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23화 (223/413)

223화. 첫방은 늘 떨린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직전,

멤버들과 거실에 한데 모였다.

“근데 세현이 형은 아까부터 거실에 있던데. 계속 기다리고 있던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움직이기 귀찮아서.”

“에이, 형님 드라마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데~?”

백은찬이 이상한 표정을 한 채로 나를 툭툭 쳐댔다. 기다리고 있던 것까지는 아니고, 어차피 나와야 할 거 그냥 계속 보고 있던 것뿐이었다.

“거의 망부석이던데.”

“그쵸? 지호 형이 생각해도 그렇죠?”

“누가 망부석이야.”

그냥 TV 보던 거였는데.

그리고 나보다 안지호가 먼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니, 그건 앉아 있기보다는 거의 누워있다고 하는 게 맞지.

“세현아, 이거.”

“아, 고마워.”

차선빈이 그대로 내게 과자 하나를 건넸다. 마침 좋아하는 과자였다. 동글한 계란 모양의 과자.

몰랐는데 보니 다른 멤버들도 어느새 과자를 하나씩 가져와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근데 도운이 형은 왜 안 나와?”

“이 형은 백프로 시간 맞춰 나올걸요.”

“설마 벌써 자는 건 아니겠지?”

“도운이 형, 일찍 안 자요. 이 형은 야행성이야.”

아직 도운이 형만 오지 않은 상태였다.

같이 보겠다고 했으니 안 나올 일은 없겠고. 대충 시간 맞춰서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시작하기 전까지, 백은찬과 신하람은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고, 안지호는 여전히 폰을 본 채로 누워 있었다. 차선빈은 내 옆에서 조용히 과자를 먹고 있었고.

‘근데 요즘은 카운트다운도 해주네.’

최근엔 본방 사수하는 드라마가 딱히 없어서 몰랐는데, 시청자들을 위해 시작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표시도 해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화면은 다음 광고로 넘어갔는데, 그 순간 눈앞으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엇, 저거 신도하 선배지?”

“어? 그러게요?”

광고도 찍었었네, 신도하.

광고 물품은 의류광고였다. 정확히는 스포츠 의류광고.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좀 있었다.

‘그나저나 시작 광고가 신도하라니.’

형이 보고 있다면, 어떤 얼굴일지 대충 상상이 갔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 속 신도하는 언제나처럼 작게 미소 지었다.

잘 어울리긴 하네. 의상이.

“벌써 시작했어?”

“아직이요. 근데 이제 곧 할 것 같아요.”

“안 늦게 나왔네.”

뒤이어 도운이 형도 거실로 나왔다.

이에 그대로 근처에 있던 과자를 몇 개 집어 도운이 형에게로 건넸다. 백은찬이 과자를 한아름 가져온 덕분에 과자가 많았다.

“오, 시작해요!”

그와 동시에 나는 곧바로 화면에 집중했다. 잘 나와야할 텐데. 어째 내가 데뷔 무대를 하는 것 마냥 떨리는 마음이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좀 되고.

물론 연기가 아닌 시청률이.

그리고 그렇게 긴장되는 마음으로 시작되는 드라마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 * *

202X, 멀지 않은 미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고, 공평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절대적일 것 같던 그 법칙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산산조각 났다. 다름 아닌 시간을 주무르는 힘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상 능력자들. 그들은 마치 신과 같았다. 그들이 조절한 시간을 일반인들은 감지할 수 없었으니.

그들은 한 때, 신이었다.

그들이 만진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흔히 ‘감지자’라고 일컫는 이들은 앞선 이들이 다룬 시간을 감지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식할 수 있었다.

서울에 한복판 번화가에 있는 어느 카페. 주말 오전이라 그런지 그곳엔 많지 않은 사람들이 간간히 테이블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 테이블엔 우도현, 그러니까 현재민이 그곳에 홀로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정확히 도착 시간은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 거의 다 왔어. 주말인데도 이상하게 근처가 막히는군.

그는 지금 통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통화 상대는, 다름 아닌 현재민의 상사 권진우였다. 권진우는 경찰청 소속 특별부서, ‘위기 시간 관리부’의 책임자였다.

특별부서, ‘위기 시간 관리부’.

이는 시간 관련 능력자에 의한 사건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부서였다.

“타이머(Timer : 시간 관련 능력자) 먼저 발견하면, 그대로 나서도 됩니까?”

─ 거기서 발견할 리가 없어. 애초에 그쪽엔 아예 없을 거라고.

“혹시 모르죠, 다른 타이머를 발견할 수도 있는 거고.”

─ 그럴 일은 거의 없어. 타이머가 그렇게 흔한 존재인 줄 알아?

그리고 그들이 이렇게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온 신고 때문이었다. 어느 능력자가 시간을 이용해 경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는 신고 제보였다.

정부의 명확한 방침과 이러한 특별부서의 설립 이후 이러한 능력을 이용한 범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들은 더 이상 신이 아니었고, 무분별하게 능력을 사용하는 일도 현저히 적어졌으며, 언제나처럼 시간은 공평하고도 착실하게 흘러갔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 혹여 타겟을 먼저 발견하더라도 무턱대고 상대하지 마. 내가 갈 때까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냥 한번 해본 소리······.”

그 순간, 불쾌한 감각이 일었다.

시간이 멈췄다.

아주 찰나의 순간, 약 2초가량 정도.

그러나 카페 내부에 있던 사람 중, 이를 감지한 이는 오로지 현재민 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롭게 자신들의 일을 할 뿐이었다.

[─]

[──]

[───]

‘징하게도 사용하는군.’

그리고 그 사이 다시 한번 짧은 간격으로 시간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현재민은 주변을 빠르게 스캔했다.

‘찾았네.’

해당 인물은 금방 현재민의 눈에 걸렸다. 카운터 근처에 서 메뉴판을 보고 있는 남자.

‘시간은 대충 2초 멈춤 정도인가. 거기에 이를 연달아 늘려 최대 10초 정도 멈추는 게 가능.’

프로파일러답게 현재민은 짧은 사이에 그의 능력을 분석하고 있었고, 이내 현재민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팀장님, 아무래도 꽤 흔한 것 같습니다.”

─ 뭐?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시간이 짧은 시간 내 몇 번 멈추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마치 인형마냥 이상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해당 인물은 그대로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재밌다는 마냥. 그와 동시에 멈춰진 시간 속에서 조용히 물건을 챙겼다.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할 거라 확신하는 얼굴로.

그와 동시에 현재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저 너머에 있던 카페의 문이 홀로 소리 없이 열렸다.

그러자 남자는 놀란 얼굴로 그쪽을 바라봤다. 앞선 표정과는 달리 매섭게 일그러진 얼굴로.

“아아.”

누군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수없이 끊기는 시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확한 시선으로 남자를 응시하는 권진우가.

“아무래도 정말 그런 것 같군.”

시간 이상 현상을 감지하는 ‘감지자’가.

그리고 이를 본 남자의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질려 있는 상태였다.

* * *

<시간 감지자>의 첫방이 끝났다.

집중해서 보다보니 눈 깜짝할 사이, 1화 분량이 끝나 있었다.

‘괜찮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그거였다.

연기는 물론이고 연출도, 스토리도 괜찮았다. 근데 오랜만에 화면을 통해 형을 봐서 그런가. 형은 화면이 참 잘 받는 것 같다.

아니면 메이크업의 힘인가.

꽤 인물 좋게 나왔다.

“야, 괜찮다. 형님 연기 잘하신다.”

“그리고 역시 엄청 잘생겼어요!”

“야, 근데 역시 실물이 더 잘생기셨어. 형님은 은근 화면빨을 안 받으시나봐.”

화면빨···받지 않았나?

아닌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

“? 우세현, 눈이 어디 갔냐?”

“근데 정말 그러신 것 같아. 연기도 잘하시고.”

차선빈이 나를 보며 말했다.

뭐, 원래 형이 인물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긴 하다.

“근데 반응 좋을 것 같은데? 확인해봤어?”

“아, 안 그래도 지금 해보려고요.”

“야, 나 아까 중간중간 확인해봤는데 벌써 반응이 좋다.”

아, 나도 확인하면서 볼 걸 그랬네.

집중하느라 확인할 생각을 못 했다.

아니, 그보다 반응이 좋다고?

- 감지자 첫방 오늘 봤는데 느낌이 좋은 듯 연출도 괜찮고 대본은 뭐 이수혜 꺼라서 그런지 스토리 탄탄함

- 우도현 연기 괜찮다 솔직히 혼자 동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생각 이상이었음 오히려 잘함

- 정기훈이랑 우도현 케미 좋당 둘다 연기도 잘하고 비주얼 합도 좋음 특히 우도현 왤케 잘생김? 보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느낌ㅜㅜㅜ

- 시간 감지자 재밌다ㅋㅋ 앞으로 평일에 이거 달리면 될 듯ㅋㅋㅋ

└ ㅇㅈ 존잼존잼

└ 오늘 보는데 영화 같기도 하더라 존잼

└ 존잼이야ㅠㅠ 기대했는데 이상임

- 우도현 발성도 좋고 목소리도 좋다 연기 몇 년 쉰 것 같지가 않음 비주얼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정말로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호’의 반응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 우도현 대본 보는 눈 안 죽었네

그렇지. 형이 대본을 잘 보긴 한다.

그리고 연기와 더불어 비주얼 얘기도 한 가득이었다.

‘일단 연기력 말은 쏙 들어가겠네.’

방송이 시작되지 전까지도 그것과 관련해 말이 많았는데, 끝나고 나니 어느새 싹 사라졌다. 정리된 듯 깔끔하게.

물론 와중에도 연기와 관련된 글이 간간히 올라오기도 했다.

- [제목] : 우도현 연기 어땠음?

그다지 잘했을 것 같진 않은데

아직 첫방은 못봄 이제 보려고

└ 잘함

└ 내 기준 괜찮음

└ 잘하던데? 솔까 기대 이상

└ 꼭 봐라 잘생기기도 오지게 잘생김

그리고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우세현 어디가?”

“전화 좀 하고 오게.”

형한테.

좋은 반응들을 보니 형이 생각났다. 다른 거 말고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한번 보라고. 형도 많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그리고 그대로 연결음이 한번 들리더니 이내 형이 전화를 받았다.

─ 응. 왜?

“형, 반응 좋은 것 같아.”

─ 아, 봤어?

태연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봤지.

“당연히 봤지. 멤버들이랑 다 같이 봤어.”

─ 아, 그래. 다 같이?

“응. 다들 형 드라마 보고 싶다고 해서.”

─ 그래서, 재밌었어?

“응. 재밌더라고. 형도 잘 나온 거 같아. 화면이.”

─ 화면이 아니라 실물이겠지.

“어쨌든. 반응도 좋고. 아, 캐릭터도 좋더라.”

─ 그래? 그랬다니 다행이네.

형이 웃음기가 살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나 너무 흥분했나. 하지만 그것보다 형은 어떻게 봤는지가 궁금했다.

“형은? 형이 보기엔 어땠어?”

─ 아직 첫방이라서.

“원래 시작이 반이란 말도 있잖아.”

─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러니 잘 될 거였다.

앞으로는 시청률도 좀 확인을 해봐야 할 듯 했다.

─ 그것보다 다음엔 같이 봐.

“어? 뭘?”

─ 방송. 시간 되면 같이 보자고.

그러지, 뭐.

어차피 활동기가 아니라서 아직은 시간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다.

─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신났어?

“그냥. 드라마 잘 나온 거 보니 기분이 좋아서.”

문득문득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형 말대로 아직 첫방이긴 한데, 그래도 느낌이 좋았다. 앞으로 더 잘 됐으면 좋겠다.

─ 아, 그리고 오에스티.

“오에스티?”

─ 응. 그것도 이제 곧 공개잖아.

그랬었지.

아마 음원 사이트에는 다음주 정도에 공개가 될 예정이었다.

‘그것도 잘 되면 좋겠는데.’

다른 것보다도 드라마를 위해서.

물론 그룹을 위해서도.

─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 오에스티.

그 말을 하는 형의 목소리엔 기대감 같은 게 잔뜩 묻어있었다. 그때 현장 와서 다 들어봤으면서, 뭘.

─ 그렇게 듣는 거랑은 또 다르니까.

“너무 그렇게 추켜세우지 마. 물론 노래가 잘 되는 건 좋지만.”

─ 형이 또 듣는 귀가 좋잖아.

그건 확실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약간 대중성에 특화된 귀라고나 할까. 형은 예전부터 그런 편이었다.

─ 잘 될 거야.

그렇게 말하는 형의 목소리는, 왠지 모를 확신 같은 게 담겨 있어 나도 모르게 믿음이 갔다.

“그런 의미에서 형도 스밍해.”

─ 당연한 걸 말하네.

“두 개로 돌려, 그럼. 공기계 같은 걸로.”

─ 더 돌릴 테니 걱정 마라.

그냥 해본 소리인데 정말로 그럴 기세가 조금 놀랐다. 뭐, 많이 돌리면 좋긴 하니까.

“우세현, 빨래 안 하냐?”

“아, 지금 갈게.”

오늘은 나와 안지호가 빨래 담당이었다. 드라마 보느라 잠시 미뤄뒀었는데, 이제는 할 때가 됐다.

“형, 그럼 나 끊는다.”

─ 빨래는 진작 진작 했어야지, 동생아.

“형 드라마 보느라 그런 거야. 어쨌든 반응 좋아. 끊는다.”

그리고 그렇게 형과의 통화가 종료됐다. 아마 내일 오전이면 시청률이 나오겠지. 그걸 생각하면 다시금 긴장됐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다음날.

마침내 <시간 감지자>의 첫방 시청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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