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14화 (214/413)

214화. 상황 제대로 파악했어.

보컬 콜라보로 부를 노래는 ‘Starlight’라는 한여름 밤의 잘 어울리는 감성적인 느낌의 발라드곡이었다.

그리고 그 콜라보의 포문을 여는 가장 첫 파트는, 내가 맡았다.

[한가로이 부는 이 바람과]

[낮게 깔린 반짝이는 밤하늘]

[그 밤을 따라 난 길을 거닐어]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함성이 먼 곳에서부터 다시 한번 들려왔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그 함성은 마치 파도와 같은 느낌이었다.

- 첫 파트부터 치트키를 쓰넼ㅋㅋ우세현한테 첫파트 줄 생각한 사람 누구냐 존나 칭찬해

- 역시 세현이가 첫파트를 해야해ㅜㅜ 전체적으로 무대집중도가 확 올라감ㅜㅜㅜ

- 아 세현이 목소리 극락이다 음색 진짜 보물이야ㅠㅠㅠㅠㅠㅠ

[홀로 앉아 있는 별빛 아래]

[이곳에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텐데]

마음이 맞지 않은 건 않은 거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각자 상당히 이를 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누가 보면 몇 달은 맞춘 줄 알 거다.

뭐, 결과만 좋으면 어차피 아무래도 상관 없고 또 그렇게 보이는 게 맞는 거니까.

[Starlight in the sky]

[그렇게 홀로 남아서]

[홀로 네 목소리를 들어]

[마치 꿈처럼.]

공연은 순조로웠다.

눈앞으로 반짝이는 응원봉의 행렬도, 간간히 불어오는 야외무대의 바람도, 모든 것이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조로움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온 건 순식간이었다.

[“──”]

‘······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무언가 노이즈 같은 게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뭐야?’

잠깐 착각인가 싶어 다시 노래에 집중을 해보려 하는데, 그 순간 눈앞으로 예기치 못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현재 상태 : -]

아니, 이런 X발.

* * *

지금 눈앞에서는 상태창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물론 이는 당연하게도 나에게만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상태창이 보인다는 사실이 아닌 상태창에 표시된 ‘상태’였다.

평소와 달리 상태창에는 ON도 OFF도 아닌 아무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이건 뭐야?’

처음 보는 상태였다.

온도 오프도 아닌 애매한 상태.

그래서인지 간간히 노이즈 같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이게 사자가 말한 그건가.’

이쪽과 저쪽의 뭐 이상한 영향이 있다던.

혹시 모를 상태라는 그거.

[“───”]

아, 젠장.

정확하게 들리진 않지만 와중에 불쑥불쑥 노이즈같이 뭔가가 들려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반적인 ON 상태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들려오는 노이즈는 역시나 집중을 방해했다. 일반적인 온 상태 때와는 달리 상태가 덜하긴 했으나 확실히 거슬렸다.

그리고 여전히 들려오는 거슬리는 노이즈에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가 아니고! X발, 일을 해야 할 것 아니냐. 사자!

곧바로 사자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 상태로 계속 있다간 언제 ‘ON’으로 상태가 바뀔지 몰랐다.

그와 동시에 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사자는 잠시 희미한 미소를 짓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OK. 상황 파악했어.]

그렇게 언제나와 같은 사자의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눈앞의 상태창이 깜빡이기 시작 했다.

이윽고 상태가 바뀌었다.

[현재 상태 : OFF]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동시에 물밀듯이 노이즈가 흘러나갔다.

마치 음소거를 끄듯 조용히.

‘······이렇게 도움이 되긴 하는군.’

영향 어쩌고 하더니 역시 사자와의 동행은 잘한 짓이었다. 잠시 밀려왔던 조급함이 그제서야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내 파트가 되었다.

그대로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조용히 맡은 소절을 내뱉었다.

당황할 것 없었다.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면 됐다.

그저 완벽하게.

[Starlight in the sky]

[텅 빈 이곳 위에서]

[한없이 난 홀로 서 있어요.]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다시 한번 들려오는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

- 미쳤다 이건 제대로 미쳤어 표정봐ㅜㅜ

- 방금 세현이 살짝 웃는 거 봤음? 저 여유로움 뭔데ㅠㅠㅠㅠㅠㅠ

- 성량으로 압도하네 윈썸 세현이ㅋㅋㅋㅋ

- 쟨 진짜 노래도 잘하는 애가 잘생기기도 존나 잘생겼네

그렇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이에 반응하듯 들려오는 환호성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이후 올려다 본 하늘엔 크게 뜬 둥글 달만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 *

- 윈썸 세현 대박

- 세현 목소리 미친 줄 아라따

- 우세현 진짜 개 잘생겼네 노래 1초 부르게 생겼는데 ㅈㄴ 보컬 쩔어

- 보컬 콜라보 오늘 합 좋았다 얘네 합 괜찮은데 또 무대 안하려나ㅜㅜ

- 하민제는 잘하긴 하는데 확실히 우세현이랑 유원에 비하면 좀 떨어지긴 한다

- 원아 너무 잘했오 니가 최고야

- 우세현이 괜히 가왕 먹은 게 아니구나

- 하민제가 잘하네

무대는 그 이상의 탈 없이 마쳤다.

백은찬이 말했던 대로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평상시와는 다른 열기가 느껴졌다.

‘······골이야.’

무대 위에서 겪었던 잠깐의 노이즈에 두통이 살짝 일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있었다보니 잠깐의 노이즈에도 두통이 꽤 됐다.

‘피곤하다.’

그러니까 이러한 상황이.

온이고 오프고 할 것 없이 그냥 무대에 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오늘따라 강하게 들었다.

- [피곤해?]

‘아뇨.’

- [피곤하다며?]

‘안 피곤합니다.’

아직 본무대가 남아 있었다.

그것보다 본무대에서도 아까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지 우려가 됐다.

‘다음 무대에서도 바로 부탁할게요.’

- [그래. 다음엔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어쨌든 사자가 동행하고 있었다.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할지언정 금방 원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 터였다.

근데 이거 흔하지 않은 일 맞겠지.

안 그러면 너무 귀찮아지는데.

- [걱정 마. 확실히 그러니까.]

‘그럼 다행이고요.’

여전히 골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일단 적당한 표정 관리가 필요했다.

아직 중요한 무대가 하나 더 남아 있는 만큼 괜한 걱정거리를 늘릴 필요가 없도록.

대기실로 들어가자 곧바로 멤버들이 나를 반겼다. 가장 먼저 반긴 건 당연하게도 백은찬이었다.

“우세현, 수고!”

“세현이 형, 완전 멋있어요!”

여기에 신하람이 나를 향해 양손 엄지를 든 채 웃어 보였다. 그걸 보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세현아, 여기 물.”

“아, 고마워.”

어느새 다가온 차선빈이 그대로 나에게 가지고 있던 물을 전해 주었다.

사실 춤을 추고 온 것도 아니어서 체력이 그렇게 딸릴 일은 없다만, 두통이 여전히 일었던 터라 그대로 물을 조금 들이켰다.

‘···조금 낫네.’

물을 마시고 나니 무거웠던 머리가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비어 있는 소파로 가 자리에 앉았다.

남아 있는 본무대에서는 ‘Winning shot’과 ‘Blue Travel’, 이렇게 2곡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직 시간 좀 있으니 괜찮겠지.’

본무대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는 터였다. 물도 마시고 좀 앉아 있었더니 아까보다는 지끈거리는 게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곧바로 앞에 있던 물을 다시 가져와 그대로 한번 더 들이켰다.

이어서 옆을 잠시 돌아보니 안지호가 반응을 확인하는 건지 폰을 하고 있었다. 나도 반응을 확인해 봐야 하는데.

그대로 물을 한번 더 마신 뒤, 반응 확인을 위해 폰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안지호가 나를 불렀다.

“야.”

“왜?”

“어디 안 좋냐?”

그리고 그대로 시선이 마주쳤다.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순간이지만 당황했다.

그래서 그대로 잠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순간 백은찬이 눈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더니 곧 그대로 내 앞에 멈춰 서서 나를 잠시 빤히 쳐다본다.

“그러네. 상태 별로네.”

여전히 눈을 마주한 채였다.

그 말에 다시 한번 당황해 나도 모르게 그대로 대답도 못 한 채로 눈만 끔벅였다.

“어디 안 좋아?”

차선빈까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옆으로 와 물었다. 아니, 갑자기 상황이 이상해졌는데.

“무대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것 같았는데. 올라가서 컨디션 별로였냐?”

“아니, 나 아무렇지 않은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 보니까 별로인 거 맞네. 어떻게, 무대 괜찮겠냐?”

웬 오락가락이야.

두통이 살짝 있는 것 빼고는 지극히 멀쩡했다. 이쯤 되면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것도 같았다.

“왜 그래?”

와중에 모여 있는 멤버들을 보고 도운이 형까지 무슨 일이냐며 물어왔다. 이대로 가다간 잘못된 정보가 아주 일파만파 퍼질 것 같았다.

“괜찮아요. 어디 안 좋은 거 아니고요.”

“형, 얘 약간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요.”

“어디 아파?”

“백은찬이 오바하는 거예요. 아주 괜찮아요.”

묘하게 꼬인 상황에 오히려 정신만 더 없어졌다. 애초에 그렇게 걱정할 만한 것도 아닌데.

“정말이야?”

“네.”

과하게 부풀어진 것뿐이었다.

갑작스런 소란 탓에 어느새 매니저 형들도 무슨 일이냐 물어왔다. 당연하지만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

“혹시 컨디션 많이 나빠지면 바로 말해.”

“그럴게요.”

그렇게 도운이 형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이 있는 내내 당부를 했다. 그보다도 도대체 어딜 보고 상태가 안 좋아졌다 판단한 건지 의문이었다.

조금 전이랑 딱히 다를 건 없어 보이는데.

‘···신경을 좀 써야겠군.’

괜한 민폐가 되지 않도록.

멤버들에게나 무대에서나.

그렇게 얼마 안 있어, 본무대에 오를 시간이 되었다. 다행히 두통은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러니 아까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어느 정도 버틸 만은 하다는 거다.

‘사전에 대비를 해주면 더 좋고요.’

- [OK.]

물론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베스트지만.

[자, 그럼 드디어 이 분들을 소개를 할 때가 됐는데요. 어떤 분들이시죠?]

[바로 요즘 한창 핫한 분들이시죠! 핫하다 못해 가요계를 스나이퍼처럼 겨냥하고 계시는 분들! 누군지 눈치 채셨나요~?]

“이제 올라가실게요!”

그렇게 소개 멘트가 진행되는 사이, 나는 멤버들과 함께 멜로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무대 위로 다시 한번 올라섰다.

* * *

무대 위로 시작을 알리는 듯한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의 비트가 박자에 맞춰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LED 화면에 나타난 검은색 나비. 검은 나비의 날개짓 한번마다 반짝이는 무언가가 화면 위로 그려졌다.

바로 ‘WIN’이라는 글자.

그리고 이내 글자가 완성되었을 때, 철컥! 하는 장전 소리와 함께 LED 화면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윈썸의 여섯 멤버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그에 맞춰 올라가는 크나큰 함성.

주 경기장을 떠나가듯 울리는 그 함성과 함께 이번 무대를 위해 새롭게 준비한 인트로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이어서 포커스되는 장면 속, 가장 먼저 화면에 등장하게 된 이는 바로 차선빈이었다.

[It‘s time to shoot.]

[We always win.]

- 시작부터 차선빈 얼빡이고요

- 하 너무 잘생겨서 말이 안나오네

- 랩 ㅈㄴ 찰지지 않냐?

- 오늘 코디 이뿌다!

무대 위의 윈썸 멤버들은 은장이 수놓아진 화이트색 자켓을 통일된 형태로 입고 있었다. 수놓아진 빛나는 은장이 조명을 받아 무대 위에서 더욱 반짝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첫 소절의 주인공은,

우세현이었다.

[열기로 달아오른 이 현장]

[이곳의 승리자는 오직 한 명 뿐]

그대로 대형의 가장 앞에 있는 우세현에게로 다시 클로즈업이 걸리자 우세현을 곧바로 이를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

동시에 그 타이밍에 살짝 불어온 바람에 그대로 우세현의 머릿칼이 살랑거렸다.

- 세현이 오늘 ㅈㄴ 예쁘네

- 머리 흩날리는 거 봤음? 존잘

- 목소리 녹는다 녹아 개좋아

- 눈 감고 들어도 걍 메보

[천천히 그 방아쇠를 당겨]

[이 노래를 시작으로 이제는-]

단체 군무가 시작되는 그 순간, 대기를 하고 있던 백은찬이 빠르게 대형 앞으로 나와 앞에 있던 차선빈과 손을 터치했다.

[Winning shot.]

이어지는 군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치 자로 잰 듯 비트와 딱딱 맞아떨어졌다.

- 와 군무 봐라 완전 칼각이야ㅋㅋㅋㅋ

- ㅁㅊ 눈에 독기들ㅋㅋㅋㅋㅋ진심 안 좋아할 수가 없어

- 얘네는 진짜 멤버가 다 춤을 잘 추는 것 같아

- 우세현 못 본 사이에 춤 진짜 많이 늘었네

화이트 컬러의 자켓을 입은 윈썸은 그렇게 커다란 달이 뜬 밤하늘 아래 화려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2절 벌스 부분에 들어서자 윤도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신하람의 통통 튀는 랩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 도운이 목소리 존나 멋있어ㅜㅜㅜㅜ

- 신하람은 랩이 참 쫄깃해서 좋음 랩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 오늘 애들 진짜 헤메코가 미쳤네

이어지는 브릿지 부분.

그 부분에서는 안지호가 중심에 서있었고, 안지호의 독특한 음색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파트를 받아 클라이막스 부분에 이르러서는 우세현이 초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렀다.

- 난 이 부분이 제일 쾌감 있어서 좋더라 성녀 파트

- 브릿지 지호 파트가 젤 좋음 맛깔남

- 안지호 진짜 음색 독특하다 얘도 노래 더 는 것 같음

- 안지호 우세현 같이 뭐 해주면 안 되냐 얘네는 진짜 노래합이 쩌는데

[Winning shot.]

그리고 또 다시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앞선 위닝샷의 무대는 빛나는 조명 아래서 다시 한번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함성이 마치 파도처럼 무대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뒤이어 또 다시 바뀌는 LED의 화면.

여기선 앞서 나왔던 검은색 나비가 커다란 해바라기 위에 앉는 모습이었다.

- 해바라기! 블루 트래블이다!

- 블루 트래블 가보자고오오오오

- 헐 옷이 바뀌네?

그렇게 들려오는 새로운 곡의 인트로에, 반짝이는 응원봉들은 더욱더 화려하게 물결치며 저마다의 빛을 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