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자고로 빠르고 많이 돌아야지.
“유니버X 스튜디오요?”
“네.”
이에 스텝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예상한 대로 이번 자컨의 목적지는 <유니버X 스튜디오>였다.
“오, 거기 엄청 유명하잖아요. 놀이공원이라더니 거기 가는 거예요?”
“네. 아무래도 여기가 말씀하신 것처럼 유명하기도 하고, 테마파크인 만큼 여러 가지 찍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서요.”
이곳은 대략 10개의 테마파크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각 테마에 맞는 놀이기구가 있었고.
그래도 테마파크니까 일반적인 놀이공원보다는 기구가 덜 무섭지 않을까.
“와, 여기 가는 거 완전 좋아요! 저 여기 가고 싶었거든요! 할리포터, 할리포터!”
“그렇지. 여기 할리포터로 유명하지.”
멤버들도 촬영 장소가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신이 난 걸 보니.
“아, 근데 좀 무서운 곳 가도 됐었는데.”
“와, 이 형 뭐라는 거야? 무서운 곳을 왜 가요?”
“자고로 놀이기구란 좀 빠르고 많이 돌아야 재밌잖아.”
백은찬이 씨익 웃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그 의견엔 찬성할 수 없었다. 좀 빠르고 많이 도는 것의 대부분은 높은 곳을 날아다니는 기구들이었기에.
“사실 일본에 유명한 놀이공원이 하나 더 있어요. 무서운 놀이기구가 많다는.”
“어, 거기 재밌을 것 같은데?”
“악! 안 돼요!”
그래, 거긴 좀 그렇다.
사실 앞서 이미 어딘지 찾아본 터라 어떤지 알기에 더더욱. 거기 갔으면 정말로 내내 구경만 하다 왔을지도.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서 사실 거기를 갈까도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놀이공원은 도쿄에 있어서 그건 불가능했어요.”
다행이었다.
공연 장소가 오사카라서.
만약 도쿄였다면 그대로 꼼짝없이 거기로 갈 뻔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유니버X 스튜디오>에 가게 되었다.
“근데 다들 여긴 처음이야?”
“전 일단 처음이요.”
“저도요.”
알고 보니 멤버들 모두가 <유니버X 스튜디오>는 처음이었다. 나 역시도 처음이었고.
그리고 해당 테마파크에 도착하자 상징이라고 보여 지는 커다란 지구본 모형이 가장 먼저 나와 멤버들을 반겼다.
“와, 이거 사진에서 봤는데. 우리도 이 앞에서 단체 사진 찍어야 하는 거 아니냐?”
백은찬이 지구본 모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해당 지구본 모형 앞에서는 이미 상당히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자 이를 보던 안지호가 한껏 귀찮다는 얼굴로 말했다.
“사람 너무 많아, 나중에······.”
“헉! 지금이 타이밍이에요!”
그와 동시에 그 많던 관광객들이 마치 짠 듯이 지구본 모형을 우르르 떠났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구랄 것도 없이 백은찬과 신하람이 뛰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다.
“빨리 와! 이건 사진 찍으라는 계시야!”
“형들! 제가 딱 중앙을 잡았어요!”
“그래, 잘했어.”
이에 나 역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느릿하게 걸어오는 안지호를 마지막으로 멤버가 모두 모여 입장 기념사진을 찍었다.
“역시 가장 먼저는 할리포터죠?”
“당연하지. 아, 지도 있지 않았나?”
“여기 있어.”
윤도운이 이내 가지고 있던 지도를 들어 보였다. 앞서 스텝에게 받은 지도였다.
더불어서 찍는 카메라 이외에도 우리에게도 개인 카메라가 몇 개가 배분되었다.
“가장 가까운 곳부터 가.”
“안 돼요! 무조건 할리포터!”
“보니까 할리포터도 별로 안 멀어.”
“나도 거기 가보고 싶어.”
역시 가장 처음은 할리포터 테마존이었다. 다수결에 의한 선택이었다. 아니, 다수결이랄 것도 없이 거의 다였지만.
하지만 분명 지도에는 그리 멀게 표시되어 있지 않았건만 테마파크 내부가 넓어서인지 생각보다 걸어야만 했다.
‘오늘 꽤 덥네.’
한 여름인데다가 날씨도 쨍쨍해서 그런지 유독 더 더웠다. 그래서인지 주변으로는 양산을 든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우세현.”
그때 등 뒤에서부터 안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뒤를 돌았다.
“왜?”
“너 여기 손에 뭐 묻었다.”
“손?”
그리고 뭐가 묻었나 싶어서 보려는데, 그대로 안지호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손을 잡고 털었다.
“뭔데?”
“몰라. 그냥 벌레인가 보지.”
그러더니 곧 마치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앞서간다. 답지 않게 친절한 모습이었다. 놀이공원 분위기 버프인가.
“와.”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할리포터 테마파크. 눈앞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영화 속과 동일한 풍경이었다.
눈 덮여 있는 지붕들, 웅장하게 서 있는 붉은색 특급 열차. 전부 제대로 구현이 됐다.
“그러고 보니 여기 그거 파는 곳도 있지 않나? 교복이랑 지팡이.”
“맞아. 근방에 있어.”
“그거 하나씩 사도 돼요?”
곧바로 스텝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오히려 사전에 이미 그렇게 하려던 예정인 듯 했다.
그렇게 일단 영화 속에 나오는 기숙사 교복을 사러 오긴 했는데, 문제는 어떤 것을 사느냐였다.
할리포터 속 나오는 대표적인 교복 4개.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이 됐다.
“난 이미 고름.”
“어? 너 벌써 골랐다고?”
“엉.”
그 와중에 백은찬은 어느새 다 고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백은찬의 손에는 붉은색의 망토가 하나 들려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교복인 붉은색 교복은 백은찬과 꽤 잘 어울렸다.
“너랑 어울리긴 한다.”
“그러냐?”
이미지상으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상당히 잘 어울렸다. 해당 색이 잘 받는 것 같기도.
“형들. 이 두 개 중 뭐가 더 어울려요?”
그때, 신하람이가 두 가지 색상의 망토를 가져오며 물었다. 하나는 백은찬과 같은 붉은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초록색이었다.
“둘 다 괜찮은데.”
“음, 둘 중 하나 하고 싶은데 뭘로 할지를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난 파란색에 한 표~”
“파란색은 후보에도 없는데요?”
“아, 그래?”
백은찬이 앞에 있는 거울에 집중한 채로 답했다.
‘난 무슨 색으로 해야 하나.’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교복의 색은 이렇게 4가지였다.
“세현아, 골랐어?”
차선빈이 내게로 다가와 물었다.
그런 차선빈은 어느새 초록색 망토를 걸친 모습이었다.
“벌써 골랐어?”
“응. 이게 어울릴 것 같다고 매니저 형이 추천해주셔서.”
응. 그래. 매우 잘 어울린다.
초록색 교복을 입은 인물들은 대게 차가운 인상을 가진 이들이 많았는데, 차선빈 역시 워낙 확신의 냉미남이라 그런지 굉장히 잘 어울렸다.
“아직 못 골랐어?”
“응.”
그렇다면, 나도 매니저 형한테 추천이나 받아야 하나.
아니면 역시 나도 백은찬과 같이 주인공 교복? 그러고 보니 멜로우들이 어울린다고 했던 것도 있던 것 같은데.
“넌 이것도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대로 차선빈이 내게로 옆에 있던 교복을 하나 추천했다. 이것도 괜찮은 것 같다.
* * *
의상 고르기가 모두 끝난 이후, 각자 선택한 옷을 입고서 다시금 촬영에 나섰다.
“자, 갑자기 저희 옷이 모두 바뀌었죠?”
붉은색 망토를 걸친 백은찬이 들고 있던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멤버들은 저마다의 색상의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이쯤에서 한 명씩 빠르게 볼게요. 일단 저는 빨간색 교복이에요~ 이거 어울린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저도 결국 은찬이 형이랑 같은 색으로 골랐어요. 스텝 분들이 이게 제일 잘 어울린대요.”
“아, 결국 같은 거냐?”
신하람은 고민 끝에 결국 붉은색 교복을 선택했다. 거기에 손엔 지팡이까지 들고 있었는데, 유독 더 신이 나보였다.
“지호랑 선빈이는 같은 색깔이네요.”
“응. 초록색.”
안지호와 차선빈은 동일한 초록색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차선빈은 매니저 형의 추천이 있었고, 안지호는······.
“초록색이 맘에 들어서.”
“니가 초록색을 좋아했던가?”
“초록색이 제일 낫던데.”
그냥 초록색이 좋아서 골랐다고 한다.
근데 또 그게 굉장히 잘 어울려서 할 말은 없었다.
“도운이 형은 왜 노란색이죠?”
“저 이거 테스트 해봤거든요.”
“테스트요? 무슨 테스트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테스트요. 그때 노란색 기숙사가 나왔어요. 그래서 이걸 입었죠.”
테스트···같은 것도 있었군.
그러고 보니 오다가다 본 것 같기도 했다.
“자, 그리고 세현이는~”
그리고 백은찬이 곧바로 나를 향해 자신의 개인 카메라를 비추었다. 내가 입은 색상은 파란색이었다.
“세현이는 파란색을 입었네요~”
“오, 세현이 형 잘 어울려요!”
내가 고른 것은 파란색 교복.
앞서 파란색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차선빈의 추천이 있었고, 보아하니 멤버들 중 파란색을 고른 사람은 없기에 나름 다양성을 주고자 선택했다.
골고루 입으면 좋잖아.
“확실히 잘 어울리긴 합니다!”
“세현이 형은 파란색도 잘 받는 것 같아요.”
“잘생겨서 그래. 잘생겨서.”
어쨌든 그렇게 옷을 차려 입은 채로 본격적인 투어에 나섰다. 중간에는 버터맛이 나는 맥주를 한잔씩 마시기도 했다.
“음, 그래. 이런 맛이구나.”
“맥주가 원래 이런 맛이에요?”
“아, 하람이 넌 마셔본 적이 없지.”
무알콜이라 하람이도 마실 수가 있었는데, 맥주를 마시는 동안은 마치 짠 듯한 침묵 만이 한동안 감돌았다.
“맛없네.”
안지호의 한마디를 빼고.
“그러고 보니 그거 타야지. 그거.”
“그거?”
“놀이기구!”
또한 테마별 놀이기구도 테마파크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할리포터의 경우 3D를 이용한 놀이기구라고 들었다.
대충 롤러코스터 비슷한 생김새였는데, 신하람은 이를 보더니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바로 360도로 회전하는 롤러코스터! 그리고 이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백스텝으로 움직이는 롤러코스터도 있었다.
한마디로 X친 기구들이었다.
“난 안 돼.”
“어? 우세현 안 타?”
“저걸 보고 어떻게 타겠어.”
지금도 눈앞에서 롤러코스터가 360도로 아주 열심히 돌고 있었다. 여기에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덤이었다.
“일단 강요는 안 할게. 근데 이거 하나만 알아둬. 아마 저걸 타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아주 새로운······.”
“네. 그냥 나눠지죠.”
새로운 경험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나눠지기로 했다.
롤러코스터 탐험대와 비 탐험대로.
“와, 이게 또 딱 나눠지네?”
정확히 3 : 3 으로 나누어졌다.
비 탐험대로는 나와 하람이, 그리고 안지호가 나서게 되었다. 그 외 나머지 멤버들은 롤러코스터 탐험대.
와중에 안지호가 비 탐험대에 선 게 좀 놀라웠다. 전혀 안 무서워할 것 같은데.
“안지호, 너도 비 탐험대야?”
“어.”
“너도 높은 곳 무서워했었나?”
“아니.”
그럼 왜 비 탐험대냐.
그러자 안지호가 단호하게 답했다.
“빠른 게 싫어.”
아, 그랬군.
납득할 만한 이유였다.
그리고 360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에 도전할 멤버들은 먼저 떠나고, 나와 같은 비 탐험대 멤버들은 그대로 지도를 펼쳤다.
“형들, 들어보니까 여기가 놀이기구가 좀 낫대요.”
“여기?”
그리고 신하람이 가리킨 곳을 안지호와 함께 동시에 확인해보았다. 음, 그래. 여기는 좀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테마파크에서는 생각 외의 놀이기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헉! 이거 곰돌이 카트인가봐요!”
그러니까 굉장히 아기자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