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44화 (244/413)

244화. 기밀사항 (Top Secret)

장수연은 지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오늘 올라온 윈썸의 프로모션 일정을 확인했다.

프로모 일정은 깔끔하게 블랙 앤 화이트 톤으로 디자인되어 있었으며, 그 안에 [Top Secret]이라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었다.

‘Top Secret? 비밀 컨셉인가?’

본래는 프로모 일정을 알려주기 위한 일정 리스트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번 앨범의 컨셉이 무엇일지 대충 추측이 가능했다.

- 이번에 무슨 비밀 요원 컨셉인 거 아니야? 분위기가 그럼

- 디자인 깔끔하게 잘했다 IN이 디자인에 신경 좀 썼네

- 하라메도 있다 하라메ㅠㅠ 존나 이 날만을 기다린다

- 대충 보면 쎈 거 알 것 같긴 한데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장수연은 앞서 나온 일정을 빠르게 스캔했다. 역시나 가장 기대되는 건 컨셉 포토와 티저, 그리고 하이라이트 메들리였다.

이후에는 컨셉 포토가 하나씩 뜨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장수연은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X친! 처음부터 수트!’

컨셉 포토 속 멤버들은 저마다 블랙의 수트를 입은 채로 화려한 보석이 박힌 금색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런 멤버들의 손에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가면이 들려 있었다. 마치 파티용 가면과 같은 그것은 금색의 체인 또한 반짝이고 있었다.

- 수트? 가면? ㅅㅂ 벌써 죽었다

- 애기들 수트 입어도 잘생쁨 뿜뿜이고요

- 근데 저 가면은 뭐지? 백퍼 의미 있는 것 같은데 감이 잘 안 잡힘

- 몰라 ㅅㅂ 가면이고 뭐고 파티야

- 혹시 가면 무도회인가?

그렇게 컨셉 포토만으로도 커뮤니티는 이미 열기가 뜨거웠다. 이에 장수연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기다렸다.

‘이번 곡들 진짜 다 좋아······.’

이건 진짜 되겠다 싶었다.

타이틀곡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고, 그 외에도 특히나 귀를 사로잡는 곡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수록곡으로 실린 밝고 아련한 느낌의 발라드곡이었다.

멜로디는 물론 가사도 좋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

[설령 멈춘다 하더라도 내가 다가갈게.]

예쁜 가사였다.

하이라이트 메들리에 나온 파트의 주인은 안지호였다. 안지호 특유의 독특한 음색이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거 작사, 작곡 누구지.’

어떤 작곡가의 곡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것과 관련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었다.

여기에 듣는 귀는 모두 같은 것인지 해당 곡에 대한 반응 역시 뜨거웠다. 공개된 수록곡들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었으니.

- 이거 곡 좋다 작곡가 누굴까

- 가사도 예뻐 개인적으로 원픽

- 지호 목소리 녹아ㅠㅠㅠㅠㅠ 뒤에 세현이 목소리 살짝 들어간 것 같은데 그것마저 광명이야ㅠㅠㅠㅠㅠ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뮤직비디오가 뜨는 날. 5시 59분. 장수연은 떨리는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6시 정각.

윈썸의 공식 너튜브 채널에 뮤직비디오 영상이 올라왔다.

[WINSOME (윈썸) - ‘FACE OFF’ Official MV]

* * *

타이틀 곡의 제목은 ‘FACE OFF’.

그와 동시에 어두웠던 화면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베이스의 묵직한 사운드와 함께 우세현의 목소리가 서막을 열었다.

[저 그림자에 감춰진 하나의 반짝임]

[그 속에서 빛나는 진짜를 찾아줘.]

[Who's real.]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는 듯한 그 목소리는 아련하고도 슬픈 감정이 섞여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일으키게 했다.

‘시작부터 미쳤구나.’

간단한 반주만으로 이루어진 도입부는 특별한 비트 없이 그렇게 우세현의 목소리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다.

- 세현이 목소리 벌써 좋아 어떡함

- 이 부분이 확신의 킬링 파트

- 우세현 고음 한번 죽인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밝은 조명 아래에 홀로 의자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깨에 살짝 걸친 롱코트와 화려한 블랙 가면을 쓰고 있던 이는 곧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조용히 내렸다.

차선빈이었다.

이마를 살짝 드러낸 반깐 머리의 차선빈은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을 응시했다.

- ㅁㅊ 차선빈 존잘 존잘 존잘

- 존나 멋있어 진짜 이마 깐 거 실화

- 와 비주얼 진짜 숨막힌다

[진실과 거짓]

[거짓과 진실]

[진실과 진실이 맞부딪혔을 때, 그 안에서 맞물리는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지금 움직여]

그와 동시에 차선빈의 뒤에 있던 거대한 톱니바퀴 두 개가 서로 맞물리며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때, 다시 한번 전환되는 화면.

그 안에서는 조금 전과 달리 새로운 모습의 차선빈의 모습이 비춰졌다.

광활한 활주로와 함께 그의 뒤편에 있는 거대한 비행기. 그 앞에서 차선빈은 파일럿 유니폼을 입은 채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숨을 죽인 듯 조용히]

[그렇게 두 개의 얼굴로 너에게 다가가]

그야말로 페이스오프였다.

앞서 가면을 쓰고 있던 차선빈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게 차선빈은 조금 전과 같이 화면을 응시한 채로 이내 쓰고 있던 모자를 살짝 고쳐 썼다.

‘페이스오프가 이런 의미였어?’

각기 다른 두 가지의 모습.

가면을 쓴 얼굴과 가면 밖의 얼굴.

앞선 제목은 그렇게 두 가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파일럿 기장 복장을 하고 있는 차선빈을 그대로 이륙 준비를 위해 날아오르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다시 전환되는 화면.

차선빈이 운전하는 비행기에 착석한 백은찬의 모습이었다.

가볍게 볶은 갈색 머리에 블랙 볼캡을 쓴 백은찬은 그대로 선글라스를 쓴 채 일등석에 앉아 있었다.

- 모야 은찬이는 무슨 직업임?

- 1등석인 거 보니 스타인가?

- 연예인? 연예인인가?

그리고 이에 답하듯 드넓은 얼음 경기장, 아이스하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백은찬의 모습이 등장했다.

[FACE OFF]

[그 속에 있는 진짜 모습을 드러내]

[그렇게 완벽해진 너와 나]

이후에는 화려한 블랙 수트를 입은 백은찬이 화이트 가면을 든 채로 화면을 향해 씨익 미소 지었다.

‘이런 식으로 한 명 한 명 페이스 오프된 모습이 있는 거구나. 선빈이는 파일럿, 은찬이는 하키 선수.’

반대로 가면을 쓴 모습은 아마 어떤 비밀 조직의 요원이 아닐까 싶었다. 이제까지 볼 때 풍기는 분위기상.

곡은 전체적으로 그루브 있는 비트에 중독성 강한 훅으로 구성된 댄스곡이었는데, 그 안에서 아카펠라가 중간중간 돋보였다.

거기에 파트마다 코러스도 빠짐없이 들어가 있어 그야말로 빈틈없이 목소리로 노래를 꽉 채운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나오는 어느 고등학교의 풍경.

갑작스럽게 등장한 학교에 장수연은 그대로 화면에 더욱 집중했다.

푸르른 교정이 눈에 띄는 학교에서는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윤도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 도운이는 선생님! 선생님!

- 와 존나 잘 어울려ㅠㅠㅠㅠㅠ저런 쌤 실제로 없냐ㅠㅠㅠㅠㅠㅠ

- 그 와중에 안경 뭐냐고ㅠㅠㅠㅠㅠ안경도 존나 예쁘네

단정한 셔츠에 동그란 안경을 쓴 윤도운은 그대로 살짝 썼던 안경을 벗었고 그와 함께 화면이 몇 번 깜빡이더니 이내 화면 전환과 함께 가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어떤 모습이든지 너를 사랑해줄게]

[모습이 바뀌어도 너와 함께할 테니.]

- 장면 전환 쩌네ㅋㅋㅋㅋㅋㅋ존나 멋있음

- 도운이 분위기 장난 아니다ㅠㅠㅠㅠㅠ

- 역시 으른미가 있다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같은 교정, 다른 장소에 있던 신하람이 등장했다. 그런 신하람의 가슴팍엔 [보건 교사]라는 칭호가 걸려 있었다.

하얀색 가운을 입은 채로 교내 보건실에 앉아 있는 신하람과 그런 신하람의 옆으로 윤도운이 조용히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는 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 뒤, 미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부드럽게 이어지는 윤도운과 신하람의 담백한 화음. 그렇게 두 사람의 톤이 듣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 이거 디렉 누구냐 존나 칭찬함

- 도운이랑 하람이 목소리 진짜 잘 어울린다

- 하람이는 진짜 노래도 잘 어울려

- 도운이 목소리 좋아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이거 2명씩 만나네?’

돌이켜보니 2명씩 짝을 이루는 듯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앞서 비행기를 운행하는 차선빈과 그런 차선빈의 비행기에 타고 있던 백은찬.

그리고 같은 학교 안에서 나란히 교사와 보건 교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윤도운과 신하람.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이를 떠올리기 무색하게 화면 속에서 안지호가 등장했다. 그리고 안지호는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지호도 가운? 뭐야? 의사? 과학자?’

동시에 투명한 고글을 쓴 안지호가 그대로 앞에 보이는 모니터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런 그의 모니터에는 수많은 수치들이 기록되고 있었다.

‘역시 과학자?’

그렇게 궁금증이 증폭될 무렵, 지체 없이 안지호의 정체가 공개되었다.

[과학수사]

과학 수사대였다.

그의 역할은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을 넘기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감식반 복장을 하고 있던 안지호가 테이블 위에 있던 모자를 가져와 머리 위로 눌러썼다.

그 순간, 지지지직-거리는 효과와 함께 영상 속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방금 전 조명등이 비추는 환한 사무실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캄캄한 공간.

그 가운데, 붉게 물든 헤어에 안지호가 수트를 입은 채로 여유롭게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마찬가지로 블랙 가면이 하나 들려 있었다.

- 저 분위기 무엇 존나 섹시해

- 역시 지호는 빨강이 찰떡이야ㅠㅠㅠㅠ

- 존나 날티나는데 그게 너무 잘 어울려

- 눈 깔아야하는 것 같은 느낌 마주치면 눈도 못마주치겠다ㄷㄷㄷ

장수연 역시 그런 안지호의 모습에 내적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다시 한번 교차되는 장면, 그리고 나타난 마지막 멤버의 모습.

‘아니, X발, 여기서 우세현!’

이에 장수연은 다시 한번 내적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스러움에 입을 틀어막았다.

블랙 수트에 레드 컬러의 타이를 한 우세현은 그대로 수없이 이어지는 계단 위에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세현의 주변으로는 수십 개의 문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동시에 우세현은 품 안에서 금빛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고, 화면 밖 시선을 눈치 챘다는 듯 곧바로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X친, 존나 화려해.’

목걸이부터 귀걸이, 반지까지 액세서리를 풀세트로 착장한 모습이었지만, 가장 화려한 건 다름 아닌 우세현의 얼굴이었다.

짙은 흑발에 앞머리를 덮었고, 거기에 그레이빛 컬러 렌즈.

그대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노래하는 우세현은 그야말로 냉한 분위기를 자아 해냈다. 동시에 그 안에서 청순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그대로 있다면 순식간에 변화하는 것을 따라 너 역시도 변화하게 될걸]

[굳이 진짜를 찾을 필요는 없어]

[무엇이든 그것은 진짜니까.]

여기에 곧바로 다음 컷에선 경찰모가 클로즈업 되더니 이내 경찰 제복을 입은 우세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현이는 경찰이야!’

- 세현이 경찰? 경찰? 존나 멋있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경찰 제복 우세현이라니ㅠㅠㅠㅠㅠㅠ누가 해줬는지 ㅈㄴ칭찬해ㅠㅠㅠㅠㅠㅠ

- 목소리 개 좋은데 와중에 개 잘생김

그리고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우세현의 곁으로 안지호가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하나의 화음을 이루어냈다.

[이제부터 진짜를 보여줄게.]

[이전의 모습 따위는 잊을 수 있을 만큼]

[새로운 나의 모습을.]

듣는 이가 감탄할 만큼의 소름 돋는 아카펠라였다. 아카펠라가 많은 이번 곡에서 단연코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극락이네, 극락이야.’

거기에 유독 안지호와 우세현의 목소리가 맞닿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더더욱 무대 라이브가 기다려졌다.

이건 진짜로 직접 보러 가야겠다.

그것이 그녀를 그렇게 다짐하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댄스 브레이크 장면에서는 블랙 수트를 입은 모습과 페이스 오프된 각각의 직업의 모습이 교차로 보여 지며 이루어졌다.

특히나 가면을 이용한 군무가 독보였다.

그리고 그 댄스 브레이크의 선두는 당연하게도 차선빈이었다. 차선빈은 그 안에서 전두 지휘를 하듯 안무를 이끌었다.

이윽고 곡의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멤버들이 각자 들고 있던 가면 속으로 얼굴을 감추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X친, 노래 존나 좋네······.”

그 순간, 장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루브한 비트가 가미된 댄스곡이었지만, 그 안에서 부드러운 보컬들이 가미돼 곡에 더욱 활력을 줬다.

거기에 훅도 꽤 인상이 깊었다.

한번 들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벌써 이를 흥얼거리고 있었으니까.

“잘했다, IN 곡 잘 뽑았어!”

- IN 요즘 타이틀감 잘 선정하는 것 같지 않음? 방금 윈썸 노래 들어봣는데 괜찮더라

- IN 맨날 타이틀 선정 잘못한다고 말 많았는데 그 사이 윗선이 좀 바뀌었나

- 윈썸 이번 노래 좋다 한번 들었는데도 계속 귀에 남음

- 우세현 안지호 목소리 극락이다

- 이번에 애들 전체적으로 비주얼 대박ㅠㅠㅠ역시 천재 아이도루다ㅠㅠㅠㅠㅠ

- 이번에 보컬 파트가 많은 것 같네 특히 우세현 안지호

└ 둘이 메보랑 리보니까 기본적으로 있지

└ 그러기엔 너무 많던데 파트 분배 실패한 듯

└ ㅇㅈ 작곡가가 우세현 안지호덕인 수준이던데

└ 아니 메보랑 리보가 파트가 없으면 어쩌자고ㅋㅋㅋㅋ당연한 걸 파트 분배 실패했다느니 얘기하고 있네ㅋㅋㅋㅋ

“파트 분배 얘기 왜 안 나오나했다.”

이번 곡은 전체적으로 보컬 비중이 많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랩 파트는 조금 적어질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노래가 너무 좋았다. 거기엔 멤버들 저마다의 보컬의 힘이 컸다.

그리고 권장 스밍 리스트에 따라 스밍을 돌리고 있는 동안, 순간적으로 장수연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새 정보가 떴다.

- 윈썸 앨범 터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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