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승요 되려고 왔습니다.
서울 구단 비즈 (Bees)와 상대팀 웨일즈 (whales)의 경기는 꽤나 팽팽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팽팽한 긴장감 속에 멤버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경기에 꽤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에 중간중간 중계 카메라에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중계진 1 : 아, 오늘 윈썸 멤버들이 왔죠. 아마도 끝까지 보고 갈 듯 하네요.]
[중계진 2 : 근데 정말 잘생겼네요. 멤버들이 다 잘생겼어요.]
[중계진 1 : 그리고 오늘 윈썸 분들이 오신다고 해서 주변에서 싸인 요청이 정말 많았어요. 요즘 인기가 대단하더라고요.]
- 방금 애들 잡혔어! 존잘존잘
- 으잉 애들 집중하는 거 봐ㅠㅠㅠㅠ옹기종기 모여있는 것두 너무 귀엽당
- 근데 은찬이랑 하람이는 엄청 집중하는데? 특히 하람이ㅋㅋㅋㅋㅋㅋ
- 하람이는 와중에 왜 이렇게 심각하냨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또 카메라 발견하면 빵긋 잘 웃어줌ㅋㅋㅋㅋㅋ귀여워
└ 혹시 하람이 비즈 팬인 거 아니야? 그래서 혼자 심각한 걸지도ㅋㅋㅋㅋ
└└ 아 그럴 수도 있겠닼ㅋㅋㅋㅋㅋ
- 세현이랑 선빈이 오늘 너무 잘생겨서 눙물나ㅜㅜㅜㅜㅜㅜ
물론 우리를 찍는 카메라는 중계 카메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앞좌석은 물론, 좌우 좌석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나와 멤버들을 찍고 있었으니까.
이쪽을 주시하는 노골적인 카메라들의 시선 정도는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었다.
다만, 여전히 불편한 점은 있었다.
“어디 가려고?”
“손 좀 씻으려고요.”
“같이 가.”
매니저 형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카메라들도 다 같이 하나 둘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매니저 형과 나를 따라왔다. 와중에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오는 모양새라 개인적인 이동은 되도록 자제했다.
이어서 조금 어두워진 시각, 마침내 오늘 경기의 최종 승리팀이 정해졌다.
“홈러어어어어언!”
그와 동시에 그 순간 신하람이 응원 풍선을 크게 흔들었다. 여전히 방긋 웃는 표정으로.
최종 승리팀은 바로 서울 구단, 비즈였다.
중반까지 적은 점수 차로 인해 나름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기를 치렀지만, 마지막 9회에 2점 홈런이 터지면서 화려하게 승리했다.
- 우리 애들 승요 됐다 (눈물)
- 얘들아 승요 ㅊㅋㅊㅋ해!
- 애깅이들 좋아하는 거 너무 귀엽ㅠ
[중계진 1 : 아, 윈썸 분들도 좋아하고 계시네요~ 이렇게 승리요정이 되셨습니다~]
비즈가 연패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 여기서의 승리 요정은 상당히 의미가 컸다. 실제로 승리에 기여를 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우리가 온 날 승리를 하게 된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이 그라운드에 다시 오게 될 확률이 꽤 올라갔다. 상당히 이득적인 부분이었다.
- 오늘 애들 너무 청량청량해서 좋았당 시구 또 해줬으면ㅠㅠㅠㅠㅠㅠ
- 아 뭐야 애들 끝까지 있었어? 중간에 간 줄
- 하람아 축하햄 이겼다아아아 아까 하람이 좋아하는 거 넘 귀여웠어ㅠ
- 히히 하람이 좋아하는 것봐~ 역시 비즈 구단 팬이었나봄ㅋㅋㅋㅋㅋㅋ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작은 오해를 낳은 것 같긴 했지만.
* * *
- 윈썸 은찬, 세현, 환상적인 호흡의 시구와 시타 선보여
- 윈썸 은찬, 승리 요정 되려고 왔습니다
- 윈썸 세현, 여기서도 잘생겼네~
시구 행사가 끝난 이후, 꽤 많은 기사 사진이 올라왔다. 거기에 백은찬이 멋지게 시구를 성공한 덕분에 해당 영상은 아직까지 상당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밖에도 커뮤니티 짤로도 많이 돌아다녔다. 백은찬이 마운드에 선 모습이나, 내가 그런 백은찬을 보고 있는 장면 같은 거.
-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 같네 존나 좋아
- 낮 경기라서 그런지 햇빛 받아서 배경도 더 이쁘게 나온 듯ㅋㅋㅋㅋ예뽀예뽀
- 다음에도 다 같이 시구하러 갔으면ㅠ
당연히 공식 계정과 sns에도 어제 야구장에서 찍었던 셀카를 각각 업로드했다.
WINSOME @WINSOME_INENT
시구 전, 멤버들과 은찬이와 함께.
단체사진.jpg
은찬이랑.jpg
#세현 #은찬 #윈썸
#은찬이멋있었어요
└ 우옹 귀엽다 세현아ㅠ 은찬이랑도 야무지게 찍었구나ㅠㅠ
└ 등번호도 찍어줬네ㅠ 은찬이랑 서로 찍어준건가?
└ 은찬이가 6번, 세현이가 1번인가?
└ 세현이는 왜 1번임?
└└ 데뷔일! 1월! 그래서 1번이래~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뒤, 나는 중요 스케줄을 위해 또 다시 이동했다. 다만, 이번엔 멤버 없이 홀로. 단독 스케줄이었기에.
바로 드라마 <시간 감지자>의 OST 녹음 스케줄이었다. 그렇게 녹음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그대로 이준혁 음악 감독님이 계셨다.
이준혁 감독은 <시간 감지자>의 음악 감독으로 오늘 녹음 작업을 함께 해주실 예정이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어서 와요, 세현 씨.”
녹음을 하기 전에도 한 번 정도 만나 곡에 대해 사전 미팅을 진행했던 터라 오늘 만남은 두 번째였다.
“노래 나온 거 어떤 거 같아요?”
“너무 좋습니다. 가사도 좋고요.”
“이제 세현 씨가 불러주면 아마 더 좋아지겠죠.”
이준혁 감독이 그렇게 미소 지었다.
이준혁 감독은 상당히 칭찬에 후한 편이신 듯 했다.
“그때도 말했지만, 세현 씨가 이 오에스티 섭외 1순위였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노래를 너무 잘하니까. 촬영 감독하고 의견이 일치한 유일한 가수기도 했고요.”
이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역시 칭찬에 후하신 편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오에스티가 처음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많이 해봤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부족한 게 많을 겁니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데?”
이준혁 감독이 허허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근데 세현 씨는 도현 씨랑 의외로 많이 닮지는 않았네요.”
“아, 네.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분위기는 닮은 것 같아요. 게다가 잘생긴 것도 닮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부를 곡에 관해 다시 한번 잠깐의 설명 시간을 가졌다. 내가 녹음할 OST 곡은 ‘너에게로 달려갈게.’라는 제목의 곡이었다.
해당 곡은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 R&B 팝 발라드 곡으로, 설령 시간이 멈춘다고 해도 나는 너에게로 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곡이었다.
아마 공개일은 예정된 일정으로 보면, 꽤 일찍 풀릴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지 정확히 나온 건 없었다.
“편하게 해요, 편하게. 어려운 거 없으니까. 물론 세현 씨는 안 그래도 잘할 것 같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조금 이따가···아니, 음, 그럼 이제 녹음을 하러 가볼까요?”
그 길로 이준혁 감독은 어영부영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뭘 말하려다가 말지 않았나.
뒤이어 나 역시 그런 이준혁 감독을 따라 일어났다. 그렇게 녹음 부스로 들어가 준비된 헤드셋을 착용했다.
“그럼 벌스부터 천천히 시작할게요.”
“네.”
그리고 본격적으로 녹음이 시작되었다.
* * *
[멈춰진 공간 속에서]
[그대로 울리는 너의 목소리를 따라]
[그렇게 너에게로 달려가고 있어]
[정지를 모른 채 말이야]
“여기 끝음 처리 괜찮나요?”
“아주! 매우! 괜찮아요. 이대로 그냥 가면 될 것 같은데요?”
이준혁 감독이 얼굴에 크게 미소를 띠운 채로 말했다. 녹음은 꽤 순조로웠다. 한 테이크를 할 때마다 이준혁 감독이 오케이를 한 덕에 진도 자체가 굉장히 빨랐다.
“아, 내가 너무 오케이만 하나? 세현 씨, 혹시 더 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요.”
“네. 그러겠습니다.”
“너무 잘 부르니까 더 할 것도 없네요.”
뒤이어 이준혁 감독은 손목에 찬 시계를 한번 확인했다. 방금도 확인했던 것 같은데 이후에 다른 일정이라도 있는 건가.
“음, 그럼 여기 코러스 부분 한번 더 해볼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
“아, 왔어요?”
그리고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이준혁 감독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단 듯이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어서 와요, 도현 씨.”
형이었다.
잠깐, 형이 왜?
순간 눈을 의심하는 상황에서도 부스 밖에 있던 이준혁 감독과 형은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감독님, 이거요.”
“와, 이런 것도 사왔어요? 바쁠 텐데~”
“드시면서 작업하면 좋잖아요.”
그대로 형이 이준혁 감독에게 손에 들고 있던 음료 캐리어와 케익 상자를 건넸다.
“여기, 도현 씨가 왔네요~”
그와 동시에 함께 같이 녹음 작업을 하던 스텝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형과 감독님에게로 갔다.
“오, 감사해요. 마침 출출했는데.”
“와, 너무 예쁘다. 이거 사진 한번 찍고 먹어야겠는데요?”
“맛있게 드세요.”
그렇게 형의 방문으로 인해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스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형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형이 나를 향해 고개를 한번 까닥했다. 나오라는 말이었다.
‘언제 올 생각을 한 건지.’
그리고 나는 걸고 있던 헤드셋을 그대로 벗어 놓은 뒤, 그 길로 부스를 나왔다.
“어, 세현 씨. 어서 이리로 와요.”
이준혁 감독이 빠르게 손짓했다.
보아하니 형이 올 걸 미리 알고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시간을 확인했던 거군.
“도현 씨가 세현 씨 녹음하는데 꼭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해서요. 그래서 내가 오라고 그랬어요.”
“아, 그랬군요.”
“아무튼 들은 대로 형제 사이가 굉장히 좋은 가 보네요~ 이렇게 형이 직접 응원도 오고.”
“제가 거의 키우다시피 해서요.”
“아, 그러고 보니 둘이 나이 차가 꽤 나죠?”
여전히 분위기 한번 화기애애했다.
그렇게 형과 이준혁 감독은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나저나 내건 어딨지.
내 음료도 분명 사오긴 했을 테니, 있긴 있을 텐데. 그렇게 음료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순간 눈앞으로 음료 하나가 쑥 건네져왔다.
“여기.”
형이 그대로 내게 커피 하나를 건넸다.
어느새 이준혁 감독은 자리를 이동해 스텝과 작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대로 사왔지?”
“응. 너 어차피 그것만 먹잖아.”
“아니, 레시피.”
“달면서도 조금 쓰게.”
잘 사왔네.
이에 나는 그대로 컵에 빨대를 꽂았다.
카라멜에 단맛과 함께 쓴맛도 느껴지는 게 맛이 딱 좋았다.
“근데 여긴 왜 왔어?”
“아까 못 들었어?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단순히 이미지 챙긴 거 아니고?”
“그것도 목적 중 하나이긴 하지.”
형이 대답과 함께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그렇지.
“그래서, 녹음은 잘 되고 있고?”
“응. 생각보다 일찍 끝날 것 같아.”
“그럼 제 시간에 잘 찾아왔네.”
그러더니 곧 뒤에 있던 소파에 털썩 앉는다. 이거 설마 보고 가려는 건가.
“보고 가려고?”
“응.”
“형, 오늘 촬영 없어?”
“이따 밤에.”
아, 그럼 확실히 아직 시간이 좀 있긴 하군. 게다가 차림을 보니 이대로 바로 촬영장으로 갈 모양인 듯 했다.
형은 소매를 살짝 걷은 단정한 화이트 셔츠에 슬림핏의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굳이 보고 갈 것까진 없는데.”
“왜? 쑥스러워?”
“말이 되는 소릴 해.”
“그렇지? 그럼 보고 간다니까.”
“마음대로 해.”
뭐, 어차피 봐도 딱히 상관없으니.
게다가 가란다고 갈 형도 아니었다.
‘아, 그럼 대충 시간이 맞으려나.’
순간, 형에게 줄 물건 하나가 떠올랐다.
“형, 그럼 끝나고 잠깐 시간 좀 더 내.”
“그래. 근데 왜?”
“있어. 그런 게.”
그렇게 나는 그런 형을 뒤로한 채로 녹음 부스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녹음이 금방 재개되었다. 동시에 녹음 부스 건너편으로 형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형은 상당히 느긋한 모습으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음감인 줄.
“자, 그럼 세현 씨. 2절 시작 부분부터 다시 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곧 헤드셋을 통해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부분은 다른 것보다 박자가 밀리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했다.
여기에 섬세한 감정 표현은 필수였고.
[너로 인해 모든 것이 그대로]
[Pause, Pause.]
“네, 세현 씨. 방금 너-무 좋았어요.”
“한번 더 갈까요?”
“세현 씨가 원한다면요. 근데 방금도 좋아서 더 갈 필요가 있나 싶긴 한데······.”
“그럼 한번 더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네. 좋아요. 그럼 갈게요.”
그리고 다시 한번 반복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이어지는 녹음을 한동안 계속해서 반복했다.
다른 것보다 완성도 높은 OST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좋은 OST를 내어 조금이라도 드라마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좋아요! 세현 씨!”
그렇게 이준혁 감독의 신이 난 듯한 목소리가 내가 있는 부스 너머로까지 크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