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08화 (208/413)

208화. 밥 먹기 좋은 날씨 같아서.

앞서 있던 사전에 없는 갑작스러운 질문. 질문 내용도 상당히 뭔가 싶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잘못 말했다가는 멤버 사이를 흔히 궁예 할 수 있게 만드는 질문.

이에 나는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모든 멤버와 사이가 좋아요.]”

동시에 멤버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제대로 말한 게 맞나 싶긴 한데, 어쨌든 의미상은 전달이 됐을 터였다.

특별히 누구할 것 없이 모두와 친하다고.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내 답변에 이어 차선빈이 언제나와 같은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멤버들은 서로 모두 친해요. 그래서 항상 모두와 같이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워요.]”

“그렇죠. 이제 누가 빠졌을 때가 허전해요. 이게 또 한눈에 보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차선빈의 말에 이어 다른 멤버들 역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나씩 덧붙였다.

‘아무리 봐도 일부러 사전 질문 리스트에 안 넣은 거네.’

갑작스러운 돌발 질문에 대한 제작진들의 의도가 보였다. 근데 뭐, 인터뷰 도중 이러한 돌발 질문이 날아오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 크게 당황할 것도 없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크게 동요하는 기색 없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고.

그리고 이를 두고 앞에 있는 스텝들은 또 다시 저마다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차 얼마 안 되지 않았나. 대답 잘하네.”]

[“뭐야, 스무스하게 넘어가네.”]

[“당황하는 그림 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꽤 아쉽다는 반응들이었다.

와중에 사전에 없던 질문은 몇 개 더 이어졌는데, 대부분이 비슷했다.

[Q. 같은 업계의 친구가 있다면?]

대충 가요계의 친구가 있냐는 질문이었다.

“저희 멤버들이 최고의 친구들이죠.”

“솔직히 말해서 저는 형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그게 그렇게?”

앞선 하람이의 당찬 답변에 이를 보던 도운이 형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이 질문의 경우, 이어지는 질문이 하나 더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했다.

[“아, 질문 하나 날리네.”]

그렇게 날린 질문은 대충 ‘그렇다면 여자인 친구도 있겠네요?’라는 질문이었다. 아마 앞에서 답변으로 ‘YES’를 했을 시 들어올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설령 그랬다고 해도 잘 대답했겠지만. 그래도 나름 서바이벌 출신이었기에 다들 인터뷰엔 도가 터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그로 질문은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라서.

그 이후로도 인터뷰는 계속되었다.

다만 앞과 같은 돌발적인 질문은 없었고, 사전 리스트에 있던 대로 평이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

[Q. 윈썸이 생각하는 ‘무대’란?]

앞서 제각기 다른 대답들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뒤를 이어 내가 입을 열었다.

“[항상 완벽하고 멋있는 무대를 보여드리는 것. 그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 멤버들과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카메라의 빨간불이 꺼졌다.

* * *

“와, 중간에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혼났다.”

백은찬이 그대로 대기실 소파에 힘 빠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중간에 다른 질문은 뭐야?”

“아, 맞아요. 다른 질문 있었죠.”

“갑자기 연달아서 모르는 질문이 나오길래 이건 뭔가 했어.”

“가끔 그렇게 돌발 질문 던지나 보더라. 몰랐는데.”

“아, 그래요?”

이왕 던질 거면 그런 쓸데없는 질문 말고 제대로 된 질문을 던졌으면 하는데. 괜히 아깝게 질문 소모만 한 느낌이었다.

“근데 선빈이 형 발음은 진짜!”

“오, 맞아. 차선빈 발음 대박.”

와중에 백은찬과 신하람이 차선빈을 바라보며 각자 엄지를 세웠다. 그걸 본 차선빈은 이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웠다.

“연습 많이 한 거야.”

“그래도 연습해도 그 발음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대박 아니냐?”

“형, 저희도 더 연습하자고요.”

“내가 그래도 너보단 낫지.”

“뭐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차선빈을 제외하고는 다 비슷비슷했다. 아, 안지호는 조금 위지. 어쨌든 영어 공부에 조금 더 힘쓸 필요가 있었다.

- 오늘 올라온 애들 인터뷰 봤어? 애들 영어하는 거 존귀

- 윈썸 영어 인터뷰 하는 영상 올라왔네ㅋ 근데 생각보다 다들 발음 좋음

- 차선빈 혹시 외국에서 살다왔어? 발음 존나 쫀득하네?

└ 조금 더 보다보면 나와 어렸을 때 잠깐 살다 왔대

└└ 아 ㄹㅇ? 어쩐지 발음 존좋이다 했다

└ 영어하는 목소리 개좋음

- 근데 여기는 원래 질문이 이럼? 무슨 멤버들이랑 친하냐고 물어보고; ㅈㄴ 황당

└ ㅇㅇ 원래 좀 이런 쌩뚱 맞은 질문하는 것 같음 일부러 그러는 건지

└ 에바야; 근데 애들이 답변 잘함

└ ㅇㅈ 세현이가 침착하게 잘하드랑

└ 똑또기들이야 아주

- 윈썸에 그래도 영어 하는 사람 있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차선빈이 호주에 살았다는 걸 이야기한 적이 없었지.’

적어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던 걸로 안다. 그래서인지 꽤나 놀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더불어서 목소리나 발음 좋다는 말도 많았고. 그걸 보고 있자니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은 일 있어?”

그때, 차선빈이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좋은 일이라기보단 기분이 좋지.

“선빈아.”

“응.”

“목소리 좋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차선빈은 작게 미소를 짓더니 이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이에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나도 모르게 같이 웃었다.

* * *

형의 복귀작 소식이 전해졌다.

얼마 전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수혜 작가의 작품을 하게 되었으며, 이 소식은 언론을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전해졌다.

[공식] 우도현, 복귀작으로 TNC 새 드라마, ‘시간 감지자’ 출연 확정

우도현, 정기훈 주연의 TNC ‘시간 감지자’ 를 통해 오랜만에 안방 돌아온다 [단독]

얼마 전에 복귀한 아이돌 그룹 루트 출신의 멤버이자, 배우 우도현이 TNC 새 드라마 <시간 감지자>에 출연한다.

<시간 감지자>는 시간 판타지 장르물로써 시간을 되돌리는 신비한 힘을 가진 ‘감는 자’와 감는 자가 돌린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감지자’간의 서스펜스 추리 수사물이다.

- 헐 시간 감지자? 우도현 이거 나오는 거야?

- 우도현 주연이네 근데 정기훈이라는 거 보니 투톱물인가본데

- 미쳤다 정기훈, 우도현 조합인 거임? 존나 좋아ㄷㄷㄷ

- 이거 판타지 장르야? 럽라 있음?

└ ㅇㅇ 시간 판타지 장르물 럽라는 없고

- 우도현 원래 대본 잘 보기로 유명해서 어떨지 기대된다ㅋㅋㅋㅋ

└ ㅇㅈ 정기훈이 주연인 것도 존좋

- 딱 봐도 정기훈이 메인 주인공롤이네 우도현이 2롤 정도 되는 듯

└ ㅇㅇ 일단 서사가 정기훈이 압도적이야 게다가 정기훈 있는데 당연 정기훈이 1롤이겠지

‘주연은 결국 정기훈으로 확정 났군.’

전에 이야기했던 메인 주인공롤의 선배 배우. 그 사람이 바로 정기훈이었다. 그때 당시에도 주인공 롤로 가장 물망에 올라와 있던 상태였는데, 확정이 된 모양이었다.

정기훈은 40대 초반의 탑급 남배우로, 분위기 있는 외모와 타고난 연기력으로 꽤 많은 장르물을 필모로 두고 있었다.

‘정기훈이면 생각보다 더 잘 되겠는데.’

정기훈이 가장 최근에 했던 드라마도 꽤나 화제성도 좋고 시청률도 잘 나왔던 터라 아마 이번 작품 역시 주목을 끌 터였다.

‘스토리도 꽤 재밌어 보이고.’

형의 복귀작, <시간 감지자>의 주요 내용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세상에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나타나고, 정부를 이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렇게 생겨난 힘을 무차별적으로 혹은 범죄에 악용하는 이들이 생겨나자 정부는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경찰 내부에 특별 부서를 하나 설립한다.

또 하나, 세간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자들만이 아닌 ‘감는 자’가 돌린 시간을 ‘감지’하는 게 가능한 특별한 이들도 함께 나타났는데, 해당 부서는 이러한 ‘감지자’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형이 맡게 된 역할은 이러한 특별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인물이자 주연 중 한 명인 현재민이라는 인물이었다.

현재민은 20대 후반의 나이에 경찰청 특별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프로파일러였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감지자였고.

이러한 현재민에게 한 가지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감지 능력을 유년기 때 각성하였다는 점이었다.

보통 아주 빨라도 10대 후반, 일반적으론 성인이 될 시기에 각성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에 비해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특이점으로 인해 그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경찰의 사건 해결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여기에 정기훈이 맡은 메인 주인공인 권진우는 특별 부서의 팀장으로서, 이러한 현재민의 감지 능력을 직접 발견하고 찾아낸 인물이었다.

<시간 감지자>는 이러한 권진우와 현재민의 합동 추리 수사물이었으며, 특별 부서팀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었다.

- [HOT!] 이번에 대박날 것 같은 TNC ‘시간 감지자’ 캐스팅 목록.jpg

권진우 역 : 정기훈

- 특별 부서 팀장

현재민 역 : 우도현

- 특별 부서 소속 프로파일러

김아연 역 : 한사라

- 특별 부서 소속 정보 요원, 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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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팅 좋다 이거 보려고 했는데

└ 이거 캐스팅 확정이야?

└└ 적어도 여기 있는 배우들은 전부 확정

└ 우도현 비중 많으려나 정기훈에 연기 밀리는 거 아님?

└└ 당연히 많겠지 거의 투탑물인 수준 같던데 일단 부서에 사람이 몇 없음

└ 한사라가 여주야? 정기훈하고 비주얼 합이 나름 괜찮네

└└ 3롤 정도 되는 것 같음 근데 러브 라인 같은 건 없어서 엮일 일은 없을 듯

└ 한사라도 나오네? 한사라 존예ㅜㅜㅜ 한사라 요즘 연기 완전 물 올랐잖오

└ 벌써 대박의 기운이 느껴지긴 하네 내 생각에 우도현만 연기 잘하면 될 듯

└ 우도현 연기 잘할 것 같은데ㅋㅋㅋ의심부터 하는 애들 존많이네ㅋㅋㅋㅋ

└└ 망하라고 고사지내는 거지 뭐

일단 반응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캐스팅도 잘 된 편이고, 이수혜 작가의 전작이었던 장르물들 대부분이 성적이 괜찮았기에 대체로 기대된다는 반응이었다.

‘촬영이 곧이라고 했었지.’

어제 통화에서 곧 대본 리딩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앞으로 촬영 시작이 머지않아 있었다.

‘보통 필요한 게 뭐가 있지.’

그래도 오랜만의 현장이고, 촬영이고 할 테니 뭔가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그러니 대충 필요할 만한 걸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는 게 없으니 일단 검색에 나섰다.

‘대본 케이스, 의자, 우산······.’

대충 이와 같은 것들이 나왔다.

보니까 의자에는 직접 자수를 박거나 커스텀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차 안에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이런 의자를 쓸 시간이 있나.’

그렇다고 해도 일단 필요하긴 해보이니 목록에 넣었다. 고르기 귀찮은데 이왕 하는 거 여기 있는 거 그냥 다 할까.

‘아니면 그냥 형한테 필요한 걸 묻는 방법도······.’

지이이잉-

그때, 옆에 두었던 폰이 짧게 진동했다.

그대로 화면을 확인하니 이내 익숙한 이름 석 자가 보였다. 익숙하지만, 그다지 달갑지는 않은.

[신도하 선배님]

: 오늘 날씨가 좋네.

그 말에 무심코 창밖을 봤다.

정말로 좋긴 한데, 어쩌라는 건지?

[신도하 선배님]

: 밥 먹기 좋은 날씨 같아서.

이 인간도 독심술을 하나.

쓸데없이 답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 이건 지난번 그 얘기 같은데. 가면 아래 가수에서 했던 밥 얘기.’

그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차일피일 미룬 꼴이 됐다. 아니, 애초에 그러겠다고 약속을 한 건 아니니 미룬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그때의 피드백이 궁금했다.

마침 스케줄도 비던 차라 이쯤 되면 한번 만나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간단하게 피드백을 듣고, 단순하게 밥만 먹고 나오기.

그래, 그렇게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근데 어째 타이밍이 묘한데.’

형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고 난 뒤 얼마 안 된 타이밍이었다. 그러고 보니 신도하는 형의 복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부정적인···쪽은 아닐 것 같고.’

어디까지나 내 감에 불과하지만, 형의 복귀를 적어도 아니꼽게 보지는 않을 터였다.

이전에 형한테 아직까지 미안해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아주 긍정적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지이이이잉-

그 순간, 앞에 있던 폰이 다시 한번 크게 진동했다.

[신도하 선배님]

: 밥 먹자, 세현아.

짧은 사이에 몇 개를 보내는 건지.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이에 대한 답을 곧바로 보냈다.

[우세현]

: 어디서 뵐까요.

* * *

약속 장소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압구정에 위치한 그 유명 한식당이었다. 신도하와 처음 밥을 먹을 때 왔었던.

“여길 또 오자고 할 줄은 몰랐는데.”

신도하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식전 차를 들며 말했다.

“맛있었어?”

“괜찮았습니다.”

굳이 여길 선택한 이유는 역시나 맛이었다. 분위기도 적당히 괜찮고, 맛도 적당히 맛있었다.

“그보다도 또 한식을 말할 줄은 예상 못했어. 사실 이번엔 양식 차례가 아닐까 싶었거든.”

“양식이요?”

“응. 종류별로 먹어보면 좋잖아.”

양식이라면···고기라도 썰자는 얘기인가.

그보다 카테고리가 그러면 왠지 또 엄청 부담스러운 곳으로 갔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장소를 먼저 지정하길 잘했다.

오늘도 역시 코스 요리였다.

그렇지만 지난번과는 조금 다른.

마찬가지로 한우가 포함된 코스이긴 했다만, 이전보다 가격이 일단 한 단계 위였다.

“지난번 것도 괜찮았습니다만······.”

“뭐든 새로운 걸 먹어보는 게 좋으니까.”

사실 한우가 있으니 뭐든 상관없긴 하다만은. 그래도 이쪽 입장에선 꽤 난감했다.

“그래서, 피드백을 들으러 온 거지?”

“아, 네. 그렇죠.”

의외로 신도하는 딴 길로 새지 않고 바로 본론부터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그 다음으로 나올 신도하의 말을 기다렸다.

“별로였어.”

그래, 그러니까 어디 어떻게냐고.

그리고 신도하는 다음 말을 조금 뜸을 드리는 듯 하더니 이내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내 마음 속의 별로★”

? 뭐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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