 어디 갔었어?”
이내 우리를 발견한 매니저 형이 서둘러서 다가왔다. 그대로 차로 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아서 다시 나와 본 모양이었다.
“그, 차를 헷갈렸어요.”
“어이고, 그러니까 잘 보고 타라니까.”
그리고 하람이와 함께 곧바로 본 차량으로 갔다. 그렇게 차 문을 여니 이제야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뭐야, 둘이 어디 갔다 와?”
“차를 잘못 탔어요.”
“엥? 차 헷갈렸냐?”
“응.”
그러자 백은찬이 아니나 다를까 궁금했는지 입꼬리를 올린 채로 물어왔다.
“어디 차랑 헷갈렸는데?”
“어, 그게 그룹은 기억이 안 난다.”
남자 그룹이긴 했는데···나 역시도 조금 당황했던 터라 스친 기억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그룹도 꽤 당황했겠네.
‘그러고 보니 사진도 꽤 찍혔겠군.’
근처에 대포도 꽤 있었으니.
아무래도 금방 사진이 올라올 듯 했다.
대충 ‘차 잘못 탄 윈썸’ 이런 식으로 해서.
가벼운 헤프닝이었다.
* * *
역시나 차를 잘못 탔던 당시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으로 보니 하람이가 생각보다 더 당황한 얼굴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더 귀엽네.
막냉이하람 @haramy
퇴근길에서 차를 잃은 하람이ㅜㅜㅋ
세현이 형아가 후다닥 데리고 가줌
사진.jpg
윈세현 @sehhh
어제 세현이랑 하람이ㅋ
하람이가 차를 착각했는지 잘못감ㅠ
나중에 엄청 부끄러워 함 세현이가 토닥토닥해주더라ㅋㅋ 둘다 ㄱㅇㅇ
사진.jpg
- 어제 애들 차 잘못 탔나봐ㅋㅋ 세현이랑 하람이 사진 떴다ㅋㅋㅋㅋ
- 안에 계신 분들도 당황하셨나봐ㅠㅋ 다들 눈이 땡그래지심ㅋㅋㅋㅋㅋ
- 나중에 하람이 얼굴 가리는 거 존귀ㅋ
“하, 이 현장에 있었어야 했는데!”
그리고 백은찬은 이를 보며 탄식했다.
“왜?”
“백퍼 재밌었을 텐데! 아이고~”
그런 거였냐.
이런 반응인 걸 보니 정말 하람이가 말한 대로 2주 놀리기가 가능했을지도.
“표정 봤어? 표정? 아, 이걸 직관을 했었어야 해.”
“귀엽긴 했지.”
“아, 역시 이건 제대로 직관을 했어야···.”
아주 난리 났네.
이에 나는 앞서 받은 커피를 백은찬에게 얼른 넘겨주었다.
“자, 이거나 먹어라.”
“어, 뭐야. 벌써 나왔네?”
“응.”
오늘은 음악 방송이 없는 대신, 낮 시간대의 보이는 라디오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 라디오도 끝났고 해서 백은찬이랑 매니저 형과 함께 카페에 들렀다.
“아, 오랜만에 아아 마시니 좋네. 넌 카라멜?”
“응.”
“근데 이 주변에서 뭐 하나? 아까부터 뭔가 북적북적한데.”
“원래 이 거리가 북적거리긴 한데.”
번화가고 방송국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늘상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많아도 이상한 게 없긴 한데.
‘정말 뭘 찍나?’
이상하게 소란스러운 게 촬영의 느낌이 났다. 다만, 드라마 촬영 같은 건 아닌 듯 했다. 통행을 관리하거나 그러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예능 쪽인······.’
그런데 그때, 눈앞으로 카메라맨과 함께 남성 한 명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남성의 등 뒤로는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남성의 등 뒤로 붙은 그 이름은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다.
[박시겸]
눈앞에는 등에 이름표를 붙인 박시겸이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 *
앞서 느낀 대로 지금 이 주변으로 한창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예상하기로 그 촬영은 SBC 예능 <미션맨> 인 것 같았다.
등 뒤의 이름표가 그 예능의 상징이니까.
‘드라마나 영화 홍보차 나온 건가.’
예능에 나올 일이라면 그 두 가지가 가장 유력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박시겸이 찍은 무언가가 곧 개봉을 하거나 하는 모양이었다.
“어? 박시겸 선배님이셨네.”
“응.”
“아, <미션맨> 촬영 중이신가 보다.”
마찬가지로 박시겸을 발견한 백은찬이 들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한 모금 마셨다.
박시겸 이외 다른 게스트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흩어져서 무슨 미션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게 맞았는지 박시겸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 와중에 차분하네.’
아마 경쟁을 기반한 미션이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상당히 침착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저 인간도 참, 평소와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 미션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얼마 안 가 곧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박시겸의 생각을 통해서.
[“세, 가 들어가는 이름은 없나······.”]
아아. 그런 미션이었군.
뭐를 찾고 있다 했더니 이름에 ‘세’가 들어가는 사람을 찾는 모양이었다.
‘쉽게 끝내지는 못하겠네.’
길거리 한복판에서 당장 특정 이름, ‘세’가 들어가는 이름을 찾는다는 건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다. 운이 엄청 좋지 않은 이상.
그리고 그렇게 강 건너 불구경 보듯 이를 보고 있었는데, 때아닌 그 순간 박시겸과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아.’
동시에 박시겸은 보이지 않게 살짝 미간을 좁혔다.
[“터무니없는 우연이군.”]
언제나와 같이 변조 없는 딱딱한 말투였다. 뒤이어 박시겸은 그대로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세현.”]
[“하필······.”]
미션을 해결할 키(Key)에 대한 고민이었다. 생각으로 봐서는 별로 얽히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어떡할까?”
그때 옆에 있던 백은찬이 물었다.
“뭘?”
“그래도 아는 얼굴인데, 인사하러 가야 하지 않겠냐?”
박시겸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렇지, 아는 얼굴이긴 하지.
‘사실 지금 상황이면 저쪽에서 먼저 아는 척을 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만······.’
일단 이쪽에서 먼저 하는 것도 괜찮은 모양새긴 했다. 그럼 자연스럽게 방송 출연으로 이어질 테니까.
‘공중파, 주말 유명 예능.’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비추면 이쪽 입장에선 확실하게 이득이다. 얽히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활용해야지.
“그래, 인사하러 가자.”
어차피 얼굴을 한번 비추면, 그 이후론 저쪽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자연스럽게 하나밖에 없게 될 테니까.
얼떨결의 방송 출연이 되긴 할 테지만, 어차피 스케줄을 마친 이후라 메이크업도 다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에 나서려고 할 때쯤, 예상치 못하게 저 편에서 먼저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윈썸!”
박시겸이었다.
뒤이어 박시겸을 그 즉시 우리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평소와 같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좀 도와줄래요?”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 * *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앞서 먼저 말을 걸어온 박시겸의 모습에 이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여기서 선배님을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런 우연이?’라는 쪽으로 갔다.
그리고 그런 박시겸을 따라 어느새 카메라맨과 함께 작가, 음향 스텝이 주변으로 다가왔다. 박시겸과 함께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뭐 촬영하시는 건가요?”
“네. 근데 지금 좀 윈썸의 도움이 필요해서요. 혹시 시간 돼요?”
그리고 그대로 살짝 매니저 형을 봤다. 이에 카메라 밖으로 빠져 있던 매니저 형이 괜찮다는 의미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네. 됩니다. 당연히 되죠.”
“그래요? 그럼 도움 좀 부탁해요.”
그리고 나서 박시겸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미션과 그 미션의 내용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이는 각자에게 주어진 미션이 있고, 박시겸 자신의 미션은 제한 시간 내에 시민들 중 ‘세’가 들어가는 이름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세현 씨가, 필요합니다.”
“아, 그렇군요.”
이에 처음 듣는 소리인 양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얼른 가시죠.”
“···네. 그래요. 따라와요.”
박시겸은 내 빠른 수긍에 살짝 당황해하는 듯 하면서도 이내 따라오라며 그대로 미션 장소를 향해 앞장섰다.
“화이팅! 이기십쇼!”
그리고 백은찬은 그런 박시겸과 나를 향해 힘찬 응원을 보냈다. 그래, 홍보 열심히 하고 오마.
그리고 얼마 안 가 미션 집합 장소에 도착했다. 집합 장소에는 이미 꽤 많은 출연자들이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박시겸의 도착순서는 거의 끝 순서였다.
“오, 시겸 씨. 시겸 씨 이제 오시네.”
“잠깐, 그 분은 혹시?”
“어? 윈썸이야?”
앞서 모여 있던 패널들은 박시겸 옆에 있던 나를 가리키며 제각기 놀란 반응들을 보였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앞선 이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윈썸 세현입니다.”
“아니, 세현 씨?”
“시겸 씨 미션이 뭐였길래 세현 씨가 왔어요?”
“이름에 ‘세’가 들어가는 시민 분 찾기요.”
그러자 패널들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꽤 어려웠겠네. 성도 아니고 ‘세’ 들어가는 사람을 바로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게요. 난 둥근 손목시계를 착용하신 분을 찾는 거였는데.”
“난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요.”
다들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듯한 미션들이었다. 이렇게 보니 박시겸 미션이 조금 난이도가 있긴 했다.
“···하아.”
박시겸은 그렇게 옆에서 잠시 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겨우 달성했군.”]
생각하는 걸 보니 앞서 미션을 해내는 데 꽤 어려움을 겪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남은 출연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후에도 생각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중간에는 잠깐 촬영을 끊기도 했다.
[“피곤하군.”]
그러다가 문득 옆에 있던 박시겸의 생각이 들려왔다. 체력적인 면보다 정신적으로 꽤나 지쳐 보이는 모양새였다.
솔직히 그러거나 말거나이긴 한데.
“선배님. 하나 드릴까요?”
나는 주머니에 있던 청포도 사탕 몇 개를 그대로 박시겸을 향해 내밀었다. 당 떨어질 때 먹으라면서 도운이 형이 준 것이었다.
원래 지칠 땐 단 걸 먹는 게 최고니까.
그리고 이를 본 박시겸은 그대로 살짝 미간을 좁혔다. 마치 이게 뭐냐고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건 왜······.”
“그냥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
뒤이어 박시겸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잠시 내 손에 있던 사탕을 응시했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러더니 얼마 안 가 사탕을 받아들였다. 주변을 의식한 듯한 딱딱한 말투였다.
그래서 그대로 대충 주머니에 넣지 않을까 싶었건만 박시겸은 의외로 건네받은 사탕의 포장을 곧바로 뜯었다.
그 이후로는 굳이 생각을 읽지 않았지만, 어찌 됐건 잘 먹는 듯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몇 안 되는 출연자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때마다 출연자들은 나를 보며 놀란 얼굴을 했다.
“윈썸 아니에요?”
그때마다 난 인사와 함께 허리를 숙였다. 이후,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의 게스트는 이번에 시작하는 박시겸의 드라마 출연자들이었다.
“자, 이제 모든 출연자들이 모이셨습니다.”
제한된 시간이 지나자, 모든 출연자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리고 촬영은 다시 진행되었다. 동시에 모인 출연자들은 다음에 올 담당 PD의 말을 기다렸다.
“제한 시간 안에 모든 분들이 정해진 개인 미션을 완료하셨음으로 일단 미션의 1단계는 성공입니다.”
그와 동시에 출연자들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1단계라고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완전히 클리어된 건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이제 미션을 완벽하게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게임이요? 무슨 게임이요?”
“아주 특별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건 여기 계신 시민 분들의 도움을 받을 예정입니다.”
시민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그 말은 곧, 나를 포함한 이들 역시 앞으로 있을 미션에 참여를 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뭔가 생각보다 일이 커지네.
“그럼 이제부터 그 게임이 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게임은 바로,”
그리고 그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앞에 있던 담당 PD에게로 향했다.
“게임은 바로 합심 빙고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