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37화 (237/413)

237화. 작업실이 괜찮네요.

신도하의 작업실에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그간 가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정말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곳에 오게 된 경위는 바로 며칠 전에 신도하와 했던 메시지에 있었다.

[신도하 선배님]

: 선물, 잘 쓰고 있는지 안 궁금해?

선물.

지난번에 줬던 만년필을 이야기하는 거였다. 언급하는 걸 보니 만년필이 있다는 걸 잊지는 않은 모양이다.

[우세현]

: 잘 가지고 계신다면 괜찮습니다.

[신도하 선배님]

: 한번 확인하러 올래? 작업실에 있는데.

그거 확인하러 거기까지 가라고?

애초에 뭐, 잘 가지고 있다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실제로 사용하는 건 어디까지나 선물 받은 본인 몫이니까.

그래도 한번쯤은 사용을 해주는 게 준 입장에선 좋긴 하겠지만, 그걸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우세현]

: 괜찮습니다. 잘 사용하신다면 됐어요.

[신도하 선배님]

: 그럼 인증의 의미로 올려도 돼?

[우세현]

: 네? 어디예요?

[신도하 선배님]

: 내 SNS.

아니, 잠깐만. 그건 좀 그런데.

물론 올려도 상관없긴 한데······.

아, 어쩔 수 없지.

[우세현]

: 그냥 제가 직접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신도하 선배님]

: 그래. 그럼.

그렇게 신도하의 작업실로 가게 되었다. 사실 인증이고 뭐고 상관없긴 한데, 굳이 형한테 신도하와 관련된 걸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아무래도 얼마 전에 그런 일도 있었고.

“거기 소파에 편하게 앉으면 돼.”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신도하의 작업실은 생각 이상으로 깔끔했다. 적당한 크기의 공간에, 키보드를 비롯한 몇몇 장비들이 눈에 띄었고 대체로 블루 앤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인테리어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벽에 있는 건 그림인가.’

그리고 입구 근처에는 화려하고도 반짝이는 밤하늘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하나 걸려있었다.

“아, 그건 그림이야.”

어느새 옆으로 온 신도하가 말했다.

“근데 꽤 사진 같지?”

“네. 진짜 밤하늘 같네요.”

“그래서 더 좋아해.”

정말로 밤하늘의 사진을 그대로 갖다 놓은 것 같은 그림이었다.

“근데 이거 혹시 별자리가 있어요?”

“뭐?”

“좀 더 반짝이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무수히 많은 별들이지만, 그 안에서도 특히 더 반짝이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별들은 뭔가 하나의 길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고.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신도하는 그대로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더니 이내 다시 말했다.

“맞아. 별자리 있어. 무슨 별자리인지 알아?”

“아뇨.”

당연히 모르지.

그냥 보고 알겠냐.

하지만 대충 이런 게 아닐까 떠오르는 건 있었다.

“맞춰 봐.”

“천칭···자리 아니에요?”

“아, 아쉽네. 비슷했는데 아니었어.”

하긴, 한번에 보고 맞출 수 있을 리가.

“정답은 거문고자리였어. 이거 여름 별자리거든.”

“아, 그렇군요.”

거문고자리가 여름 별자리였군.

이렇게 보니 정말로 거문고 같이 생기긴 했다. 근데 의미가 있는 건가.

“큰 의미는 없어. 그냥 예뻐서 걸어놓은 거야. 보면 왠지 안심이 돼.”

“그렇긴 하네요.”

“그렇지?”

반짝반짝한 게 정말 심신 안정의 효과가 있어 보이긴 했다. 그리고 다시금 소파로 안내하는 신도하에 자리로 가 앉았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핫초코가 하나 올려져 있었다.

“지난번 그 커피를 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오늘은 시간이 안 됐어.”

“괜찮습니다. 핫초코 좋아해요.”

“그래. 다행이네.”

사실 핫초코가 아니라 그냥 물 한잔이라도 괜찮았을 텐데. 그래도 향이 꽤 좋았다.

“사실 누가 작업실에 오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뭐가 많이 없어.”

평소 다른 사람이 작업실에 오는 걸 안 좋아하는 타입인가. 보통 개인적인 공간을 중시하는 타입들이 있으니까. 대충 이해가 갔다.

“그렇게 오래됐나요?”

“응? 아. 그렇지. 내가 좀 민감한 편이라. 작업실로 누굴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그럼 난 왜 부른 건지.

그러자 신도하가 이에 답하듯 말했다.

“그래도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있는 법이니까.”

아, 그렇군요.

그와 동시에 강하게 오는 시선에 나는 조용히 그 시선을 피한 채로 핫초코를 한 입 마셨다. 동시에 입 안으로 달달한 초코향이 번졌다.

“아, 물론 도현이도 와 봤어.”

“아, 네.”

“그러니 안심하고 있어도 된다는 소리야.”

“안 그래도 이미 안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 물론 엄청 편한 건 아니지만.

그보다 형이 와봤다면 당연히 루트 때를 말하는 거겠지. 까마득하게 먼 일이었다.

근데 형한테는 아직 여기 온 걸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이건 말을 해야겠지. 어째 숨기는 게 조금씩 느는 기분이라 좀 그랬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핫초코를 마시려는데, 저 멀리서 반짝이는 물건 하나가 보였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마시던 걸 뱉을 뻔했다.

···만년필이다.

“왜 그래?”

“어, 저거······.”

“아, 저거?”

그러자 신도하가 뭘 그리 놀라냐는 듯 자연스럽게 이를 쳐다보았다. 내가 준 만년필은 삐까뻔쩍해보이는 케이스 안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는 상태였다.

“안 쓸 때는 저렇게 세척해서 두고 있어. 아니면 안에 있는 잉크가 굳어버리거든.”

“아, 네. 그렇군요.”

결국 자주 안 쓴다는 말일까.

“안 쓰는 건 아니고, 너무 아까워서.”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그냥, 부가적인 설명이지.”

그러고는 빙긋 웃는다.

이에 나는 들고 있던 머그컵에 다시금 입을 대었다. 여전히 향은 좋았지만, 조금 많이 달달했다.

“그래서? 내 작업실은 어때?”

“아, 아주 좋습니다.”

“마음에 들어 하니 좋은데.”

마음에 든다고는 안 했는데.

물론 인테리어나 그런 건 괜찮았다. 깔끔하고 차분하고. 신도하답기도 하고.

그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던 탁상으로 시선이 갔는데, 탁상 위 구석쯤에 작은 액자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사진?’

해당 액자에는 사진이 하나 담겨 있었다. 신도하 본인 사진이 아닌 단체로 찍은 사진.

탁!

그리고 그 순간, 신도하가 탁상 위에 있던 액자를 그대로 덮었다. 동시에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작사한다고 했었나?”

평소와 같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목소리 역시 변함이 없는 채로.

“네. 맞아요.”

“이번 앨범에 들어가는 거야?”

“네.”

“그럼 꼭 들어봐야겠네.”

이어서 신도하는 덮어놓은 액자를 그렇게 둔 채로 다시금 이쪽으로 다가왔다.

앞서 신도하가 덮어놓은 액자.

안에 있던 사진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러기엔 이미 봐버린 상태였다.

안에 있던 단체 사진.

그 사진은 바로 루트 5명이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 * *

앞서 본 액자의 사진 속에는 형을 포함한 루트 멤버 5명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스타일링 같은 걸 보니 한창 루트 활동을 할 때 찍은 사진 같았다.

‘투어 때 사진인가.’

사진 속 멤버들은 제각기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투어를 마친 이후 다 함께 찍은 사진인 듯 했다.

‘근데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건가.’

그것보다 그걸 작업실에 놔둔다고?

아직까지도?

루트 4명도 아닌, 5명의 사진을.

“작사는 어디까지 진행됐어?”

“아직 많이 진행 한 편은 아니에요.”

“이전에 작사한 곡 가사도 좋았는데. 그러고 보니 작곡에도 관심 있다고 했었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때까지 신도하의 생각에는 사진과 관련된 생각은 없었다.

액자를 덮은 것처럼 정말 그대로 생각을 덮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앞선 사진에 관해 추궁하지 않았다. 일단 액자를 덮은 것에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거고, 그렇다는 건 함부로 건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니 이번엔 반대로 이쪽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왜 형이 포함된 사진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사실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묻고 싶은 거였다.

사진 속 형은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까. 다른 멤버들과 함께.

“그래서, 도와줄까?”

“예?”

“작사 말이야.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줄게.”

“아, 예. 감사합니다.”

사실 도와달란 생각으로 온 건 아니지만, 자극을 받을 수 있을 정도라면 괜찮긴 했다.

“핫초코. 더 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더 필요하면 말해. 아, 물을 더 줄까? 좀 진하지 않아?”

“네. 그럼 감사합니다.”

그렇게 잠깐 뜨거운 물을 조금 더 부었다. 조금 식었던 컵이 다시금 따뜻해졌다.

‘그러고 보니 신도하는 지난 기사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 전에 났던 루트 재결합 기사.

그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당시 권해진과 박시겸과 만났으니 당연히 형 얘기도 오가긴 했을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직접적으로 묻기 꺼려지는 질문이긴 했다. 당연히 신도하도 그다지 반기지 않을 테고.

“그러고 보니 예전에 가사 썼던 것 좀 있는데, 한번 봐볼래?”

“아, 네. 감사합니다.”

이어서 신도하가 작은 노트를 하나 가지고 왔다. 전에 손으로 가사를 쓰는 편이라고 하더니 아무래도 여기에 적는 모양이었다.

“근데 이거 봐도 되나요?”

“물론이지.”

뭔가 비밀 노트 같은 걸 보는 기분이라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대충 훑어보기로 했다.

“감사합······.”

그리고 그대로 신도하에게서 노트를 건네받으려고 하는데, 그 순간 신도하와 살짝 손이 닿았다.

그런데 동시에 눈앞으로 번쩍하고 뭔가가 지나갔다.

팟!

‘······어?’

그것은 마치 파노라마 같았다.

마치 영화처럼 어떠한 장면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이거 뭐지?’

순간적으로 지나간 장면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갑작스럽게 보이는 이 알 수 없는 현상도 현상이지만 짧은 순간 장면 속에서 보였던 예상 못한 인물에 더더욱 어리둥절했다.

너무도 빠른 장면이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장면 속에는 형의 얼굴이 있었다.

“왜 그래?”

“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길래.”

신도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렇게 눈앞으로 보이는 신도하의 얼굴에 조금 전 봤던 장면이 다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이내 신도하의 손이 어깨 위로 차분히 내려앉았다. 이에 나는 괜찮다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 그런 신도하의 팔에 손을 올렸다.

팟!

그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장면이 그 순간 눈앞으로 다시 스쳐지나갔다. 그것 마치 조금 전 장면의 연장선 같은 장면이었다.

‘···설마 이거, 기억인가?’

그러니까 신도하의 기억.

적어도 내 기억은 아니었다.

난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설마 이게 기억이라고 해도, 아니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지만, 이게 왜 지금 나에게 보이는 것이고 내가 볼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뜬금없이 기억?’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생각도 아닌 기억이라고?

지금 내가 남의 기억을 봤다고?

당황스러운 와중에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온오프의 부작용.

그 단어가 그대로 머릿속에 맴돌았다.

“세현아.”

그때, 나를 부르는 신도하의 목소리에 순간 놓았던 정신을 붙잡았다. 나도 모르게 계속 팔을 붙잡고 있던 모양새였다.

“아, 죄송합니다.”

“혹시 안 좋으면 말해.”

“아뇨.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한번 웃었다.

안 좋은 게 아니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한 것뿐.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떨리는 것 같은 손에 조용히 손을 쥐었다. 동시에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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