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96화 (196/413)

196화. 더운 날엔 아이스크림이지.

아침부터 쨍하니 비추는 태양.

7월이라는 날에 걸맞게 올라가는 온도.

텁텁해진 공기 속에 방송국 앞에 있던 윈썸의 팬들은 하나 같이 휴대용 선풍기를 돌리고 있던 중이었다.

‘개 더워······.’

그리고 마찬가지로 윈썸의 팬 중 하나인 장수연은 지금, 뒤이어 있을 막방 주 녹화를 위해 대기를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장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 날씨까지 유독 더웠다. 그래도 햇볕을 막아보겠다고 나름 우산이나 모자를 챙기긴 했으나 더위 앞에서는 그저 무력했다.

‘하지만 절대 빠질 수 없지.’

왜냐면, 이번주는 막방이었으니까.

그렇게 마지막 방송이라는 단어가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을 버틸 힘을 주고 있었다.

‘기필코 마린룩을 보고 만다!’

게다가 이번 앨범의 의상 컨셉은 마린룩이었다. 심지어 코디가 열일을 하는 건지 매번 음방을 할 때마다 같은 마린룩이라도 포인트를 다르게 주었고, 거기에 멤버마다도 다른 포인트를 주었다.

예를 들어, 차선빈의 경우 흰색 셔츠에 네이비 자켓을 입는다던가 백은찬의 경우 짙은 블루 셔츠에 흰색 스트라이프 타이를 매는 식이었다.

여기에 다같이 올 세일러를 입은 적도 있었으며, 블루가 아닌 레드 마린룩을 입기도 했다.

그러니 항상 화면으로만 보던 그 무대를 이제는 두 눈으로 볼 차례였다.

[라이어 게임 하자! 라이어 게임!]

그때, 앞에서부터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건 바로 백은찬의 목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장수연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했다.

[제시어는 음식이래. 누구부터 시작할까?]

아, 지난 제주도 리얼리티.

앞서 팬들이 보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지난 제주도 여행기 2탄 영상이었다.

멜로우들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라이어 게임을 시작으로 그 다음 날 아침 모습까지, 앞선 1탄 영상과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리얼리티한 모습이 훈훈하게 담겨 있었다.

‘세현이가 라이어 진짜 잘했는데.’

라이어 게임하니 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이어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들에 그녀의 시선은 이내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향하고 있었다.

드르르르륵-

“어?”

“뭐야, 저거 뭐야?”

그런데 그때,

문득 주변이 웅성웅성해지는 걸 느꼈다.

동시에 그녀의 눈앞으로 보이는 커다란 트럭 한 대. 그걸 본 여성은 순간적으로 눈이 커졌다.

‘아이스크림···트럭?’

그것은 바로 아이스크림 트럭이었다.

심지어 이는 흡사 뮤직비디오에서 나왔던 트럭과 유사한 디자인이었다.

[윈썸과 멜로우의 Blue Travel♥]

역조공이었다.

그것도 아이스크림 역조공!

“여기 앞줄서부터 차례로 줄 서서 받아 가시면 되세요~”

뒤이은 팬 매니저의 말에도 멜로우들은 제각기 휴대폰을 꺼내어 앞서 온 아이스크림 트럭을 열심히 찍기 시작하였다.

‘와씨, 진짜 대박.’

그리고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금은찬백은찬 @eunchans

오늘 막방이라고 애들이 역조공 해줌♥

아이스크림 존나 맛있음

사진.jpg

└ @ 역조공이요? 애들 역조공했어요?

└ 넴! 컵 아이스크림 쏴줬어용~

└ @ 아 ㅆㅂ 오늘 갔었어야ㅠㅠㅠㅠ

지하면호해야해 @jihoho

쪄죽을 뻔 하다가 애들이 준 아수크림 먹고 되살아남 ㅠㅠ 역쉬 우리 애들 밖에 없어 ㅠㅠ 심지어 개 맛있음 이거 어디꺼냐

└ @ 헉 혹시 맛이 두 개에요?

└ 넹! 초코랑 바닐라 두개인 듯 함 근데 전 바닐라 선택함ㅋㅋ

노래왕우세현 @senny

오늘의 역조공 아이스크림!

컵 앞에 애들 스티커 귀엽게 붙여져 있고 거기에 포카랑 부채도 같이 줌! 증말 뉘집네 애들인지 센스 장난 아님.....♥

└ @ 포카 개 예쁘다ㅠ 그와중에 랜덤ㅠ

└ @ ㅁㅊ 포카 왜이렇게 이쁨?

└ @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 @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맛나다던데

└└ @ ㅇㅇ 존나 맛남 근데 어디껀지를 모르겟어요 나중에 슬쩍 상표 알려줬으면

오늘의 역조공은 컵 아이스크림과 함께 멤버 개인 포카와 부채였다.

특히나 아이스크림 메뉴를 정할 땐 초코냐 바닐라냐 고민이 좀 있었는데, 그냥 깔끔하게 둘 다 하기로 했다.

“초코는···지호가 초코였지?”

“네.”

“전 바닐라요!”

우리 역시 역조공 한 아이스크림을 대기실에서 나누어 먹었다. 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근데 이거 부채, 사진 잘 나왔네.”

백은찬이 손에 있던 부채를 유심히 바라본 채로 말했다. 부채에 있는 사진은 단체 사진이었는데 지난번 제주도에 갔을 당시, 다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글씨도 잘 나왔네.’

여기에 부채 뒷면에는 각자가 적은 멜로우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 저희로 인해 멜로우가 조금이라도 시원해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운)

- 무대 보면서 하나씩 드세요. 분명 더 맛있을 겁니다. (지호)

- 멜로우! 아이스크림 맛있었어요? 맛있었다고요? 그럼 소리 질러어! (은찬)

-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많이 드시면 감기 걸리시니까 천천히 드세요. (선빈)

- 언제나 고마운 멜로우.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주신 행복만큼 항상 보답하도록 할게요. (세현)

- 시원해져라, 얍! 오늘도 시원한 하루 되세요! 하트 마구 쏴드릴게요 ^3^ (하람)

“아니, 근데 은찬이 형은 너무 악필인 거 아니에요?”

“악필이라고? 어디가?”

“봐봐요. 꼬불꼬불해서 읽기 힘들어요. 심지어 점점 내려가고.”

“사돈 남 말하지 말자.”

그러자 신하람은 모르겠다는 듯 그대로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아니야, 그래도 백은찬 평소 글씨 생각하면 이건 꽤 열심히 쓴 거다.

“아, 얘들아. 근데 우리 그거 정해야 할 것 같은데.”

그때 도운이 형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그런 도운이 형의 손에는 여전히 아이스크림이 쥐어진 채였다.

“뭐요?”

“아직까진 약간 김칫국이긴 한데, 1위 공약.”

아, 1위 공약.

그 전까지는 항상 첫째 주에만 공약을 했던 터라 잠시 잊고 있었다.

그리고 앞선 공약 이야기에, 백은찬과 신하람이 빠르게 이쪽 대화에 합류했다.

“형들은 생각해둔 거 있어요?”

“아이스크림 먹기 같은 거 할까? 우리 컨셉에 맞게.”

“아, 그것도 좋죠. 근데 지금 바로 아이스크림을 더 준비하실 수 있나?”

“아니면, 탑 쌓기 같은 건 어때요?”

“단체 탑 쌓기?”

그 뒤로 준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안지호와 차선빈을 향해 그대로 손짓했다. 그러자 차선빈이 빠르게 옆으로 와 앉았다.

‘그러고 보니 떠오르게 하나 있긴 한데.’

그리고 여전히 다양하게 나오는 공약 이야기에, 나는 그대로 한 마디를 얹었다.

“이거 어떨까 싶은데.”

그와 동시에 멤버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모두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 * *

“네, 이제 오늘의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그럼 오늘의 1위! 바로 공개해주세요.”

어느새 오늘의 음악 방송 무대가 모두 끝이 나고, 이제는 최종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였다.

같이 서 있는 후보는 우리보다 한 주 정도 늦게 컴백한 걸그룹. 해당 그룹의 경우 컴백 2주차였는데, 음원 순위가 꽤 괜찮았기에 1위를 기대해볼 만했다.

그래서 더 긴장이 됐다. 뒤이어 앞에 보이는 화면의 숫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옆을 보니 멤버들 모두 한껏 집중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고도 간절한 순간이었다.

“네, 디지털 음원 점수, 음반 점수, SNS 점수 등을 합산한 오늘의 1위는······.”

“네! 윈썸! 축하드립니다!”

펑펑!

그 순간, 빠르게 터지는 꽃가루에 근처에 있던 백은찬이 잠시 몸을 움찔했다. 평소보다 꽃가루가 더 크게 터진 느낌이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점수가······.’

터지는 꽃가루보다 더 놀라운 건 바로 우리의 점수였다. 붉은색으로 표시가 된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점수.

“윈썸! 여기 트로피 받으시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내 도운이 형에게 트로피가 전달되면서 곧바로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혹시 몰라 수상 소감도 준비했다는 도운이 형의 이전 말이 떠올랐다.

‘아, 공약.’

그렇게 기쁜 와중에 공약 생각이 났다. 앞서 하기로 한 공약은 이미 중간 인터뷰를 통해 멜로우들에게도 전달을 한 상태였다.

이어서 옆을 보니 멤버들 역시 하나 둘씩 공약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나도 빨리 움직여야겠군.

오늘의 약속된 1위 공약.

그건 바로 ‘어부바 한 채로 노래 부르기’였다.

“세현아. 이쪽으로 와.”

“응.”

그리고 2명씩 짝을 지어 어부바를 하기로 했다. 내 짝은 차선빈이었다.

옆에선 안지호와 백은찬이 어부바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운이 형과 짝이었던 하람이는 아직까지 인사를 하고 있던 형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이어서 그런 멤버들의 뒤로 ‘Blue Travel’의 전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들면 되지?”

“응.”

차선빈이 업는 게 편하지.

일단 쟤가 나보다 힘이 짱짱하니까.

그리고 업히기 위해 차선빈이 허리를 숙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서 차선빈이 허리를 숙이는 게 아닌 그대로 무릎을 굽혔다.

“? 야, 잠깐, 잠깐!”

“어?”

그러자 차선빈이 영문 모를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 왜 진짜 들려고 그러냐. 정말로 말 그대로 들려고 하고 있었다.

“드는 거 아니고, 업는 거야. 업는 거.”

“아. 업어서.”

“응.”

들었다가는 허리 말고 무릎도 나간다.

어쨌든 내 말을 들은 차선빈은 그대로 허리를 살짝 숙였다.

“아, 잘 좀 드러브.”

“야, 니 무게를 생각해야즈.”

옆에선 안지호와 백은찬이 마이크를 입에서 멀리 한 채로 일상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와중에 둘 다 표정은 방긋방긋 잘도 웃고 있었다.

“자세 괜찮아?”

차선빈이 나를 향해 물었다.

이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오히려 니가 괜찮아야 하는 거 아니냐. 넌 가뜩이나 허리도 안 좋은데.

“바꿔줄까?”

“아니. 그보다 노래 불러야 하지 않아?”

아, 그러고 보니 불러야 했다.

노래.

그리고 노래를 부르려고 하니, 저 편에 있던 도운이 형이 먼저 앞선 파트를 크게 부르기 시작했다.

저쪽은 하람이가 업은 모양이었다.

“형들! 이것 봐요! 내가 도운이 형 업었어요!”

“야, 뛰지 마!”

앞서 신하람이 신나게 이쪽으로 뛰어오려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끊긴 노래에 이번엔 내가 이어 노래를 불렀다.

그와 동시에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커졌다.

업힌 채로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멜로우!”

그리고 어느새 안정된 자세를 취한 백은찬이 앞에 보이는 카메라와 관객석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표정이 지쳐가는 게 보였지만.

이에 차선빈과 나 역시 백은찬과 안지호가 있는 곳으로 가 카메라와 함께 관객석을 향해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멜로우!”

그때까지 뒤에서는 힘차게 노래를 부르는 도운이 형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있었다.

* * *

짐작했던 대로, 그 이후에도 1위의 행렬은 줄줄이 계속되었다. 그로 인해 활동 마지막 주까지 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리패키지, ‘Blue Travel’의 활동이 끝난 이후 곧바로 결정된 중요 사항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이사.

바로 숙소의 이사였다.

정규 앨범에 이어 리패키지까지의 활동이 모두 잘 마무리가 되었으니 이제는 예정된 이사를 할 때였다.

“드디어 화장실이 2개!”

“화장실이 2개예요!”

이전 숙소와의 차이점이라면, 아무래도 화장실이 2개인 게 컸다. 그 밖에 방이나 거실 등의 공간이 꽤 커졌다. 물론 방의 숫자는 똑같이 3개였지만.

하지만 보완 부분만큼은 전보다 훨씬 더 강화되었다. 여기에 아파트 층수도 높아졌고.

“야, 룸메 정해야 하니까 바로 모여라.”

“이번에도 2명씩이죠?”

“엉. 2명씩!”

음, 설마 이번에도···라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으나 그건 뭐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 안지호랑 쓰는 거에 익숙해진······.’

지이이이잉-

그때, 주머니에 있던 폰이 진동했다.

이에 곧바로 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해봤다.

[형]

형이었다.

뭔가 통화는 오랜만인 것 같네.

그리고 나는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Hello.

“뭐야, 갑자기?”

─ 오랜만의 통화인데, 반응이 별로네.

“아니, 뜬금없는 말을 하니까 그렇지. 그것보다 왜 전화했는데?”

─ 아, 간단한 소식 하나를 전하려고.

간단한 소식?

“무슨 소식인데?”

─ 형이 이제 출발한다는 소식.

“출발? 어, 잠깐. 형, 한국 와?”

─ 응.

아, 그렇군.

전에 했던 말을 다행히 흘려듣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오기 전에 말 좀 해달라고 했던 그 말.

“근데 언제? 지금? 이제 출발하는 거야?”

─ 하나씩 좀 물어. 이제, 출발할 거야.

아, 그럼 정말 곧 오겠네.

그리고 부모님께는 말씀 드렸냐는 물음에 아니나 다를까 이 통화가 끝나면 말씀을 드릴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얼마나 있을 건데?”

─ 80년 정도?

“뭐?”

그런 내 물음에 형은 이전보다 조금 더 강조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주 눌러 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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