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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10화 (210/413)

210화. 식후엔 산책이지.

그렇게 준비된 식사가 모두 마무리가 되자 지체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는 동안 간간히 신도하와 대화가 오가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형은 앞과 다르게 별다른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덕에 조금 더 편하게 먹을 수 있긴 했다. 그에 비해 형은 내가 권한 것 외에 먹은 게 별로 없었다.

“오늘도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신도하가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이를 들은 형이 급하게 미간을 좁혔다.

“오늘도?”

“항상 내가 데려다줬으니까.”

어, 그랬었나.

분명 처음 밥을 먹을 때는 그랬었고, 두 번째도 그랬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이제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 동생은 내가 알아서 잘 데려다 줄 테니까.”

“같이 갈까?”

“X랄 말고 꺼져.”

그럼에도 신도하는 여전히 아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세현아.”

“다음에?”

“네. 살펴 가세요.”

“응. 오늘 재밌었어.”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어디가 재밌었다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표정이 꽤 즐거워 보였다. 그러더니 곧 형을 향해 덧붙였다.

“오랜만에 보니 좋네.”

이에 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신도하를 말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신도하는 먼저 자리를 떠났고, 나는 그대로 형과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

‘집이 가까우니 편하긴 하네.’

일단 이렇게 형 차를 얻어 탈 수도 있고. 뭐, 설사 반대 방향이었더라도 태워달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야, 신도하 차는 타지 마라.”

“형이 있는데 왜 타.”

“맞는 말이긴 한데, 그건 어째 좋은 운전수가 있다는 말 같네.”

“좋은 운전수가 맞긴 하지.”

그러자 형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웃었다. 편한 차를 두고 굳이 불편한 차를 탈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가까우니 편하네.”

“어, 나도 방금 그 생각했는데.”

“그래, 그러니까 나한테 고마워해.”

“이런 걸로 생색내지 말자.”

“이런 걸로라도 생색을 내야지.”

그와 동시에 신호에 걸린 차가 그대로 부드럽게 정차했다.

“근데 형, 오늘 일 없었어?”

“있었는데.”

“그럼 끝나고 바로 연락한···아, 그러고 보니 애초에 전화는 왜 했어?”

“같이 저녁 먹자고 하려고 했지. 너 오늘 저녁엔 스케줄 없다고 했잖아.”

그땐 신도하와 약속을 잡기 전이었다. 형이 먼저 연락이 올 줄 알았으면 굳이 약속 잡지 않았을 터였다.

“그럼 집 가서 밥 먹어야겠네.”

“아까 좀 먹었잖아.”

“갈비찜 조금 먹은 게 다잖아.”

“그거면 됐어.”

뭐라도 사가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연히 집 냉장고는 텅텅 일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물었네.’

그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형. 혹시 필요한 거 없어?”

“필요한 거?”

“응.”

전에 생각했던 형 복귀 기념 선물.

그건 결국 그냥 형한테 필요한 걸 묻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게 더 편할 것 같고 형 입장에서도 더 좋을 테니.

“전혀 없는데.”

“그래도 고민하는 척이라도 좀 해봐.”

“필요한 게 있었으면 너한테 부탁하기 전에 이미 내가 다 샀겠지.”

뭐, 그건 그렇겠지만······.

“대본 케이스 같은 건?”

“대본 케이스?”

“많이들 가지고 다닌다던데.”

“아, 그건 그렇겠지.”

형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껏 형이 대본 케이스를 가지고 다닌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적어도 형의 소지품 중에서 대본 케이스는 없다는 얘기였다.

“그럼 대본 케이스로 할게.”

“아, 벌써 정한 거냐?”

“응. 그거 없잖아.”

“그래, 그럼 그러든가.”

반응은 나쁘지 않군.

아무래도 오늘 숙소에 가서 바로 검색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디자인이나 색도 고려해봐야 했고, 각인 같은 것도 새길 수 있다고 하니 그것도 생각을 해봐야 했다.

그럼 대충 그걸로 하고, 커피차 같은 것도 알아봐야······.

“그것보다 그 새, 아니, 신도하랑은 오늘 왜 만난 거야?”

“피드백 차 만난 거야.”

“피드백? 무슨 피드백?”

“전에 했던 무대. 피드백 해준다고 했었거든.”

물론 예상했던 피드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그냥. 괜찮다던데.”

“당연한 말을 하고 있네.”

그러더니 형은 곧 못마땅한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형과 신도하의 사이가 안 좋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하지만 그동안의 모습들을 보면, 어째 신도하는 형에 대해 마냥 부정적인 감정만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형은 여전히 싫어하고 있지만.

“형.”

“왜?”

“···크게 안 좋았던 거지?”

“뭐가?”

“신도하 선배랑.”

그러자 형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사실 앞과 같은 질문은 꽤나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으니까.

사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형에게 물은 적이 있긴 했다.

그러니까 멤버들과 무슨 일이 있었냐는 말. 하지만 그때 형은 그저 트러블이 있었다는 말만 할 뿐,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당시엔 굳이 관련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나 역시 더 묻지 않았던 거고.

‘괜히 물었나.’

굳이 그때 일을 다시 꺼내는 게 형에게 있어선 아직까지 별로 달갑지 않은 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막상 물은 게 조금은 후회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형은, 의외로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

“옛날 일이야.”

“뭐?”

“다 예전 일이라고. 지금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그러니 굳이 그렇게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는 형의 시선은 여전히 정면만을 향하고 있었다. 목소리도, 앞과 다를 것 없이 차분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말하기엔 아직까지 엄청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거야 그 새X가 쓸데없이 얼쩡거리니까.”

“누구한테?”

“너한테.”

어, 얼쩡거리는 것까진 아니지 않나.

애초에 만난 적도 몇 번 안 됐다.

이번이 3번째 정도인 걸로 기억한다. 사적인 만남은.

“뭐? 3번이나 만났어?”

“어. 이번이 대충 3번째.”

“그러고 보니 아까도 다음에 어쩌고 했었지. 4번째는 없도록 해라.”

그리고 형은 그대로 부드럽게 핸들을 돌렸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그 사이, 어느새 숙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형, 주차하고 편의점 들리자.”

“편의점? 편의점은 왜?”

“집에 아무것도 없을 거 아니야. 뭐라도 사가라고.”

“캔 맥주 몇 개 사가면 딱이겠네.”

그리고 형은 자연스럽게 주차했다. 저녁 거리로 먹을 걸 사러 가자고 하는 거였건만, 어느새 안줏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지.

아무래도 저녁으로 먹을 건 그냥 배달을 시키라고 하는 게 낫겠다. 안 그랬다가는 괜히 땅콩이나 과자 같은 것만 잔뜩 살 테니.

하지만 결국 편의점에 가긴 갔다.

저녁은 배달이라고 해도 여전히 맥주 생각이 났는지 기어코 캔 맥주를 사가야겠다고 하는 통에.

그리고 근처 편의점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맥주가 있는 냉장고로 향했다.

“내 것도 꺼내줘.”

“뭐야, 너도 마시려고?”

그래도 혼술보다는 같이 먹는 게 나으니까. 마침 내일 스케줄도 없고.

“내일 스케줄 없어?”

“응. 없어.”

뒤이어 형이 그대로 냉장고에서 맥주를 하나 더 꺼내었다. 어느새 손안엔 맥주가 한 가득이었다.

더불어서 안주도 샀다.

대충 과자 같은 거.

그리고 계산은 당연히 형의 몫이었다.

물론 봉투는 자연스럽게 내 몫이었고.

“어, 달 한번 크다.”

“그러게.”

그대로 하늘을 보니 정말로 크고 선명한 달이 머리 위로 떠올라 있었다. 평소보다 밝은 느낌이었다.

“나온 김에 좀 걸을래?”

형이 나를 보며 물었다.

“산책?”

“응. 이 근방이 딱 돌기 좋잖아.”

근처가 한강이라 산책 돌기 좋은 코스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날씨도 선선하니 산책, 좋지.

앞서 밥 먹은 거 소화도 시킬 겸 괜찮다 싶어서 그대로 산책 좀 하다가 들어가기로 했다.

마침 어두워진 터라 웬만해서는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근데 멤버들은 저녁 먹었으려나.

숙소가 가까이 보이다 보니 괜히 멤버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렇게 편의점을 나와 형을 따라 조금 이동했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찰나의 순간 눈앞으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왜?”

“아는 얼굴 보여서.”

그대로 익숙한 인영이 이쪽으로 조금씩 더 다가오고 있었다. 까만 모자에 하얀색 마스크, 많이 본 추리닝.

얼굴은 대부분 가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안지호?”

바로 안지호였다.

* * *

앞서 형과 간 편의점은 숙소에서 꽤나 가까운 위치에 있던 편의점이었다. 그래서 멤버들이 간간히 들리기도 했고.

앞서 차림새가 편한 걸 보니 역시나 잠깐 뭐 사러 나온 참인 듯 했다.

앞선 내 부름에 안지호는 그대로 이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나란 걸 알았는지 곧 형과 나를 향해 느리게 걸어왔다.

“편의점 온 거야?”

“어.”

“뭐 사러 왔는데?”

“치약.”

아니, 치약이 또 떨어졌어?

분명 지난번에도 떨어져서 사러 왔던 것 같은데. 우리 숙소에 누가 치약을 2통씩 쓰는 사람이 있나.

“아, 멤버.”

“응.”

그제서야 안지호를 알아본 건지 옆에 있던 형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형에게 안지호를 소개했다.

“여긴 같은 멤버인 안지호고, 여긴 우리 형. 우도현.”

여기서 이런 식으로 소개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째 지난번 상황이랑 비슷했다. 왜 제대로 소개하게 되는 만남은 없는 거냐.

그러자 형이 앞에 있던 안지호를 향해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종종 봤어요. 무대 하는 거.”

“아, 예.”

짧은 대답이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으로 말없이 짧은 정적이 감돌았다.

형과 안지호는 그대로 시선을 잠깐 마주하고 있었으나 두 사람 모두 그대로 입을 다문 채였다.

생각 이상으로 분위기가 어색했다.

아니, 분위기 갑자기 왜 이래.

그리고 뒤이어 뭐라도 말해야겠다 싶을 때쯤, 안지호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숙소 가냐?”

“아니. 형이랑 잠깐 근처 좀 돌다 가려고.”

“아.”

그러더니 곧 알겠다는 듯 감흥 없는 얼굴로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어, 너도 같이 돌래?”

“아니.”

즉답이 나왔다.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그래, 예상했던 답이긴 했지만.

“멤버 분은 평소 산책 별로 안 좋아하나 보네요.”

형이 여전히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선 안지호를 향해 물었다. 세상 친절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나름 동생 멤버라고 신경 쓰려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안지호는 굳이 말하자면, 안 좋아하기보다는 귀찮아하는 편이었다. 오래 걷는 거, 뛰는 거 이런 안 좋아하니까.

그리고 이러한 형의 물음에 안지호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그것보다 초면인 사람이랑 산책은 불편해서 안 합니다.”

아니, 잠깐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당황해 나도 모르게 형을 쳐다봤다. 어느 정도 예상된 답변이긴 했으나 생각보다 직설적이었다.

“아, 그래요. 그렇군.”

하지만 그런 나와 달리 형은 이에 대해 특별히 놀란 기색 없이 이에 수긍하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일 뿐이었다.

“대충 알 것 같네.”

그러더니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뭘 알 것 같다는 건데?

그리고 형은 그대로 한 쪽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말을 이었다.

“얘, 성격 안 좋구나?”

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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