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13화 (213/413)

213화. 당연히 눈에 띄겠지.

“많이 오셨네.”

안지호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옆엔 백은찬이 가지고 나온 응원봉을 신나게 흔들어 대고 있었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꽤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자리가 한 자리도 빠짐없이 빼곡히 차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많다.’

주 경기장의 3층 구역 왼편.

멜로우들이 있는 좌석이었다.

아직 밝은 탓에 응원봉의 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 팬들이라는 걸.

“형들! 사진 찍어요, 사진!”

“어, 좋다. 찍자!”

“지호가 가운데서 들어, 여기 모이자.”

“네.”

그리고 위치상 가운데 있던 안지호가 카메라를 전달 받았다. 이어서 팬석이 잘 보이게 배경 구도를 잡은 뒤 가지고 있던 응원봉을 그대로 들어 보였다.

“누가 올릴래?”

“제가 올리겠슴당, 제가.”

“그래, 하람이가 올리자.”

그리고 그대로 찍은 사진을 공식 계정과 팬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렇게 올린 지 얼마 안 되어 빠르게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WINSOME @WINSOME_INENT

단체 사진.jpg

우리 멜로우들 너무 예뻐용 (하트)

#보고있당 #윈썸이 #이따가만나용

#Haram #♥

└ ㅁㅊ 애들 지금 밖에 있나봐!

└ 모야모야 지금 보고 있는 거야?

└ 으어어엉 단체사진! ㄱㅇㅇ

└ 하라마ㅠㅠㅠㅠㅠㅠㅠㅠ

└ 나도 갔었어야해ㅜㅜㅜㅜㅜㅜ내 자리가 저 자리였어야해ㅜㅜㅜㅜㅜㅜ

└ 응원봉 들고 있어ㅜㅜㅜㅜ개 이뻐

이렇게 보고 나니 더욱 빨리 마주하고 싶었다. 더 빨리 무대에 올라가고 싶었다. 어서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 [하여튼 노래 부르는 거 엄청 좋아해.]

‘듣고 있었어요?’

- [아니, 표정이 딱 그런데?]

표정이 뭐가 어쨌다는 건지.

어차피 쓸데없는 말일 테니 뒤에 오는 사자의 말은 그대로 그냥 무시해주었다. 그걸 다 듣고 있기에는 이미 할 일이 많아서.

“형들, 콜라보 무대는 언제예요?”

“아마 꽤 앞 순서일 걸.”

헤븐 콘서트에는 단순히 본무대뿐만 아니라 그룹 간 콜라보 무대도 예정이 되어 있었다.

매년 주최 측에서는 출연 그룹 중 멤버 몇 명을 뽑아 그 안에서 서로 유닛 콜라보를 시켰다.

이는 크게 댄스와 보컬 무대로 나뉘었고, 그룹 내 멤버 포지션 별로 유닛을 묶어놓았다.

나오는 아이돌이 한둘이 아니니 이런 무대가 가능했는데, 와중에 화제성은 끌고 싶었는지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아이돌로만 구성을 해놨다.

그래서 우리도 나가게 된 거고.

“댄스가 먼저지?”

“네.”

“선빈이랑 은찬이 잘하고 와.”

“넵!”

그리고 그 댄스 포지션 콜라보 무대에 차선빈과 백은찬이 나가게 됐다. 이외 몇 그룹이 더 있었는데,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체이스였다.

체이스의 이화준과 명우진.

이 두 사람 역시 댄스 콜라보 무대에 백은찬과 차선빈과 함께 선다.

“잘하고 와.”

“응. 열심히 하고 올게.”

“아, 확실하게 이기고 오마.”

“맞아요, 확실하게 이기고 와요!”

“오냐.”

백은찬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보였다. 사실 같이 서는 무대니 표면상으론 이기고 질 것도 없다만, 그거랑은 또 다른 문제니.

그룹 간 안 보이는 기 싸움.

뭐, 그런 게 있을 테니까.

‘당연히 백은찬, 차선빈이 눈에 띄겠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런 의미에서 묻힐 걱정은 따로 안 했다.

“개인적으로 전 당연히 이쪽도 안 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어디? 아, 보컬?”

“넵!”

그와 동시에 멤버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보컬 콜라보 무대에 오르게 됐다.

같이 무대할 그룹은 대충 체이스, 온다크의 유원, 그리고 그 외 1명이다.

“거기서 세현이가 제일 잘하니까.”

“그렇죠, 선빈이 형!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가장 잘하는···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목은 제대로 풀고 올 생각이었다. 묻히면 안 되니까.

“어제 리허설 때도 얘 완전 장난 아니었잖아. 막 다른 그룹들도 다 보러 나오고.”

“그러니까요. 와중에 그 묘하게 긴장감 도는 분위기~아, 그거 완전 좋아요.”

“견제하는 거지. X나 잘하는 구나하고.”

안지호가 여전히 폰에 시선을 둔 채로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기대가 됩니다, 세현 씨~”

백은찬이 그대로 내 어깨에 손을 크게 올렸다. 그새 재미 들렸구만.

뭐, 어제 있던 리허설 현장에 사람이 좀 많긴 했다. 와중에 멤버들도 궁금하다면서 단체로 찾아왔고.

굳이 찾아올 필요까진 없었지만, 그래도 그걸 보고 있자니 없던 긴장도 풀리는 기분이긴 했다.

어쨌든 그렇게 조금 있으면 보컬 무대에 올라야만 했다. 순서는 댄스, 그리고 보컬 순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202X 헤븐 콘서트!]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헤븐 콘서트.

그와 동시에 오늘의 MC를 맡은 신윤우의 모습이 화면 속에 등장하였다.

- [쟨 화면이 낫다.]

그러니까.

드물게 사자랑 의견이 맞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예정되어 있던 콜라보 유닛 무대의 순서가 됐다.

[자, 오늘의 특별 무대! 바로 댄스 콜라보 무대죠~ 체이스, 윈썸, 온다크, YZZ의 멤버들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고 합니다.]

“형들 나와요!”

그 말에 곧바로 멤버들과 모니터 앞에 모였다. 뒤에 앉아 있던 안지호도 의자를 살짝 돌려 앞에 있는 화면을 지켜봤다.

[그럼 지금 바로 만나 보실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곡의 인트로.

이번에 댄스 콜라보로 꾸밀 무대는 대선배인 남자 아이돌 그룹, 원에이의 ‘Good Sound’였다.

‘Good Sound’는 화려하고 빠른 비트의 올드 스쿨 힙합 사운드의 곡으로 예전 추억의 명곡으로 많이 회자되곤 했던 곡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곡 분위기에 맞게 차선빈과 백은찬의 의상 역시 꽤나 스포티했는데, 차선빈의 경우 검은색 반다나에 흰티와 자켓, 백은찬은 흰색 볼캡에 남색 야구잠바를 입었다.

‘비주얼적으로 제일 튀네.’

당연하지만 둘 다 컨셉을 잘 먹고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게 등장 때부터 눈에 확 튀었으니까.

- 와 선빈이 은찬이 오늘 코디 개찰떡

- 오늘 윈썸 멤버들 ㅈㄴ 잘생겼다

- 윈썸이 평균 비주얼이 좋긴 하네 저 안에서 확 튀어

- 역시 선비니는 진짜 나중에 배우해야한다니까ㅠㅠㅠㅠㅠ

- 이번 컨셉은 백은찬 찰떡인 것 같다

이어지는 무대 안에서 차선빈은 랩 파트를, 백은찬은 노래 파트를 맡았다. 물론 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콜라보라 다른 것보다 춤에 집중 조명이 되어 있었다.

[이 리듬에 맞춰 Good Sound.]

[이제부터 내게 맞춰 시작해.]

빠른 비트의 곡인 탓에 안무 동작도 역동적인 동작도 많고, 비트 사이사이마다 안무가 빼곡했다.

하지만 각 그룹의 춤을 담당하는 멤버들인 만큼 그에 대한 어려움은 그다지 없어 보였다.

- 춤 잘 추는 애들만 모아놓으니 확실히 눈이 트이긴 한다

- 체이스 멤들이 내 취향임 깔끔해서 좋음

- 윈썸이 젤 잘하네 다른 애들은 좀 그 느낌을 못 살리는 거 같음

- 춤은 윈썸보다 체이스이지 않아? 이제껏 체이스가 더 잘 춘다고 생각했는데

└ 아님 윈썸도 밸런스 좋아 구멍 없고

└ 구멍이 없긴 왜 없음ㅋㅋㅋㅋㅋㅋ

└└ 응 구멍 없는 거 맞고요~

- 윈썸이 춤을 ㅈㄴ 잘 추네

중간에는 체이스의 이화준을 중심으로 동시에 모였다가 흩어져 퍼지는 동작을 펼치기도 했는데, 빠르고도 정확한 안무에 객석의 함성이 크게 나왔다.

‘이화준도 꽤 추는 편이긴 하지.’

기억하기로는 메인 댄서였었다, 아마도.

- 이화준이 개 잘추네

- ㅅㅂ 화준이 존나 잘춰

- 이화준이 메댄이야? 얘 잘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기 무색하게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되었는데, 모두가 같은 안무를 하고 있음에도 단연코 차선빈이 눈에 띄었다.

- 선빈아 역시 잘한다 (울음)

- 차선빈은 진짜 어딜가든 센터감인 듯 얘가 일단 센터에 있어야 존나 안정이 됨

- 선빈이 존나 눈에 띄어ㅋㅋㅋㅋ얼굴이 안 잡혀도 존나 잘추네 하면 선빈이임

그와 동시에 다음 화면으로 잡힌 백은찬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제스처와 함께 살짝 미소 지었다.

[꺄아아아아아악!]

그야말로 지금까지의 무대 중에서 가장 큰 함성이 나오던 순간이었다.

- 백은찬 ㅈㄴㅈㄴㅈㄴ 잘생겼어

- 방금 미소 지은 멤 누구야?

└ 백은찬! 은찬이! 윈썸!

- 역시 표정 연기 장인 백은찬ㅠㅠㅠㅠㅠ

- 춤도 진짜 맛깔나게 춰서 좋아 은차닝ㅠ

백은찬이 표정 연기 하나는 끝내주긴 한다. 무대 위에서든 어디서든 표정이나 제스처를 멤버들 중 가장 잘 표현했으니.

조금 전 장면의 경우, 오늘의 짤로 꽤 돌아다닐 것 같은 재질인데. 그만큼 임팩트가 있었다.

[지금부터 Good Sound.]

그리고 각자의 엔딩컷을 마지막으로 댄스 콜라보 무대는 그렇게 끝을 맞이했다.

[꺄아아아아악!]

아직 함성은 끝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얼빡으로 잡힌 차선빈의 얼굴 때문이었다.

특별한 효과가 없음에도 왠지 모르게 조명이 화려하게 비춰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잘생겼네, 진짜.’

정말 언제 봐도 잘생겼다.

- [너희 멤버들, 잘하는데?]

옆에 있던 사자가 말했다.

당연한 말이었다.

* * *

“형들, 수고했어요!”

“수고 많았다, 얘들아.”

“어때요, 무대 잘 나왔어요?”

앞서 댄스 콜라보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백은찬과 차선빈은 그 사이 땀을 잔뜩 흘린 모습으로 대기실에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근처에 있던 물을 집어서 그대로 차선빈과 백은찬에게 건넸다.

“무대 좋았어. 여기 물.”

“아, 땡큐.”

“고마워.”

“근데 진짜 함성이 장난 아니더라.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에너지가 생각 이상이야.”

그렇게 말하던 백은찬은 평소보다 기분이 업되어 보였다. 무대를 끝내고 온 직후라 그런지.

“당연히 컸겠지. 무대를 그렇게 했는데.”

“오, 안지호~ 열심히 봤나봐?”

“지호 형, 엄청 집중해서 보던데요? 옆에서 봤어요~”

“무대인데 당연히 집중해서 모니터링 해야지.”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핸드폰으로 돌린다. 어느새 앞선 무대의 반응을 살피는 듯 했다.

“세현아, 너도 준비해.”

“네.”

그리고 지체할 시간 없이 이제는 내가 무대에 올라갈 차례였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 서둘러 무대 아래로 향했다. 도착하고 나니 뒤이어 같이 무대에 오를 타 그룹 멤버들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타 그룹 멤버들의 시선이 동시에 이쪽을 향하는 게 느껴졌다.

같이 노래 콜라보를 할 멤버들은 체이스의 하민제, 온다크의 유원, YZZ의 김해성이었다.

- [뭐야, 완전 시선 집중인데?]

‘굳이 말 안 해도 알고 있어요.’

YZZ의 김해성을 제외하고는 한번씩 안 좋게 부딪힌 이들이었으니까.

하민제의 경우 직접적으로 부딪친 경험은 없다만, 체이스 멤버인 이상 굳이 말 안 해도였다.

“왔어요?”

와중에 가장 먼저 말을 건 이는 온다크의 유원이었다. 아무래도 같이 프로그램도 한번 했고 하니.

“무대 오늘 잘 해봐요.”

“네. 그래야죠.”

그대로 형식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 당연하게도 그 이후로는 특별한 말이 오가지 않았는데, 저마다 생각은 꽤 시끄러웠다.

[“윈썸보다는 잘 해야지.”]

[“일단 내가 제일 잘할 것 같긴 한데.”]

[“얘들보다는 좀 튀어야 할 텐데.”]

보이지 않는 승부욕이랄까, 그런 게 좀 많이 오갔다. 뭐, 일회성으로 모인 그룹이니 당연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그래도 노래는 좀 하는 애들이라 그럼에도 오합지졸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제 곧 올라갈게요~”

그리고 곧 무대 위로 올라갈 시간이 됐다. 동시에 난 능력을 오프했다. 그러자 언제나와 같이 눈앞으로 상태창이 비춰졌다.

[현재 상태 : OFF]

‘좋아.’

아직까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 [난 근처에 있을게.]

‘네. 알겠어요.’

그리고 사자는 곧 모습을 감췄다.

이대로 준비한 무대들만 별탈 없이 끝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만.

어째 벌써부터 떠오른 달이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 사이,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네, 그럼 다음은 또 다른 특별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죠.]

[그렇습니다! 바로 보컬 콜라보 유닛의 무대인데요~ 요즘 대세 분들이시죠? 체이스, 윈썸, 온다크, YZZ 분들이 다시 모이셨다고 합니다!]

소개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텝의 안내에 따라 다른 그룹의 멤버들과 함께 그대로 무대 위로 서둘렀다.

[꺄아아아아아악!]

무대 위로 올라서니 정말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함성이 이곳을 울렸다.

그대로 가장 먼저 멜로우들이 있는 좌석을 눈으로 확인한 뒤, 잠시 시선을 돌렸다.

‘사자는······.’

아, 저기 있군.

어느새 무대 가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와중에 의자는 어디서 구한 건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자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사자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상태인가 보군.

그리고 곧 익숙한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눈앞으로는 어느새 조금씩 반짝이는 라이트가 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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