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복귀를 한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의 풍경.
간만이지만 낯설지 않은 그 풍경을 바라보며, 우도현은 그렇게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실장님.”
“어, 왔어?”
먼저 앉아 있던 김민섭 실장이 우도현을 향해 반가운 얼굴을 했다.
김민섭 실장이 있는 곳은 MU 엔터테인먼트. MU 엔터테인먼트는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소속되어 있는 배우 전문 기획사였다.
배우 기획사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곳이었으며, 대본을 물어오는 거나 작품 홍보, 소속 연예인 관리 차원에서도 힘을 쓴다며 좋은 평이 자자했다.
김민섭 실장과는 캐나다에서도 가끔 연락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대면으로 만나는 건 간만이었다.
“어째 갈수록 잘생겨지는 것 같다.”
“칭찬이죠?”
“당연하지. 아, 예전엔 별로였다는 말은 아니고.”
“알고 있어요.”
우도현은 그대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이를 보던 김민섭 실장 역시 작게 실소하였다.
“그래서, 복귀 생각이 있다고?”
이야기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위해 오늘 만남이 성사된 것이기에.
“예.”
“잘 생각했어. 솔직히 안 하는 건 너무 재능 낭비라고 본다. 예전부터 기깔났잖아, 연기.”
“너무 띄워주시는데요. 오늘 계약서 찍으러 온 거 아닌데.”
“걱정 마라, 나도 오늘 계약서 없어.”
오늘 만남은 어디까지나 단순 만남이었다. 복귀할 생각은 있지만 무턱대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생각은 없었다.
“근데 생각보다 꽤 갑작스러운 복귀인데? 원래는 이 시점에서 할 생각 없지 않았어?”
분명 지난번 통화 때까지만 해도 복귀에 대해 확답을 얻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복귀 생각이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그 시점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김민섭 실장의 입장에선 몰랐다.
“원래도 슬슬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어요. 제가 몇 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셨잖아요.”
“아, 그랬었지. 그게 2년 정도 전인가?”
어느새 2년이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2년이었다.
그 사이, 시간이 꽤 흘렀다.
“그래도 이렇게 바로 한국에 정착할 줄은 몰랐는걸. 그 사이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어?”
“심경의 변화요······.”
있었지.
심경의 변화는 확실하게 있었다.
아니, 변화가 아닌가.
그건 변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한국에 정착한 이유는 단순했다.
가족과 조금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였다.
‘거슬리는 일이 너무 많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 동생 주변으로 거슬리는 일이 너무 많았다. 재수 없는 저승사자의 일 하며, 신도하 일 그 밖에도 일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그걸 건너건너, 혹은 기사 같은 걸로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건 더욱 거슬렸다. 자신이 모르는 일이 늘어나는 것도.
그래서 그냥 계속 있기로 했다.
동생 옆에.
그 이유 하나가 이렇게 우도현을 한국으로 오게 만들었다.
“변화랄 것도 없어요. 그냥 올 때가 돼서 온 거죠.”
이에 김민섭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근황 이야기로 대화가 흘러갔다.
“아, 근데 다른 곳은 없었어? 오퍼.”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만나볼 생각은 있고?”
“어차피 마음은 이미 정해서요.”
사실 어디로 갈 건지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 김민섭 실장을 직접 만날 일도 없었을 테니.
새롭게 틀 둥지는 역시나 MU 엔터였다. 그리고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결국 가장 강력한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위치.
MU 엔터는 IN 엔터테인먼트와 꽤 가까운 곳에 사옥을 두고 있었기에.
“MU 엔터는 위치가 참 마음에 들어요.”
“뭐? 위치?”
“좋은 곳에 참 잘 지으셨어요.”
“? 뭔소리야, 내가 지은 게 아닌데.”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렇게 우도현은 김민섭 실장을 향해 작게 미소 지었고, 이를 본 김민섭 실장은 여전히 영문 모를 얼굴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기사가 떴다.
다름 아닌 형과 관련된 내용의 기사가.
[단독] 우도현, MU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얼마 전 만남···이대로 연예계 복귀하나?
└ 헉 우도현 진짜 복귀하는 거임?
└ ㅈㅂㅈㅂ 제발 복귀해주라 나 진짜 맨날 물 떠다놓고 기도하고 있음
└ 복귀해야지 아니면 얼굴이 넘 아까움
└ 근데 우도현 연기는 잘함? 뭔가 다들 연기하길 바라는 것 같네
└└ ㅇㅇ 연기 잘함 그래서 첫작부터 빵 떴잖아
└ 그냥 찌라시 아냐? 우도현 한국 올때마다 이런 찌라시 하나씩 꼭 뜨던디
└ ㅁㅊ MU 엔터? 우도현이 여길 갈 만큼 연기를 잘했던가
└ 이번엔 왠지 복귀할 것 같다 근데 우도현 망하길 바라는 애들 존많이라 걱정
└ MU에서 왜 우도현을 주워감? 연기 넘 쉬지 않았나
당연하게도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말이 오갔다. 형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렇게 않은 이들도 많았기에.
- [HOT!] : 곧 배우로 복귀한다는 전 인기 아이돌 멤버.jpg [2381]
- 보니까 돈 벌러왔네 그게 아니면 갑자기 이렇게 복귀할 이유가 뭐 있겠냐
- 아니면 관종끼를 못 버린 거 아님? 뭐만 하면 팬들이 추켜 세워주는데 나라도 다시 하고 싶겠다ㅋㅋㅋㅋㅋ
- 그래 노래랑 춤은 힘드니까 연기라도 해서 어떻게 살아야지ㅎ
하지만 그만큼 형의 복귀 관련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새삼 정말 화제성이 죽지 않은 느낌.
그 이후로도 며칠 동안이나 형과 관련된 이야기로 커뮤니티가 불탔으니까.
‘와중에 간간히 보이네. 악플.’
이따금씩 보이는 형의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에 기분이 꽤나 안 좋았다. 되도록 이런 건 안 봤으면 좋겠는데.
와중에 형은 서칭의 왕이었다.
예전부터 서칭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했으니까.
“형.”
“응.”
“스크롤은 많이 내리지마.”
“뭐?”
그런 내 말에 형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는 듯이 나를 보았다.
“댓글 같은 거. 굳이 보지 말라고.”
그러자 형이 들고 있던 폰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곧 나를 향해 한마디 했다.
“좀 컸네?”
“아니, 크긴 무슨.”
“형 악플도 걱정을 다 해주고.”
형이 그대로 피식 웃었다.
사실 형은 악플을 그렇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긴 했다.
되려 떠들라면 떠들어라 쪽이었지.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그런 건 신경 안 써서.”
하지만 그런 내 걱정과 다르게 형의 표정은 정말 평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것보다 내려놔.”
이번엔 형이 나를 향해 말했다.
“뭘?”
“폰.”
아.
아무래도 반응을 보고 있던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리고선 내려놓으란 듯이 내 폰을 향해 고갯짓을 하기에 나는 그대로 폰을 내려놓았다.
“나도 원래 일일이 보는 편은 아니야.”
“그래. 그건 좋은 자세네.”
그렇지만 이번엔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형은 괜찮다고 했지만, 가족 입장에선 역시나 눈에 걸렸다.
“그래서 진행은 잘 되고 있어?”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지.”
“그럭저럭? 잘 되고 있다는 말이지?”
“응.”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MU 엔터테인먼트는 배우 쪽으로 유명 기획사이기도 하고, 작품 쪽으로도 잘 물어다 준다고 했으니 그런 면에서 만족이었다.
‘확실히 괜찮아.’
사실 소속사 선택에 관해서는 내가 이래라 저래라할 게 못 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연기 생활을 순탄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좋았다.
“근데 형, MU 엔터 쪽은 원래 생각해뒀던 거야?”
“응.”
“왜 MU 엔터인데? 아, 혹시 김민섭 실장님 때문에?”
“뭐,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치자?
어째 대답이 애매하네.
김민섭 실장은 2년 전, 그러니까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 파이널 생방이 끝나고 났을 때도 들었던 이름이었다.
형하고 계속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모 배우 기획사의 실장님. 그게 김민섭 실장이었다.
분명 다른 곳에서도 제안이 적지 않게 들어왔을 텐데 굳이 MU 엔터를 선택한 거 보면, 역시 김민섭 실장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아닐까 싶었다.
‘대답만 그렇지 실제로 그럴지도.’
뭐, 어쨌든 형의 MU 엔터행은 이대로 기정사실화된 거긴 하지만 형의 계약과 관련해 그 밖에 다양한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이를 테면, IN 엔터테인먼트로 간다는.
- IN 엔터로 간다는 말도 있던디
└ ㄹㅇ? 진짜로 IN으로 간다고?
└ 설마 IN을 가겠어ㅋㅋㅋ거기 배우풀 개 별론데
└ 이거 구씹이야 퍼나르지마
- 우도현 IN 엔터로 간다는 거 사실임?
- 왠지 무난하게 배우 기획사 갈 것 같은데 굳이 IN 으로 갈 이유가 있나?
- 이미 MU 엔터가 얘기 중이라고 기사 다 떴는데 뭘 그냥 MU 가겠지
아무래도 IN 엔터 이야기는 나와 엮여서 나온 듯 했다. 되도 않는 말이었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도 아예 생각이 없던 게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만.
“형 분은 계약 진행이 됐나요?”
정확히는 IN 엔터의 액터 계열 자회사였다. IN 엔터에서도 배우 관련 계열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나에게 접촉을 해왔다.
자신을 IN 엔터테인먼트 배우 계열사 IN Actors의 매니지먼트 본부 팀장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그렇게 형에 관해 물어왔다.
“죄송하지만, 저는 아는 게 없습니다.”
“아, 그런가요?”
“네.”
그런 내 말에 팀장은 꽤나 아쉽다는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이쪽에서 알려줄 것은 없었다.
같은 IN 엔터 계열이라고 해도 엄연히 저쪽과 이쪽은 다른 회사로 분리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IN 엔터의 배우 쪽은 별로다.
소속되어 있는 배우만 해도 라인업이 그다지 좋지 못하고, 거의 신인 배우 위주였다. 그래서인지 이적하는 일도 유독 잦았고.
‘그러니 IN 엔터는 아니지.’
그쪽 입장에선 형을 낚으면 좋겠다고 여기고 있겠지만, 그건 안 됐다.
“세현 씨는 그럼 얘기 좀 해봤어요? 형이 혹시 원하는 회사가 있는지 같은 거요.”
“아뇨. 일과 관련해서는 평소에 대화를 안 하는 편이라서요.”
“아······.”
그래, 그러니까 형은 포기하지.
형은 MU 엔터를 가야 하니까.
사실 그쪽과도 이미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 있는 상태겠지만.
“그럼 이것만 좀 전해줘요. 얘기할 생각 있으면 연락 달라고요.”
그리고 그대로 명함 하나를 받았다.
아무래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래도 일단은 받아들였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당연히 전할 생각은 없었다.
이후에도 형과 관련된 이야기가 기사를 통해서도 간간히 나오곤 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마침내 형의 계약 체결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졌다.
[공식] 우도현, MU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체결···“전폭적인 지원 하겠다.”
당연하게도 MU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리고 이 소식은 다시 한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 * *
형의 계약 소식이 기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그로 인해 한동안 인터넷이 꽤 시끄러웠었다.
“그래서? 이사는 언제 할 건데?”
─ 이제 곧.
그리고 형은 예정대로 본가를 나와 이사를 하게 되었다.
“어, 근데 주소가 어디라고 했지?”
─ 아직 말 안 했는데.
아, 아직 말 안 했었구나.
어쩐지 들은 기억이 없다했다.
그래도 MU 엔터테인먼트 근처로 하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 회사 가까운데 짱이니까.
“그래서 어딘데? 강남? 서초?”
─ 서초.
서초. 서초면 우리 숙소랑도 가깝네.
어쩌면 예상보다 얼굴을 자주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서초 어딘데? 가까울 수도······.”
─ 브리지 포레스트.
“뭐?”
─ 브리지 포레스트라고.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러니까 브리지 포레스트라면······.
─ 너희 숙소 앞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