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화. 모든 것은 선택이다.
예상치도 못한 선물이었다.
정말로, 완전히 예상 밖의 선물.
무슨 말을 할까 열심히 상상하던 와중에 받게 된 생일 선물이란, 정말로 그를 한껏 당황하게 만들었다.
우세현과 그대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자택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신도하는 여전히 만년필을 뚫어지게 응시한 채였다.
‘이대로 보관을 해둬야 하나.’
잘 쓰겠다고 이야기는 했으나 차마 쓸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깝기도 했고.
우세현의 볼 일이 뭔가 싶었건만, 이런 방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선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저답지 않게 그만 벙찌고 말았다.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거라.
우세현이 제가 있는 볼 일이란, 앞서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우세현이 선물이라고 이것을 건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질 뻔했다.
그대로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주체 하지 못해 꽤 힘이 들었다. 정말이지 못 당해내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보다도 이런 서프라이즈는 오랜만이네.’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예상외로 훨씬 더 기분 좋은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
그만큼 신도하는 지금 기분이 좋았다.
그 순간, 신도하가 타고 있던 차량이 잠시 신호에 걸려 정차했다. 그와 동시에 창 너머로 자신의 얼굴이 걸린 광고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생일, 생일이라.’
특별할 것 없이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었다. 그럼에도 왠지 이번 생일은 벌써부터 조금 특별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신도하는 가지고 있던 만년필을 다시 소중히 백 안으로 집어넣었다.
역시 사용하진 못하겠다. 아마 이대로 고이 모셔두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그의 얼굴엔 평소와 같지만, 조금 다른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지난 멘토, 멘티 프로그램, 의 방송이 나가자 그에 따른 반응도 빠르게 올라왔다.
- 신도하 우세현 조합이 개 사기
- 이거 경쟁하는 거 아니지? 근데 왜 투표하고 싶냐ㅠㅠㅠㅠㅠ
- 일단 춤은 이화준 쪽이 낫고 노래는 우세현이 나은데 전체적으로 우세현 네가 제이 완성도 있게 잘한 듯
└ ㅇㅈ 우세현네가 완성도가 있음2222
└ 당연하지 일단 거긴 신도하가 멘토인데
└ 근데 우세현이 ㅈㄴ 잘 받춰준 게 큼 그 다음 나오는 애들 봐 멘토만 존나 잘하니까 솔로무대 같잖아ㅋㅋㅋㅋㅋ
- 신도하랑 세현이랑 화음할 때 진짜 전율이 일더라 예전부터 조합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더 좋음
└ 윈썸 세현이 그 사이 실력이 더 좋아진 게 큰 것 같음 특밴드 때보다 더 잘해
- 근데 노래하는 내내 신도하 ㅈㄴ 기분 좋아 보였는데 나만 그렇게 느꼈나?
└ 나도 느낌 222 표정 좋더라
└ 도하 원래 늘 표정 좋아 별로 다를 것 없었음
해당 무대는 방송이 끝난 이후에, 프로그램 측에서 너튜브 클립본으로 영상을 풀었다.
무섭게 올라가는 조회수와 함께 단연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건 나와 신도하의 무대였다.
빼곡히 차 있는 영어 댓글과 함께 영상은 어느새 500만이란 조회수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조회수의 기여도는 신도하의 지분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었건만, 의외로 댓글 군데군데에는 내 이름의 지분도 꽤 되었다.
“다른 영상들이랑도 조회수가 차이가 꽤 나네.”
“얘 영상이 조회수가 압도적이죠.”
“근데 세현이 형이 엄청 잘했잖아요. 당연히 그럴 만하죠.”
“라임 타냐, 지금?”
“근데 세현아, 이때 멋있는 거 같아.”
차선빈이 영상 속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날 헤어랑 코디를 좀 신경 써주시긴 했지. 아니, 그보다도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었다.
“근데 이렇게 꼭 거실에서 봐야 하는 거야?”
해당 영상을 보고 있는 멤버들은 지금, 거실에 모여 스마트 TV를 통해 내 무대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말해 아주 커다란 화면을 통해.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백은찬이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봐야 보는 맛이 더 나잖아.”
“무대 영상은 자고로 크게 봐야 그 맛이 나는 거죠. 봐요, 잘생긴 형의 얼굴이 이렇게 크게!”
그러자 차선빈이 옆에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 굳이 그걸 크게 볼 이유가······.
“난 아니다.”
안지호가 말했다.
어느새 또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뭐가?”
“니 얼굴 보려고 크게 보는 거 아니라고.”
“아니, 당연히 알······.”
“그럼 왜 크게 보는데?”
와중에 백은찬이 나를 눌렀다.
아, 무겁다고.
“여기가 사운드 듣기 더 좋아. 빵빵하잖아.”
“아~”
백은찬이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끄덕이지만 말고 비키라고.
“확실히 여기가 더 노래 듣기 좋긴 하지. 스피커도 있고.”
거실 TV에는 스피커 하나가 따로 구비되어 있었는데, 그 덕에 소리가 아주 크고 깔끔하게 나왔다.
“그나저나 이화준 표정 연기 잘하네~”
백은찬이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화면에는 어느새 나와 신도하의 무대를 보던 이화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상태였다.
“거기서 시비는 안 걸디?”
“대충 평소랑 비슷했어.”
“아, 역시.”
백은찬이 그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안지호가 몸을 일으키며 내게 물었다.
“뭐라고 걸었는데?”
“그냥 특별한 말은 없었어.”
“아, 이 새X.”
그러면서 급하게 미간을 좁힌다.
아니, 왜 급발진을 하고 그러냐.
“그보다도 너네 방송은 언제야?”
백은찬과 안지호 역시 라는 방송을 찍고 온 터였다. 자세한 얘기는 못 들었지만, 마찬가지로 곧 방송이 될 예정이었다.
“그건 아마 다음 주일걸. 목요일 정도.”
“그것도 다 같이 봐요!”
“근데 그거 밤 11시에 하는 거야.”
“11시에 하면 안 돼요?”
“안지호, 버티기 가능?”
“당연한 거 묻지 마라.”
안지호가 여전히 미간을 좁힌 채로 대답했다. 앞서 한 이야기로 아직도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촬영 얘기를 대충 듣긴 들었는데,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하네.
“괜찮아. 그래도 분량은 뽑았을 걸~”
백은찬이 넉살 좋게 웃어보였다.
음,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야 뭐.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 가, 두 사람의 본방 날이 되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두 분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날입니다. 일단 출발 소감을 말해보실까요?]
[(동시에) 은찬 & 지호 : 얘가 먼저······.]
[순간 놀란 두 사람]
[처음부터 잘 맞는 것 같은 모습?]
아니, 이거 처음부터 불안한데.
* * *
는 그 날의 게스트들이 각각 2명씩 나뉘어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 혹은 가보고 싶었던 곳을 방문하는 힐링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 지호랑 은찬이라니ㅋㅋㅋㅋㅋ 왠지 벌써부터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ㅋㅋㅋㅋㅋ
- 이거 선택해서 의견 맞춰서 가는 거지? 우래기들 과연 의견이 맞을까 의뭉ㅠㅠㅠㅠ
- 근데 이거 선택 합의 못하면 어케됨?
└ 일정 시간 안에 못하면 제작진이 정한 곳으로 임의로 배정됨
└ 근데 그 임의로 배정된 게 일반적으로 선택지보다 별로임ㅠㅠ
- 아 근데 난 안 맞는게 왜 이렇게 기대가 되냐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첫 번째 행선지 선택!]
그렇게 두 사람이 가장 처음 선택하게 될 것은 바로 오늘의 첫 번째 행선지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A : 영화관, B : 카페]
해당 행선지는 사전에 출연자들에게 가고 싶은 곳의 몇 가지 후보 명단을 받아 구성된 것들이었다.
[은찬 : A, 영화관, B, 카페?]
[지호 : 난 B. 카페.]
[고민 없이 선택하는 지호!]
- 안지호 ㄹㅇ 고민없이 선택한닼ㅋㅋㅋㅋ
- 지호는 영화관 할 줄 알았는데ㅋㅋㅋㅋ
- 은찬이는 왠지 영화관할 듯
[은찬 : 아, 난 영화관인데.]
[벌써부터 갈리는 선택!]
- 역시 처음부터 갈리죠ㅋㅋㅋㅋ
- 은찬이는 카페보단 영화관이긴 하지
- 근데 둘 다 태연함ㅋㅋㅋㅋㅋ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얔ㅋㅋㅋㅋ
[지호 : 근데 영화관 가면 가서도 뭐 볼지 선택해야하는 거 아니냐?]
[은찬 : 아, 그렇겠네.]
[지호 : 그래. 그러니까 쉽게 카페로 가자고. 카페가면 보통 메뉴 선택 밖에 선택이 없잖아.]
[눈치 빠른 지호]
지호의 말대로 영화관을 갈 시 준비된 선택은 영화 장르, 카페로 갈 시 메뉴의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호 : 보통 카페 선택지면 아메리카노냐 라떼 혹은 비 커피 종류로 선택지가 갈리니까 그게 더 낫잖아.]
- 옼ㅋㅋㅋㅋ안지호 거기까지 생각한 거임?
- 지호가 역시 머리 회전이 빨라ㅋㅋㅋㅋ
- 근데 보니까 왠지 카페 갈 것 같다ㅋㅋㅋ벌써 은찬이 표정이 그럼ㅋㅋㅋㅋㅋ
확실히 앞선 지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혹시나 선택지에 취향 갈리는 영화라도 있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힘들 테니.
이에 은찬은 조금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은찬 : 좋아, 그럼 카페로 가는 걸로 하자. 대신 가면 메뉴 선택에선 내 의견을 조금 더 반영해주는 걸로.]
[지호 : 뭐? 그냥 따르라고?]
[은찬 : 야, 그럴 리가. 그냥 조금 더 귀를 기울여달라는 거지.]
그러자 지호는 조금 탐탁치 않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그러라며 말했다.
[지호 : 완전 반영은 아니야.]
[은찬 : 50% 이상으로 해.]
[지호 : 너무 많아.]
- 결국 카페로 결정했넹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정함ㅋㅋㅋㅋㅋ
- 잔잔하게 티격티격하는 중ㅋㅋㅋㅋ
- 근데 애들 카페 가서는 뭐하려나
- 메뉴 선택하는 거에서도 갈릴 지도
[은찬 : 근데 넌 가면 뭐 마시려고?]
[지호 : 퐁 스무디.]
[은찬 : 아, 그럴 줄 알았다.]
은찬은 이미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가게 된 서울 외곽에 있는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 그곳엔 좋은 전경에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가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럼 여기서 다시 한번 선택입니다.]
[A. 뜨거운 음료, B. 차가운 음료]
메뉴 선택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그리고 은찬은 별도의 고민 없이 곧장 지호에게 말했다.
[은찬 : 오, 이거 생각보다 선택지가 좋은데요? 야, 차가운 걸로 하자.]
[지호 : 응.]
[은찬 : 찬 거! 찬 거요!]
[지호 : 무게 실었다.]
[은찬 : 감사~]
- ㅋㅋㅋㅋㅋㅋ귀여워 둘이 은근 쿵짝이 잘 맞는다니까ㅋㅋㅋㅋㅋㅋ
- 당연히 아이스지 역시 울애들 맛잘알이야 은찬이는 뭐할지 궁금
- 근데 여기 카페 어디임 ㅈㄴ 이쁘당
그리고 메뉴가 결정되자 이내 지호가 각자 정한 메뉴를 주문하러 갔다. 하지만 그곳에선 다시 한번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지호 : 아, 퐁 스무디가 없어요?]
- 으악 퐁스무디 없대ㅜㅜㅜㅜㅜㅜㅜ
- 카페에 왜 퐁스무디가 없나요ㅠㅠㅠㅠ
- 지호 표정 씁쓸해보이는 건 내 착각 아니지.....?ㅎ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호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주문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주문한 음료는 은찬의 것과 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은찬 : 어? 너도 아아야?]
[지호 : 퐁 스무디가 없어.]
[은찬 : 아이고, 안지호 속상해서 어캄~]
그렇지만 지호는 여전히 말없이 음료를 마실 뿐이었다. 이에 은찬 역시 앞에 있던 음료를 들었다.
[은찬 : 표정은 이래도 지금 엄청 아쉬워하고 있는 거예요.]
[지호 : 없으면 없는 대로 먹는 거지.]
[은찬 : 얘가 어쩌다가 퐁 스무디 귀신이 됐는지.]
- 그러게ㅋㅋㅋ 지호 보면 저거 엄청 좋아해
- 예전에 플온스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나? 그때 프로그램에서 마시는 거 봤는데
- 어쩌다가 좋아하게 됐는지 나중에 한번 얘기해줬으면 좋겠다ㅋㅋㅋㅋㅋ
뒤이어 은찬은 그런 지호를 향해 몇 번 혀를 차더니 이내 들고 있던 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은찬이 조금 놀란 표정이 됐다.
[은찬 : 이거 연하네? 샷 하나만 했어?]
[지호 : 어.]
[은찬 : 이야, 안지호, 센스 봐라.]
은찬이 그렇게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평소 은찬은 아메리카노를 먹을 때, 항상 연하게 샷 하나만을 추가했기에.
[은찬 : 근데 여기 카페 되게 좋다. 나중에 다른 애들이랑도 오면 좋겠다.]
[지호 : 응.]
[은찬 : 누가 제일 좋아할 것 같냐?]
[지호 : 세현이.]
[은찬 : 추가로 선빈이도.]
이에 지호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은찬은 잠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 으앙 애들 다른 애들 생각나나봐ㅠㅠㅠㅠㅠㅠㅠ
- 역시 서로 엄청 챙긴다니까ㅠㅠㅠㅠㅠ내가 다 눙물난다ㅠㅠㅠㅠㅠㅠ
- 와중에 세현이랑 선빈이가 젤 좋아할 거라고ㅠㅠㅠㅠㅠㅠ
- 은찬이 뭔가 멤버들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던 은찬은 이내 고개를 돌려 지호를 향해 말했다.
[은찬 : 야, 구름 보니까 배고프다. 밥도 선택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