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19화 (219/413)

219화. 엮인 게 꽤 많지.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가 뭐라고?”

“콩이 자라나는 펭귄 이장 마을.”

아, 그 영화.

앞서 차선빈이 말한 영화는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주인공인 펭귄 이장 마을에서 갑작스럽게 원인 모를 콩이 자라나는데, 결국 마을을 위협할 정도로 자라난 콩으로부터 펭귄 주민들이 마을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상당히 스펙타클하다던데.

게다가 영화 OST도 꽤 좋다고 들었다.

“예매했어?”

“응.”

차선빈이 뿌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자리도 넉넉했고, 관수도 많았던 터라 못 볼 걱정은 없었다.

도착한 영화관은 역시나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일부러 살짝 애매한 위치의 영화관을 고른 덕이었다.

“팝콘은 뭐 먹을래?”

그리고 나서 메뉴를 보는데, 그 순간 귀여운 메뉴 그림이 하나 눈에 띄었다.

‘너구리···인가.’

너구리인지 다람쥐인지 모를 캐릭터 팝콘 + 콜라 세트였다. 보아하니 팝콘통이 아예 캐릭터 모양인 듯 했다.

‘애기들이 좋아하겠네.’

귀엽긴 하지만 어차피 주문 생각이 없으니 이건 이대로 패스를 하고······.

“세현아, 저걸로 할까?”

그때, 차선빈이 무언가를 가리켰다.

다름 아닌 너구리 팝콘통이었다.

“좋지. 귀엽네.”

“그렇지?”

“응. 나도 좀 고민했어.”

그래, 귀여운 게 최고지.

그리고 곧바로 이 세트를 주문했다.

어니언 반, 카라멜 반으로.

뒤이어 차선빈이 팝콘은 자신이 든다기에 그렇게 하라고 넘겨주었고, 나는 그대로 콜라 두 잔을 들었다.

“다람쥐가 귀여운 것 같아.”

너구리 아니었냐?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쨌든 차선빈이 좋아했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꽤 마음에 들었던 건지 차선빈은 이따금씩 손에 든 팝콘통을 한번씩 쳐다봤다. 음, 알찬 구매였어.

“M관이라고 했었지?”

“응.”

뒤이어 영화가 시작되기 1분 전, 차선빈과 함께 정해진 상영관으로 걸음을 조금 서둘렀다.

* * *

영화는 꽤 재밌었다.

솔직히 내용보다는 OST를 더 기대하고 간 건데, OST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상당히 볼 만 했다. 후반부 스토리에 나름 콩과 관련된 반전이 섞여 있었기에.

게다가 영화관의 빵빵한 사운드와 큰 스크린으로 보니 훨씬 몰입하기가 좋았다. 역시 괜히 인기 있는 게 아니었다. 이거 500만 넘었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관을 나왔다. 앞서 들고 왔던 너구리 팝콘통은 어느새 바닥을 보인 상태였다.

“영화 어땠어?”

“재밌었어. 근데 좀 슬프지 않았어? 결국 콩이 없어진 거잖아.”

“근데 뭐, 원래는 없던 존재였으니 그건 어쩔 수 없지. 결국은 해피엔딩이었고.”

“그건 다행인 것 같아.”

“영화관에서 보는 맛이 있더라. 아, 너구리는 가져갈 거지?”

“응.”

차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얘가 그냥 버리기엔 좀 아까웠다.

“바로 밥 먹을 거야?”

“아, 저녁은 좀 이르지?”

그리고 저녁을 먹기엔 애매한 시간인 것 같아 중간에 영화관 안에 있는 게임 센터에 들리기도 했다.

쾅─!

삐리리리리리-

그 순간, 엄청난 크기의 굉음이 울렸다.

차선빈의 주먹을 맞은 펀치 기계에서부터 난 소리였다. 소리가 워낙 대박이라 친 순간 주변에 있던 이들의 주목을 받을 정도였다.

[993]

“조금 빗맞은 것 같아.”

“······그래?”

993점이?

참고로 이전 최고점은 981점이었다.

잘 맞으면 몇 점인 걸까.

나는 그대로 들고 있던 너구리 팝콘통을 차선빈에게 조심히 건네주었다.

“저, 혹시 윈썸 아니에요?”

“아, 네. 맞습니다.”

“저 멜로우에요!”

이동하는 도중에는 우리를 알아본 멜로우를 만나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멜로우는 우리를 향해 앨범을 들어 보였다.

실제로 우리 앨범이었다. 그것도 가장 최근인 리패키지 앨범. 근데 앨범을 가지고 다니시는 건가.

[“와씨, 앨범깡 하러 오길 X나 잘함.”]

아아, 앨범깡을 하신 거였군.

뒤이어 건네신 앨범에 차선빈과 나란히 싸인을 했다.

“감사합니다! 잘생겼어요! 100m 밖에서 봐도 완전 눈에 띄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멜로우를 향해 웃어 보였다.

중무장까진 아니더라도 그래도 모자는 꽤 눌러쓴 상태였기에 눈썰미가 상당히 좋으신 것 같은, 아니, 그보다 차선빈이 눈에 안 띌 리가 없지.

“밥은 여기 근처에 샤브샤브 가게 하나 있는데, 어때?”

“응. 괜찮아.”

마침 주변에 괜찮은 샤브샤브집이 있어서. 모처럼 나왔으니 고기도 먹어줘야 했고.

지이이이잉-

와중에 폰이 울렸다.

[은차닝]

: 아니 왜 안 와?

아,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이야기를 안 하고 왔군. 촬영이 끝나자마자 그냥 온 탓에.

“백은찬이 톡 왔어.”

“은찬이가?”

“왜 안 오냐고.”

“아아.”

차선빈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곧장 답을 보냈다.

[우세현]

: 놀러 나옴 선빈이랑

[은차닝]

: 나 두고?

[우세현]

: 촬영 끝나고 바로 왔어

[은차닝]

: 나랑도 놀아

애냐.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왜?”

“하도 칭얼거려서.”

그리고 나서도 연달아 오는 칭얼거림에 대충 맛있는 걸 사가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곧바로 답이 온다.

[은차닝]

: 그럼 배X킨♥

[우세현]

: 알겠어

[은차닝]

: 사랑해 (하트 이모티콘)

징그러운 말을 잘도 하는 것 보니 삐뚤어진 게 벌써 풀린 모양이었다. 하여튼 백은찬, 알기 쉽다.

“근데 여기 맛있다.”

“전에 백은찬이 추천해준 곳이야.”

“아, 은찬이는 밥에 진심이니까.”

“그렇지. 밥에 진심이지.”

그래서 웬만하면 거의 맛집이다. 백은찬이 추천해준 곳은. 생각해보니 여기도 온 걸 알면 같이 가지 그랬냐고 더 칭얼거릴 것 같은데.

어쨌든 그렇게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이어서 주문한 고기와 야채들이 다시금 테이블 위를 채웠다.

그리로 그렇게 열심히 냄비 안에 고기를 넣고 있는데, 순간 창밖으로 번쩍번쩍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 RA 엔터가 이쪽에 있었군.’

RA 엔터테인먼트 사옥이었다.

그러고 보니 근처였었나.

사옥 이전 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건물이 유독 눈에 띄었다.

“RA 엔터 건물이 잘 보이네.”

차선빈 역시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하긴,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저렇게 화려한데. 일단 건물 디자인부터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RA 엔터와는 엮인 게 많지.’

직간접적으로.

당연히 좋게 엮인 건 없었다.

형의 전 소속사인 거나, 안지호가 잠시 연습생을 했던. 지금은 체이스의 소속사고.

그러고 보니 요즘 체이스가 초동 100만장 기록했다면서 언플을 쏟아내고 있는 참이었다. 아, 빨리 우리도 컴백해야 하는데.

‘근데 안지호는 RA 엔터에 몇 년 정도 있었다 했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RA 엔터에서 얼마나 연습했는지 그건 들은 기억이 없던 것 같다.

“무슨 생각해?”

“아, 그냥. 잠깐.”

어느새 냄비가 비어가고 있었다. 이에 남아 있는 재료를 다시 넣으려고 하는데, 그때 차선빈이 먼저 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선 차분한 모습으로 재료를 넣었다.

“선빈아, 9살이었지? 회사 들어온 거.”

“응. 맞아.”

“길거리 캐스팅이었어?”

“응. 학교 앞이었어. 하교할 때.”

초등학교 앞에서 캐스팅이라.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게 이런 건가.

차선빈은 대략 10년 차 연습생이었다. 멤버들 중에서 가장 오래 연습을 한.

그렇지만 굳이 힘들었겠네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힘들었겠지.

“연습생 때는 정말 연습만 하고 살았어서. 다른 거에 딱히 관심을 가질 만한 시간이 없었어.”

차선빈은 그렇게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그래도 나름 아쉬운 게 좀 있지 않았을까. 형도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던 터라 못 해본 게 많았었다. 보는 내가 아쉬울 정도로.

“그 시간들은 나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시간들이었으니 별로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게 아주 없지는 않아.”

그렇겠지. 당연히.

“그래도 괜찮아. 그때 못한 걸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지금?”

“응. 이렇게 너희랑 놀러 다니는 거.”

아.

“항상 재밌거든. 같이 하는 거. 그래서 애들이랑 항상 어디 놀러 가거나 같이 뭘 하면 좋아.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워낙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차선빈이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 채로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차선빈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걸 보니 왠지 더 많은 걸 같이 해보고 싶어졌다. 그것 말고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더 많으니까.

“앞으로 많이 다니면 되지. 같이.”

“응.”

그 말에 차선빈은 기쁜 듯 웃어 보였다. 촬영 이외에도 멤버들이랑 다 같이 한번 놀러 가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한번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편하게 말해. 같이 하자.”

“응. 고마워.”

차선빈이 다시금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만해도 차선빈이 먼저 제안한 나들이였기에. 뭐가 됐든 같이 해주고 싶었다. 더 재밌는 걸 많이.

그리고 나는 다 익혀진 고기를 차선빈의 그릇에 옮겨 주었다. 잘 익은 야채와 함께. 맛있게 먹는 게 내가 다 보기 좋았다.

* * *

이후 31가지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포장해 그대로 숙소로 갔다.

그렇게 돌아오니 곧바로 거실에 모여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창 TV에 집중하는 얼굴들이었는데, 그때 우리가 온 걸 눈치 챈 백은찬이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났다.

“와, 둘만 놀러 갔다 왔어?”

“촬영 끝나고 잠깐 간 거야, 잠깐.”

“대충 보니 하루 종일 놀다 온 것 같은데? 뭐하다가 왔어?”

“영화 보고 왔어.”

“영화~?”

그러자 백은찬이 눈썹을 씰룩인다.

이럴 때는 이게 직빵이다.

“아이스크림 사왔어. 니가 말한 거.”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어. 근데 무슨 맛 사왔어?”

“대충 초코맛이랑 샤베트맛이랑 이것 저것.”

민트 초코는 뺐다.

백은찬은 반 민초파니까.

“역시 우리 세현이가 센스가 있어. 형님 취향대로 쏙쏙 사왔네.”

“아, 백은찬. 그만 떠들어.”

“아이스크림 사왔다고요?”

“그보다도 얘들아, 얼른 와봐.”

그때 여지껏 TV에 집중하고 있던 도운이 형이 나와 차선빈을 손짓하며 불렀다. 이에 우리는 곧바로 TV 앞으로 갔다.

“뭔데요, 형?”

“저것 봐.”

그리고 보게 된 화면.

화면에서는 <노래하는 퀴즈!>라는 TNC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우리 노래 나왔어.”

“네?”

TNC <노래하는 퀴즈!> 프로그램은 매주 특정 곡을 듣고 해당 곡의 가사를 맞추는 프로그램이었다.

시청률도 괜찮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화제성도 좋은 편이라 출제되는 문제들은 매주 <자몽>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곤 했다.

근데 이번엔 우리라고?

그리고 자막을 확인하니 정말로 우리 노래가 문제로 출제되고 있었다.

“<재생>이네요.”

“응. 그게 나왔어.”

문제로 나온 곡은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재생 (Replay)>였다.

“아직 노래는 안 나온 거예요?”

“응.”

“제가 발견했어요, 제가! 틀자마자 윈썸이라고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헉! 해서 형들 다 불러 모았죠.”

현재까지 어느 파트가 나오는지는 아직까지 나온 게 없었다. 아무래도 랩 파트가 나올 확률이 높지 않을까. 보통 많이들 그러던데.

“어······.”

아, 잠깐만.

그런데 그때,

화면 속으로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였다.

“저 사람, 혹시······.”

“아, 맞아. 오늘 출연진이 저 선배님이시더라고.”

“박시겸.”

안지호가 말했다.

아니, 박시겸이 푸는 거냐. 우리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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