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01화 (201/413)

201화.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

백은찬의 이모와는 그 뒤로 빠르게 헤어졌다. 그때까지도 백은찬의 이모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이가 그다지 좋지는 않거든.”

백은찬은 문득 그렇게 말했다.

우리 역시 그대로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방향을 좀 틀어야겠군.

“이쪽으로 가자.”

“이쪽?”

앞서 내가 말한 곳은 앞서 지나온 큰 길과 달리 조금 외진 길이었다. 사람이 없고 한적한.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리고 백은찬은 특별한 말 없이 그대로 나를 뒤 따라왔다. 이후 골목으로 완전히 들어선 뒤, 멈췄던 대화를 다시 이어 나갔다.

“어떻게 사이가 안 좋은 건데?”

“음. 구체적으로 나랑 외가지.”

“너랑 외가라고?”

“응.”

구체적으로 백은찬이 안 좋을 이유가 뭐가 있지. 앞서 말한 외가의 범위도 추측하기 힘들었다. 그냥 포괄적으로 다 인지.

“이모나 외할머니가 어렸을 적부터 날 별로 탐탁치 않아 하시는 분위기였어. 알다시피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내가 딸려온 모양새잖아.”

“그게 왜?”

“그냥. 외가 쪽에선 아무래도 친손자가 아니니 그리 눈에 차지 않으셨나봐. 불편한 일들이 꽤 있었어. 눈치도 좀 보이고.”

그래서 외가에 가기 꺼려했던 거군.

이제야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

“게다가 연습생이 되고 데뷔까지 하니까 그게 또 뭐가 마음에 안 드셨던 건지 유독 삐딱하게 보시더라고. 아, 이모 아들이 나랑 동갑이야.”

그것도 뭔가 알 것 같았다.

이대로 백은찬이 주목을 받고 승승장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겠지.

“예전부터 엄마가 많이 중재하시고 그랬었는데, 그것도 내가 못 보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되도록 안 마주치는 쪽으로 가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아예 부딪히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사실 이쯤 되면 근본적인 해결은 힘들 터였다.

그 안에서 백은찬이나 백은찬의 어머니도 분명 노력을 하셨을 테니.

“그럼 더 잘 돼야겠네.”

“뭐?”

그런 거라면 더 잘 되는 게 효과 직빵이다. 물론 지금도 꽤 잘 나가고 있고, 아마 그룹의 이름을 못 들어봤을 리도 없을 터였다.

그래도 지금 이상의 위치와 성과가 필요하다. 확실하게 더 잘 돼서 더는 앞선 말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배가 아팠으면 좋겠는데.

물론 지금도 아프긴 할 거다.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까지.

그리고 그런 내 말에 백은찬은 씨익 웃었다. 동시에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 더 잘 되려고?”

“더 열심히 해야지.”

“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겁니까?”

“응.”

“이거 큰일이네~ 우세현이 이렇게 칼을 갈면 진짜로 그렇게 되어버리는데~”

그렇게 한다니까 그렇네.

나름 진지했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그래, 그래. 알고 있어.”

그리고 백은찬은 한번 더 웃었다.

“그래서 아주 든든해.”

그 말을 하는 백은찬의 얼굴이 왠지 평소보다 기분이 좋은 듯 해보여서 굳이 그 이상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단순히 그룹이 잘 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백은찬이 조금이라도 덜 상처를 받게 되길 바랐다.

“근데 아까 모자 벗었을 때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어쩌려고 했어?”

“음, 그것까진 생각 안 해 봤는데.”

어쨌든 사람이 많고 하니 한번 시도를 해본 모양이었다. 나름 잘 풀려서 다행이긴 한데, 너무 뒤가 없던 거 아니냐.

“몰라, 아무 생각 없이 한 거라.”

“그래도 같이 얼굴을 깠으면 확률이 더 올라가긴 했겠네.”

“어? 뭐? 같이?”

“응.”

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나 역시 동참했을 거였다. 모자 벗기에. 적어도 2명이라면 그래도 좀 더 알아봐 주시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림이 약간 웃긴 것 같긴 하지만.

“와, 뭐야. 우세현?”

그러자 백은찬이 과하게 반짝반짝한 눈으로 날 봤다. 다소, 아니 굉장히 많이 인위적인 눈빛이었다.

“잠깐 모자 좀 벗는 게 뭐 대수라고.”

“하, 감동을 또 이렇게 받네.”

그러면서 백은찬은 한껏 애잔한 표정으로 콧등을 짚었다. 역시나 인위적인 모습이었다. 하여튼.

“빨리 가기나 해. 이거 다 녹겠어.”

“헐, 잊고 있었어. 내 아이스크림!”

그렇게 백은찬과 나는 아이스크림 캐리어를 하나씩 손에 든 채로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 * *

“그냥 확 말해버리지 그랬어요. 이모,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 초동 90만장 팔아요.”

“애초에 초동이라는 단어를 모르시지 않을까?”

“그럼 저희 앨범 이만큼이나 판답니다! 하고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거죠.”

신하람이 침착하게 열변을 토했다.

사온 아이스크림이 살짝 녹아있자 오는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 곧바로 추궁을 당한 탓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앞서 있던 일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아니다, 저희 초동이 몇 위죠? 그걸로 말하면 이해가 더 빠르실 텐데.”

“초동 15위.”

“헐, 뭐야. 세현이 형 왜 외웠어요?”

“응.”

원래 지난번엔 20위권 대였는데, 이번엔 15위로 올랐다. 본래 이런 유의미한 수치는 외우고 봐야 한다.

“15위였어요? 전 사실 17위인 줄 알았어요. 근데 이렇게 된 거 차라리 100만장으로 임팩트를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건 곧 100만장을 팔자는 이야기지?

아직까지 초동 판매량이 100만장은 아닌 터라. 세 자릿수라. 사실 지난 성적을 생각하면 이제는 그리 먼 숫자도 아니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뒷좌석에 앉아있던 차선빈이 백은찬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백은찬은 이미 잊은지 오래라면서 넉살 좋은 웃음을 보였다.

“그래, 좋은 것만 봐. 쓸데없는 말은 신경 쓰지 말고.”

“네. 그럴게요. 근데 내 아이스크림 거기 있어요?”

“여기.”

이에 안지호가 백은찬 몫의 아이스크림과 함께 티슈와 스푼을 건넸다.

그리고 이를 본 백은찬은 그대로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보다 우리 일본 가는 거, 다음주지?”

백은찬이 그대로 앞서 건네받은 아이스크림을 한 움쿰 떠먹으며 물었다.

“아, 맞아요. 그럴걸요.”

“아. KU-Concert.”

KU-Concert.

이 콘서트는 기업에서 진행하는 한류 페스티벌로 매년 다양한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사였다.

그리고 그만큼 매년 꽤 많은 수의 아이돌들이 이 행사에 참석했고,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에 이번엔 우리 역시 참석하게 되었다.

“아, 체이스도 있던데.”

“체이스?”

더불어 해당 라인업에는 체이스 역시 존재했다. 이제 곧 컴백이지만, 이번 행사에는 역시나 참석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체이스 일본에서 인기가 꽤 있었지.’

소속사가 RA 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이라 그런지 데뷔 당시부터 일본에서 꽤나 인기가 좋았다. 최근에는 아레나 투어도 했으니 더 올랐겠고.

행사는 총 3일에 걸쳐 진행이 되었는데, 우리와 체이스는 가장 마지막 날 무대에 오르기로 되어 있었다.

─ 일본?

“응.”

그리고 형에게도 이러한 일정을 미리 전해 두었다. 사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짧은 일정이긴 한데, 그래도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 어디 나가는데?

“KU-Concert.”

─ 아.

그 즉시 형이 알겠다는 듯 반응했다.

워낙 오래된 행사고 루트도 몇 번 나간 적이 있었으니까.

─ 좌석은? 비즈니스?

“응. 비즈니스.”

이번에도 비즈니스였다.

짧은 거리긴 하지만.

─ 그럼 좀 덜 불편하겠네.

“응. 비즈니스가 좋더라고.”

─ ? 마치 처음 타보듯이 말한다?

“아, 이전 스케줄 때 이미 타봤어.”

─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마치 예전에는 안 탄 듯이 말한다고.

뭔 소리야, 이게.

예전에 언제 내가 비즈니스를 탔는데?

─ 기억 못하는 거냐?

“내가 탄 적이 있었나?”

─ 이래서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거구나.

“나는 엄마랑 아버지가 키웠지.”

정확히 말하자면.

─ 예전에 한창 투어 했을 때. 그때 비즈니스로 티켓 보내줬잖아. 그새 잊었어?

“어? 그랬었나?”

─ 그래.

워낙 어렸을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생각해보니 의자 크기나 좌석별 간격이 이코노미와는 달리 꽤 넓었던 것 같기도 하고.

─ 그때 너 형이 비행기 태워줬다면서 엄청 좋아했는데. 그걸 이렇게 쉽게 잊네.

형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비행기를 타서 기분이 좋았던 건 기억이 나는데 그런 세세한 것까지는 기억이 안 났다.

그 뒤로도 형은 한참을 투덜거렸다.

한숨은 또 어찌나 쉬어대던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기억난다고 할 걸 그랬다.

그리고 며칠 뒤, 예정대로 멤버들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저기! 저기!”

“이쪽이야!”

출국일이 미리 알려져서 그런지 오늘따라 공항엔 사람이 많았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자들, 대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북적이는 공간 속에서 카메라를 든 이들이 이동하는 내내 나와 멤버들 주변을 맴돌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큐 분들이 계셨고, 심하게 붙어오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였다. 대부분이 적정선을 둔 채 멤버들을 찍었다.

그리고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앞서 올라온 기사 사진들을 확인해봤다. 역시나 많이도 올라와 있었다.

- 윈썸 세현, ‘케이유 콘서트 다녀오겠습니다.’ 오늘도 빛나는 외모 [포토탑]

- 윈썸 은찬, 멋있는 사복 패션 [ON포토]

- 윈썸 하람, 선빈, ‘형 그쪽이 아니야’

- 윈썸 지호, ‘카메라가 많네~’ [포토진]

- 윈썸 도운, ‘우리 멤버가 몇 명이었지?’

“우리 멤버가 몇 명이었지는 뭐야?”

“진짜 말 그대로 몇 명이었지 아니에요?”

“오우, 완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셨네.”

이에 도운이 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실소했다. 해당 사진은 도운이 형이 멤버들이 전부 다 나왔는지 수를 세고 있는 동안 포착된 사진이었다.

“와중에 뒤에 정답도 있네.”

“어디요?”

‘우리 멤버 몇 명~’ 바로 다음 사진은 ‘우리 멤버는 6명이에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렇게 탑승을 하고 난 뒤 그대로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대충 이런 구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적 비행기를 탔던 기억을 조금 떠올렸다. 형의 말 대로 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도 같았다.

“뭘 그렇게 봐?”

“아니, 그냥.”

“잘 거지?”

“응.”

눈이 꽤나 무거웠다.

그리고 수면 안대를 찾는데 어째 보이지를 않았다.

“필요해?”

그때 백은찬이 옆에서 안대를 들어 보였다.

“너 건?”

“2개 챙겼지.”

“준비성 하나 철저하네.”

“내가 원래 좀 뭐든 철저하잖아.”

어이가 없었지만, 안대는 빌려야했으므로 굳이 토를 달진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넘겨받은 수면 안대를 넘겨받았다. 와중에 토끼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일본 공항에 도착했을 땐, 예상외의 광경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

일본 간사이공항엔 평상시에 배가 되는 사람들이 눈앞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윈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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