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21화 (221/413)

221화.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급해?

언제나처럼 바쁜 드라마, <시간 감지자>의 촬영 현장.

해당 현장은 평소와 별로 다를 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딱 한 가지 평소와는 다른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촬영 현장 앞으로 온 커피차 한 대. 핑크와 블루가 섞인 귀여운 디자인의 커피차 한 대가 그대로 촬영장 안에 들어서 있었다.

[감독님, 스태프 분들 우도현 잘 부탁드립니다.]

커피차 트럭에는 그렇게 문구가 간결하게 적혀 있었다. 그와 더불어 구비된 컵홀더나 스티커 등에도 우도현의 사진이 프린팅되어 있었다.

우세현의 깜짝 응원 선물이었다.

그리고 이를 본 우도현은 이내 피식 웃었다. 동시에 폰을 꺼냈다. 앞서 보이는 트럭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런 건 어디서 보고.’

갑작스럽게 선물이 왔다는 말에 뭔가 싶었건만, 이런 커피차 한 대가 제 앞으로 떡 하니 와 있었다.

우도현은 그렇게 똑같은 트럭 사진을 한참 동안이나 찍었다. 하나는 오른쪽 각도에서, 다른 하나는 왼쪽 각도에서. 그 밖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찍었다.

‘근데 왜 내 사진으로만 도배를 해놨어. 자기 사진도 같이 넣었어야지.’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다.

트럭이고 컵홀더고 대부분이 우도현의 단독 사진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이왕이면 동생의 사진도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거니 했다. 둘이 있는 사진으로.

마지막에 트럭 문구가 잘 보이게끔 찍고 나서야 그는 사진 찍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자 이를 본 매니저가 이번엔 자신의 폰을 꺼내 들었다.

“도현아, 트럭 앞에서도 한번 찍을까?”

“네, 찍어줘요.”

“그래, 거기 한번 서 봐. 판넬 옆에.”

그렇게 우도현이 또 다시 자신의 사진으로 장식된 판넬 옆에 섰다. 해당 판넬에는 우도현의 사진과 함께 [‘시간 감지자’ 대박!]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됐다, 잘 나왔어.”

“형, 나중에 음료 들고 한 장 더요.”

“그래, 알겠어.”

자고로 이런 건 음료를 든 사진도 함께여야 했다. 그리고 우도현은 곧바로 트럭으로 가 아메리카노 하나를 주문했다.

“형, 바로 찍어줘요.”

“알았다. 웬일로 이렇게 급하게 굴어?”

“급하거든요.”

그런 우도현의 말에 매니저는 실소하면서도 다시금 카메라를 들었다. 말없이 차분했던 평소 현장에서의 모습과는 조금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이내 매니저의 카메라를 보며, 우도현 그대로 살짝 미소 지었다.

“오, 이번이 더 잘 나왔다.”

“그래요?”

“응. 올릴 거면 이걸로 올려.”

“안 올릴 건데요?”

그러자 매니저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을 했다.

“아, 맞다. 너 SNS 없지.”

“아뇨. 그냥 공유할 생각 없어요.”

별로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굳이 공유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이제까지 찍은 사진들은 어디까지나 제가 두고두고 볼 용도로 찍은 것들이었다.

“어, 그럼 이거 어떻게 알리려고?”

“알려야 해요?”

“알리면 좋지. 보기 좋잖아. 세현이한테도 그 편이 좋을 테고.”

물론 이미지적으로 그게 좋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원래 이런 건 널리 알려야 화제도 되고 기삿거리도 되고 하는 거니까.

다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그냥 자신만 보고 싶었다. 이것들은.

“그럼 나중에 생각 있으면 말해. 회사 공식 계정으로 올려줄 테니까.”

“네. 알겠어요.”

그렇게 우도현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내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게 제 욕심이라는 걸 역시나 잘 알고 있었지만.

‘역시 여러모로 불편하네.’

동생이 데뷔를 하게 됐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했다.

그리고 일단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 채, 곧바로 동생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커피차과 관련해서.

[우도현]

: 커피차 잘 받았다

스케줄 중이려나.

그렇게 생각할 무렵 예상과 달리 얼마 안 가 답이 왔다.

[내 동생]

: ㅇㅇ 잘 받았으면 됐어

[우도현]

: 이런 건 어떻게 생각했어?

[내 동생]

: 원래 다 하는 거잖아 당연히 알지

그 말에 우도현은 다시금 웃었다. 마치 어린애가 다 큰 어른인 양 행세하는 것 같아 괜히 웃음이 났다.

그리고 우도현이 그에 대한 대답을 다시 한번 보내려던 찰나, 그의 주변으로 그림자 하나가 졌다.

“도현 씨.”

한사라였다.

같은 드라마에 같은 주연으로 출연 중인 그녀는 테이크 아웃 컵 하나를 든 채로 우도현을 향해 다가왔다.

“커피, 잘 마실게요.”

“네.”

“동생 분···그러니까 세현 씨가 쏘시는 거죠?”

“네. 맞습니다.”

들리는 익숙한 이름에, 우도현은 그대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사라는 다시 한번 빙긋 웃었다.

“형제 사이가 굉장히 좋으신 것 같아요.”

“네. 그렇죠.”

“세현 씨가 센스가 좋나 봐요. 차량 문구도 재밌더라고요.”

이에 우도현은 대충 그런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역시나 간결하고 짧은 대답이었다.

“근데 도현 씨, 예전부터 궁금했는데요.”

그때 한사라가 앞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게 그녀가 가리킨 것은 바로 우도현이 가지고 있던 대본 케이스였다.

“그 대본 케이스요, 어디서 구매하신 거예요? 디자인이 꽤 예쁜 것 같아서요. 안 그래도 저도 요즘 대본 케이스로 고민을 좀······.”

“아뇨.”

그 순간, 우도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우도현의 표정에 한사라는 순간적으로 흠칫했다.

무표정하게 굳은 표정과 분위기에 한사라는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우도현은 평소와 같은 얼굴로 앞선 말을 이었다.

“이건 제가 선물 받은 거라서요. 업체가 어디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 네. 그러시구나.”

“네.”

그리고 그러한 우도현의 대답에 한사라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 씨, 잠깐만 와주세요.”

“네.”

그때, 저 멀리서부터 스텝 한 명이 우도현을 찾았다. 이에 우도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 네! 그러셔야죠.”

그렇게 우도현은 언제나와 같은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이내 먼저 자리를 떠났다.

‘뭐지, 혹시 중요한 사람이 준 건가?’

방금 보였던 그 살벌한 표정.

그걸 보니 아마도 자신이 언급했던 대본 케이스는 상당히 중요한 사람한테 받은 듯 했다.

‘음, 그렇다면 완전히 잘못 물었네.’

그렇다면 자신이 비슷한 걸 사는 걸 반기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이에 한사라는 괜한 걸 물었나 싶었다.

‘저거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한사라는 곧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연히 봤던 우도현의 케이스가 상당히 예쁘다고 생각해 그동안 어디 꺼냐 물어볼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무산인 듯 했다.

‘색조합이 기가 막혔는데. 아무튼 일단 저건 사지 말고.’

다른 후보로 가봐야지.

사실 같은 걸 살 생각도 없었지만, 저런 반응이면 더더욱 저 업체는 패스였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다른 후보군 몇 개가 있었기에.

그녀는 그렇게 지금, 예쁜 대본 케이스를 찾기 위한 여정을 걷고 있었다.

‘좋아, 역시 다른 후보들을 좀 더 봐야겠어.’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예쁜 대본 케이스를 위해 다시금 검색의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 [제목] : 세현이 이번에 형한테 커피차 넣어줬나봐 (흐뭇한 표정)

형아 스텝 분 sns에 올라옴!

└ 우옹 세현이 센스있당

└ 문구도 세현이 같네 ㄱㅇㅇ

└ 형아 힘내라고 보내줬나부다 귀여웡

└ 암튼 세현이는 형이랑 사이가 너무 좋아....그래서 더 좋아......♥

- 윈썸 세현, 배우 우도현에게 보낸 훈훈한 커피차 선물

- 우도현, 동생이 보낸 커피차 받고 보기 드문 미소로 인증샷

- 이어지는 형님 사랑···윈썸 세현, 얼마 전에 복귀한 우도현에게 힘이 되는 선물

지난번 형에게 커피차를 보낸 게 어느새 알려진 건지 일찍부터 여기저기서 이와 관련된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사실 기사까지 날 필요는 없다고 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기사가 많이 떴다. 반응도 큰 편이었고.

- 여기 형제 너무 좋아 사이 넘나 좋아서 보면 맨날 흐뭇해짐

- 둘 다 존나 잘생겼는데 둘이 형제야 ㅆㅂ 존나 좋네

- 근데 의외로 둘이 투샷은 얼마 없지 않아? 투샷 한번 보고 싶다ㅜㅜㅜㅜㅜ

- 얘네 형제 어릴 때 찍은 사진 같은 거 궁금하다 존나 귀여울 듯

- 나중에 둘이 한번 같이 방송했으면 할미 소원ㅠㅠㅠㅠㅠ

소식이 전해진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어느새 벌써 여러 커뮤니티에 인기 게시글로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형이랑 투샷으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형이 예전부터 나랑은 사진을 거의 안 남기려고 했어서. 왜 그랬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렇게 됐으니 앞으로는 같이 사진을 많이 찍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무튼 우세현, 형님 사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누가 형님 사랑이야?”

“누구긴 누구야. 너지.”

백은찬이 그대로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아니, 이게 그렇게까지 연결될 건 아닌데.

“형님이 엄청 좋아하시지 않아?”

“몰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던데.”

“에이, 좋아하고 계시겠죠~”

오히려 사진이 불만인 것 같던데.

와중에 형은 커피차에 걸었던 사진 셀렉이 그다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우세현]

: 그 사진 잘 나온 것 같은데

[형]

: 잘 나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우세현]

: 그럼 뭐가 문젠데

[형]

: 사진이 너무 단독이야

“아니, 단독인 게 뭐가 문제야.”

게다가 나름 열심히 셀렉한 거였는데.

멤버들에게도 의견을 물어 최대한 잘 나온 사진으로 한 거다.

[우세현]

: 그거 엄청 열심히 고른 건데

[형]

: 그것보다 다음엔 둘이 나온 걸로 해 정 없이 혼자 있는 걸로 하지 말고

둘이? 아, 형이랑 나랑 둘이.

[우세현]

: 사진이 있어야 둘이 있는 걸로 하지

[형]

: 찾아보면 몇 장 있을 텐데. 어릴 때 사진 정도는.

[우세현]

: 어릴 때는 완전 애기 때뿐이야

그러자 형은 그럼 다음엔 그 사진이라도 하라며 말을 전했다. 그럴 바엔 그냥 한 장 새로 찍는 게 낫지 않을까. 너무 애기 때 사진은 좀 그러니.

‘그보다도 촬영은 잘 되고 있나.’

일과 관련해서 물어도 그저 잘 되고 있다고 말하니 자세히 알 길이 없었다.

이에 드라마의 첫 방 날짜가 다가올수록 관련 기사들도 줄줄이 뜨고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캐스팅 단계 때부터 꽤 주목을 받은 드라마이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 잠깐.’

그러던 중,

기사 헤드라인 하나가 문득 눈에 걸렸다.

- 최민희 X 은희찬 주연의 JTOC <라이어>, <시간 감지자> 제치고 방송 전부터 화제성 빠르게 주목받아

‘역시 같이 기사 떴네.’

그리고 그런 형의 드라마와 함께 나날이 기사를 쏟아내는 드라마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바로 <라이어>라는 제목의 드라마였다.

이는 형의 드라마, <시간 감지자>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였다.

동시에 처음 제작 발표가 났을 때부터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사를 쏟아냈다.

- JTOC <라이어>의 주인공 은희찬, 차기 대세 연하남 배우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중

- <라이어>, 화려한 출연진으로 올해 가장 기대 받는 드라마

“어, 이거 라이어? 이 드라마도 곧 하나 보네?”

“응. 그런가 봐.”

“근데 이거 진짜 기사 매일 나지 않냐? 하루도 안 보이는 날이 없어.”

“뭐만 하면 기대작이라고 헤드라인이 뜨더라고요.”

“근데 그런 것 치고는 뭐가 많이 없던데.”

이렇듯 벌써부터 많은 기사들을 쏟아냈는데, 참 열심히도 언플을 해댔다. 앞선 기사와 같이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는 <시간 감지자>를 견제하는 기사들을 내곤 했으니.

‘이렇게 다시 얽히나.’

RA 엔터테인먼트와.

그리고 이러한 드라마, <라이어>의 투자사 중 하나가 바로 RA 엔터테인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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