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전담팀이 생겼습니다.
다음 컴백 일정이 잡혔다.
돌아오는 늦가을, 우리는 다음 컴백을 위한 준비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전과 변화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꽤 크게 변화한. 그건 바로 전담팀의 여부였다.
IN 엔터에서는 각각의 아티스트들에 관해 전담팀 체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는 선배 그룹인 인터니티나 블랙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에 너희도 생기게 된 거고.”
인현민 대표가 말했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팀 체제 없이 운영을 했지만, 이제는 윈썸도 윈썸만의 전담팀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의 의견이야.”
그리하여 우리도 이번에 전담팀을 설립하게 되었다. 상당한 희소식이었다.
일단 회사 내 아티스트가 한둘이 아니었고, 요즘은 거의 본부제나 레이블을 많이들 활용하니까.
특히나 A&R 부분에서는 우리 그룹만의 전담팀이 생긴다면, 조금 더 그룹 색깔에 맞는 곡을 수집할 수 있을 터였다.
‘결국 다른 것보다 곡 선택이 중요하긴 하지만.’
일단 회사는 우리에게 곡 선정에 관한 권한을 어느 정도 일임한 바였지만,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선 윗선의 컨펌 또한 필요했다.
‘어쨌건 한동안 바빠지겠네.’
아마 이번 앨범은 순서상 미니였다. 미니 3집. 얼마 전에 정규 앨범 활동을 막 끝냈었으니까.
“아.”
순간, 옆에서 낮게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돌아보니 안지호가 폰을 보고 있었다.
“왜?”
“시끄러워서.”
“뭐가?”
“인터넷.”
“뭐? 시끄러워?”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말에 백은찬은 잔뜩 궁금하단 얼굴로 갖고 있던 폰을 빠르게 들었다. 반응 한번 빨랐다.
“아.”
그러더니 마찬가지로 탄식한다.
뭔데 그러냐. 표정이 요상한 걸 보니 뭐가 뜨긴 뜬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백은찬의 옆으로 가 마찬가지로 화면을 확인했다. 어쨌건 우리나 형 관련만 아니면······.
‘아, 그렇군.’
탄식하진 않았지만, 앞서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충분히 나올 만한 반응이었다.
이는 소위 병크나 열애설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어떤 이의 ‘전역’ 소식 때문이었다.
- 권해진, 오늘 전역···약 2년 만에 돌아온 대세 아이돌의 귀환
- 루트 권해진 오늘 자로 군백기 끝···기다렸던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그건 바로 루트 멤버, 권해진의 전역 소식이었다.
* * *
- 권해진 이제 전역해? 시간 진짜 빠르다
- 으아 드뎌 오는 구나ㅠㅠ권해진은 유독 시간이 느린 느낌이었는데
- 권해진 여전히 얼굴 안 죽었네 짦머인 와중에도 ㅈㄴ 훈훈해
- 얘는 웃는 게 너무 잘생김 거기에 키도 커서 뭔가 사람 설레게 해
- ㅠㅠㅠㅠㅠㅠㅠㅠㅠ드디어 전역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해진아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그런 권해진의 전역 소식은 기사와 함께 각 종 커뮤니티와 SNS 사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역할 때가 되긴 했지.’
권해진은 루트의 맏형이자 리더로, 약 2년 전 군입대를 했다. 그러니 올해 나이는 32살. 형보다 3살 많았다.
“별로 안 놀라네?”
백은찬이 내 눈치를 살짝 살피며 말했다. 놀랄 게 뭐가 있겠는가.
“할 때 돼서 한 거잖아.”
“뭐, 그렇지. 할 때 돼서 한 거긴 하지.”
그러더니 곧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이내 보고 있던 화면을 껐다.
그리고는 오늘 저녁엔 뭐 먹을 거냐면서 메뉴를 물어온다. 아무래도 화제를 돌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근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도 형은 이 소식을 알고 있으려나. 아니, 오히려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권해진이랑도 좀 마주치려나.’
전역도 했겠다 이제 다시 방송활동을 활발히 시작할 터였다. 그리고 아마도 그건 주로 예능 쪽일 듯 했다.
권해진은 루트 시절부터 멤버들 중 예능에서 가장 많이 활동했었으니까. 아마 예능 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좀 찍을 것 같고.
‘그래도 권해진은 확실히 좀······.’
솔직히 말해서 다른 멤버들에 비해 조금 꺼려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아무래도 좀, 그래서.
“아, 오늘 타이틀 곡 선정 회의 있었지.”
“응. 2시에.”
그리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타이틀 곡 선정 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이를 위해 A&R팀을 비롯한 기획팀 등이 한 데 모였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제는 전담팀이 꾸려진 상태라 이전보다 인원이 확실히 줄었다. 물론 다 아는 얼굴이긴 했지만.
하지만, 한 사람.
이전과 다르게 이번 회의에 새롭게 얼굴을 비춘 이가 있었다.
“어서오세요, 정 이사님.”
“안녕하세요.”
그건 바로 정서준 이사였다.
정서준 이사는 IN 엔터테인먼트의 사내 이사진 중 한 명으로, 타이틀곡 선정 건으로 이번 회의에 자리하게 됐다.
그간 없었던 이사의 갑작스러운 참여.
그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이에 관한 의문이 들 만한 사항이었다.
“윈썸 타이틀곡 회의에는 처음인 것 같네요. 아, 너무 그렇게 긴장들 하지 말고.”
정서준 이사가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전담팀 설립 직후 처음으로 들어가는 회의니까. 돌아가는 상황을 한번 확인할 겸 들린 거예요.”
그렇게 정서준 이사는 한번 웃어 보였다. 의도는 대충 알겠지만, 그렇다면 되도록 의견도 일치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타이틀곡 후보에 의견을 적극 피력할 테니.
데뷔 앨범 때를 떠올리면, 확실히 불안한 감이 어느 정도 있긴 했다. 보아하니 다른 멤버들 역시 나름의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럼 사전에 A&R팀에서 선정한 후보곡들을 한번 들어보시죠.”
그와 동시에 정서준 이사가 자세를 조금 고쳐 잡았다. 그와 동시에 이전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렇게 타이틀곡 후보에 관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 * *
타이틀곡 후보들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그룹의 색깔과 어울리는 곡들이 올라왔다. 확실히 전담팀의 이점이었다.
그리고 5~6개의 타이틀곡 후보 중, 가장 괜찮다고 여겨지는 건 C곡과 D곡이었다.
C와 D 모두 트렌디한 비트를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곡들이었는데, 다른 곡들에 비해 눈에 띄게 괜찮았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우리에게 앞서 먼저 의견이 물어져 왔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안지호였다.
“전 C가 괜찮다고 봅니다.”
“C? 음, 확실히 그 곡이 비트가 트렌디하긴 했죠.”
동시에 정서준 이사가 앞에 있던 페이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보다도 안지호가 좋다는 건 확실히 노래가 잘 빠졌다는 얘기군.
“저는 D가 좋아요. 훅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서요.”
“근데 C가 멜로디 자체는 더 좋은 것 같은데.”
멤버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 의견의 갈림은 있었으나 대체로 C나 D가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니 상황적으로 본다면, C나 D 둘 중 하나에서 선택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남은 건 정서준 이사를 포함한 A&R 팀원들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정서준 이사는 앞서 있던 몸을 뒤에 있던 의자에 천천히 기대었다.
[“C와 D라.”]
[“솔직히 말해서 내 귀에는 A곡이 가장 좋게 들리는데······.”]
역시 이런 방향인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앞서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던 정서준 이사의 생각을 통해서 이미 예상을 했던 바였다.
듣는 내내 의문을 표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정서준 이사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일단 A안은 곡 자체가 전형적으로 IN 엔터에서 좋아할 만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곡이었기에.
“이사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백은찬이 정서준 이사를 향해 물었다. 이에 정서준 이사는 잠시 가만히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곧 다시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C나 D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서준 이사는 자신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번엔 옆에 있던 A&R팀에게 물었다.
“윈썸은 전반적으로 C, D곡인 것 같고 A&R팀의 의견은요?”
“C, D 라면 저희도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음······.”
이를 들은 정서준 이사는 조용히 다시 생각에 잠겼다. 동시에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잠시 톡톡 두드렸다.
‘A는 C나 D에 비하면 확실히 밋밋해.’
구성 자체가 단조롭다고나 할까, 터지는 부분이 없었다. 무난 무난하게만 흘러가서 타이틀감으로 하기엔 심심한 감이 있었다.
[“이게 가장 듣기 편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정서준 이사는 이지리스닝을 생각해 A를 꼽은 듯해 보였다. 그렇다면, 예상했던 대로 지금은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사님.”
“예. 세현 군.”
“개인적으로 다른 후보곡들의 경우 너무 단조로운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A 같은 경우는요.”
그러자 정서준 이사는 조금 놀란 듯한 눈으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동시에 톡톡거리던 손가락을 그대로 멈추었다.
“단조롭다라, 하지만 듣기 편안하지 않나요?”
“이지리스닝은 좋지만, 타이틀곡은 조금 더 임팩트가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C, 혹은 D가 좋고요.”
“음.”
그리고 정서준 이사는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다시 입을 다물었다.
“다른 멤버분들 생각은요?”
“그 부분은 저도 같습니다. A곡은 타이틀감으로는 아닙니다.”
안지호가 말했다.
앞서 A곡을 예시를 든 덕인지 안지호 역시 A를 정확히 찝어 의견을 더했다. A가 아닌 이유에 대한 근거들이 저마다 붙고 있었다.
“제 생각에도 A는 훅이 별로 인 것 같아요. 가장 첫 번째로 들은 곡인데도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여기에 차선빈도 의견을 보탰다. 그보다도 차선빈은 훅 부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듯 했다. 확실히 그 부분이 중요하긴 하지.
앞서 C와 D곡으로 긍정적인 의견이 모아지듯 A로는 그다지 좋은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래요, 그렇군요.”
그리고 그때까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조용히 경청하던 정서준 이사가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렇게 앞선 의견들을 들은 정서준 이사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잠시 기다렸다.
“확실히 C,D가 좋은 곡이라는 것에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실제 곡을 부르는 아티스트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요.”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분위기가 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한국말은 원래 끝까지 듣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었다.
“사실 제 귀엔 A가 가장 괜찮게 들려지는 부분입니다만······.”
의견을 굽히지 않는 건가.
하지만 그때, 정서준 이사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럼에도 여기선 여러분들의 의견을 존중하죠. 저 역시 앞선 후보곡들에 손을 들죠.”
정서준 이사가 그대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와 동시에 멤버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일단 한시름 놓았다.
“아무래도 팀에 어울리는 건 아티스트 본인이 가장 잘 알 테고, 그런 의미에서 무게를 실어주는 게 맞으니까요.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데뷔 앨범 이후로는 타이틀곡 선정엔 늘 멤버들의 의견을 먼저 수용했으니.
‘어찌 됐건 굳이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는 거군.’
갑작스런 참여로 인해 혹시나 그간 타이틀곡 선정에 관해 불만이 있던 건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뭐, 사실 이대로 올라가면 다른 이사들은 또 A를 주장할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전 여러분들의 귀를 믿습니다.”
갑작스러운 신뢰감 공개였다.
그간 타율에 대한 신뢰도인가.
확실히 그것보다 좋은 데이터가 없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전 여러분들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입니다. 오늘 보니 앞으로 팀은 잘 돌아갈 것 같네요.”
정서준 이사가 그렇게 다시 한번 나와 멤버들을 향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타이틀곡은 최종적으로 C곡으로 선택됐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투표가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C곡을 이번 타이틀로 하기로 했다. 듣자하니 정서준 이사도 이에 힘을 실었다는 것 같았다.
“솔직히 갑자기 이사님이 오셔서 뭔가 싶었어.”
“그렇죠. 말도 없이 오시니까.”
“심지어 의견 다르다고 했을 땐, 아 이거 뭔가 골치 아파질 것 같다 싶더라.”
백은찬이 턱을 괸 채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똑같은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
“우세현, 넌 C랑 D 중 뭐였냐?”
“C.”
“C? 난 D. 하이파이브 한번 하자.”
그러자 백은찬이 곧바로 하이파이브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충 손을 대주자 알아서 손뼉이 마주했다.
‘그보다 이 곡 작곡가 이름이 조금 낯선데.’
타이틀로 결정된 곡의 작곡가 이름은 ‘Elist’. 이제껏 함께 작업해보지 않은 외부 작곡가였다.
“팀장님, 이 분 작업하신 곡이 뭔가요?”
“아, 이 작곡가. 일단 곡은 많아요. 다만, 우리 회사랑 한 게 거의 없어서 그렇지.”
“주로 어디랑 했는데요?”
“이런 저런 회사들과 협업했지만, 아마 가장 많이 한 건 RA 엔터일 거예요.”
아, 그렇군.
그리고 찾아보니 정말로 RA 엔터와 특히 많은 곡 작업을 했다. RA 엔터 스타일이랑 잘 맞는 건가.
어찌 됐건 곡이 좋으니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타이틀곡이 정해졌을 때쯤, 며칠 뒤 회사로부터 다시 한번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 내용은 꽤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그쪽 작곡가가 사전에 한번 만나보고 싶다네. 너랑 지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