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진짜 깜짝 놀랐다.
그대로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수많은 슬로건과 부채가 보였다.
그렇게 눈앞에는 나와 멤버들의 이름, 그리고 그룹의 이름이 적혀 있는 우치와(부채)들이 한 가득이었다.
“이쪽! 이쪽으로요!”
“윈썸!”
이후 경호팀의 가드를 따라 공항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와중에는 간간히 그룹이름이나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어우, 진짜 깜짝 놀랐다.”
백은찬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멤버 모두 앞선 상황에 적잖이 놀랐던 건지 차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번씩 숨을 내쉬었다.
어제, 오늘로 입국하는 케이팝 가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공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듣기로는 체이스도 오늘 입국한다고 했었으니까.
간간히 보이던 슬로건에는 우리 그룹뿐만 아니라 체이스 멤버의 이름 또한 보이는 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생각보다 많은데.’
사람도 사람이지만, 짧은 순간 윈썸의 이름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체이스의 이름이 가장 흔하게 보일 거라 생각했기에.
‘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전에 일본에 왔을 때도 역시 꽤나 환영을 받긴 했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사이 일본 내 인지도가 제법 늘기라도 한 건지 오늘은 꽤 많은 수의 팬들이 보였다. 뭐, 좋은 현상이긴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 공항에서의 일은 아니나 다를까 이미 커뮤니티에서도 말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 윈썸 원래 이렇게 일본에서 인기 많았어? 오늘 일본 공항에서 난리였다던데
- 윈썸 일본 반응 오고 있나? 일본 실트에 윈썸 있네?
- 공항 사진 보는데 윈썸 우치와 존많이네
- 윈썸 원래 일본 반응 꾸준히 오고 있는 중이었음 여기 멤들 비주얼 평균 좋으니
- 근데 그래봤자 체이스가 더 인기 많은 거 아니야?
‘확실히 실시간에 있네.’
확인 결과, 정말로 일본 실시간 트렌드에 있는 상태였다. 그와 더불어 공항에서 찍힌 사진들도 여러 장 보였다.
체이스의 일본 입국은 우리보다 조금 늦었는데, 그때도 역시나 공항은 인산인해한 모습을 보였다. 올라오는 사진으로 봤을 때.
그리고 와중에 체이스랑 같은 호텔이었다. 이대로 리허설 때나 마주할까 싶었건만, 바로 호텔 로비에서 딱 마주쳤다.
이화준과 명우진이었다.
둘 다 이전과는 머리가 달라져 있긴 했으나 투어 때와 머리가 같은 걸로 보아 아직 머리를 바꾸기 전인 듯 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앞서 가벼운 인사가 오갔다.
백은찬, 신하람과 함께 잠깐 호텔 앞 편의점에 나가려던 찰나였다.
“잠깐 외출하시는 거예요?”
이화준이 넉살 좋게 말을 걸어왔다. 역시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와중에도 시비를 잘도 털어왔다.
“네. 잠깐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근데 이쪽 출구보다는 저쪽 출구가 더 좋던데요. 사람도 없고.”
이화준이 웃으면서 말했다.
보아하니 체이스 역시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인 듯 했다.
“아시죠? 출구 몇 개 더 있는 거요.”
“네. 알고 있습니다.”
“아, 이미 알고 계셨구나. 전 또 모르고 계신 줄 알고요.”
그리고선 친절하게 어디에 있는 출구라며 콕 찍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한 그룹도 아니고 두 그룹이나 묵고 있는 호텔이다 보니 밖으로 모여 있는 사람이 꽤 됐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이화준을 향해 미소와 함께 인사를 전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이후 이화준은 손을 흔들며 자리를 먼저 벗어났다. 반면, 명우진은 가볍게 목례를 한 채로 지나쳤다.
“음, 딱 봐도 엿 먹이는 정본데.”
“제 생각도 그래요. 딱 봐도 그쪽 출구 아니에요.”
“근데 이게 또 엿 먹이는 거에, 엿 먹이는 걸 수도 있잖아?”
“당연히 아닐 거라는 심리를 이용하는 거라고요?”
“응.”
백은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쪽이나 우리나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피차 알고 있는 바니까.
하지만 이것에 관한 건 이미 답이 명확했다.
“저쪽 출구로 가자.”
“저쪽이요? 이화준이 말한 곳이요?”
“응.”
엿 먹일 의도는 분명했지만, 앞서 추측한 것처럼 이화준은 우리가 그쪽으로 절대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었다.
[‘이 새X들, 절대 안 믿겠지.’]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아, 물론 속으로.
“괜찮겠어요? 그냥 가려던 곳이 나을 것 같은데.”
“그래. 굳이 갈 필요 있어?”
“역이용 느낌이 제대로 나서.”
이에 백은찬과 신하람은 여전히 찜찜하다는 얼굴을 보였지만, 결국 나를 따라왔다.
“와, 진짜 사람 한 명 없어.”
“그러게요······.”
그리고 제대로 빙고였다.
* * *
KU-콘서트가 시작되었다.
3일 차 라인업은 마지막 날인 만큼 확실히 앞선 1, 2차보다 인지도 높은 그룹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공연 순서는 대충 체이스보다 두 무대 앞이었는데, 이건 인기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연차순이었다.
‘근데 오늘도 역시.’
무대 앞으로 우리 이름들이 많이 보였다.
슬로건부터 시작해 우치와, 그리고 눈꽃 모양의 응원봉까지.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응원봉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색 라이트.
이렇게 보이는 응원봉들도 반갑고 좋은데, 나중에 콘서트를 하게 되고 더 많은 응원봉을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직까진 상상이 되지 않았다.
공연한 곡은 총 3곡이었으며, ‘Strayer’, ‘Winning shot’, ‘Blue travel’ 순이었다.
[Winning shot.]
댄스 브레이크 직후, 다시 후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차선빈은 그대로 준비해두었던 모형총을 꺼내 들어 손안에서 돌렸다.
그리고 그 장면은 아주 제대로 얼빡으로 잡혔다. 겁나 멋있게. 그에 맞춰 함성이 절정을 이루었다.
게다가 오늘 하는 콘서트는 너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차후에 TV로도 방송될 예정에 있었다.
- 윈썸 오늘 기합 빡 들어가있는데?
- 라이브 존좋 완벽하다 진짜
- 차선빈 얼빡 카감님 감사합니다
- 역시 오늘도 라이브 잘한다 세현아
- 윈썸 응원봉 엄청 보이네
그 뒤로 이어지는 군무에도 멤버들은 모두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정확하고도 빠르게 동작을 이어 나갔다.
다만 방송에는 전부 나가지는 않고, 아마 최근곡인 위닝샷이나 블루 트래블 정도만 나가지 않을까 했다.
“오늘 무대 엄청 좋았는데?”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매니저 형이 나와 멤버들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그리고선 라이브나 퍼포먼스나 평소보다 기합이 더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며, 매니저 형이 한껏 만족스럽단 표정을 보였다.
음향이 좋아서 그런가.
그래서 라이브에 더 신경을 쓰기도 했고.
물론 그 밖에도 다른 이유가 더 있긴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윈썸.”
체이스.
체이스 때문이기도 했다.
무대로는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상대니까.
“오늘 무대 합이 좋았어.”
백은찬이 앞선 무대를 모니터링하며 말했다. 다시 보니 평소보다 땀을 훨씬 많이 흘린 듯한 모습이었다.
“무슨 소리에요. 합은 평소에도 좋았는데.”
“그렇긴 한데, 오늘 더 그런 것 같다고. 와, 다들 멋있네.”
“너도 빡셌어.”
“그러냐?”
화면을 보던 백은찬이 그대로 잠시 눈을 뗀 채 나를 보며 웃었다.
“아, 세현이 고음도 장난 아니더라.”
“힘 좀 줬거든요.”
“역시~”
옆에선 안지호와 차선빈이 조용히 물을 마시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꽤나 쏟아부은 건지 두 사람은 그대로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안지호나 차선빈이나 라이브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선명해서 무대 위에서 잠시 놀랄 정도였으니까.
‘함성도 꽤 컸지.’
그 덕에 더 흥분한 것도 있을 터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무대 위로 오르는 체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함성에 그대로 잠시 무대를 지켜봤다.
* * *
KU-콘서트가 종료되고 난 이후에 곧바로 각 그룹별 무대 직캠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와 체이스의 직캠 조회수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비등비등하네.’
누가 더 확실히 높다 하는 것 없이 꽤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였다. 그 사이 해외팬이 확실히 늘긴 한 모양이다.
“안지호. 조식 안 먹어?”
“······안 먹어.”
안지호는 침대에 파묻힌 채로 그대로 손을 휘적휘적 내저었다. 그냥 가라는 의미였다. 그래도 아침은 먹는 게 좋을 텐데.
그렇게 집합 장소로 가니 차선빈과 도운이 형만이 나와 있었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조식 패스였다.
“그래도 오늘은 조식 먹여야 하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먹이기 쉽지 않을걸요.”
“다시 가서 깨워볼까?”
그래봤자 일어날 것 같지가 않았다.
백은찬이나 하람이나 아침잠이 워낙 많으니까. 안지호는 귀찮은 게 크고.
“이따가 점심 때쯤부터라고 했지? 촬영.”
“네.”
KU-콘서트가 끝났지만, 하루 정도 일본에 더 머물기로 했다. 남은 일정동안 자체 컨텐츠를 찍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근데 놀이기구는 잘 타?”
윤도운이 조식으로 가져온 접시 위 과일들을 하나씩 찍어 먹으며 물었다.
오늘 찍을 자체 컨텐츠는 리얼리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놀이공원을 테마로 하는 리얼리티. 일본 놀이공원 여행기였다.
“전 높은 것만 아니면 돼요.”
“아, 세현이 고소공포증 있었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심한 건 아니었지만 될 수 있는 한 높이 올라가는 건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선빈이, 넌?”
“난···그냥 보통이야.”
“절대 보통 아니다. 얜 진짜 웬만한 건 다 잘 타.”
윤도운이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알아요?”
“예전에 연습생 때 회사 연습생들끼리 단체로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었거든. 근데 그 빠른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표정 하나 안 바뀌더라고.”
어쩐지 대충 상상이 갔다.
“근데 꼭 빠른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야. 느린 것도 좋아해.”
“그래?”
“응.”
느린 거라면 회전목마···까진 아닌가.
“형은요?”
“나? 나도 별로 가리진 않아.”
“높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건요?”
“그것도 가능은 해.”
아무래도 도운이 형도 차선빈이랑 비슷한 모양이었다. 두 사람 다 잘 타는 편이네.
“근데 그건 안 돼. 귀신의 집.”
“귀신의 집이요?”
“응.”
윤도운은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이로드롭은 괜찮고 귀신의 집은 안 된다는, 상당히 언발란스한 타입이었다.
“사실 놀이공원은 놀이기구도 기구지만, 그 분위기가 좋은 거긴 해.”
“분위기요?”
“응. 특유의 그 들뜬 분위기?”
아, 뭔지 알 것 같았다.
놀이공원만의 그 들뜬 분위기.
그걸 떠올리니 괜히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랬다. 가족들이랑 같이 놀이공원 갔던 거.
형은 무서운 건 워낙 잘 타는 타입이라 같이 갈 때마다 힘든 기억이 있었다.
“나머지 애들도 잘 타려나?”
“백은찬은 그럴 것 같아요.”
하람이랑 안지호는 약간 긴가민가했다.
아니, 안지호는 사람 많다고 싫어하려나.
어쨌든 아직 어떤 놀이공원을 가는 지까지는 들은 바가 없었다.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나 <유니버X 스튜디오>가 아닐까 싶었다.
다양한 테마파크가 공존하고 특히나 할리포터 테마파크로 유명한.
이후 조식을 마저 다 먹은 뒤, 곧바로 다시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 방 앞 복도에 있던 안지호와 마주쳤다.
“어디 갔다 와?”
“잠깐 매니저 형한테.”
“아. 밥은?”
“귀찮아.”
그러더니 곧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나.
어쨌든 그렇게 해서 점심이 다 된 시각, 우리는 카메라와 함께 오사카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가게 된 장소는 바로······.
“네, 여러분들이 앞으로 가실 곳은 바로, <유니버X 스튜디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