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그러게 후딱 찍었어야지.
놀이 공원 리얼리티 1편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시점, 마침내 2편이 업로드되었다.
‘놀이공원의 비밀, 혹시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따로 뭐 미션 같은 거라도 했나.’
그리고 이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장수연은 해당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기대감 가득한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지난 편에 이어서 이번 편에서는 놀이기구를 즐기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편에서 퍼펙트 랜드로 향했던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 한창 재밌게 놀이기구를 타는 멤버들~]
[하람 : 아, 이건 좀 난이도가 낮네요~]
[지호 : 원래 애들용이 그렇지.]
[세현 : 그래?]
- ㅋㅋㅋㅋㅋㅋㅋㅋ애들 엄청 좋아하는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 재밌어 하는 거 티 남ㅋㅋㅋㅋㅋㅋ
- 특히 세현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세현 ㄱㅇㅇ ㄱㅇㅇㅠㅠㅠㅠ
- 세현이 재밌나봐ㅠㅠㅠㅠㅠㅠㅠㅠ
“아, X친, 진짜 귀엽네.”
안 그런 척하지만, 신하람과 안지호 모두 꽤 재밌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거기에 우세현은 누가 봐도 재밌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람 : 다음엔 저거 어때요?]
[세현 : 바이킹?]
[지호 : 타.]
[하람 : 자리는 어떻게 할까요? 맨 뒤? 이거 별로 안 무서워 보이는데!]
[세현 : 그래.]
[그대로 바이킹에 올라타는 멤버들]
그리고 바이킹에 탑승한 신하람은 그대로 손까지 든 채로 신나게 소리를 질렀고, 안지호는 덤덤한 모습으로 작게 소리 질렀다. 반면, 우세현은 조용히 고개를 살짝 숙였다.
- 아ㅋㅋㅋㅋ세현이는 무서웠나ㅋㅋㅋㅋ
- 세현이는 왜 계속 고개 숙이고 있어ㅋㅋ
- 하람이 신난 거 보소ㅋㅋㅋㅋㄱㅇㅇ
- 지호도 신났네ㅋㅋㅋㅋㅋ와중에 작게 소리지는 거 졸귀
[~그 밖에 놀이기구를 타는 멤버들~]
[피날레로 회전 목마에도 탑승!]
- 알차게도 탔다ㅋㅋㅋㅋㅋㅋ
- 아 저 회전목마였구나ㅋㅋㅋㅋㅋ
- 지호는 부끄럽나봐ㅜㅜㅜㅜ고개 숙이는 거 ㄱㅇㅇㅋㅋㅋㅋㅋ
- 세현이는 왜 이렇게 집중하고 있냐ㅋㅋㅋㅋㅋ
[하람 : 형들! 손 흔들어요!]
- 막내만 신났어!ㅋㅋㅋㅋㅋㅋ
- 오구오구 우리 막내만 싱났네ㅜㅜㅜㅜ
- 매니저 님 사진 좀 올려주세여
그렇게 화면 속에는 신하람만이 활짝 웃는 얼굴로 클로즈업 되어 잡힐 뿐이었다.
반대로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타러 간 멤버들의 모습 또한 화면 속에서 이어졌다.
한껏 신나 보이는 백은찬의 얼굴을 필두로, 언제나와 같은 차선빈의 덤덤한 모습과 정신없어하는 윤도운의 모습이 그려졌다.
[은찬 : 와, 진짜 너무 재밌어.]
[선빈 : (끄덕)]
[도운 : 아오, 나는 왜 이렇게 힘드냐.]
- ㅋㅋㅋㅋ도운이 애들 보호자 같고요ㅜㅜ
- 선빈이 조용히 끄덕이는 거 너무 졸귀다 진짜
- 백은찬 진짜 신나보임ㅋㅋㅋㅋㅋㅋㅋ
[은찬 : 다음은 이거요, 이거!]
[선빈 : (끄덕)]
[도운 : 어디? 어디라고?]
한껏 신나 보이는 백은찬에 비해 윤도운은 어쩐지 정신없는 얼굴로 그런 두 사람을 이리저리 따라다니기 바빴다.
그리고 어느덧 놀이기구 체험 시간이 끝이 나고, 멤버들은 사전에 약속된 장소에 한데 모였다.
그와 동시에 밝혀지는 미션의 정체.
[제작진 : 사실 여러분. 오늘 촬영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놀이공원의 진실’.
그것은 바로 안지호의 숨겨진 특별 미션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제작진 : 네. 그 사람은 바로, 지호 씨였습니다!]
[은찬 : 안지호라고요?]
[하람 : 지호 형이 뭘 했는데요?]
이에 멤버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지호를 쳐다봤다. 예고편에도 등장했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 헐?
- 지호가 스파이임?
- 미션이 있었다고? 무슨 미션?
- 아 왠지 이럴 것 같더라ㅋ
“아, 역시. 뭔가 미션이 있구나 했는데.”
장수연 역시 아예 예상을 못 한 바는 아니었다. 다만, 그게 멤버 비밀 미션일 줄은 몰랐다.
[지호에게 주어진 숨겨진 미션 : 모든 멤버와 왼손 부딪치기!]
그리고 그 순간, 자막과 함께 안지호에게 주어진 비공개 미션이 공개되고 동시에 안지호의 지난 미션 활약상이 파노라마처럼 보여 졌다.
[지호 : 우세현, 너 여기 손에 뭐 묻었다.]
[지호 : 야, 선빈아. 하이파이브.]
[지호 : 잠깐 이것 좀 가지고 있어봐.]
[신발끈을 묶는 척 하람이 손 터치!]
- 앜ㅋㅋㅋㅋ모야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짐ㅋㅋㅋㅋㅋ
- 아 세현이한테 일빠로 했네 그래서인지 가장 뜬금없긴 함ㅋㅋㅋㅋㅋㅋㅋ
- 와중에 선빈이는 의심도 안하는 거냐곸ㅋㅋㅋㅋㅋㅋ
- 은근 선빈이랑은 자연스러웠음ㅋㅋㅋ
안지호의 나날이 발전하는 미션 수행 방법에 댓글창은 어느새 ‘ㅋㅋㅋㅋㅋㅋ’로만 도배가 된 상태였다.
[지호 : 힘들었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다음에도 또 맡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내가 볼땐 다음에 애들이 백퍼 지호부터 의심하고 본닼ㅋㅋㅋㅋㅋㅋ
- 근데 다음에도 잘할 것 같긴 해ㅋㅋㅋ
- 다음엔 더 치밀하게 준비할 듯ㅋㅋㅋㅋ
- 대결 구도로 가는 것도 좋다 누가누가 더 잘 속이나ㅋㅋㅋㅋㅋ
그리고 안지호의 소감을 마지막으로 리얼리티는 정말로 클로징을 찍었다. 이에 냉정하게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에 장수연은 잠시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잠깐. 이게 끝이야? 상품은?”
그때,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쿠키영상.
쿠키 영상으로 보여지는 것은 기념품 샵에서 상품을 고르는 안지호를 포함한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지호 : 양말.]
[은찬 : 양말을 산다고?]
[세현 : 양말이 실용적이긴 하지.]
- 아앀ㅋㅋㅋㅋ결국 양말이냐고ㅜㅜㅜㅋㅋ
- 응 그래 안지호답다 ^-^
- 와중에 세현이는 실용적이라고 옹호하는 것봐ㅜㅜㅜㅋㅋ둘이 mbti 찰떡일 듯
- 은찬이의 저 놀라는 표정ㅋㅋㅋㅋㅋ
- 양말도 찍어서 올려주라ㅠㅠㅠㅠㅠ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놀이공원의 리얼리티는 정말로 끝이 맞이했다.
* * *
“어, 뭐야. 안지호 양말 진짜 올렸어?”
한창 공식 계정을 확인하던 백은찬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리얼리티가 업로드 되고 난 뒤, 안지호는 곧바로 상품으로 받은 수면 양말을 SNS에 올렸다.
“어.”
“근데 이런 건 착용샷으로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양말만 덜렁이야?”
백은찬이 앞서 안지호가 올린 사진을 살펴보며 말했다. 안지호가 올린 사진은 깔끔한 배경 속에 양말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사진이었다. 태그는 #상품 #양말입니다.
“근데 착용샷보다는 그냥 양말을 들고 찍는 게 좋지 않아요?”
“뭐든 얼굴이랑 같이 있어야지. 양말만 덜렁은 뭐냐.”
그래도 와중에 공식 계정과 팬 커뮤니티에 각각 다른 사진을 올렸다. 그러니까 똑같은 양말 사진이라도 각도가 조금 달랐다.
“올릴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그러게 메이크업 했을 때 빨리 찍었어야지. 엉?”
“아, 시끄러워.”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짜증 섞인 말에 백은찬은 입꼬리를 씨익 올려 보였다. 아침부터 둘 다 힘도 좋았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간단한 해외 인터뷰 하나가 잡혀 있었다.
해당 인터뷰는 미국에 있는 모 매체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였는데, 영어로 진행이 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나올 질문을 사전에 전달받았고, 그에 대한 답변도 어느 정도 만들어둔 상태였다.
답변을 거의 영어로 준비를 해두긴 했는데, 스텝에 따르면 중간 중간 한국어로 자유롭게 이야기해도 상관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일단 생방도 아니고 자막을 통해서 알아서 다 편집이 되어서 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물론 평소에도 영어 공부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아직 부족한 게 많았다.
리스닝은 그래도 좀 나았으나 역시나 말하는 건 아직까지 힘에 좀 부쳤다.
그리고 인터뷰가 얼마 안 남은 시각, 관련 스텝이 다시 한번 간략한 설명을 위해 대기실을 찾았다.
“다들 질문지는 미리 확인해보셨죠?”
“네. 확인했습니다.”
“윈썸은 전원 한국인이죠? 한국말 섞어도 해도 되니까 영어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스텝이 한껏 친절한 얼굴을 해 보이며 말했다. 요즘은 워낙 다국적 그룹이 많아 그룹마다 외국인이 있는 경우가 꽤 많긴 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스텝은 너무 부담 갖지 말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하고 갔다.
부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든든한 구석은 있었다.
그 뒤로 얼마 안 가 인터뷰 준비가 마무리 되고, 준비된 좌석에 앉아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앞에 보이는 스크린 화면에 오늘 인터뷰의 질문이 하나씩 띄워졌다. 다만, 영어로만 쓰여진 건 아니었고 밑에 작게 한글 또한 함께 적혀 있었다.
인터뷰어는 따로 없었고 해당 질문을 보고 그때그때 바로 대답을 하면 되는 형식이었다.
[Q.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단체 인사와 함께, 각자가 준비한 짧은 소개말을 돌아가면서 하게 되었다. 첫 시작은 차선빈이었다.
[반갑습니다. 차선빈입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기쁘고, 잘 부탁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스텝들의 표정도 ‘오-’하는 얼굴이 됐다. 역시 발음 한번 듣기 좋다. 물론 목소리도.
* * *
차선빈은 어렸을 적에 호주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멤버들 중에서 가장 영어에 친숙, 아니 능숙한 멤버였다.
그래서 준비를 하는 동안 발음 피드백을 바로 받는 것도 가능했다. 게다가 평소에도 저음이었던 목소리가 영어를 할 때면 더 저음이 되는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동굴 저음인가.
그리고 그런 차선빈을 보며 앞에 있는 스텝들은 저마다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뭐야, 영어 잘하네?”]
[“살다 왔나?”]
그렇습니다. 잘하죠. 우리 멤버가.
이와 같이 인터뷰는 차선빈을 필두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Q. 각자 취미가 있다면?]
“[게임하기~]”
“[재밌는 너튜브 영상보기!]”
“[그냥 집에 있는 걸 즐깁니다.]”
와중에 안지호도 발음이 좋았다.
내 생각엔 차선빈 다음으로 좋은 것 같았다. 일본어도 꽤 능숙했는데, 영어도 괜찮은 걸 보니 언어에 재능이 많은 타입인 듯 했다.
[Q. 성인인 멤버들은 운전면허를 딸 생각이 없는지?]
올해 신하람을 제외하고 멤버 모두 성인이 된 터라 그간 이런 면허 관련 질문을 꽤 받곤 했었다.
가장 먼저 대답한 건 백은찬이었다.
“일단 아직 면허 생각은 없어요. 워낙 바쁘기도 하고, 지금은 굳이 필요하지는 않아서요.”
“[저도 아직 없습니다.]”
차선빈이나 안지호 역시 백은찬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운전은 아직 생각이 없었다.
다만, 도운이 형은 예외였다.
“[저는 이미 있어요.]”
도운이 형은 작년에 활동이 비는 시기, 시간을 내어 가장 먼저 면허를 땄다. 그러자 면허를 따게 된 계기에 관해 질문이 돌아왔다.
“멤버들을 태우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멤버 중 누군가 면허가 있으면 편하잖아요.”
“오, 역시 리더.”
“근데 형, 아직 장롱이지 않아요?”
“······그건 맞습니다.”
윤도운이 그대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형! 이제 장롱에서 꺼내면 되죠!”
“그래, 꺼내긴 꺼내야 하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어.”
“아, 아직 준비 전이에요?”
아무래도 도운이 형의 면허증은 당분간은 여전히 장롱에 있을 모양인 듯 했다.
[Q. 요새 공부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영어 공부!]”
신하람의 앞선 외침에 멤버들은 그대로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영어 공부만큼 하는 게 없으니.
“근데 선빈이 형이 많이 알려줘요. 형이 또 예전에 호주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거든요.”
“아, 맞아. 언제였었지?”
“6살 때쯤이요. 아버지 일 때문에 호주에서 잠시 살았었거든요.”
“그래서 거의 선생님이에요. 선생님.”
그러자 차선빈은 그대로 살짝 미소 지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오갔다.
룸메이트를 묻는 질문부터 옆 사람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뭘로 할 것인지 등등.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질문.
[Q. 멤버들끼리 사이는 좋은가요?]
어, 이건 사전에 없던 질문인데.
미리 받았던 질문 리스트에서 보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갑자기 추가된 질문인가.’
그렇지만, 대답 자체는 고민할 것도 없이 굉장히 쉬웠다. 한마디면 끝날 정로도.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대답을 이어 차선빈이 조용히 대답을 조금 덧붙였다.
“[단순히 멤버라기보다는 친구예요.]”
아, 역시 발음.
자연스럽게 귀에 꽂히는 발음에 나도 모르게 차선빈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당연하게도 대답도 좋았고.
그와 동시에 앞선 질문과 이어지는 질문이 또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좋은 팀워크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그냥 같이 있으면 편해요. 이제는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아마 그런 것에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다른 멤버들 역시 딱히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질문을 넘겼다.
중간 중간 짧지만 영어로 대답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한국말로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앞과 같은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질문은 다시 한번 이어졌다.
[Q. 그럼 각자 누구랑 가장 친한가요?]
아니, 이딴 걸 왜 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