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화. 과거의 향수는 강하다.
- [공식] RA엔터테인먼트, “루트 재결합 확인된 바 없다.”
[특종 뉴스 하이빈 기자] 지난 9일, 루트가 재결합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다음날 10일 이에 관해 RA 엔터테인먼트 측은 “루트 재결합에 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 루트 재결합 아닌가 보네 아쉽
- 이럴 때만 입장 발표 빠르지 그래도 희망 고문 안 해서 좋다
- 역시 아닐 줄 알았어 솔직히 지금와서 우도현까지 포함해서 재결합한다는 게 말이됨?
- 기레기가 기레기했네 애초에 3인에 + 우도현이라는 게 말이 안 됐음ㅉㅉ
- 그래도 언제 한번 모여줬으면 좋겠네
정확한 입장 발표가 났다.
루트의 재결합은 없다는 기사.
현재 권해진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타 기획사이긴 했지만, 기사는 루트의 소속사였던 RA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으로 나왔다.
당연하게도 형의 말 대로였다.
하지만 이러한 재결합이 없다는 기사에도 커뮤니티를 포함한 SNS는 여전히 루트와 관련해 이슈가 꺼질 줄 몰랐다.
- 루트 재결합 진짜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ㅠ 루트만한 그룹이 없어 진짜
- 나중에 20주년 기념 이럴 때 해주는 거 아님? 솔직히 지금 다 각자 잘나가고 있는데 할 필요 없어 보여
- 이왕이면 우도현도 포함이었으면 좋겠네 타팬인데 솔직히 루트는 5명인 게 좋음
└ 솔직히 그건 그럼
└ 솔직히 그건 그래 22222
└ 우도현이 나간지가 언젠데
└ 난 팬인데도 5명 원함...........
└ 은근 이런 팬들 많을걸 애초에 우도현이 병크 치고 나간 것도 아니잖아 재계약만 안 한 건데 뭘
└ 솔까 우도현이 다시 돌아온 거 보면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같음 애초에 연예인에 질려서 나간 거였다면
- 루트는 이미 4인임 그 밖에는 언급할 가치도 없어
‘역시 이런 흐름이군.’
4인이냐 5인이냐를 두고 이야기가 나오는 흐름. 루트가 언급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주제들이었다.
그 안에서 5인 주장이 꽤 많았다.
아무래도 루트의 최전성기는 그때였으니까.
‘이번엔 좀 오래가려나.’
그동안은 이렇다 할 건수가 없으니 적당히 돌다가 꺼졌지만, 이번엔 직접적인 기사가 난 만큼 이전보다 더 오래 수면 위에 있을 듯 했다.
“신경 쓰지 마.”
옆에 있던 형이 말했다.
그 말이 꽤나 단호했다.
“형은?”
“뭐가.”
“신경 쓰이지 않아?”
“별로.”
언제나처럼 무덤덤했다. 정말로 앞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사실이 아니니 당연한 거긴 하지만.
형은 동요하는 기색 또한 없이 그저 침착했다. 물론 형이 전에 말한 것처럼 이젠 다 예전 일이니까.
그래서 형의 말 대로 나 역시 굳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점심 먹고 갈래?”
“아니. 나 오늘은 가 봐야해. 회의가 있어서.”
“무슨 회의인데?”
“곡 준비하는 게 있는데, 그거 관련해서.”
“니가 직접 작곡하거나 작사한 거야?”
“작곡은 아니고, 작사는 예정.”
“오.”
그러자 형이 곧바로 관심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작사 얘길 하는 건 처음인가.
“예전에도 작사한 적 있잖아.”
“어, 알고 있네.”
“미니 2집이었나. 데뷔 다음 앨범.”
와중에 꽤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중에 완성되면 들려줘.”
“알겠어.”
“아, 그리고.”
뭐지, 뭔가 할 말이 더 있나.
이에 나는 그대로 멈춰선 채로 형을 올려다봤다.
“연락 못 받은 건 미안. 다음엔 기다리지 말고 밥 먹어.”
아, 아무래도 연락을 제때 받지 못한 게 내내 걸렸던 모양이다. 내가 좀 많이 하긴 했는데, 그래도 촬영을 하다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으니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왜?”
“오히려 난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 문자고 전화고 할 것 없이 와 있길래.”
이건 좀 찔리는군.
그땐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근데 밥은 그냥 안 고파서 그랬어. 별로 걱정할 필요 없어.”
“그래. 그래도 먹어. 거르지 말고.”
그렇게 단단히 일러두듯 내게 말했다.
이에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형은 이내 만족스럽단 듯이 웃었다.
“형도 거르지 말고. 요새 밤낮 없잖아.”
“나야 늘 잘 먹지.”
“그럼 난 정말 간다.”
그리고 정말로 형의 집을 나섰다.
기회가 된다면 밥차를 한번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 * *
이후에는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회의는 도운이 작곡한 팬송의 작사와 관련 이야기였다. 멤버들과 함께.
이전에 말했던 도운이 형의 곡이 회사의 최종의 최종 컨펌을 통과한 덕이었다.
“형님은 좀 어떠시냐?”
“괜찮아.”
“그래? 다행이네.”
주말동안 형네 집에 있다가 회의 시간에 맞춰 온 것이었기에 멤버들은 저마다 형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넌?”
“어?”
“넌 멀쩡하냐고.”
안지호가 시선을 마주한 채로 물어왔다. 예상 밖의 물음이었다. 이에 나는 곧바로 그런 안지호를 향해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내가 멀쩡 안 할 게 뭐가 있어.”
그러자 안지호를 나를 한번 빤히 쳐다보는 듯 하더니 이내 그럼 됐다며 말을 말았다.
“근데 이렇게 공동 작사를 하는 건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엄청 오랜만이네요.”
백은찬과 신하람은 꽤 신이 난 보이는 얼굴이었다. 앞선 말처럼 공동 작사 자체는 꽤나 오래되었다. 작년 ‘Strayer’ 앨범 이후 없었으니까.
사실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재밌긴 했다. 확실히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는 다 같이 작업하는 게 재밌고.
“근데 형 멜로디가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고마워.”
“내부 컨펌도 바로 통과했다잖아. 솔직히 그 곡이 이렇게 바로 실리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건 나도 그래.”
윤도운이 웃으며 말했다.
도운이 형이 작곡한 곡은 달달하면서도 그 안에 아련함이 살짝 들어가 있는 분위기의 곡이었다.
“제목은 정했어요?”
“제목도 아직 못 정했어. 나중에 가사 다 나오고 나면 정할까해. 그것도 같이 생각하면 좋잖아.”
“이 형은 은근 단체로 하는 거 엄청 좋아해.”
“리더니까.”
도운이 형이 그 말을 강조했다.
왠지 오늘따라 더 리더다워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금 회의에 들어갔다. 각자 어떤 이야기를 넣고 싶은지에 관해.
“행복에 관한 이야기도 넣고 싶어. 팬분들이 느끼시는 행복, 우리가 느끼는 행복. 그런 것들.”
“개인적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도 당연히 좋지만, 그거랑 같이 앞으로 함께 할 나날들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결국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언제나 함께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와, 벌써 3시간 지났어.”
“3시간이나 지났다고요?”
“아, 진짜 그러네.”
그러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첫 팬송이다 보니 다들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았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물론 중간엔 관계없는 수다도 좀 떨었다.
이후에는 각자 가사를 쓰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는데, 이게 이상하게도 지난번보다 쓰는 게 조금 더 어려웠다.
뭔가 하나를 쓰는 것에도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괜히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만 하고 있었다.
‘펜으로 써볼까.’
갑작스럽게 눈앞에 있는 펜이 보였다.
혹시나 더 잘 써지지 않을까 싶어 그대로 자세를 고쳐 잡은 뒤 펜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신도하는 지난번 만년필, 사용은 하고 있나.’
그 뒤로 만년필과 관련된 말이 없던 지라. 잘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애초에 쓰긴 쓰는 건지.
‘어디 안 처박아두면 다행이지.’
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아무래도 원래 쓰고 있던 펜도 있을 테고.
괜히 잘 쓰고 있냐고 물었다가 인증이랍시고 SNS에라도 올릴까 싶어 그러지는 못하고 있었다. 혹시나 형이 볼라.
‘···그때 작업실 얘기도 했었지.’
그러다 문득 지난번 작업실 이야기가 생각났다. 거기서 작업은 주로 한다고 했었는데, 역시나 조금 궁금하긴 했다.
그렇게 들고 있던 펜을 손안에서 조금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때 순간적으로 거실에서부터 기척이 들렸다.
‘누가 나가나.’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거실로 나가보니 도운이 형이 외출 준비를 하는 게 보였다.
“형, 어디 나가요?”
“아, 응. 바람도 쐴 겸 잠깐 나가려고.”
“작사 때문에요?”
“응. 숙소에만 있었더니 이상하게 안 써지는 느낌이라.”
작사가 잘 안됐던 건 도운이 형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밖이라. 확실히 밖에 나가면 더 리프레시가 될 것 같긴 했다.
“형.”
“왜?”
“저도 같이 나가요.”
“어?”
신발끈을 묶던 도운이 형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대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도 잘 안돼서요. 밖에 나가면 조금 더 될 것 같아요. 같이 가도 되죠?”
“어, 그래. 그럼.”
이에 나는 도운이 형에게 잠시만 기다리라 말한 뒤, 곧바로 방에 들어가 모자를 챙겼다. 마스크, 까지는 필요 없겠지. 멀리 나갈 것도 아닌데.
“빨리 나왔네?”
“네. 가요.”
오랜만의 주변 산책이었다.
* * *
알다시피 숙소 주변엔 한강을 중심으로 한 좋은 산책로가 위치하고 있었다. 날씨도 그렇게 덥지 않고 선선하니 그야말로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낮이라 그런지 사람이 좀 있네.”
“근데 밤엔 더 많아요.”
“아, 너 형이랑 종종 온다고 했었지?”
“종종은 아니고 그냥 가끔 생각날 때만요.”
이전에 말했던 듯이 형은 정말로 가끔씩 날 불렀다. 아니, 사실 가끔이라고 하기엔 좀 빈번하긴 한데 어쨌든 시간이 될 때면 불렀다.
물론 요즘엔 통 바쁘니 걸은 지도 좀 됐지만, 아마 촬영이 다 끝나고 나면 다시 돌지 않을까.
“전에 여기서 지호랑 형님이랑 만난 거지?”
“네.”
“분위기는 어땠어? 괜찮았어?”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막 화기애애한 것도 아니었어요. 안지호가 낯가림이 좀 있잖아요.”
“그렇지. 지호가 좀 그렇긴 하지.”
음, 사실 낯가림이 아니더라도 성격 자체가 좀 안 맞을 것 같긴 하지만.
[“나도 좀 궁금하긴 한데.”]
어, 도운이 형도 궁금해하고 있었나.
이제껏 그런 얘기가 없어서 몰랐다.
“나중에 시간 되면 형한테도 소개해 줄게요.”
“어? 진짜?”
“네. 당연하죠.”
그러자 도운이 형의 표정이 아까보다 조금 더 밝아졌다. 생각보다 꽤 궁금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좀 그렇고, 형님 촬영 끝나면. 지금은 한창 바쁘실 거 같아.”
“네. 그럴게요.”
하람이도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 정말로 멤버들과 다 같이 한번 만나면 좋을 것 같긴 했다. 아, 근데 그럼 너무 정신없을 것도 같고.
“근데 주변에 자전거도 꽤 많네.”
“자전거 타시는 분들도 꽤 되시더라고요. 형도 관심 있어요?”
“타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꾸준히 할지가 문제지.”
“뭐든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그건 그래.”
그러자 윤도운은 그대로 한번 웃어 보였다. 동시에 물가 근처에서부터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번 곡, 참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래요?”
“응. 아무래도 욕심이 나잖아. 게다가 하기 전에도 고민이 좀 많았어. 이게 잘 될까도 싶었고.”
그렇게 도운이 형이 쓴웃음을 보였다.
“그래서 나름 확인차 너희들한테도 자주 들려주고 그랬던 거야. 아무래도 혼자는 확신을 갖기 어려우니까.”
“확신 가져도 돼요. 형 곡, 진짜 좋았어요.”
“그래. 그래서 지금 기분이 꽤 좋아.”
그렇게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나 또한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고마운 감정이 들기도 하고.
“세현이 넌 확실히 공감 능력이 좋은 것 같아.”
“예?”
“전부터 생각했는데, 약간 이심전심 느낌이 든달까.”
이심전심. 능력에서 오는 그런 건가.
아마 공감 능력이 좋은 건 아닐 거다. 그래도 그 부분에 관해 상대방이 그렇게 느껴준다는 건 다행인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항상 넌 듣는 입장인 것 같아. 혹시 너도 뭐 고민 있으면 말해줘. 일단 리더니까.”
“네. 그럴게요.”
그렇게 난 도운이 형을 향해 웃어 보였다.
“정기적으로 다 같이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텐데. 예전부터 그런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아, 뭐 좀 사갈까?”
중간에 편의점 하나가 보였다.
어느새 산책로 한 바퀴를 돌았다.
“근데 숙소에 과일 다 떨어졌던데요. 오늘 들어갈 때 좀 사가야할 것 같아요.”
“가만 보면 너도 참 살림꾼이야.”
“뭔가 냉장고가 비어있으면 좀 그래서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향해 걸었다. 어차피 시간이 촉박하거나 한 건 아니었으니 남은 시간 동안 쓰면 되겠지.
지금은 물론 가사를 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걷는 것도 꽤나 즐거웠기에.
[“좋다.”]
그리고 그건 도운이 형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여전히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기분을 꽤 좋게 만들었다.
* * *
도운이 형과의 낮 산책 이후, 기분 좋은 산책 덕분인지 그 날은 꽤나 수확이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또 다른 외출을 하게 되었다. 조금 의도치 않는 외출을.
“어서 와, 세현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신도하의 작업실에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