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94화 (194/413)

194화. 그래도 감은 좀 있습니다.

“그 게임은 바로 합심 빙고 게임입니다.”

“합심 빙고 게임이요?”

“네.”

그리고 담당 PD는 뒤이어 앞서 말한 ‘빙고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여러분들께 각 인원 별로 5X5 빙고판을 하나씩 드릴 겁니다. 그리고 주제에 맞춰 빙고 게임을 시작하고, 두 팀 중 4줄 빙고를 먼저 달성하시는 팀에게 최종 힌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합심 빙고 게임은 기본적으로 시민과 출연자가 한 팀이 되어서 진행된다.

그리고 오늘 나온 출연자들은 크게 2팀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머리에 쓴 모자가 그 팀의 상징인 것 같았다.

출연자들은 현재 빨간 모자를 쓴 팀과 파란 모자를 쓴 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더불어 박시겸의 모자는 파란색이었다.

결국 시민X출연자 빙고 게임에서 1등을 한 출연자가 속한 팀에 메인 미션의 최종 힌트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얻은 힌트를 기반으로 메인 미션을 최종 클리어하는 팀이 이번 방송의 승리팀이 되는 것이었다.

‘5X5 4줄 빙고 성공이라.’

생각보다 빡센 미션이었다.

더불어서 힌트를 얻기 위해선 이쪽 팀이 먼저 빙고에 성공해야만 했고.

현재 여기 있는 인원의 수는 16명.

그리고 팀으로 나누면 총 8팀.

“참고로 상의를 할 수 있는 건, 시민과 출연자, 서로만 가능합니다. 다른 출연자 분들 간의 상의는 허용되지 않아요.”

“아, 상의 안 돼요?”

“그럼 이거 꽤 힘들겠는데.”

이는 곧 서로 상의를 통해 빙고판을 전략적으로 꾸미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상의가 가능한 건 오직 자신이 데려온 시민하고만 가능했다.

“그럼 빙고 단어 제시는 제작진이 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주제에 맞는 단어를 불러드릴 거예요.”

그리고 해당 게임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나자 그 즉시 빙고판이 출연자 당 하나씩 주어졌다.

‘5X5 빙고라는 게 생각보다 작지 않네.’

하긴 단어를 25개나 넣어야 했으니.

“그럼 제시어부터 일단 드릴게요.”

그와 동시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앞에 있는 담당 PD에게로 집중되었다.

“제시어는 바로, ‘과일’입니다.”

제작진이 제시한 주제는 과일이었다.

* * *

“내가 적을게요.”

게임이 시작되자 곧바로 박시겸이 나를 향해 말했다. 그런 박시겸의 손에는 제작진에게서 받은 빙고판 하나가 들려 있었다.

여기선 내가 쓰는 게 맞지, 이 사람아.

“제가 쓰겠습니다, 선배님.”

“그래요, 그럼.”

그런 내 말에 의외로 박시겸은 쉽게 빙고판을 넘겨주었다. 그림상 내가 적는 게 맞긴 하지만, 원하는 단어를 적기 위해서도 내가 쓰는 게 좋았다.

그때, 박시겸이 나를 향해 한번 더 물었다.

“빙고는 잘하는 편이에요?”

“···그럭저럭하는 편입니다.”

[“이거 괜찮은 건가.”]

앞선 대답을 들은 박시겸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말투였다.

뭐, 당연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감은 좀 있습니다.”

“감?”

“네.”

그러자 박시겸은 여전히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말라고.

나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니까.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서 제작진의 생각을 읽어볼 예정이었다.

[현재 상태 : ON]

* * *

박시겸은 지금, 존재하는 과일의 종류에 관해 거듭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앞서 주어진 빙고의 제시어는 ‘과일’.

그러니 25가지의 과일을 생각해내어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떠올리는 것도 떠올리는 거지만, 앞서 제작진이 어떠한 과일을 부를지 그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보편적인 과일부터 배열하는 게 좋겠지.’

바나나, 포도, 수박과 같은.

그렇게 한다면 평타는 칠 테니.

“보편적인 것부터 쓰는 게 좋겠죠?”

그리고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옆에 있던 우세현이 이를 물어왔다. 이에 박시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음 같아선 의논 같은 것 없이 저 혼자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무래도 방송인 이상 그러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협조를 하는 수밖에.

그렇게 일단은 우세현과 같이 눈앞에 있는 이 커다란 빙고판을 채워나가기로 했다.

‘아, 오렌지도 넣는 게 좋나.’

“오렌지도 넣을까요?”

“어, 그래. 넣어요.”

“제 생각엔 중간쯤에 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에 박시겸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방금 하던 생각을 그대로 입으로 내뱉은 줄 알았다.

우세현은 그렇게 차분하게, 막힘없이 빙고판을 잘 채워나갔다. 물론 중간 중간 배열에 관해서 의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사이 오가는 대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자연스러웠다. 아직까진 나누는 생각에 삐걱거림이 없었다.

‘그나저나 과일이 끊임없이 잘도 나오는군.’

이대로라면 생각보다 빙고판을 채우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듯 싶었다.

그러던 도중, 우세현이 박시겸을 향해 한번 더 의견을 물었다.

“선배님, 무화과는 어떨까요?”

“뭐? 무화과?”

순간 놀란 박시겸이 이를 되물었다.

갑자기 웬 무화과?

너무 뜬금없는 과일이었다.

“무화과는···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전부 보편적인 과일로만 채우기에는 좀 걸려서요.”

“그래도 무화과는 좀 그렇지 않나.”

다른 과일도 많은데 굳이 넣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이한 과일이라면 무화과 아니더라도 많았다.

“아무래도 함정이 하나씩 있을 것 같은데, 그에 대비해서 하나 넣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불안하시다면, 중앙은 아닌 되도록 바깥으로 구성하도록 할게요.”

그렇지만 우세현은 물러서지 않은 채 박시겸에게 이를 한번 더 제안했다. 아무래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 그럼 넣는 걸로 하자.”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세현이 대답과 함께 웃어 보였다. 그렇게 빙고판의 한 칸이 무화과로 채워졌다.

‘······하여튼 특이해.’

이를 보던 박시겸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대로 조용히 팔짱을 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순간이지만 익숙한 얼굴의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저 ‘무화과’라는 단어가 영 거슬렸다.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넣었군.’

그리고 그때 박시겸의 머릿속으로 잊고 있던 과일 하나가 떠올랐다.

“아, 사과도······.”

아.

그 순간, 박시겸은 말을 멈췄다.

“네?”

“아니.”

박시겸은 그렇게 잠시 입을 닫았다.

순간적으로 나온 사과란 단어 때문이었다.

사과는 멤버가, 그러니까 우도현이 잘 먹던 과일이었기 때문에. 무의식에 의한 떠올림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과를 잊었네요.”

그때 우세현이 박시겸을 보며 말했다.

이에 박시겸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사과.’

무심코 말한 그 단어에 그만 생각이 엉켜 머릿속이 조금 복잡했다.

“선배님.”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에 박시겸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선 돌아보았다.

“빙고, 다 채워졌습니다.”

“아, 그래.”

왜 인지 정신이 없었다.

* * *

“자, 그럼 정해진 시간이 끝났습니다.”

얼마 안 되는 시간.

그 사이, 모든 이들이 빙고를 채우는 것을 마쳤다. 이제 남은 건 본격적인 빙고 게임뿐이었다.

“체크는 제가 할까요?”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도록 해.”

“네.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빙고의 표시 역시 우세현이 맡기로 했다. 5X5로 이루어진 그 빙고판이 박시겸의 눈에는 오늘따라 참 커 보였다.

“그럼 가장 먼저 시작할게요. 4줄 빙고를 만드는데 성공하신 분들은 곧바로 손을 들어주세요.”

이어서 담당 PD는 가지고 있던 과일 목록을 꺼내 들었다. 그와 더불어 이윽고 첫 번째 과일이 호명되었다.

“첫 번째는, 바나나입니다.”

“호우!”

무난하게 스타트를 끊은 과일에 여기저기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마찬가지로 우세현과 박시겸의 판넬에도 ‘바나나’가 있었다.

그리고 우세현은 그것을 가지고 있던 펜으로 동그라미 쳤다. 시작이 괜찮았다.

“딸기.”

“천혜향.”

“오렌지.”

“아니, 천혜향이랑 오렌지랑 달라요?”

“다릅니다. 당연히 다릅니다.”

“에이······.”

오렌지는 있어도 천혜향은 없던 것인지 출연자 중 하나가 이에 대해 짧게 탄식했다.

“그럼 계속 갈게요. 사과.”

아, 사과.

익숙한 그 과일에 박시겸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방금 전 일이 다시 떠오른 탓이었다.

“사과도 있었네요, 선배님.”

“그래요.”

그렇게 박시겸은 애써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뒤로도 과일 이름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 같던 빙고판은 어느새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차는데?’

겹치는 과일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빙고를 하나하나 채워 가다 보니 어느새 3 빙고까지 금방 완성되어 있었다.

“혹시 빙고 완성하신 분 계신가요?”

하지만 이러한 제작진의 물음에도 아직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다들 빙고를 완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동시에 박시겸은 다시 빙고판을 확인해보았다. 이제 목표하는 4 빙고까지 남은 건 앞으로 하나였다. 이 하나만 채우면 자연스럽게 4 빙고가 만들어질 듯 했다.

그리고 그 남은 한 칸은,

“그럼 갈게요. 다음은 무화과입니다.”

바로 무화과였다.

그와 동시에 박시겸은 제 옆에 있던 우세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우세현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무화과입니다. 선배님.”

“······.”

그렇게 빙고는 완성이 되었고, 그 순간 박시겸은 잠시 말을 잃었다.

* * *

“네! 시겸 씨 팀, 빙고가 되셨다고요?”

빙고가 완성되자마자 곧바로 손을 들었다. 정확하게 4 빙고. 오차 하나 없이 완벽했다.

물론 이 모든 건 시작 전, 담당 PD와 작가의 생각을 읽은 덕이었다.

시작 전, 빙고에 관해 의논하는 과정에서 어떤 게 나올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혹시 몰라 중간 중간엔 나오지 않을 과일을 넣어두기도 했다. 나오는 단어대로 전부 맞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렇게 적절히 조합하여 나온 것이 지금의 빙고판이었다. 확실히 나올 몇 개만 중앙에 잘 배치해두어도 빙고는 금방 완성되기 마련이다.

“와, 벌써 다 맞췄어?”

“빠르다.”

“아니, 다 맞췄다고?”

주변으로 감탄의 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앞서 건넨 빙고판의 확인이 모두 끝났다.

“네! 시겸 씨 팀, 빙고 완성입니다!”

“와!”

또 한번 탄성이 들렸다.

그 순간, 모든 출연자들의 시선이 박시겸과 나에게로 향했다.

“어우, 이렇게 빨리 맞출 줄은 몰랐는데.”

“와, 이게 이렇게 맞춰지네.”

앞에 있던 제작진들 역시 빙고판을 바라보며 실소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중요한 최종 힌트의 전달이 있었다.

그렇게 힌트는 자연스럽게 박시겸의 파란색 모자 팀으로 전달되었다.

‘이제 슬슬 퇴장이겠군.’

솔직히 말해서 저쪽 미션이 어떻게 되든 나와는 상관이 없었다. 이쪽은 그냥 정해진 분량만 잘 뽑아먹으면 그만일 뿐.

그걸 위해 빙고를 열심히 한 것도 있고.

아무래도 1등하면 좀 더 분량적으로 잡아줄 것 같아서.

그리고 마지막 소감 때, 역시나 분량을 조금 더 받았다.

“세현 씨. 오늘 이렇게 갑자기 나오셔서 마지막에 어마어마하게 기여도 하셨는데, 어때요. 소감이?”

이에 간략한 소감과 함께 <미션맨> 측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거기에 추가로 홍보도 좀 넣고.

“그리고 박시겸 선배님의 <눈이 내리는 날>도 많이 시청해주시고, 저희 이번 윈썸 신곡, ‘Blue Travel’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드라마는 모르겠고, 신곡은 꼭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우, 말도 너무 잘하네.”

“잘생겼어. 잘생겼어.”

이에 조용히 미소로 화답했다. 동시에 옆에 있던 박시겸 또한 내게 말을 전했다.

“수고했어요.”

“네. 선배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간단 인사였다.

서로 이득 볼 거 봤으니 적당히 괜찮은 마무리였다.

그리고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다른 시민 분들과 함께 촬영 장소를 먼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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