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43화 (243/413)

243화. 아른거리는 그 이름.

“······피자는 언제 오냐?”

아무리 기다려도 피자가 오지 않았다. 분명 시킨 지 꽤 된 것 같은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배달 오토바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배달이 밀린 건가?”

“근데 이건 밀려도 너무 밀린 거 아니에요? 예상 시간 넘지 않았어요?”

“예상 시간이야 한참 넘었지······.”

백은찬의 말대로 예상 시간은 이미 한참 넘은 시각이었다. 혹시 주소를 잘못 입력했나 싶었는데 확인해본 결과, 일단 그건 아니었다.

“그래도 닭다리는 하나씩 먹어서 다행임.”

“그러니까요. 와중에 양념파들에 밀리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이요.”

그 사이, 먼저 온 치킨을 먹었다.

3마리를 시킨 터라 마지막 한 마리를 두고 후라이드냐 양념이냐를 고민했는데, 결국 양념이 채택되었다.

와중에 양념이랑 후라이드랑 딱 반반으로 갈렸는데, 개인적으로 난 양념에 손을 들었다.

“피자···못 먹으니까 더 아른거리는 그 이름······.”

신하람이 허공을 바라본 채로 중얼거렸다.

안 되겠다, 이 정도면 연락을 해봐야지.

“제가 전화해 볼게요.”

“내가 해볼게.”

동시에 도운이 형이 폰을 들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앞선 의문이 빠르게 해결될 수 있었다.

“아, 그래요?”

“왜요? 왜요? 뭐라세요?”

연락해본 결과,

기사의 잘못된 배달이 원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위치를 착각하셨나봐. 10분 내로 다시 배달해준대.”

“피자온다!”

그렇게 백은찬과 신하람이 잔뜩 신이 난 모습으로 환호했다. 그리고 정말로 얼마 안 돼 피자가 도착했다.

“근데 보통 이 정도면 많이 먹는 건가?”

“6명인데 많이 먹는 건 아니지 않아요?”

“내 생각에도 사람이 6명인데 많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얘네는 입이 짧아. 우세현, 안지호.”

백은찬이 한 손에 피자를 든 채 안지호와 나를 가리켰다. 입이 짧은 편인가.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 아, 물론 안지호는 좀 적게 먹는 편이다.

어쨌건 피자는 맛있었다.

내내 기다렸던 것이어서 그런지 더더욱.

그렇게 치킨과 피자를 모두 먹고 난 뒤에는 본격적인 주변 구경에 나섰다.

앞서 말한 대로 음악 분수라는 걸 보러 갔는데, 흐르는 음악과 함께 샘솟는 분수는 꽤나 장관인 모습이었다.

[너와 함께하는 이 길이 좋아.]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돌아보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버스킹인가.’

도운이 형이 말했던 버스킹 공연이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남성 한 명이 기타를 멘 채 노래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한번 해보고 싶네.’

버스킹.

회사에 들어간 이후 당연하게도 하지 못했었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버스킹 공연이다 보니 괜히 예전 생각도 나고 그랬다.

“뭐 하고 있어?”

차선빈이 다가오며 물었다.

“버스킹 공연. 노래가 좋아서.”

그러자 차선빈이 이내 ‘아-’하는 소릴 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다문 채로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그렇게 조용히 안 해도 돼.”

“어? 그래?”

“응. 어차피 잘 들리니까.”

“그래도 감상하는데 방해하면 안 되잖아.”

“그냥 보는 것도 좋아하거든.”

그런 내 말에 차선빈이 다시 한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 곡 랩 파트는 차선빈 목소리랑도 잘 어울리겠군.

그 순간, 곡의 랩 파트가 리드미컬하게 흘러나왔다.

“이 파트 너랑 잘 어울리겠다.”

“그래?”

“응.”

차선빈이 하는 거 보고 싶네.

이 다음 이어지는 파트는 안지호가 하면 찰떡이고. 중간에는 백은찬이······.

“하고 싶어?”

“뭐?”

“하고 싶어 하는 얼굴이길래.”

아, 순간 마음이라도 읽힌 줄 알고 놀랐다. 너무 집중했나.

“이 노래, 나보다도 세현이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아, 사실 안 어울리는 게 없긴 하지만.”

음,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면 좀 그런데. 물론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건 사실 이미 잘 알고 있기에 동시에 고맙기도 했다.

“왜?”

“아니, 고마워서.”

어쩐지 좀 낯간지러웠다.

기분이야 당연히 좋았지만.

그런데 그 순간,

갑작스럽게 노래가 바뀌었다.

“어, 이 노래······.”

바뀐 노래는 귀에 아주 익숙한 곡이었다. 그도 그럴 게 우리 노래였으니.

“나비잠이다.”

“응.”

이번 정규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나비잠. 그 곡이 눈앞에서 공연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여기서 발을 떼지 못할 것 같았다.

* * *

“아까 우리 노래 나오는데 진짜 깜짝 놀랐다.”

백은찬이 그대로 콜라를 한 잔 들이켰다. 주변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우리 노래요? 어디서 나왔는데요?”

“버스킹. 나비잠을 하시더라고.”

중간에 백은찬 역시 차선빈과 내가 있는 곳에 합류했다. 그리고 잠시 그 무대를 지켜봤다. 새삼 신기했다. 우리 노래를 버스킹한다는 게.

“아, 나도 보러 갈걸.”

“넌 그때 도운이 형이랑 사진 삼매경이던데.”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까요.”

신하람은 그때 윤도운과 함께 음악 분수 앞에서 한창 사진을 찍는 도중이었다.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더니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찍었다.

“안지호는?”

“지호 형은 여기 누워 있었어요.”

어쩐지 안 보이더라니.

안지호는 다른 멤버들이 올 때까지 얼굴을 모자로 덮은 채 돗자리에 누워 있었다.

“근데 진짜 그거 보니까 하고 싶긴 하더라. 버스킹.”

“그래?”

“노래 잘하시더라고. 그래서 약간 가라! 우세현! 하고 싶었어.”

나는 왜 가는데.

“맞아, 나도 그랬어.”

“아, 갈 거면 안지호도 같이 가야지. 가라! 안지호!”

“귀찮게 붙지 마라.”

안지호가 미간을 좁힌 채로 말했다. 물론 나도 하고 싶긴 했다.

정말로 마이크만 손에 있었다면, 그대로 노래했겠다 싶을 정도로.

“안 되겠다, 다음엔 악기 하나씩 잡자.”

“헐, 은찬이 형치고 좋은 생각이었어요.”

“치고는 빼자, 치고는.”

악기라.

백은찬의 말대로 하나씩 잡고 다 같이 공연을 해도 재밌을 것 같긴 했다. 그럴 기회가 오면 좋을 텐데.

“온 김에 단체 사진 한번 찍자.”

“아, 여기선 사진이 아니라 라이브를 켰어야 하는 건데~”

“그것도 괜찮았겠다.”

라이브용 폰이 없다는 게 새삼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머리가 안 보이도록 잘 가린 뒤, 저마다 포즈를 취했다.

다행히 주변이 어두웠던 터라 머리색은 한 올도 빠짐없이 잘 가려진 상태였다.

“시간 차 잘 두고.”

“오케이.”

업로드는 백은찬이 맡기로 했다.

그리고 늦은 저녁, 공식 커뮤니티 커넥트에 새 글이 올라왔다.

[Artist] 은찬

멜로우, 저녁 먹었나요~?

(춤추는 이모티콘)

+ 단체 사진.jpg

+ 피자, 치킨.jpg

다시 봐도 잘 나온 사진이었다.

* * *

한강 나들이를 다녀온 다음엔 다시 연습, 연습, 연습의 일상이 이어졌다. 그 사이 다시 안무 연습, 자켓 촬영 등으로 인해 컴백이 임박해질수록 더더욱 정신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었다. 그리하여 언제나와 같이 새벽같이 일어나 촬영장으로 향했다.

‘좀 피곤하네.’

오늘따라 더 눈꺼풀이 무거웠다.

그리고 그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다들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늦게까지 안무 연습을 한 영향인 듯 했다.

하지만 촬영장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밝은 기색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촬영을 한창 진행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매니저 형이 나를 불렀다.

“세현아, 잠깐만.”

“네?”

매니저 형이 그대로 나를 향해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이에 뭔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매니저 형을 뒤따랐다.

“너 왠지 엄청 좋아할 것 같다.”

“? 뭐가요?”

“이거에.”

그리고 매니저 형을 따라간 곳에는 다름 아닌 커피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아주 화려한 폰트를 가지고 있는 분홍색 커피차 한 대가.

[사랑하는 내 동생을 위해]

[형님이 지켜보고 있음]

‘아니, 저 폰트는 뭐야.’

폰트 한번 휘황찬란했다.

동시에 ‘형님’이라는 단어엔 홀로 컬러풀한 색상이 들어가 있었다. 거기에 문구 자체도 엄청 튀었다.

“뭔가 폰트가 화려하네.”

매니저 형이 트럭에 걸린 문구를 보며 웃었다. 폰트뿐만이 아니었다. 트럭 위에 있던 액자 역시 화려했다.

그리고 커피 트럭의 위에는 어릴 적 형과 찍었던 사진들이 줄지어 있었다.

내가 갓난 애기 때, 형이 초등학생쯤 찍었던 사진도 있었는데 어째 자기만 잘 나온 사진을 쓴 것 같았다.

“귀엽다.”

차선빈이 말했다.

어느새 멤버들도 소식을 듣고 형이 보낸 커피차를 구경하러 왔다.

“오, 우세현 갓난쟁이 시절?”

“이거 몇 살 때야?”

“3살···정도 아닐까 싶은데.”

“와중에 형님은 이때도 존잘이시네.”

그거야 형이 잘 나온 사진으로 가져왔으니까. 지난번에 둘이 찍은 사진 어쩌고 하더니 결국 그렇게 맞춰왔다.

“귀엽다. 옷도 비슷하게 입고 있어.”

“그러게요. 가방도 똑같은데요?”

샛 노란색 가방과 모자를 같이 쓰고 있는 사진이었다. 원래 어릴 때는 비슷비슷하게 입으니까.

“아, 이거 나중에 형님한테도 따로 인증샷 보내드려야 하는 거 아니냐?”

“굳이. 그냥 내가 잘 먹었다고 전할게.”

“아니, 그건 예의가 아니지!”

“근데 메뉴가 엄청 많다.”

아, 메뉴가 정말 많긴 많았다.

빡빡하게 써진 메뉴들 사이로 뭘 마셔야 할지 안 그래도 조금 고민이 되긴 했다.

‘역시 카라멜 마끼야또가······.’

그렇게 메뉴를 고민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메뉴판 앞에 안지호가 서 있었다. 뭔가를 열심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퐁 스무디 찾아?”

“······.”

그러자 잠시 말이 없었다.

아까 퐁 스무디 있는 거 분명 봤는데.

“저기 있다.”

“······.”

그리고 안지호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 주문을 하러 갔다. 퐁 스무디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어서 나 역시 주문에 들어간 다음, 나온 커피와 함께 인증샷을 찍었다. 커피차만 나온 사진은 곧바로 공계에 올릴 예정이었고, 그 전에 형에게 먼저 찍은 사진을 보냈다.

[형]

: 셀카도 찍음?

[우세현]

: 아니 아직

[형]

: 하나 찍어봐

어차피 나중에 업로드할 생각이 있긴 했으니. 그래서 형 말대로 몇 장 찍어보았다.

[형]

: 찍었으면 보내봐

이에 방금 찍은 사진 한 장을 첨부했다. 이거 왠지 숙제 검사 받는 느낌인데. 그래도 형은 평소에 셀카 장인이라고 불릴 정도니 올릴 만한지 봐줄 터였다.

[우세현]

: 올릴 만해?

그리고 답이 없다.

분명 읽었다고는 나오는데.

뭐지, 읽씹?

[형]

: 이거 말고 다른 걸로 해

아무래도 방금 사진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몇 장 더 찍었으니 그걸로···.

[형]

: 찍은 거 더 있으면 보내봐

귀찮으니 그냥 있는 대로 다 보냈다.

그 즉시 ‘1’이 생기기도 전에 사라졌다.

알아서 판단해주겠지.

그리고 나서는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마침 피곤했는데 보내준 커피 덕에 졸음이 한시름 가셨다.

“세현 씨, 근데 사진 너무 귀엽더라.”

“도현 씨는 그때도 잘생겼던데요.”

“완전 애기애기해.”

어느새 대기실은 커피 트럭에 있던 사진으로 한바탕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애기 때긴 하지만 형 사진이 잘 나오긴 했지.

그렇게 오가는 대화를 들으며 손에 있던 카라멜 마끼야또에 입을 대었다. 적당히 씁쓸한 게 맛이 꽤 괜찮았다.

아까 형에게 보낸 사진엔 아직까지 답이 없었다. 뭐지, 이거 뭔가 사진만 꿀꺽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 * *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뒤, 윈썸의 컴백 소식이 공식적으로 보도되었다.

- [종합] 윈썸(WINSOME), 미니 3집으로 새롭게 컴백···가요계 정조준

- [공식] IN 엔터, 윈썸 새로운 컨셉의 미니 3집으로 컴백 예정

- 으아아아 애들 컴백한다ㅠㅠㅠㅠㅠ 1년 3컴백이라니 IN 실화냐 진짜ㅠㅠㅠㅠㅠ

- 윈썸 3컴백이야? 솔직히 올해는 더 안 나올 줄 알았는데

- 우래기들 진짜 열일한다 (눈물) 근데 ㅈㄴ좋아

- 컨셉 넘나 궁금 이번에도 위닝샷 같은 쎈 거 가지고 오려나?

여기에 이번 컴백은 앞선 컴백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번 컴백 요일이 금요일이라는 것.

앞서 월요일 고정이었던 컴백이 이제는 금요일로 변경되었다. 이는 해외 차트를 제대로 겨냥하기 위함이었다.

- 이번에 윈썸 금 컴백 실화냐? IN에서 제대로 미국 노리려는 모양이네

- 윈썸 근데 벌써 미국 노려? 여기 아직 100만장 못 팔지 않았나

└ 총판은 이미 넘었음 그리고 이번에 될 것 같은데

- 체이스도 금 컴백하더니 윈썸도 금 컴백하네

- 현실적으로 윈썸 차트인 가능함?

X보드 차트를 위해서는 금요일 컴백을 하는 게 확실히 유리했기에. 그것을 위해 회사에도 처음으로 금요일 컴백으로 일정을 꾸렸다.

사실 일정도 일정이지만, 이번에 우리가 초동 100만장을 달성할지 그것에 관해서도 꽤나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지난 앨범의 초동 87만장이었고, 앞서 체이스가 100만장을 달성한 게 컸다. 그리고 이는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하는 분위기였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서준 이사가 말했다.

굉장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달린 거니까요.”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기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더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당연한 거고, 거기에 체이스의 뒤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순 없으니까.

이건 멤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 돼, 마침내 본격적으로 앨범 일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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