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22화 (222/413)

222화. 라이벌이 아니야.

RA 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로 드라마 제작사를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해당 드라마는 바로 그곳의 투자를 받았다.

특히나 드라마 주연 중 한 명인 은희찬이 RA 엔터 배우 계열사 소속이었으며, 그는 요즘 라이징을 한다며 한창 이름이 오가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앞서 나온 드라마 관련 기사들을 RA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라성훈 대표는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 이번에 라이어 이거 존나 홍보 때리네 어째 기사가 매일 나오는 것 같아

- 최진희 나와서 그런가? 근데 좀 애매해서 까봐야 알 것 같은데

- RA 투자네? 그래서 미리부터 ㅈㄴ언플 때리는 거였구나ㅋㅋㅋㅋㅋㅋ

- 와중에 시간 감지자는 왜 맨날 끌고 들어가는 거냐

- 난 매일 기대중 이거 재밌을 것 같오

- 언플은 아니고 그냥 기사 아님? 뭐 드라마 나오는데 이 정도 홍보는 때려야지

드라마의 홍보는 그럭저럭 잘되고 있는 편이었다. 이를 위해 매일 같이 관련 기사를 쏟아냈으니까.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투자를 한 만큼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어야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동 시기에 시작하는 <시간 감지자>는 굉장히 거슬리는 존재였다.

일단 기대감의 정도부터 달랐다.

스토리가 잘 빠진 것은 물론이고 객관적으로 봐도 캐스팅이 잘 됐다. 여기에 연출과 음악 등까지 좋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칠 기세였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이쪽으로 와야 할 관심이 저쪽으로 분산되는 꼴이었다. 이쪽도 나름 출연진들은 괜찮게 꾸린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저쪽에 비해 관심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결국 이런 식으로 오게 되네.’

이에 라성훈 대표는 순간적으로 우도현을 떠올렸다. 최근에 상대작, 그러니까 이 <시간 감지자>로 복귀를 한.

그 관심도엔 ‘우도현의 복귀작’이라는 타이틀도 어느 정도 작용이 되었을 터였다.

‘다시 이쪽으로 왔다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라성훈 대표는 못내 아쉬웠다. 복귀할 당시 오퍼를 보내봤으나 당연하게도 거절이란 응답이 돌아왔다.

물론 이쪽에서도 이를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대본 보는 눈 하나는 확실했었지.’

그걸 생각하면 지금의 <시간 감지자>에 대한 관심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번엔 그게 틀리길 바랐다.

아니, 틀리게 만들어야만 했다.

사실 이제까지 RA 엔터가 투자, 제작한 드라마는 대부분이 좋지 못한 성적을 얻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RA 엔터 드라마는 노잼’이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만큼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두어야 했다.

이를 위해 하루가 다르게 홍보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편성도 나름 괜찮은 시간으로 잡았고.

‘그러고 보니 OST, 그건 어떻게 됐지.’

드라마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OST.

이 또한 당연하게도 라인업을 나름 화려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중에는 흔히 OST 장인이라 불리는 가수 또한 포함되어 있었는데, 꽤 어렵게 섭외를 했다.

‘시간 감지자로 가게 둘 순 없지.’

본래 <시간 감지자>로 가려던 걸 돈을 더 얹어 이쪽으로 데려왔으니까. 원래 OST라는 건 노래도 노래지만 부르는 가수의 이름도 굉장히 중요했다.

뒤이어 라성훈 대표는 곧바로 홍보팀에 연락해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오에스티 발표 일정을 확인했다.

“체이스 민제 오에스티 말인데, 그건 언제 기사 나간다고 했었지?”

“아마 내일 중으로 뜰 겁니다. 내일 오전 정도에요.”

“좋아, 잘 진행되고 있군.”

더불어 RA 엔터의 투자를 받은 만큼, 이번 드라마 OST 사단에는 체이스의 하민제 역시 합류할 예정이었다.

체이스의 메인 보컬인 하민제는 이 드라마를 통해 OST 데뷔를 하게 될 터였다.

그리고 이 소식과 동시에 관련 기사가 쏟아질 예정이었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핫 게시글 행이겠지.

다른 이도 아니고 체이스였다.

초동 100만장을 이룩한 N세대 선두.

앞서 받을 이목에 라성훈 대표는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근데···설마 저쪽에선 우세현이 나오려나.’

우도현의 드라마였다.

그렇기에 지원 사격이랍시고 우세현이 OST에 참여하게 되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럼 좀 귀찮아지는데······.’

안 그래도 요즘 인기가 한창 오른 윈썸이었다. 거기에 우세현이 우도현의 드라마 지원 사격? 이건 굳이 말 안 해도 당연하게 화젯거리가 될 터였다.

그와 같은 생각에 라성훈 대표는 쯧하고 짜증스럽게 혀를 한번 찼다. 안 그래도 눈에 종종 거슬리는 윈썸이었다.

원래 이 시점에서 RA 엔터 측의 예상대로 라면, 체이스에 견줄 만한 대상이 없어야만 했다.

N세대, 독보적인 선두.

그게 바로 라성훈 대표가 원했던 타이틀이었다. 물론 그에 못지않게 체이스는 성장하고 있었다.

다만, 이에 견줄 만한, 무섭게 치고 오는 그룹이 있었다. 그게 바로 윈썸이었다. 세간은 이러한 체이스와 윈썸을 라이벌이란 형태로 조명했다.

그건 라성훈 대표가 원했던 그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불안하다 싶더니.’

사실 윈썸이라는 그룹을 처음 인식했을 때부터 묘한 불안감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세현이 있었으니까.

재능 넘치는 인재.

라성훈 대표는 그런 인재를 좋아했다.

물론 그런 인재를 좋아하지 않는 이가 어딨겠냐마는 라성훈 대표는 특히 이러한 인재를 모으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다.

RA 엔터테인먼트의 성장 기반은 그런 그의 특별한 안목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아까웠다.

우세현은.

‘역시 RA 엔터로 왔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거, 저쪽 OST 라인업 관련 정보를 미리 빼내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사전에 홍보용 기사를 좀 뿌렸을 테니 기자들을 좀 뒤지면 나올 만하겠지.’

그리고 체이스의 민제의 OST 소식이 전해지던 날, 예상대로 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 [단독] 체이스 하민제, <라이어> OST에 합류한다

- 체이스 하민제, 첫 OST <라이어>로 감미로운 목소리 선보일 예정

- 하민제가 오에스티를 한다고? 체이스 오에스티 처음 아님?

- 오오 민제 이번에 오에스티 들어가나부당 잘됐으면~

- 근데 들어갈 것 같았어 라이어 이거 알에이 투자잖아

- 이제 오에스티 할 때가 됐긴 했지 일단 민제는 노래왕이잖오

- 하민제 오에스티 겁나 기대되네

이를 본 라성훈 대표는 곧바로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역시나 반응은 좋았고, 예상한 대로 댓글 수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그가 원하는 대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날 오후, 새로운 기사가 뜨기 전까지.

- [단독] 윈썸 세현, <시간 감지자> OST 부른다···본격 우도현 지원 사격!

그리고 이를 본 순간, 라성훈 대표의 미간이 작게 구겨졌다.

* * *

어느새 앞서 있던 하민제의 오에스티 소식은 들어가고, 우세현의 오에스티 기사가 포털을 무수히 장식했다.

‘공개 순서가 비슷한 건가.’

저쪽도 마찬가지로 우세현을 첫 타자로 내세우는 모양이었다. 예상되는 그림에 라성훈 대표는 그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인터넷은 이미 우세현의 ost 관련 소식으로 화제였다. 그와 관련된 글 역시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추세였고, 그에 못지않게 기사도 줄줄이 나왔다.

- 윈썸 세현, <시간 감지자> OST 들어가···이렇게 체이스 vs 윈썸 구도 가나?

- 윈썸 세현의 <시간 감지자>와 체이스 하민제의 <라이어>, 승자는 누구?

와중에 기사는 체이스와 윈썸의 대결 구도를 바라는 시점으로 써졌다. 이를 발견한 라성훈 대표는 다시 한번 미간을 구겼다.

이러한 대결 구도적인 모습인 드라마 홍보에는 좋은 면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원치 않는 그림이었다.

체이스와 윈썸의 라이벌 구도.

앞서 말했듯이 라성훈 대표는 그걸 원치 않았다. 왜냐면, 라이벌이 아니니까.

체이스는 완벽하게 1인자 위치를 고수해야만 했다. 과거의 루트처럼.

화제성 파이를 뺏긴 마당에 이렇게 기사까지 나니 그게 못내 아쉬웠다.

‘여전히 거슬리네.’

이렇게 된 이상 결국 이겨야 하는 것이었다. 드라마든 오에스티든 뭐든. 라성훈 대표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것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 * *

형의 드라마 첫방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시점, 이제 슬슬 OST 관련 기사가 뜨지 않을까 싶을 때쯤 기사가 뜨게 되었다.

- 세현이 오에스티 떴다아아아아

- 세현이 ost? 드디어 하는 구나 축하행 세혀나 (눈물 이모티콘)

- 오ㅋ 우세현 오에스티 기대된다ㅋ

- 윈썸 첫 오스트인거지? 생각보다 빨리 들어갔네

- 와중에 형아 오에스티네ㅜㅜ 이거 세현이 들어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너무 좋다ㅠㅠㅠㅠ

- 우도현이 꽂은 건가? 느낌이 그런대

└ 뭘 또 꽂았대 당연히 거기 음감이랑 상의해서 캐스팅한 거겠지

└ 응 안 꽂아도 잘 들어가

- 이제 윈썸도 갠활하는 건가? 다른 멤버들은 뭐 안 해?

- 세현이도 도현이도 대박나자♥

그리고 그 날은 하루 종일 <시간 감지자>의 OST 관련 글로 꽤 들썩였다. 첫 타자라 부담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곡이 좋으니 괜찮겠지.

여기에 당연하게도 비교 기사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OST에 들어가는 체이스 하민제와 엮어서.

이러한 윈썸과 체이스의 대결 구도라는 게 기자들이 쓰기에 좋은 소재로 보이긴 하나, 이런 식의 기사는 되려 <라이어>의 인지도를 올려주는 격이었다.

‘이런 식이면 더 엮으려 들겠군.’

가뜩이나 <라이어>를 <시간 감지자>와 엮은 기사가 종종 나오곤 하는데, 아무래도 OST건으로 그게 더 늘어날 듯 싶었다.

‘뭐, 사실 드라마든 OST든 더 나은 성적을 내면 그만이긴 하지만.’

뭐가 됐든 성적으로 눌러버리는 그만이라는 거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첫방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너 공개되면 공개되자마자 바로 들어가서 스밍한다.”

“공개 시간이 6시라고 했었죠? 전 카운트다운도 새고 있을 게요.”

“야, 근데 형님 드라마도 다 같이 본방사수하고 있어야지.”

“당연히 그것도 해야죠. 형, 안 하려고 했음?”

“자, 하람아. 잠깐 와볼까?”

그리고 우당탕탕한 소리가 들렸다.

백은찬과 신하람이 열심히 뛰어다니는 소리다. 애들답게 뛰어다닐 때마다 항상 큰 소리가 난다. 저러다 넘어지지.

첫방송이 되는 날은 다 같이 본방사수를 하기로 했다. 사실 혼자 조용히 볼까도 했는데, 백은찬이 다 같이 보자고 주장한 덕이었다.

“근데 저쪽이랑 공개일도 같아?”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기억하기로는 저쪽이 먼저, 그리고 다음이 나였다. 방송 날짜가 다른 만큼 공개 일자에도 나름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밀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럴 생각이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그만큼 노래가 좋았다.

아, 물론 그것보다 형의 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우선이지만.

지이이잉.

그러던 때, 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익숙한 이름이다.

[신도하 선배님]

근데 왜 전화냐.

“네. 선배님.”

─ 오에스티 하게 된 거 축하해.

“감사합니다.”

기사가 난 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소식이 꽤 빨랐다.

─ 그동안 언제 하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면 내가 물어다 줄 생각이었어.

“아, 네.”

그냥 하는 말이겠지.

아니, 설령 진심이라 해도 먼저 OST를 하게 돼서 다행이었다.

─ 어쨌든 본방을 봐야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네. 꼭 시청 부탁드립니다.”

─ 그래. 니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봐야지.

신도하가 그렇게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 본방 보고 시청률에 일조해.

─ 근데 이렇게 된 거 나중에 같이 오에스티 불러도 재밌을 것 같아.

?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가네.

─ 나중에 좋은 제안 있으면 연락할게. 같이 하자.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형식적으로 알겠다고 하고.

아직은 제안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거니까.

신도하 역시 그냥 하는 말일 수도···는 아니겠구나. 지난번 듀엣 어쩌고 한 얘기를 생각하면.

어찌됐건 본방 사수를 하겠다는 말만 좀 지켰으면 했다. 형 시청률 잘 나와야 하니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 며칠 뒤.

고대하던 <시간 감지자>의 첫방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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