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걱정은 안 되시나요.
이화준은 지금, 멘토 & 멘티 프로그램인 의 무대 리허설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느낌이 좋아.’
함께 무대를 꾸밀 멘토와도 적당히 호흡이 잘 맞았고, 거기에 컨디션도 괜찮았다. 아마 이대로라면 만족할 만한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분 좋게 리허설을 하고 오던 도중, 대기실 복도에서 출연자 중 한 명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세현 씨.”
“네. 안녕하세요.”
바로 우세현이었다.
달갑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그럼에도 이화준은 곧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이제 리허설 하시러 가시나요?”
“아뇨. 조금 더 있다가요.”
“네. 그렇군요.”
이화준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아니꼬웠지만, 이화준은 이를 애써 감추었다.
사실 우세현에게 아니꼬웠던 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그가 신도하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이화준의 머릿속에는 갑작스런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을 때, 도하 선배님과 잠시 대화를 나눴었거든요.”
스튜디오 촬영을 마친 이후, 잠깐의 만남을 가졌던 그때. 신도하와 우세현의 친분을 확인한 그 날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 도하 선배님이 은근 걱정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좋은 무대가 나올 수 있을지 아닐지.”
물론 이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화준은 조금이라도 우세현에게 틈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 멘토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멘티 입장에서는 덩달아 불안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아, 물론 세현 씨가 부족해서가 아닐 거예요. 그냥 여러 모로 걱정이 되신 거겠죠. 아무래도 듀엣이니까요. 다른 사람이랑 맞춘다는 게 뭐든 쉽지 않잖아요.”
그러면서 은근 우세현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깔아두었다. 더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끔.
그리고 아마 우세현은 이와 같은 말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 터였다. 지금 상황에 어떻게 본인의 멘토에게 무대가 걱정 되냐는 말을 직접적으로 물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 일이 신도하의 귀에 들어갈 일도 없을 것이었다.
‘조금은 동요하려나.’
그와 동시에 이화준은 앞에 있던 우세현의 표정을 살폈다. 조금이라도 동요하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가 기대하는 그런 모습은 지금 의 우세현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네. 그렇군요.”
우세현이 언제나와 같이 차분한 모습으로 답했다. 더불어 표정에도 어떠한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시간이 돼서요.”
“아, 예. 그러시죠.”
오히려 그 모습에 당황한 건 이화준이었다. 앞선 제 도발에도 동요는커녕 평온하고도 차분한 우세현의 모습을 보며, 이화준은 그대로 허탈함을 내뱉었다.
‘뭐야, 왜 멀쩡해?’
혹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기엔 정말로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치 제 말이 거짓말인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마냥.
그리고 이화준은 그렇게 여전히 어이없는 표정으로 앞서가는 우세현의 뒷모습을,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 * *
무대 리허설을 마치고 나서도 다시금 플레리스트를 열어 공연할 곡을 리플레이해 보았다.
수많은 반복에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전주를 따라 그렇게 잠시 노래를 감상했다.
조금 전, 이화준과 만났을 때.
그 당시 어떻게든 나를 동요시키려던 이화준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실소했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던 지라 어쩔 수 없었다. 말함과 동시에 생각이 술술 흘러 들어오는데, 그걸 보고 있으려니 웬 원맨쇼가 따로 없었다.
[“동요 좀 하겠지.”]
[“진짠지 아닌지 지가 어떻게 알아.”]
와중에 의도한 대로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당황한 건 이화준이었다. 그보다도 거짓말을 하려면 좀 더 그럴듯한 걸로 했어야지. 아, 그래봤자 소용없나.
“뭐 해?”
“아, 선배님.”
그때 신도하가 내게 다가왔다.
“음악 듣고 있어?”
“아, 공연곡이요.”
그러자 신도하가 알겠다는 듯 반응하더니 이내 손을 내민다. 달라는 말이었다. 본인 걸로 들었으면 하는데, 굳이.
“한쪽만 달라는 거였는데.”
“더 크게 들으셨으면 해서요.”
이에 나는 듣던 이어폰을 그대로 신도하에게 모두 넘겨주었다. 그러자 신도하는 ‘아.’하는 반응을 보이더니 이내 이어폰을 다시 돌려주었다. 왜 이랬다 저랬다하냐.
“걱정은 안 되세요? 무대.”
“무대?”
“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거였다. 일단 무대 올라가기 전인데 긴장이나 걱정 그런 게 하나도 안 보여서.
물론 짬밥이 있으니 당연한 거긴 할 테지만.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신도하는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답했다.
“걱정할 일이 뭐가 있어. 이렇게 든든한 아군이 있는데.”
“···감사합니다.”
“오히려 상당히 기대 중이야.”
그렇게 말하는 신도하는 왠지 모르게 평상시보다 신이 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게 눈에도 보였다.
걱정된다는 말보다 어째 이쪽이 더 부담스럽게 와 닿는데.
이후, 스텝이 찾아와 이제 곧 촬영이 시작된다는 말을 전했다.
“그럼 갈까?”
“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신도하와 함께 대기실의 문을 나섰다.
* * *
김설아는 지금, 의 방청 현장에 와 있었다. 윈썸의 팬인 그녀는 그야말로 엄청난 경쟁을 뚫은 위너였다.
‘내가 이걸 보러 오다니!’
윈썸과 체이스가 동시에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경쟁률이 엄청났는데, 와중에 신도하까지 나온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그 엄청난 경쟁률이 더욱 엄청나졌다.
‘근데 세현이는 누구랑 팀이지?’
아직까지 각 각의 멘토와 멘티와 관련하여 알려진 정보가 없었다. 제작진 측에서 스포 관리를 상당히 철저히 한 덕이었다.
‘근데 듣기로는 세현이는 지운이라던데.’
그렇지만 역시나 말이 도는 스포정도는 있었다. 그리고 도는 말로는 우세현은 전 ‘MX’의 멤버 지운과 팀을 구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운 또한 이전 팀에서 메인 보컬을 맡은 바가 있었으니까. 노래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고.
이렇듯 무궁무진한 스포들이 떠돌아다녔지만, 그게 과연 맞을지는 앞으로를 통해 알 수 있을 터였다.
팟!
그리고 그 순간,
스튜디오 무대 위로 조명이 밝게 비춰졌다. 이에 김설아를 포함한 방청객들은 저마다 숨을 죽인 채로 무대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는 잠시 프로그램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앞으로 펼쳐질 무대는 경쟁은 아니었지만, 객석의 반응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건 바로 앞서 제작진이 나눠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리모컨은 관객 1명당 하나씩 나누어주었고, 무대가 마음에 든다면 리모컨을 누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관객이 버튼을 누를수록 앞에 보이는 화면의 하트가 채워질 예정이었다. 하트가 꽉 채워지는 경우는 하나였다. 모든 관객이 버튼을 누를 경우였다.
‘경쟁은 아니라지만, 은근 경쟁이네.’
순위 같은 것은 없지만, 눈에 보이는 반응은 엄연히 존재하니까. 이에 김설아는 괜히 제가 다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곧바로 출연자들은 스튜디오 위에 한데 모였고, 와중에 김설아는 빠르게 우세현을 찾았다.
‘저기 있다!’
그리고 우세현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멜로우였기에 당연한 거기도 했지만, 워낙 반짝반짝했던 터라 굳이 찾지 않더라도 단번에 눈길이 갔다.
‘세현이 오늘 존예잖아!’
단정하게 세팅된 흑발 머리, 거기에 검은색 베레모를 착용한 채 흰색 리본 니트 착장을 입고 있는 우세현에 김설아는 순간이지만 그만 넋을 놓았다.
“와, 우세현 오늘 존잘이다.”
“야, X나 빛이 나.”
옆에 있던 이들 역시 그런 우세현을 보고 마찬가지로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유독 눈에 띄었다.
‘우리 세현이가 좀 잘생기긴 했지.’
김설아는 그런 수군거림에 제가 다 괜히 뿌듯해졌다. 그와 동시에 그런 김설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양 우세현이 이쪽을 향해 한번 웃었다.
그와 동시에 놀란 김설아는 그대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아악! 봤어? 이쪽 보고 웃었어!”
“존X 잘생겼어, 진짜!”
그리고 놀란 것은 김설아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이들 모두 그런 우세현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우세현의 옆에는 신도하가 앉아 있었다. 순서상 어떻게 봐도 이건 멘토와 멘티의 자리였다.
게다가 두 사람은 마치 맞춘 듯이 코디가 한 세트처럼 비슷했다. 신도하는 깔끔한 블랙 자켓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도중, 신도하 역시 이쪽을 한번 보는 듯 하더니 이내 조용히 우세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데, 이는 마치 멘토와 멘티라는 걸 확인시켜 주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설마 신도하가 멘토야?’
대박.
이건 대박이라는 소리 밖에 안 나왔다.
노래로 우세현과 신도하라니.
이건 될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누가 붙여놓은 건지 모르겠다만, 이건 작정하고 무대를 기대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안 가, 각 팀마다의 지난 연습 장면이 VCR을 통해 전해졌다. 가장 먼저 무대를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이화준네 팀이었다.
그 순간 김설아는 잠시 긴장했다.
아무래도 체이스였다.
비록 경쟁이 기반된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고 들어갈 수 없는 상대였다.
‘물론 우리 세현이가 이화준보단 잘하겠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이화준네 팀은 ‘Blue Moon’이라는 그루브 있는 팝송을 선곡으로 했다. 그런 이화준의 멘토는 그룹 ‘on boys’의 메인 댄서이자 실력파 댄서로 알려진 주민성이었다.
온 보이즈 자체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지만, 주민성 개인은 춤으로 나름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두 사람은 시작 전,
서로를 마주 본 채로 무대 위 준비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와, 벌써부터 분위기.’
마치 밤과 같은 낮게 깔린 그윽한 조명 아래에서 이화준과 주민성은 블랙 수트를 입고 있는 채였다.
그렇게 모두가 숨죽인 공간에서 곡의 인트로가 흘러나오는 순간, 두 사람은 빠른 비트에 맞춰 마치 거울에 빗대어진 모습과 같이 움직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저걸 위해 연습을 얼마나 한 걸까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그렇게 두 사람은 곡의 제목과 같게 달 아래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안에서 꽤나 고혹한 그루브를 선보였으며, 안무 하나하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동시에 칼과 같이 구사해내고 있었다.
‘아, 잘하네······.’
잘할 줄은 알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무대가 멋졌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무대 위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했다.
새삼 이렇게 보니 이화준이 춤을 잘 춘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주민성에 묻히지 않았으니.
그에 반응하듯 이화준과 주민성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방청석에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쏟아지던 하트는 약 90%가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첫 무대부터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세현이는 몇 번째 무대이려나.’
앞선 큰 박수 소리를 들으니 괜히 제가 더 긴장이 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손에는 어느덧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우세현의 차례는 그로부터 멀지 않았다. 이어지는 랩 무대 이후의 무대였으니.
‘세현이다!’
우세현의 등장과 함께 김설아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전광판 어플을 그대로 켰다.
그와 동시에 앞과 마찬가지로 우세현, 신도하의 연습 과정이 VCR을 통해 또 다시 전해졌다.
두 사람이 IN 엔터에서 연습을 하는 장면이었다. 앞선 이화준이 RA 엔터에서 연습을 했듯 우세현 역시 IN 엔터에서 연습을 했다.
‘뭔가 이상하네. 신도하는 왠지 RA 엔터에서 연습해야 할 것 같은데.’
배경으로 비춰지는 IN 엔터의 모습이 오늘따라 굉장히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화기애애하고 좋았다.
정말로 멘토와 멘티가 된 것처럼 두 사람은 노래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과정이 굉장히 편해보였다.
“근데 중간중간 저 마시는 건 뭐냐?”
“PPL 아니야? PPL?”
“아까부터 신도하가 겁나 마시더라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를 마시는 신도하의 모습이 다시금 비춰졌다. 광고 한번 제대로였다.
그리고 짧은 VCR 영상이 끝나자 이내 어두워진 조명이 밝아졌다. 그런데 조금 전까진 없었던 소품 하나가 무대 위에 서 있었다.
‘X친, 저거 설마······.’
그것은 바로 피아노였다.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 하나가 무대 위로 올라와 있었고, 그 앞에는 베레모를 쓴 우세현이 앉아 있었다.
그와 동시에 우세현의 손이 움직이며, 아름다운 선율이 시작되었다. 무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였다.
* * *
무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이 우세현의 손안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겨울이 담아낸 봄’의 인트로였다.
원곡의 멜로디를 살짝 편곡하여 피아노 반주용 인트로를 새로 만들어 붙인 것이었다. 그렇게 우세현에 의해 만들어진 멜로디는 관객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어느새 이곳에 있는 모든 관객이 그의 피아노 선율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건 함께 무대 위에 서 있는 신도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좋네.’
그렇게 그는 살짝 미소 지었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이에 맞춰 신도하가 마이크에 조금 더 가까이 갔다. 노래의 시작은 신도하였다.
[그 겨울에 했던 차갑던 그 약속]
[마치 눈 녹듯 사라져버린 약속을]
[한없이 되감으며 되풀이하고 있죠.]
그런 신도하의 목소리에 방청석의 관객들은 저마다 놀란 눈을 하였다. 그리고 그건 김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작 몇 소절을 부른 것뿐인데도 완벽하기 그지없는 그 몇 소절에, 객석은 또 다시 이 무대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우세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한 손에 마이크를 든 채로 노래를 시작했다.
[너와 있었던 기억이 이 눈송이에]
[이 겨울 안에 모두 담겨 있는데]
[이 눈 덮인 공간엔 어느새 나 혼자.]
그것은 마치 감정이 한 단어, 한 단어에 녹아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안에 우세현 만의 특별한 음색이 더 해져 노래를 더욱 예쁘게 들리게 했다.
그런 두 사람의 뒤로는 하얗게 내리는 눈이 LED 화면으로 보여 지고 있었으며, 하얀 눈이 멈출 줄 모른 채로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별을 노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달달한 멜로디를 기반으로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중간 중간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냈다.
[이 눈송이가 곧 꽃송이가]
[차갑던 눈꽃이 따뜻한 꽃이 될 때면]
[그때 지키지 못했던 약속도]
[점차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겠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화음은 다시 한번 객석을 울렸다.
이와 같은 부드러운 멜로디의 화음을 듣고 있으려니 관객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에서부터 벅차오르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 사이, 어느새 무대는 끝을 향해 다가갔고 그 과정에서 뒤에 있던 LED 화면 또한 흩날리는 하얀색 눈송이에서 핑크빛 꽃들로 바뀌었다.
이와 같이 소복이 쌓이는 꽃잎들.
조명 또한 이전보다 밝아져 있었다.
봄이 오는 순간이었다.
[스며드는 꽃들처럼]
[추운 그곳을 벗어나]
[또 하나의 계절을 맞이하는 날]
[겨울을 담은 봄이 오는 날.]
그렇게 신도하와 우세현은 마지막까지 듣기 좋은 화음을 구사해내었고, 무대 위의 두 사람은 그렇게 흩날리는 꽃잎과 함께였다.
그와 동시에 화면 한 켠에 있던 하트는 어느새 한 치의 빈틈없이 모두 차 있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