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33화 (233/413)

233화.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그쪽 작곡가가 사전에 한번 만나보고 싶다네. 너랑 지호를.”

타이틀곡의 작곡가인 ‘Elist’가 나와 안지호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저랑 안지호요?”

“응. 아무래도 둘이 팀의 주축 보컬이니까, 녹음 들어가기 전에 미리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아, 그렇군.

대충 타이틀곡과 녹음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작곡가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해당 작곡가와 작업을 하는 건 처음이니 작곡가 나름대로 탐색차 만나자는 거겠지.

“안지호, 이거.”

“···이건 언제 사왔냐?”

나는 그대로 안지호에게 근처 카페표 퐁 스무디를 건넸다. 그리고 안지호는 이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었다.

“근처에 카페 있길래. 메뉴에 있어서 사왔어.”

마침 매니저 형이랑 간 카페에 그 메뉴가 있길래. 스케줄 하기 전에 달달한 건 먹으면 좋으니까.

“근데 너도 같은 거냐?”

“응. 전에 니가 찾던 거 보니까 괜히 나도 먹고 싶어져서.”

나 역시도 퐁 스무디로 통일이었다.

원래라면 커피를 마셨을 것 같긴 한데, 오늘은 그냥 이게 땡겼다.

“근데 진짜 너 언제부터 이렇게 이 음료 광이 된 거야?”

이에 안지호는 별다른 대답 없이 조용히 퐁 스무디를 마셨다. 그리고 잠깐 나를 쳐다보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광은 무슨 광. 그냥 있으면 먹는 거고 없으면 안 먹는 거지.”

“그래도 있으면 기분 좋잖아.”

그러자 다시 말없이 스무디를 들이킨다. 역시 기분이 좋은 건 맞는 모양이다. 가만 보면 단 걸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안지호와 같이 스무디를 조금 먹다가 이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어서 먼저 올라가 있으라는 매니저 형의 말에 안지호와 함께 먼저 스튜디오로 향했다.

‘3층이라고 했었지.’

그리고 나서 복도를 가로지르는데, 얼마 안 가 곧 문 하나를 발견했다. 저기가 아마 스튜디오인 듯 했다.

“안지호, 이쪽.”

이후 그렇게 안지호와 함께 스튜디오를 향해 걸어가던 와중, 스튜디오의 문이 갑작스럽게 열렸다.

그와 동시에 안에서부터 누군가 나왔다. 180cm이 훌쩍 넘어 보이는 큰 키에, 회색 후드에 까만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자.

‘Elist 인가.’

이에 작곡가인가 싶어 그대로 조금 더 걸음을 빨리하는데, 순간 보이는 얼굴에 그대로 걸음을 멈칫했다.

아, 잠깐.

그와 동시에 남자 또한 이쪽을 발견한 것인지 그대로 잠시 놀란 얼굴을 보이더니 이내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이런.’

낯설지 않으면서도 낯선 얼굴이었다. 그러면서도 전혀 달갑지 않은 얼굴.

“저 사람······.”

“응.”

그리고 안지호 역시 그때서야 남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인식한 건지 그대로 미간을 좁혔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곧 우릴 향해 손을 들었다. 꽤나 반갑다는 표정으로.

“세현이, 안녕!”

그리고 남자는 바로 루트의 멤버, 권해진이었다.

* * *

앞에서 문을 열고 나온 이는 다름 아닌 권해진이었다. 얼마 전에 전역한 권해진은 짧은 머리에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는 채였다.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왜 권해진이 거기서 나오는 건데?

“우세현, 맞지?”

그 사이, 어느새 우리 앞까지 온 권해진은 그대로 나를 향해 한번 더 물었다. 그렇지만 얼굴엔 이미 확신이 차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어릴 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네.”

동시에 권해진은 그대로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못 알아보는 일은 없을 것 같긴 했다만.

“데뷔 얘긴 들었어. 하긴 이렇게 잘생겼는데 당연히 할 만하지. 그래, 그래서?”

“예?”

“여자 친구는 있고?”

권해진이 그대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어왔다. 다짜고짜 이런 질문부터 하는 게 참, 이 인간도 예전이랑 변한 게 없다.

“아뇨. 없습니다.”

“없다고? 아이, 왜 없어.”

권해진이 아쉽다는 양 반응했다.

저런 반응도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 패턴은 예전부터 반복되었던 패턴이었기에.

10살 때쯤인가, 권해진과 처음 만났던 날에도 권해진은 내게 앞과 같은 질문을 해왔었다.

‘세현이 여자 친구는 있니?’

‘없다고? 아이고, 세현아, 여친은 진작 만들었어야지.’

이렇듯 인사하듯 물어보는 게 흔했던 지라 새삼 놀라울 것도 없긴 했다. 원래 그런 인간이었어서.

“참, 세현이 너나 우도현이나 형제 아니랄까봐 비슷하네.”

“아, 예.”

그것보다 본인이 이상하다는 사고는 하지 못하는 건가.

“어렸을 땐, 너 괴롭히지 말라고 우도현이 그렇게 잔소리를 해댔었는데~”

그런 건 잘도 기억하고 있는군.

사실 그건 형이 좀 오바한 거였고, 그냥 볼 때마다 이 자식이 볼을 잡아당기는 통에.

“근데 그땐 정말 요만했잖아. 괴롭힌 것도 아니지, 뭐. 인사였는데~”

그렇게 말하며 권해진이 다시 한번 내 어깨를 오바스럽게 쳐댔다.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다. 그때처럼 쓸데없이 볼을 늘리거나 하는 것보단.

아니, 애초에 이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그래도 정말 많이 컸네~아직도 좀 작긴 하지만~”

은근 자존심 건드는 말을 하네.

하지만 괜히 더 뭐라 답하기 귀찮았기에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여전히 힘 한번 좋네.’

와중에 내려앉는 손이 묵직했다.

제 딴엔 아무 생각 없이 치는 것 같은데, 워낙 힘이 좋은 건지 슬슬 어깨가 불편해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오바스럽게 어깨를 쳐대려나 싶었는데, 그 순간 권해진의 팔 위로 다른 손 하나가 올라왔다.

“그만하시죠.”

안지호였다.

안지호는 그대로 내 어깨 위에 있던 권해진의 팔을 붙잡았다. 이에 순간 놀라 나도 모르게 안지호를 쳐다봤다.

짧은 순간, 권해진과 안지호의 시선이 마주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 사이로 꽉 막힌 듯한 적막이 흘렀다.

“알겠어, 알겠어.”

하지만 얼마 안 가 권해진은 마치 항복이라는 듯 손을 펼쳐 보였다.

“여기도 비슷한 사람이 있었네.”

권해진이 말했다.

“괴롭히는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인사야, 인사. 오랜만에 보니 반가워서 말이지.”

참, 반가울 일도 많았다.

애초에 이전에 그렇게 많이 본 사이도 아니었고.

“그보다 선배님은 여기 왜 오신 건가요.”

“어? 여기? 아.”

권해진은 정확히 바로 뒤에 있는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니 Elist의 녹음실을 방문했다는 건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건 비밀이라고 하면, 재미없으려나?”

“네. 재미없습니다.”

“아, 벌써 재밌는데?”

권해진이 그대로 입꼬리를 올렸다.

매사 이런 식인 것도 역시나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 사람이 한순간에 변할 리가.

[“단순히 놀러온 거긴 한데, 뭐, 재밌으니까.”]

단순히 놀러온 거였군.

아무래도 ‘Elist’와 권해진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인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RA 엔터와도 작업을 많이 했다고 했었지.

“아이고, 궁금해서 어떡해.”

권해진이 여전히 놀리는 양 말했다.

“친분 차 방문하신 거 아닌가요.”

“어? 뭐야?”

일단은 전역하자마자 앨범부터 낼 리는 없으니까.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그게 가장 말이 되기도 하고.

“금방 알아버렸네.”

그러자 권해진은 금세 흥미가 떨어진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곧 아쉽다는 얼굴로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말이 많다.

그리고 그 사이 저 멀리서부터 매니저 형이 오는 게 보였다. 이제야 이 무의미한 대화가 끝이 날 기미가 보이는군.

그러자 이를 본 권해진은 그대로 쓰고 있던 모자를 조금 더 고쳐 썼다. 보아하니 이제야 갈 생각이 든 모양이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

그렇게 입꼬리를 올린 채로 말했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커녕 헤어짐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자식은 그걸 알면 그걸 아는 대로 재밌어할 인간이었다.

“아, 그런데 세현아.”

그때, 권해진이 가려던 걸음을 잠시 멈춘 채로 나를 불렀다. 뭐야, 할 말이 더 남아 있나.

“아까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역시 이상하다.”

“···뭐가요?”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거. 예전엔 형이라고 불렀었잖아. 아니, 형아였나?”

아니, 이 자식은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물론 그 당시엔 그렇게 부르긴 했었지만, 당연히 지금 와서 같은 호칭을 고수할 리가 없었다.

“이제 선배님이시니까요. 그러니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게······.”

“아, 아냐. 이상해. 그냥 원래대로 불러도 돼. 굳이 딱딱하게 할 필요 없이.”

아니, 그건 이쪽이 불편하다고.

게다가 애초에 그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럼 다음엔 편하게 불러. 난 정말로 갈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다시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권해진은 먼저 빠르게 자리를 이동했다. 순전히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는 꼴이었다.

“그렇게 부를 거냐?”

“아니. 절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 * *

매니저 형과 합류한 이후에는 곧바로 안지호와 함께 작곡가를 만나러 갔다.

“어서와요, 윈썸.”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작곡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아 보이는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아, 혹시 밖에서 해진이 만났어요?”

“예. 만났습니다.”

“오늘 놀러 왔거든요. 안 겹치게 하려고 했는데, 잠깐 겹쳤나 보네요.”

대충 말하는 걸 보니 작곡가와 친분이 있는 게 맞는 모양이었다. 전역 후에도 찾은 걸 보면 꽤나 친한가보군.

그로부터는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었다. 당연히 타이틀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중심이었지만, 그 밖에도 다른 화제들도 오갔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그런 거.

“윈썸 노래는 데뷔 때부터 꾸준히 들었었어요. 일단 노래가 너무 좋고, 거기에 그룹의 합이 조화로웠거든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됐네요. 특히나 세현 씨랑 지호 씨 목소리를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작곡가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였다. 그 밖에도 이야기를 나누니 정말로 우리 노래를 꽤 많이 들은 티가 났다.

“근데 두 분은 따로 뭐 안 하시나?”

“아, 저랑 지호요?”

“네. 목소리 합 좋은데. 곡 하나 내도 좋을 것 같아요.”

당연히 그럼 좋긴 하다.

멜로우들 사이에도 종종 나오곤 했던 말이고.

“저를 위해서도 한번쯤 나왔으면 좋겠네요.”

작곡가가 말했다.

이후에도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그대로 스튜디오를 나왔다.

‘타이틀곡 진행은 그럭저럭 잘 될 것 같고.’

그리고 나는 그대로 잠시 폰을 들었다. 요즘 형이 한창 바쁜 터라 연락하는 일이 평소보다 조금 뜸했다.

‘권해진 얘기는 굳이 지금 할 필요 없겠지.’

어쩌다 잠깐 만난 것뿐이고, 형과 관련한 뭔가 있던 것도 아니니 당장 얘기할 필요가 없긴 했다.

오히려 촬영하는데 신경 쓰이는 걸 하나 늘릴 뿐이고.

“뭐 하냐?”

“어? 아니, 그냥.”

“매니저 형이 저쪽 주차장으로 오래.”

“응.”

그리고 그대로 생각을 접은 채, 안지호를 뒤 따라가려고 하는데 그 순간 손에 있던 폰이 진동했다. 톡이었다.

‘아.’

이어서 보이는 보낸 이에, 나는 그대로 가던 걸음을 멈췄다.

[형]

: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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