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09화 (209/413)

209화. 드립 치시는 건가요.

앞서 나온 신도하의 이상한 드립에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싸해진 마당에도 신도하는 뭐가 좋은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드립 치시는 건가요?”

“응. 요즘엔 이런 드립 많잖아.”

진짜로 그런 거였냐.

그보다 별로였다는 말은 맞긴 한 거지?

단순히 드립을 위한 말은 아니었을 거 아니야.

“사실 별로 아니었어.”

“네?”

“너무 좋아서 문제였지.”

꽤나 진지한 목소리였다.

그런 말을 그렇게 깐 목소리로 말하면 이쪽에선 할 말이 없어지는데.

“그래서 딱히 피드백해줄 게 없어서도 문제야. 그 대신, 구체적인 감상평을 원하면 그것 정도는 해줄 수 있어.”

구체적인 감상평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 거 아닌지.

“걱정 마.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원래 마음에 드는 무대는 두고두고 기억해두는 타입이라.”

그렇게 말하는 신도하는 여전히 여유롭고 느긋한 모습이었다. 이쪽 입장에선 엄연히 피드백을 목적으로 온 거니 그게 아니라면 사실 볼 일은 다 본 거나 마찬가지였다.

“음식 올려드릴게요.”

문제는 음식이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는 거다. 앞으로도 나올 음식이 한 상이었고.

‘···감상평도 궁금하긴 하지.’

신도하는 그때까지도 여전히 잘도 웃고 있었다.

“감상평, 해도 돼?”

“···네. 뭐.”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는데.”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신이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 * *

“음색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발성, 리듬감, 뭐 다 좋았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가사 전달력이었어. 어떤 노래를 하든 가사가 듣는 이로 하여금 확실히 집중하게 만들거든. 그래서인지 네 무대엔 훨씬 더 빠르게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

“네, 그렇군요.”

“보통 <별의 챕터> 같은 노래는 스킬적으로 어려운 게 많으니 커버를 하면 보통 기술에만 집중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세현이 넌 기술적인 면을 완벽히 구현해내면서도 감정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고······.”

정말 길었다.

아니, 길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정말로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처음 봤다. 신나 보인다고 느낀 게 진짜였나.

물론 앞선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흥미롭긴 했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도 있었고, 어찌 됐건 결국 전부 도움이 되는 말들이긴 했으니까.

다만, 어째 나오는 말마다 칭찬뿐이라 조금 머쓱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개인적으로 한번 더 듣고 싶다고.”

“아, 네. 감사합니다.”

“음원이 나왔다면 참 좋았을 텐데.”

신도하가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멤버들도 그런 얘기를 하긴 했었다. 음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영역인지라 아는 바가 없었다. 아마 나오진 않을 것 같은데.

“나중에 같이 무대에 설 기회가 있다면 좋을 텐데.”

“아, 네. 그럼 감사하죠.”

“듀엣 같은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이에 대답 없이 대충 웃어 보였다.

듀엣이라니.

그건 이쪽에서 심히 부담스럽다.

“혹시 듀엣은 해본 적 있어?”

“아, 공식적으로는 팬미팅 정도에서요.”

“무슨 노래 불렀는데?”

“이민성의 <되감기는 순간>이요.”

안지호랑 불렀던 <되감기는 순간>.

그때 꽤 재밌었는데.

“아, 그래. 되감기는 순간. 그거 도현이도 좋아하는 곡 아닌가?”

“아, 네. 형도 좋아하죠.”

멜로디가 좋다면서 늘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다녔었으니까. 이 곡을 알게 된 것도 형으로 인해서였다. 좋다고 항상 얘기했으니.

“이거 좋지. 일단 멜로디가 좋아서.”

“그렇죠.”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도하 역시 이 곡을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잠깐이지만 뭔가 생각의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근데 불렀다고 하니 궁금한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할 생각은 없어?”

“네. 아직까진 달리 예정된 게······.”

지이이잉-

그때, 주머니에 있던 폰이 진동했다.

그러나 한번에 그칠 줄 알았던 진동을 이내 계속되었다.

‘전화인가?’

이에 곧바로 폰을 꺼내 확인해봤다.

역시나 전화였다.

‘아.’

뒤이어 화면에 띄워진 저장명에 나는 그대로 잠시 이를 멍하니 바라봤다.

[형]

타이밍이 참.

* * *

계속되는 진동에 그대로 잠깐 고민에 빠졌다. 이걸 이대로 받을 것인가에 대한.

“괜찮아.”

“네?”

“받아도 된다고.”

신도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사이, 전화를 두고 고민을 했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굳이 받을 필요는 없었다.

괜히 받았다가 오히려 상황이 안 좋아질 확률이······.

지이이이잉-

징하게도 울려대네.

하지만 앞선 생각과 달리 폰은 여전히 쉼 없이 울려대고 있는 중이었다. 보통 이쯤 되면 끊지 않나.

“응.”

─ 왜 이렇게 늦게 받아?

폰 너머로 형의 약간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이 조용한 거 보니 집인가.

“늦게 확인했으니까.”

─ 어디길래? 밖이야?

“응. 밖에 나왔어.”

─ 멤버랑?

그 말에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바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네.

“아니.”

─ 그럼?

“세현아. 이거 먹을래?”

그리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앞에 있던 신도하가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동시에 신도하를 쳐다보니 곧바로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인다.

‘이 자식, 일부러······.’

표정을 보니 이건 아무리 봐도 일부러다.

그 짧은 사이 통화 상대가 형이라는 걸 안 모양이었다. 아, 젠장.

‘아니, 못 들었을 확률도······.’

그래도 가까이서 말한 것도 아니고, 나름 거리가 좀 있었으니 형이 신도하의 목소리를 제대를 듣지 못했을 확률도 생각을 해볼 수가 있었다.

─ 옆에 신도하 있지?

“······응.”

아니구나.

그래, 못 들었을 리가 없지.

─ 주소 찍어.

“뭐?”

─ 지금 간다.

뚝.

그리고 그길로 전화가 끊겼다.

????????

갑자기 상황이 이상해지는데.

* * *

일단 형의 말 대로 이곳의 주소를 찍어줬다. 뒤이어 신도하에게도 일단 다시 한번 형식적으로 의견을 물어보긴 했는데,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황에서 형이 올 거라 미리 예상했던 건가.’

아무렇지 않게 동의를 한 거 하며, 형이 온다는 말에도 그다지 동요하는 모습이 아닌 걸 보면.

“먹어. 어서.”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가겠냐.

괜한 일만 안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음식을 더 시켜야 하나.”]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형이 나타났다.

프라이빗 룸의 문을 아주 활짝 열고선.

“잘 찾아왔네.”

신도하가 그런 형을 보며 말했다.

집에 있다가 온 게 맞는 건지 형은 상당히 프리한 복장에 까만 볼캡을 쓴 채였다.

그리고 그런 신도하의 말에 형은 이내 미간을 좁히더니 그대로 시선을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아, 분위기 한번 살벌하네.

그리고 이대로 나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건만 의외로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형은 그대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비어 있던 의자에 그대로 착석했다.

“? 뭐해?”

“대기.”

“대기?”

갑자기 웬 대기?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고.”

“여기서 그냥 이렇게?”

“응.”

형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이 분위기에서 밥이 제대로 넘어갈 리가 없었다. 차라리 그냥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먹어. 그냥. 너 밥은 먹어야 하잖아.”

“그래. 먹어. 이미 다 나왔는데.”

신도하가 자연스럽게 동조했다.

그리고 그걸 본 형이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저쪽이 쏘는 거잖아. 그런 김에 제대로 먹어줘야지.”

“맞아. 내가 사는 거니까 많이 먹어. 원하는 거 있으면 더 주문해도 상관없고. 아, 그러고 보니 여기 와인도 주문되는데.”

“꺼져, 와인은 무슨 와인이야.”

“아, 세현이는 와인 안 먹나?”

“응. 안 먹여.”

와중에 둘이 대화를 하고 있다.

그것보다 당사자인 내 말은 둘 다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일단 식사는 그대로 계속됐다.

일단 형이 정말로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고, 눈앞으로는 이미 꽤 많은 양의 음식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형은 정말로 별다른 말없이 옆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현아.”

그러던 도중, 신도하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들어 그대로 신도하와 시선을 마주했다.

“네.”

“<미션맨> 나왔던데? 박시겸이랑.”

아, 잠깐.

이거 대화 주제가 다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튀는 것 같은데.

“우연히 틀었는데 나오더라고. TV에. 특별 출연 형식이었던 거지?”

“아, 네. 뭐, 그렇죠.”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게다가 그런 것 치고 분량이 꽤 있던데?”

지난번 박시겸을 도와 미션을 했던 것이 지난 주말에 방송된 참이었다. 나 역시 모니터링은 당연히 한 상태였고.

“그냥 운이 좋았어요.”

“잘하더라. 빙고.”

“네. 감사합니다.”

쿵!

그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형이 테이블 위로 컵을 강하게 내려놓았다. 표정 한번 살벌했다. 그러면서 앞에 있던 신도하를 그대로 매섭게 쳐다봤다.

그렇지만 신도하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너도 봤지? <미션맨>.”

질문은 형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형은 그대로 잠시 침묵하는 듯 하더니 곧 다시 입을 열었다.

“봤어.”

그리고 그런 형의 대답에 조금 놀랐다.

봤다는 말이나 그에 관련된 말을 나에겐 전혀 하지 않았기에.

“그럴 줄 알았어. 세현이 활약이 아주 대단했잖아.”

“그래. 근데 우연 아닌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지극히 우연이었어.”

신도하가 그대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런 신도하를 형은 여전히 냉랭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시선이 잠시 마주하였는데, 그 사이로 흐르는 분위기가 꽤나 팽팽했다.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있는 느낌.

다만, 표정이 굳은 형의 비해 신도하의 표정은 언제나와 같이 여유로웠다.

‘안 되겠네.’

이에 나는 근처에 있던 갈비찜을 몇 개 접시에 덜어 형 테이블 앞에 두었다.

“형.”

“왜?”

“먹어.”

일단 입에 뭐라도 집어넣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그나마 좀 분위기가 누그러질 것 같아서. 게다가 사실 여기 갈비찜이 맛있다.

전에 왔을 때도 먹었었는데, 맛이 꽤 좋아서 이후에도 생각이 좀 났었다.

어차피 이왕 먹을 거 형도 같이 먹으면 좋으니까. 아마 귀찮다고 저녁도 제대로 안 먹었을 테고.

‘게다가 신도하 사겠다고 못 박았으니 더 비싼 걸 먹으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더 비싼 걸로 시키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워지려 하고 있었다.

“아, 아니면 코스 추가로 시킬래?”

“너부터 먹고 말해. 편식하지 말고.”

“개인의 기호는 존중하자.”

“단순히 맛없어서 안 먹는 거잖아.”

어쩔 수 없었다.

오이는 맛이 없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형은 굳이 그걸 더 권하진 않았다.

그리고는 다른 음식 몇 개를 내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천천히 먹으라는 말과 함께.

“괜히 체해서 쌩고생 말고.”

“지금 형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먹는 건 먹는 거니까.”

그러더니 곧 다시 입을 다문다.

정말로 천천히 먹으라는 듯이.

“참, 언제 봐도 사이가 좋아.”

그때, 신도하가 나와 형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한번 웃어 보인다.

음, 그렇게 말할 정도까지는 아닌데.

하지만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앞에 있는 신도하를 향해 얼굴에 아주 환한 미소를 띠운 채로.

“알면 알아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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