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20화 (220/413)

220화. 윈썸 노래 종종 듣습니다.

이번 회차 <노래하는 퀴즈!>의 게스트는 박시겸과 서현우라는 남자 배우 두 명이었다.

보아하니 영화 홍보 차 나온 것 같은데,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패널들과 함께 앞서 나온 우리 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윈썸, 윈썸 요즘 유명하지.]

[윈썸 노래 좋은 거 많아요. 그래서 저 조금 자신 있어요.]

[어떻게, 두 분은 윈썸 노래 좀 아시나요?]

질문은 자연스럽게 게스트 두 사람에게로 넘어갔다. 이에 가장 먼저 답을 한 건, 바로 박시겸이었다.

[박시겸 : 윈썸, 좋아합니다.]

[오, 그래요? 그럼 잘 알겠네요?]

[박시겸 : 네. 종종 듣습니다.]

X친, 종종 듣는다고?

당연히 방송용 멘트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맞지 않는 부조화에 제대로 거부감이 들었다.

‘차라리 신도하면 모를까, 박시겸은······.’

아무리 생각해도 들은 위인이 아니다.

- 박시겸 있는데 윈썸 노래야? 모냐 이 조합은?ㅋㅋㅋㅋㅋ

- 박시겸 윈썸 노래 자주 듣는다고함

- 그냥 하는 말 아님? 게스트들 나오면 맨날 자주 듣는다고 얘기하던데ㅋㅋ

- 우세현이 있는데 자주 들을 리가 없긴 하지

- 자주 들을 수도 있지 궁예가 아주 판 치네ㅋㅋㅋ뭘 그렇게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는지?ㅋ

역시 말이 나오긴 하는군.

우리 노래가 나오는 이상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문제의 <재생>의 반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 노래 좋은데요?]

[박시겸 : 윈썸 노래 좋은 곡 많아요.]

여전히 태연스러운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배우 아니랄까봐 와중에 꽤 자연스럽다.

[~문제 음악 부분~]

“오, 딱 저 부분 나왔네?”

“아, 이건 좀 어렵겠다.”

문제로 나온 구간은 백은찬의 파트였는데, 랩 파트는 아니었지만 프리템포가 있는 구간이라 가사가 꽤나 쪼개졌다.

거기에 내가 코러스처럼 화음을 조금씩 넣었던 터라 더 안 들리기도 했고.

[아, 어렵다.]

[서현우 : 생각보다 어렵네요.]

[아니, 근데 왜 두 사람 목소리가 들리죠? 이러기 있어요?]

“은찬이 형 발음이 원래 저렇게 뭉개졌었어요?”

“저건 프리템포라 어쩔 수 없었어. 녹음할 때도 느낌을 살리느라 고생했다고.”

“결론은 저 부분에 한정해 백은찬 발음이 구리다는 거네.”

“그래, 한정하다는 말은 꼭 붙이고.”

백은찬이 그대로 얼굴에 미소를 한 가득 띄운 채 안지호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해당 파트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파트의 주인은 은찬 씨고요, 그 뒤로 나오는 목소리는 세현 씨입니다.]

그 뒤로 너무 어렵다며, 출연진들의 볼멘소리들이 연달아 들리긴 했지만 이내 모든 출연자들이 자신이 적은 답을 공개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밝혀지는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을 쓴 한 사람.

- ㅁㅊ? 1등이라고?

- 진짜 1등임?ㅋㅋㅋㅋㅋ아개웃겨

- 예상 밖이네ㅋㅋㅋㅋㅋㅋㅋ

[박시겸 씨입니다!]

바로 박시겸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름이 호명된 박시겸은 화면 속에서 홀로 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 ㅁㅊ 박시겸이 1등?

- 이건 완전 예상 못했닼ㅋㅋㅋㅋ박시겸 왠지 요즘 노래 잘 안 들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 당연히 전직 아이도루인데 모르지는 않겠지ㅋㅋㅋㅋ오히려 잘알일 것 같은데

- 말하는 거 보니 윈썸 노래 꽤 듣나보네 근데 우세현 목소리 나올 때마다 묘할 듯

└ ? 묘할 게 뭐가 있음?

└ 응 이런 궁예사절이고요

└ 아직도 루트 사이 날조하고 다니는 정병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네

└└ 아직도 존많이지

“아.”

그 순간, 가운데 앉아 있던 안지호가 짜증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박시겸이 1등이라는 결과가 별로였던 모양이다.

확실히 그다지 기쁠 일이 아니긴 하다만.

가장 정답에 가까운 인물로 선정된 박시겸. 이에 박시겸은 여전히 카메라에 얼빡샷으로 잡혀 있는 상태였다.

“안지호는 별로인가본데?”

“어. 별로야.”

“지호 형, 저 선배 안 좋아했었어요?”

“지금은 웃는 낯짝이 별로야.”

음, 그래.

웃는 낯짝이 별로였구나.

근데 나도 별로긴 했다.

“근데 1등이 저 선배일 줄은 몰랐네. 그냥 듣는 귀가 좋으신가?”

“그런가 봐요. 근데 그것도 의외네요.”

그 말을 하던 어느새 멤버들은 분홍색 아이스크림 스푼을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내 백은찬이 나에게도 아이스크림 스푼을 하나 건넸다. 그 사이, 어느새 아이스크림이 반이나 없어져 있었다.

“세현아, 이 맛이 더 맛있어.”

차선빈이 샤베트 맛을 가리키며 말했다. 역시 차선빈이 맛을 좀 안다. 맛잘알. 민트초코 좋아할 때부터 알아봤어.

그리고 그렇게, 박시겸의 정답을 중심으로 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그려졌다.

[시겸 씨가 하신 정답을 중점으로 가야죠.]

[박시겸 : 작성한 정답은 확실하게 맞습니다.]

- 오 박시겸 자신 있나보네ㅋㅋㅋ쓴 건 다 확실하대

- 이번 문제 노래가 어렵긴 하다 뭔가 들릴 듯하면서도 안 들려

- 타팬인데 이거 노래 좋아ㅋㅋㅋㅋㅋㅋ내 플리에서 안 빠지는 노래임

[첫번째 도전, 실패!]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로 도전한 답안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전 출연자들 앞으로 특수 효과 바람이 훅! 불어왔다.

와중에 침착하다.

“아, 역시 첫 번째로는 좀 힘들지.”

“근데 이 부분이 원래 잘 안 들린다는 말이 있었어요?”

“어느 정도 말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이 부분 아니고 다른 부분이었을걸.”

“내가 볼 땐 세현이랑 은찬이가 겹쳐서 더 안 들리는 것 같아.”

아무래도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었으니 안 들리나 싶었지만, 저쪽에서 나오는 답안을 보니 정말로 안 들리는 게 맞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건’이냐 ‘-걸’이냐를 두고 출연자들끼리 한창 토론하기도 했다.

“아, 저거 걸이잖아.”

“? 뭔소리예요. 저거 건인데.”

“-걸 아니었어?”

“도운이 형, 가사 그 새 까먹었어요?”

이에 윤도운이 다시금 폰을 들어 가사를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조용히 말을 잃었다. ‘-건’이 맞은 모양이었다.

[박시겸 : 저 한번 믿고 가시죠. ‘-건’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시겸의 호기로운 패기!]

‘진짜 잘 듣는 편이 맞는 모양인데.’

여기에 화면 속 박시겸 역시 ‘-건’을 맞다고 밀었고, 그러자 점차 ‘-건’으로 정답이 채택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아마 박시겸이 확실하게 주장하지 않았으면 그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 근데 이거 3차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노래 한번이라도 더 나오게?”

“넹. 당연하죠.”

그건 그렇지.

한번이라도 더 나오는 게 좋긴 하다.

“그래도 실패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실패해도 딱히 상관은 없지 않나.”

안지호가 그대로 핑크색 스푼을 든 채로 앞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조금 펐다. 와중에 샤베트는 피하고 있었다.

“지호 형은 실패해도 상관없다파예요?”

“어차피 노래만 많이 나오면 그만이잖아.”

“냉정하네~ 근데 맞긴 해.”

[2차 실패!]

[벌칙 바람을 호되게 맞은 현우]

두 번째 도전 역시 크나큰 바람이 그대로 출연자들을 덮쳤다. 특히나 크게 맞은 서현우가 화면에 그대로 클로즈업되었다.

[박시겸 : 확실히 어렵네요.]

[아니, 이 정도면 윈썸 한번 나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분노하는 출연진들~]

“아, 진짜 한번 나가면 재밌겠다.”

“그렇지. 저거 재밌을 것 같긴 해.”

“근데 우리 중에 잘 듣는 사람 있어요?”

순간 정적이 돌았다.

그래도 안지호는 잘 듣지 않을까.

“안지호는 잘 듣지 않아?”

“난 왜?”

“너 귀 좋으니까.”

정확히는 음감이 좋다.

그리고 평소 노래도 많이 듣는 편이니까.

가장 가능성 있지 않을까.

“음감이랑은 다른 얘기지. 그것보다 음감은 나보다 니가 더 좋잖아.”

“세현이 형도 그렇긴 하죠.”

“내 생각엔 내가 제일 잘 들을 듯.”

“? 이 형은 갑자기 왜 이래?”

역시 안지호가 가장 잘 들을 것 같다.

그 사이, 어느새 마지막 정답 도전을 하는 중이었다. 근데 흐름상 이번 차례에서는 맞출 것 같았다.

[최종 성공!]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이번 도전에서 정답을 맞혔다. 동시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꽃가루가 떨어졌다.

- 와 드디어 맞춤? 이번 노래 좀 어려웠다

- 중간에 건이랑 걸 잘못했으면 그대로 실패할뻔했넼ㅋㅋㅋㅋㅋ

- 건이랑 걸이 신의 한수였음

- 근데 노래 좋다 이거 제목이 뭐라고?

- 박시겸 진짜 윈썸 노래 좀 듣나? 뭔가 말하는 내내 윈썸 노래 좀 아는 것 같았음

[아, 어려웠네요. 시겸 씨도 어떻게, 윈썸에게 한 말씀 하시죠~]

[박시겸 : 목소리들이 정말 좋으십니다.]

박시겸은 그렇게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였다. 여전히 안 어울리는 말을 잘도 했다.

“역시 낯짝이 별로네.”

그걸 본 안지호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박시겸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근데 이거 보통 끝나면 막 실검에 올라오고 그러던데. 이번에도 그러려나?”

“들어가봐요!”

“두근두근.”

백은찬이 그대로 빠르게 자몽 어플에 접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실시간 검색어에 우리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JAMONG]

# 실시간 검색 순위

1. 재생

2. WINSOME

“오!”

이게 이 프로그램의 좋은 점이었다.

어떤 곡이든 나오면 일단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니까. 어찌 보면 좋은 노래 홍보 수단 중 하나였다.

- 오늘 문제로 나온 부분 너무 좋지 않았어? 은찬이랑 세현이 화음 부분 제일 좋아하는데 거기가 딱 나왔어ㅋㅋㅋㅋㅋ

└ ㅇㅈㅇㅈ 거기 좋아하는데 그 부분이 딱 나옴 물론 맨날 들어서 난 쉬웟오ㅋㅋ

- 애들 노래 벌써 자몽에서 실차에 올랐다ㅠㅠㅠㅠ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ㅠㅠㅠㅠ

- 여기 작가가 애들 잘알인지 중간중간 계속 다른 노래들도 틀어주더라 그런 의미에서 애들도 나왔으면ㅠㅠㅠㅠ

그러고 보니 박시겸이 이 프로에 나온 건 다름 아닌 영화 홍보 차원이었다.

‘그럼 혹시 형도 드라마 홍보 차원으로 여기 나올 수도 있으려나.’

마침 형이 하는 드라마 역시 TNC 작품이었다. 이 예능도 TNC이고. 이때껏 TNC 드라마들의 홍보는 거의 이 예능을 거쳐 갔으니 형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그럼 설마 그때도 우리 노래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아니, 다시 생각하니 그건 너무 지나친 우려였다. 일단 제작진이 떡하니 동생네 그룹 곡을 문제로 내놓겠냐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터무니없는 걱정이었다.

‘근데 정말 그렇다 해도 사실 형이 활약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

느낌상 노래라고는 타이틀곡 밖에 모를 것 같은데. 일단 무대는 챙겨봤다고 하니.

음, 아무리 생각해도 활약은 전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제대로 듣기만 해도 다행이지.

“세현이 형, 이건 뭐예요?”

“아, 아이스크림 2통 사왔어.”

“헐!”

“아이스크림이 한 통 더라고?”

이를 들은 백은찬과 신하람이 환호했다. 그렇지, 기본 2통은 사와야지. 한 통을 누구 코에 붙이겠냐.

“근데 이 퍼란 건······.”

“민트초코.”

“······.”

하나는 민트초코 넣어줘야지.

* * *

정신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과 군데군데 빼곡이 늘어져 있는 촬영 장비들. 북적북적한 상황 속에서도 드라마, <시간 감지자>의 촬영은 여느 때처럼 계속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우도현은 다음 장면을 대기하며 다시 한번 대본을 살펴보고 있었다.

“도현 씨!”

그때, 저 편에서부터 스텝 한 명이 그런 우도현의 이름을 부르며 급하게 달려왔다. 이에 우도현은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저쪽에 선물이 하나 와 있어요.”

“선물이요?”

“네.”

그리고 스텝은 그대로 한번 웃었다.

그에 비해 짐작 가는 바가 없는 우도현으로서는 그저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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