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39화 (239/413)

239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1)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뭐든 조금씩 변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건 어느 것에서도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그날은 여느 날과 같은 아침이었다.

권해진의 스캔들 기사가 터지기 전까진.

- 루트 권해진, 배우 윤민주와 핑크빛 열애중?

루트의 인기가 한창 고점에 달하고 있을 무렵, 권해진은 숱한 열애와 함께 자신의 친분을 넓혀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와 같은 열애설과 구설수가 발발되기도 했다.

“형, 제발 조심 좀 하시죠. 지난번엔 헤어졌다가 쓸데 없는 갑질설까지 나왔잖아요.”

“야,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그쪽에서 멋대로 루머를 유포한 건데 어떡하냐.”

지난번 함께 일하던 스텝과 사귀었을 땐, 헤어지고 나서 권해진 갑질설 루머를 유포하는 바람에 꽤나 곤욕을 치렀다.

물론 당시 함께 일하던 다른 스텝들의 반박 증언 덕에 갑질설은 결국 루머로 판정이 나 조용히 가라앉았다.

“이참에 연애 좀 끊으시죠.”

“박시겸, 사생활은 터치하지 말도록 하자.”

“그럴 거면 행실을 똑바로 하던가요.”

박시겸이 미간을 좁힌 채로 말했다.

그래도 지은 죄가 있던 터라 권해진은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입을 다물었다.

열애를 즐기던 권해진은 그 이후로도 연애를 끊지 않았다. 그것은 그룹의 인기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이를 걸린 적은 없었다. 앞선 열애설 기사 역시 연애를 하고 있긴 했으나 엄연히 상대가 달라 쉽게 부정 기사를 냈다.

그렇게 권해진은 어느새 인기에 한껏 취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도 즐겼다.

그럼에도 루트는 굳건했다. 멈출 줄 모른 채 팬덤 크기를 키워갔고, 어느새 1군을 넘어선 0군에 위치에 달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단체 활동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개인 활동 또한 빛났다.

멤버들 중 가장 먼저 개인 활동에 나선 우도현은 이 과정에서 좋은 비주얼과 연기력으로 첫 드라마부터 대박인 성적을 거두었다.

개개인의 인지도 역시 뛰어났고, 갤럽과 같은 지표에서도 매번 어김없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해를 밝힌 아이돌 순위>

1위 : 루트 우도현

2위 : 루트 신도하

3위 : 루트 박시겸

˸

멤버들은 저마다 연기, 뮤지컬, 예능. 그 밖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저마다의 활동을 펼쳤다.

- 루트는 진짜 개개인 인지도가 돌 중 넘사인 듯 울 엄빠도 다 알아

- 인지도 좋은 아이돌하면 루트지 솔까 얘네 만큼 어른들도 아는 그룹 없음

└ 단체 말고 갠활도 다 잘 풀리고 있잖아 그러니 높은 게 당연하지

└ 그래도 젤 큰 건 노래가 크지 매년 노래 냈다하면 연간 탑에 들어가는데

- 그래서 루트 다음 앨범은 언제 나와?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그만큼 단체 활동 부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연차가 차면서 개인 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룹인 만큼 단체 활동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루트는 개개인의 인지도가 너무 높았다.

굳이 단체 활동을 고수하지 않더라도 스케줄은 계속해서 밀려들어 왔고, 이들을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단체 활동은 차일피일 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스케줄 상에서 밀린 게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멤버들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뭐?”

“앞으로 할 앨범 컨셉이요. 그거 한번 회사랑 일정을 제대로 잡는 게 어떨까요.”

우도현의 그 말에 박시겸은 그대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잠시 대답 없이 침묵했다.

“···굳이 그걸 지금 시점에서 할 필요가 있나?”

“예?”

그리고 그런 그의 대답에 이번엔 우도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앞선 말이 전혀 이해가 안 됐기에.

“얼마 전에 오디션도 하나 보고 왔거든. 그거 아마 될 확률이 높아. 그러니 당분간 활동은 좀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박시겸은 여전히 우도현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박시겸의 신경은 온통 그쪽에만 향해 있었다. 그룹 활동, 앨범 활동에 대한 것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지금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의 연기와 앞으로 할 작품에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은 박시겸 뿐만이 아니었다.

“어? 컨셉? 그냥 회사에 맡기면 될 것 같은데. 회사가 알아서 잘해주잖아. 결과만 공유하면 되고.”

“지금 타이밍은 좀 아니지 않아? 지금보다는 차라리 연초로 미루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권해진이나 주건후나 다를 게 없었다. 특히나 주건후는 내년으로 미루자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이 4월이었다.

앨범을 내지 않은 지 어느새 1년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 하나 같이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우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형도 같은 생각이야?”

“뭐가?”

“앨범 말이야. 더 미루는 쪽이냐고.”

우도현이 신도하를 향해 물었다. 그런 그의 손에는 소주잔이 하나 들려 있었다.

맥주 몇 캔과 소주병 몇 개.

그 옆으로 놓여 있는 과자 봉지들.

텅 빈 숙소에서 신도하와 우도현은 그렇게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야 당연히 가자는 쪽이지.”

“아, 그래.”

“하고 싶긴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아마 당장은 하지 않을 거야.”

“그래. 안 그래도 그래 보여.”

이미 눈에 너무 잘 보였다.

다른 멤버들이 당장은 앨범 활동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전에 회사에도 이와 관련하여 건의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멤버들의 협조가 없다면 이는 완벽하게 성사되기가 어려웠다.

데뷔 6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 회사에서 시킨다고 시키는 대로 앨범에 참여할 짬밥도 아니었기에.

이내 우도현은 앞에 있던 잔을 다시금 조용히 들었다. 동시에 알콜의 쓴맛이 그의 입 안에서 조용히 감돌았다.

“와중에 건후 형은 내년 초에나 하자고 하던데. 무슨 X소리인지.”

“아, 그건 아마 그 형이 하는 사업 때문일 거야.”

“뭐? 사업?”

동시에 우도현이 이마를 찌푸렸다.

“이전에 한번 얘기했던 거 있잖아. 의류 관련해서 한다고 했던 거. 그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당분간은 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거겠지.”

“아무튼 X나 가지가지한다.”

심지어 사업에 밀리는 컴백이었다.

이렇게 X랄 맞을 수가 있나하고 우도현은 다시 한번 생각했다.

“회사하고 제대로 상의는 한 거야?”

“듣기로는 그렇다던데.”

“일이나 크게 치지 말라고 해.”

“당연히 그렇게 말해뒀지.”

신도하가 그대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컴백을 원하는 건 신도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자신도 앞으로 개인 일정이 남아 있는 상태긴 했지만.

“도현이 넌, 그룹 스케줄 우선이야?”

신도하가 그대로 잔을 든 채로 물었다. 그리고 그걸 본 우도현은 마찬가지로 잔을 들었다.

“우선인 게 아니야. 당연한 걸 하자고 말하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우선인 거네.”

이에 신도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예상대로의 대답이었다.

당연한 거라.

앞서 우도현은 당연한 거라고 말했지만, 누군가에겐 꼭 당연한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적어도 자신은 아니었다.

“근데 나도 같은 생각이야.”

신도하 역시 뭐든 그룹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룹이 있어야 개인도 있는 법. 그 사실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아직 그룹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보였다. 그러니 지금은 개인 활동이 아닌 그룹에 더욱 매진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물론 순전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루트, 그룹 자체가 신도하에겐 꽤나 소중했다. 되도록 오래, 앞으로 더욱 오래 지키고 싶은 것이었다.

“짠하자.”

그리고 두 사람의 잔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부딪히며, 쨍하는 소리를 내었다.

신도하와 우도현은 그렇게 잘 맞는다고 할 순 없었지만, 이 의견만큼은 언제나 일치했다.

* * *

그리고 결국 일이 터졌다.

주건후의 사업과 관련한 일이.

“초상권이요?”

“응. 멤버 초상권을 엮어서 영업했다더라.”

“이런, X친놈!”

권해진이 흥분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지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건후는 그룹과 멤버를 엮어 사업 이벤트 중 하나를 진행하였고, 이와 같은 사실이 회사에 적발되었다.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형. 그룹 그만하고 싶어요?”

“뭐?”

그 순간,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도현에게로 향했다.

“그룹을 그만두고 싶으면 직접 말해요. 이런 식으로 엿 멕이지 말고요.”

우도현의 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더욱 싸늘해졌다. 앞선 멤버들의 대화 속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던 우도현이 처음으로 입을 연 순간이었다.

이에 주건후 역시 발끈하려던 찰나, 권해진이 나서 분위기를 적당히 완화시켰다.

“일단 진정들하고, 주건후도 이제 이런 일 다시 없겠다고 이야기했으니 이렇게 넘어가는 걸로 하자.”

“확실해요?”

“뭐?”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서요.”

다시금 나빠지는 분위기에 권해진은 그대로 이마를 짚었다. 그와 동시에 우도현은 앞에 있던 주건후를 똑바로 바라본 채로 말했다.

“어영부영. 이렇게 넘기는 건 이게 마지막이에요. 앞으로 재차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전 그냥 넘길 생각 없어요.”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웠다.

그렇게 우도현의 정색이 담긴 경고에, 제게 하는 말이 아님에도 듣던 이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을 했다.

어쨌든 상황은 진정이 됐고, 주건후에게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겠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데뷔 7주년이 되던 해. 루트는 재계약 시즌을 맞이했다.

자연스럽게 재계약은 전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룹은 여전히 고점에 올라와 있는 상태였고, 앞으로 보여줄 것도 무궁무진했기에.

회사 측에서도 재계약은 순조롭다고 여겼다. 오히려 계약 연수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미팅 있어?”

“응. 계약 관련해서.”

“아. 그렇군.”

그런 우도현의 말에 신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우도현도 재계약에 호의적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안 할 이유가 없었기에.

“앨범 활동 쪽을 좀 더 건의해보려고.”

“앨범?”

“응.”

그리고 우도현은 계약 내용에 관해 그룹의 앨범 활동 측면을 좀 더 강조할 생각이었다. 이 이상 더 연차가 쌓인다면 지금보다 개인 활동이 훨씬 더 많아질 터였다.

그러니 그룹 활동에 관한 확실성을 이 시점에서 새겨두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 건에 관해서는 신도하 역시 의견이 동일했다. 자신 역시도 그에 관해 회사와 이미 이야기를 나눈 바였으니까.

그리고 재계약은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신도하의 귀에 어떠한 이야기가 하나 들려왔다.

“그 이야기, 사실이에요?”

“···들었냐.”

“네.”

그건 아주 우연히 들은 이야기였다.

권해진의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된 덕이었다.

“주건후, 이 자식이 또 일을 벌린댄다.”

“이번엔 무슨 사업인데요?”

“정확히는 나도 몰라. 근데 이제 준비 단계에 들어가려는 것 같더라고.”

동시에 권해진이 골치 아프단 듯이 이마를 짚었다. 이야기를 들은 신도하 역시 그대로 미간을 좁혔다.

사업이라니.

지난번에 그렇게 타박 당하고도 또 할 생각이 든단 말인가.

물론 개인이 사업을 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였다.

하지만 지난 일이 있었던 게 고작 몇 개월 전일뿐더러 그 일로 멤버들은 주건후의 사업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 되었다.

이전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솔직히 나도 불안하긴 하지. 주건후, 이 자식이 처음부터 사고를 거하게 치기도 했고.”

“말릴 생각은 안 했어요?”

“말릴 새도 없이 시작한 거라니까.”

“지금이라도 말리는 게 어때요.”

“말을 쳐 들어먹을지 모르겠다. 그 자식이 일단 한 고집하잖아.”

그건 그랬다.

주건후는 고집이 있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동시에 신도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쓸데없는 일을 다시 벌이고 있군.’

그 놈의 사업.

그렇게 타박받은 지가 언제인데 다시금 그걸 시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멤버들은요?”

“박시겸도 아직.”

“그럼 도현이는요?”

“도현이도 당연히 모르지.”

“그럼 일단 나머지 멤버들한테도 알려서 모여서 이야기를······.”

“아니.”

그 순간, 권해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신도하의 말을 끊었다. 그러자 신도하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권해진을 쳐다봤다.

“도현이한테는 알리지 말자.”

“왜요?”

“지난번 일을 생각해봐. 우도현 이 자식 분명 난리 칠 텐데, 이걸 굳이 알릴 필요가 있어?”

지난번 주건후에게 경고하듯 이야기를 했던 우도현의 모습.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했다.

“그래도 그건······.”

“누가 끝까지 모르게 하쟤? 일단 지금은 입 다물라고.”

“왜 지금은 입을 다무는데요?”

“재계약 시즌이잖아.”

지금은 한창 재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러니 괜한 분란을 만들 필요 없다는 게 권해진의 주장이었다.

“혹여나 일이 뭔가 삐끗해서 재계약이 불발되거나 하면 안 되잖냐. 그러니까 당분간만 좀 비밀로 하자고.”

그 말에 신도하는 잠시 침묵했다.

갈등이 일었다.

앞서 말한 대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였다. 사소한 분란 같은 게 있으면 안 되는.

혹여 이 일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면?

그게 아니면 혹은 멤버 사이가 크게 틀어지거나 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제가 바라는 루트의 모습은 성사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마 이대로 입을 다물고 조용히 넘어간다면, 앞서 걱정한 사소한 분란 따위 만들어지지 않을 터였다.

“···알겠어요.”

“아, 그래. 그래야지.”

“대신 지금 말고 나중엔 확실하게 말하는 걸로 해요.”

“뭐?”

“끝까지 비밀로 할 수 있을 리가 있어요? 생각을 좀 하시죠. 그리고 괜한 거짓말 하고 싶지도 않고요.”

“···뭐, 그건 그렇지. 혹시 모르니 회사 직원들도 입단속 시켜야겠어.”

그래서 일단 비밀로 하기로 했다.

일단은.

언젠가 알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불편하군.’

여전히 찜찜하면서도 불쾌한 감각이 일었지만, 그래도 그는 그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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