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15화 (215/413)

215화. 하여간 걱정도 많다.

열기가 잔뜩 오른 무대, 그에 반응하듯 끝없이 이어지는 함성. 그렇게 빛나는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아래에서 나는 언제나와 같이 정해진 동작을 이어나갔다.

[“──.”]

젠장.

뒤이어 또 다시 바뀌는 LED의 화면.

여기선 앞서 나왔던 검은색 나비가 다시 한번 커다란 해바라기 위에 앉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번째 곡이었던 ‘Blue Travel’이 끝났다.

[현재 상태 : OFF]

그대로 상태창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제대로 오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

본 무대가 무사히 끝났다.

아무런 탈 없이. 무사히.

‘식겁했네.’

중간에 또 다시 발생했던 [-] 상태.

하지만 역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던 건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자가 빠르게 이를 캐치하였고, 그 덕에 금방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 [천재적이지 않았어?]

‘어디가요?’

- [엄청 빨랐잖아.]

도대체 빠른 것과 천재적인 게 어디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지. 어쨌든 눈치와 순발력만큼은 인정이었다.

“괜찮아?”

무대 밑으로 내려가는 도중 백은찬이 내게 빠르게 물어왔다. 이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사실 손이 조금 떨려왔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던 건지 마이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일단 끝냈어.’

어찌 됐건 준비된 무대까지 모두 마쳤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었다.

‘어질어질하네.’

하지만 골을 울리는 기분 나쁜 감각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전 무대에서 사자가 아무리 빨랐다고 했을지언정, 아예 노이즈가 흘러들어오지 않은 건 아니었기에.

그래도 무대는 끝났으니 상관없었다.

대충 두통약 한 알 정도 먹으면 괜찮겠지.

다른 것보다 사자가 말한 일주일을 그럭저럭 잘 넘겼으니 그거면 됐다.

“야, 멀쩡해?”

안지호가 그대로 나를 한번 쳐다봤다.

대기실로 가는 도중에도 멤버들이 한번씩 상태를 확인해오는 통에 그때마다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었다.

“야, 너 뭔가 상태 더 별로인 것 같은데.”

“무대에서 너무 흥분했나봐.”

“형, 안 좋아요?”

그럼에도 멤버들은 내 대답이 탐탁지 않았던 건지 이내 다시 무대에 올라가는 과정에서 더욱 붙어왔다. 전혀 그럴 필요 없는 데도.

여기에 본 무대를 끝내고도 여전히 한번 더 무대 위에 올라가야만 했는데, 행사를 마무리하는 전 출연진 무대 소집이었다.

[자, 202X 헤븐 콘서트. 이렇게 준비된 무대가 모두 끝이 났는데요. 모두 잘 즐기셨나요?]

이때는 출연진들이 모두 모여 단체곡을 부르며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세현아, 이리로 와.”

차선빈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출연진들이 워낙 많다보니 무대 위는 이미 인산인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멤버들과 더 가까이 모였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 우리는 둥둥섬 마냥 다른 출연자들과 떨어져 버린 모양새였다.

그래도 뭐, 별로 상관없었지만.

멤버들만 있으면 됐다.

마지막엔 ‘The End’라는 지금 분위기에 어울리는 레전드 명곡을 부르며, 준비된 불꽃이 여기저기서 터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대 위에 올라와 가장 먼저 보였던 건 역시나 멜로우들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우리 팬들.

‘와.’

반짝반짝 빛나는 게 정말 별과 같았다.

그게 너무나도 예뻐 시선을 사로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계속 보고 싶었다. 이 모습을.

“불꽃 터져요!”

그리고 신하람의 목소리와 동시에 주 경기장 하늘 위에서 여러 개의 불꽃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터진 불꽃들은 하늘 안에서 여러 꽃들을 만들어내었다.

‘예쁘네.’

하늘 위에서 터지는 불꽃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멜로우들의 빛.

그걸 보고 있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지끈거리는 두통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 *

- 어제 애들 헤븐 콘서트 라이브 너무 잘했음ㅜㅜㅜ그리고 보는 눈은 다 똑같은지 무대 영상 조회수 무섭게 올라가드라

- 마지막에 무대 올라간 거 졸귀야ㅠㅠ 와중에 자기들끼리 모여있는데 더 ㄱㅇㅇ

- 근데 왜 저렇게 다들 세현이한테 바싹 붙어 있는 거냨ㅋㅋㅋㅋ세현이 찌부되것어ㅋㅋㅋㅋㅋㅋ

└ 울 애들 원래 튀김이잖오 저렇게 옹기종기 붙어있는 것도 이젠 그러려니 함

└ 그러려니 함22222

└ 그러려니 함3333 애들 ㄱㅇㅇ

- 거기서 다같이 멜로우보고 방방 뛰는 것도 너무 귀여움 무대랑 같은 애기들 맞니

- 애들 직캠 조회수도 존나 올라가고 있네 근데 직캠 보면 더 뽕 맥스야

헤븐 콘서트 무대가 끝난 이후, 곧바로 올라간 영상과 개인 직캠의 조회수는 꽤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 역시 올라간 영상들을 한번 더 모니터링했는데, 단순히 무대뿐만 아니라 영상 안에서도 들리는 떼창이 다시 한번 쾌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걸 보니 마치 그때 그 현장에 다시금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상 속 멤버들의 표정도 꽤나 신이 나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분위기 자체가 신이 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또 서고 싶네, 무대.’

더 많이. 더 자주.

헤븐 콘서트가 끝난 지 아직 하루밖에 안 된 터라 그런지 아직까지 그 열기가 가시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지나자 사자와의 동행은 그대로 종료되었다.

고작 하루 붙어 있던 것뿐이었는데도 여러모로 굉장히 불편했다. 계속 눈에 보여서 그런가.

“불편할 게 뭐 있어. 이런 얼굴인데.”

“아, 그래서 불편했나 봐요.”

“야, 나 상처받아.”

나는 그대로 어깨를 으쓱했다.

내 알 바 아니었다.

“어쨌든 이제 상관없다는 거죠?”

“응. 매우. 아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상태, 이상이라고 할까.

온도 오프도 아닌 그 이상 상태에서 이제는 벗어나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어쨌건 이전에 말한 대로 이와 같은 사태는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은 특수 상황이니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일이 또 있으면 곤란하지.’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팠다.

아무튼 탈 없이 넘어갔으니 된 거였다.

“그나저나 너희 무대, 꽤 재밌었는데 말이야.”

“아, 어제 무대요?”

“응.”

사자 역시 상황을 체크하느라 계속 무대를 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사자는 이내 가려는 듯 자연스럽게 모자에 손을 얹었다.

“언제 봐도 재밌는 것 같아, 무대는.”

언제 봐도?

“이전에 본 적 있어요?”

“있지. 지나가다가 우연히.”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우연히 내가 노래하는 걸 본 적 있었다고 했었지.

“언제 또······.”

지이이이잉.

그때, 들고 있던 폰이 울렸다.

“전화 왔나 본데?”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난 이만 갈게.”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사자의 몸은 언제나처럼 점차 희미해지더니, 이내 모습을 감췄다. 아무튼 사라지는 것 하나는 빠르다.

뒤이어 나는 손안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는 폰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발신자에 지체할 것 없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응. 형, 왜?”

* * *

─ 어디야?

“회사. 스케줄은 아니고.”

─ 아. 그래.

“왜 전화했는데?”

─ 근데 목소리가 좀 별로네.

어, 목소리가 좀 잠겼나.

특별히 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

“어제 피곤해서 그런가봐.”

─ 헤븐 콘서트?

“응. 봤어?”

─ 대충. 근데 그것 때문 맞아?

“그렇다니까. 그보다 왜 전화했는데?”

그러자 형은 잠시 말이 없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 다른 게 아니고 제안을 하나 하려고.

“제안?”

갑자기 웬 제안?

그리고 형이 말한 그 제안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 드라마 ost.

“뭐?”

드라마 ost?

잠깐, 드라마 ost?

“형 드라마?”

─ 응.

다름 아닌 <시간 감지자>의 드라마 ost를 말하는 것이었다. 형의 복귀작인.

─ 너 ost 음원도 한번 내면 좋잖아.

“어, 그건 그런데···이야기는 된 거야?”

─ 응.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하셨어. 윈썸의 세현 어떻냐고. 목소리 좋다면서.

어, 그렇군.

─ 그래서 내가 먼저 이야기해보겠다고 했어. 니가 수락하면 그대로 너희 회사에서도 정식 요청이 갈 거고.

상당히 갑작스러운 제안이긴 했지만 그런 거라면 당연히 오케이였다. ost는 첫 경험이라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응. 할게.”

─ 그래. 그럼 감독님께도 내가 말해 놓을게.

이에 알겠다고 전해두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그 길로 회사와도 얘기를 하면 될 것 같고, 그 전에 멤버들에게 미리 소식을 알려야겠군.

─ 아, 그리고.

그리고 그대로 통화가 끊어지는 가 싶더니 할 말이 아직 남았는지 형이 다시 말을 이었다.

─ 일찍 들어가. 상태 안 좋잖아.

그리고는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자기 할 만만 더 늘어놓더니 이내 통화를 끊었다. 안 좋은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하여간 걱정도 많다.

* * *

“오에스티?”

“응.”

앞선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건, 다름 아닌 안지호였다. 오늘 보컬 레슨 때문에 같이 회사로 출근을 한 터라.

“무슨 드라마?”

“우리 형 드라마.”

“아아.”

그러자 안지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안지호에게 전하기 전, 회사에 어느 정도 미리 이야기를 전달해둔 터였다. ost에 관해. 그러자 마찬가지로 좋은 기회라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궁금하네.”

“아직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야.”

“언제 나온다고?”

아니, 확정된 거 아니라고.

이거 약간 귀를 막은 듯한 느낌인데.

“뭐? 오에스티?”

“세현이 형, 오에스티 해요?”

“응. 아마도.”

이후 숙소에 있는 멤버들에게도 같은 소식을 전했다. 역시나 확정은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고.

“안 그래도 그 드라마 엄청 재밌어 보여서 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

“곡은? 들어봤어?”

“아직 정식 요청도 안 들어왔어.”

“말해, 뭐해. 좋겠지.”

뭐, 그럴 것 같긴 했다. 그래야 하고.

그래도 첫 ost 이니 나름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은데.

“노래, 엄청 잘 될 것 같아.”

차선빈이 나를 보며 말했다.

꽤나 확신의 찬 목소리였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곡이거늘.

“열심히 해볼게.”

“응.”

그런 내 대답에 차선빈이 그대로 살짝 미소 지었다. 원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긴 했다만···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며칠 뒤, 회사로 정식 ost 제안이 들어왔고 당연하게도 이를 수락했다. 더불어 새 스케줄도 하나 잡혔다.

“우세현, 오늘 치러 갈 거지?”

“응.”

“오케이.”

그런 내 대답에 백은찬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외출 준비에 나섰다.

백은찬과 나갈 곳은 근처에 위치한 스크린 야구장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스크린 야구장을 가는 이유는 바로 얼마 뒤에 있을 시구, 시타 행사 때문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서울을 연고지로 둔 모 야구 구단으로부터 시구 & 시타 섭외가 들어왔다.

당연히 그룹 전체로 참여를 하는 것이고, 시구와 시타를 할 사람만 멤버 중에 2명 뽑으면 됐는데, 이에 백은찬과 내가 나가기로 했다.

‘다른 애들은 준비 끝났나.’

나는 그대로 검정색 볼캡을 꺼내 썼다.

어차피 근방에 나가는 거고 연습을 하러 가는 거니 준비가 금방 끝났다.

그때, 차선빈이 방에서부터 나왔다.

역시나 외출복 차림이었다.

“준비 끝났어?”

“응.”

시구와 시타를 하게 된 나와 백은찬 말고도 다른 멤버들 역시 함께 스크린 야구장을 가기로 했다.

가는 김에 같이 쳐보거나 혹은 야구 이외에 다른 게임도 있다고 하니 그걸 하러 갈 겸 같이 가게 되었다.

“근데 안지호는?”

“끝났다. 이미.”

부엌 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안지호가 그대로 손을 들어보였다. 아, 거기 있었군. 준비 한번 빨랐다.

사실 안지호는 처음엔 큰 흥미를 안 보였는데, 야구 이외에 게임이 있다는 말에 결국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요즘 스크린 야구장에도 치거나 던지는 것 이외에 다양한 게임이 있는 것 같았으니. 어쨌건 다 같이 가게 된 게 좋았다.

뒤이어 준비가 끝난 멤버들이 속속히 거실로 모였고, 백은찬을 마지막으로 전부 모이게 되어 이윽고 숙소를 나서게 됐다.

“공 만지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백은찬이 한 손으로 야구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그리고 반대편엔 글러브 하나를 낀 채였다.

“예전에 공 좀 던져 봤어?”

“많이 던진 건 아니고 그냥 던지면서 놀았지.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그러잖아.”

“한창 뛰어 놀았겠네.”

“근데 워낙 오랜만이라 잘 던질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

이내 백은찬은 손에 있던 공을 그대로 몇 번 공중으로 튕겼다.

아무래도 팀에서 가장 운동 신경이 좋은 백은찬이 시구를 맡게 되었다. 아주 어릴 때라지만 나름의 야구를 하면 논 경험도 있고.

앞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차피 올라가면 잘할 테니 큰 걱정은 없었다.

‘내 걱정이나 해야지.’

그리고 내가 맡은 건 바로 시타.

백은찬이 던진 공을 치는 역할이었다.

물론 실제로 맞춰 치는 건 아니고, 그냥 치는 시늉을 하는 정도였다.

“은찬이 형, 나이스 볼!”

곧바로 투구에 나선 백은찬에 나는 멤버들과 함께 이를 잠시 지켜봤다. 공이 생각보다 꽤 빨랐다.

“아, 어렵네.”

“지금 거 꽤 잘했는데.”

“아냐, 몸이 좀 덜 풀렸어.”

그러더니 곧 다시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나는 옆에 있던 타자석으로 넘어갔다. 스크린 야구는 처음이었다.

슝!

탓!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생각보다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공은 대부분이 맞아 들어갔는데, 하다 보니 나름 재밌기도 했다.

“오, 세현이 형!”

“세현이 잘하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도운이 형과 하람이가 내 쪽으로 넘어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방금 건 파울이긴 했는데···그래도 맞춘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의외로 공은 금방 동이 났다.

“세현이 형, 공치는데 존멋.”

“잘생겨서 더 그래. 잘생겨서.”

“이 형은 자세도 멋있는 것 같아요.”

“근데 차선빈하고 안지호는요?”

어째 두 사람이 안 보였다.

백은찬은 아직 던지는 것 같았고.

“아, 둘은 저기.”

“저기요?”

그리고 이내 도운이 형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봤다. 그러자 곧 차선빈과 안지호가 보였다.

탕!

그곳에서 둘은 보호안경을 쓴 채, 사격 게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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