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47화 (247/413)

247화. 추격하는 사람

[FACE OFF]

[그 속에 있는 진짜 모습을 드러내]

[그렇게 하나가 된 너와 나]

화면 속 우세현과 안지호는 나란히 서로를 바라본 채로 듣기 좋은 화음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체이스 멤버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대를 그저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이어서 무대 마지막에 나타난 블랙과 화이트 색상의 가면. 그와 동시에 화면이 한번 깜빡이더니 이내 멤버들은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다.

“무대 엄청 공들였네.”

“비트가 좋다. 이거 작곡가가 Elist라고 했었지?”

“근데 저 곡을 왜 윈썸한테 줬지. 줄 거면 우리한테 줄 것이지.”

하민제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간 Elist와 RA엔터는 많은 작업을 해왔었기에. 그중에는 체이스도 마찬가지로 포함되어 있었다.

“우세현이랑 안지호는 노래가 더 늘은 것 같네. 특히 세현이.”

“손태하. 넌 칭찬하고 싶냐?”

“사실을 말하는 건데, 뭘.”

“난 차선빈이 더 눈에 들어오던데. 앞에서 인트로 추는 거 봤어요? 몸 부서지는 줄.”

“알 게 뭐야.”

이에 이화준이 못마땅한 얼굴로 짜증을 내었다. 무대를 보는 도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한껏 짜증이 나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이화준의 모습을 지켜보던 명우진은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 100만장 팔았다던데. 초동.”

“아, 형. 짜증나게 그 얘기는 또 왜 꺼내요.”

“정확히 106만장이었죠? 우리보다 만 장 더 높아서 기억해요.”

“와중에 만 장이 더 높네. 솔직히 우리 안 넘었으면 했는데. 어째 첫날부터 불안불안하더라고요.”

하민제가 그대로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윈썸의 초동이 시작됐을 때부터 틈틈이 윈썸의 초동 추이를 확인했다.

100만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 그것이 그들에게도 역시 꽤 중요한 여부였기에.

“대표님도 표정이 안 좋으시더라고. 전에 봤는데.”

“우진이 형은 그런 말을 참 편안하게 하시네요.”

“사실인 걸 어떡하겠어.”

명우진이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앞서 윈썸의 초동 100만장 소식을 전해 들은 라성훈 대표 역시 기분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냥 넘은 것도 아니었다. 비록 만장이긴 했으나 결론적으로 체이스보다 윈썸의 초동 순위가 더 높았다.

새로 업데이트된 ‘남자 아이돌 초동 기록표’에서 윈썸은 체이스의 바로 윗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라성훈 대표는 영 못마땅했다. 아니, 못마땅한 걸 넘어서 울화가 치밀 정도였다.

RA 엔터테인먼트였다.

대한민국 1등 엔터테인먼트.

그것이 곧 그의 자부심이었고, 체이스 멤버들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기획사들 속에서도 단연코 빛나는 대형 기획사. 설령 중소 기획사에서 떠오르는 그룹이 생긴다고 할지언정 그건 그들에게 그다지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결국엔 자신들이 뽑은 인재와 자본, 인맥, 규모 등으로 찍어 누를 수 있으니까. 오래된 아이돌 명가. 그런 이름이 괜히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대형은 RA엔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대형이 배출한 대형 신인. 그것도 본인들을 추월할. 그것이 라성훈 대표를 조금씩 옥죄고 있었다.

“무섭긴 무섭네.”

“네? 무슨 말이에요, 우진이 형?”

“그냥. 무대가 살벌했던 것 같아서.”

앞선 무대를 보며 명우진은 다시 한번 강하게 실감했다. 확실히 윈썸은 견제해야만 하는 대상이라는 걸.

어느새 체이스는 쫓는 입장이 되었다.

* * *

‘FACE OFF’의 첫주 음악방송이 끝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예능 프로의 촬영이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

출연하게 된 예능은 다름 아닌 <미션맨>.

SBC 예능 프로그램 미션맨.

이는 매회 제작진이 준 미션을 출연자들이 해결해나가는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미션맨은 지난번, 박시겸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특별 출연을 한번 한 적 있었는데 이번 컴백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이번엔 무려 단체로.

그러니까 멤버 전원이 나가게 되었다.

“야, 무슨 미션 할 것 같냐?”

“글쎄. 대부분이 몸으로 하는 거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네. 솔직히 그쪽이 더 자신 있거든.”

백은찬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긴, 백은찬은 확실히 몸으로 하는 건 웬만하면 다 잘하는 편이니까. 마찬가지로 차선빈도.

“뛰는 것도 좋지만 인물 퀴즈 같은 것도 좋아해.”

“어, 인물 퀴즈?”

“응. 예전에 TV에서 봤는데 재밌어 보이더라고.”

그렇군. 의외로 차선빈은 인물 퀴즈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인물 퀴즈가 꼭 나왔으면 좋겠는데.

“세현이 형도 뛰는 거 좋아해요?”

“얜 뛰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않나?”

“세현이 뛰는 거 별로 못 본 것 같아.”

뛰는 걸 안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되도록 안에 있고 싶어 할 뿐이지.

그래도 뭐가 됐든 최선을 다해 미션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가위바위보 같은 게 나오면 얘가 완전 치트키 아니겠냐?”

“근데 세현이 형보다 위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것도 변수긴 하지.”

음, 위가 있을까.

그리고 촬영 당일 이른 아침.

오늘의 촬영 장소로 향했다.

“넌 무슨 색이냐?”

“분홍색.”

“오케이, 우세현이랑 같은 팀.”

그렇게 말하던 백은찬은 마찬가지로 분홍색 티를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해진 팀별로 의상 색깔이 다른 듯 했다.

팀은 모두 3개의 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분홍색 팀, 민트색 팀, 노란색 팀. 그 안에서 우리는 분홍색 팀과 민트색 팀에 3명씩 나누어 들어갔다.

같은 분홍색 팀으로는 백은찬, 도운이 형과 한 팀이었고, 민트색 팀으로는 차선빈과 신하람, 안지호였다.

일단 팀의 운동 신경 top인 차선빈과 백은찬을 중심으로 구성이 된 듯 했다.

“밸런스가 얼추 맞는 것도 같고?”

“음, 얼추 맞는 것도 같아요.”

“야, 이따가 이름표 뜯기 하면 봐주기 없기.”

“당연한 걸 말하고 있네.”

안지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하며 말했다. 봐주는 것 따위는 당연히 없을 거라는 얼굴이었다.

“와, 벌써부터 대결이에요?”

“뭐, 일단 진 팀은 벌칙이 있다고 하니까.”

그랬다.

아마 진 팀에는 특별 벌칙이 있을 예정이었다. 아직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고 곧바로 본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장소는 서울에 있는 모 야외 정원. 그에 따라 여기저기 피어있는 화려한 꽃들이 멤버들과 나를 반겼다.

오프닝은 일단 예쁘게 나오겠군.

“예, 오늘은 특별 게스트이신 윈썸과 함께합니다.”

“Keep in Mind! 안녕하세요, 윈썸입니다.”

“와, 오늘 아주 엄청난 분들이 오셨네요~”

“벌써 뭔가 환해지는 기분이에요.”

컴백 홍보차 나온 것이기에 나온 즉시 이번 곡인 ‘FACE OFF’의 무대를 살짝 선보였다. 당연하게도 등 뒤에서부터 많은 호응이 오갔다.

“아니, 근데 윈썸 친구들은 왜 이렇게 다 잘생겼어?”

“그러니까. 보는데 노래도 너무 잘해!”

“특히 이 친구는 웃는 게 너무 예뻐.”

패널 중 한 명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웃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간단한 오프닝 인사와 소개 후에는 곧바로 오늘 할 미션에 관한 설명으로 들어갔다.

“오늘 여러분이 수행해야 할 미션은 바로 <하트 코인을 모아라★>입니다.”

<하트 코인을 모아라>.

이 미션은 간단하게 각 팀마다 하트 모양의 코인을 모아 이를 가장 많이 모은 팀이 최종 승리팀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각 미션마다 승리팀에게는 하트 코인을 증정할 겁니다. 단, 이 하트 코인의 증정 개수는 미션마다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기본적으로 각 미션 승리팀에게 주어지는 하트 코인은 10개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그 코인을 불릴 수 있는 혹은 줄일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메인 피디가 사전에 제작한 카드 몇 장을 눈앞으로 꺼내 보였다.

카드는 모두 5장.

각 카드의 내용은 X1배, X2배, X5배, -5, -7 이었다.

“승리하신 뒤, 팀원 중 한 명이 카드를 뽑고 그 카드의 내용을 반영한 하트 코인을 최종적으로 증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악!”

그와 동시에 곡소리들이 났다.

다시 말해, 기본 10코인을 받았다고 해도 -5 카드는 뽑아버릴 시, 5코인만 증정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0가 없다는 것 정도인가.’

최저가 -7이니 적어도 한 미션 당 아무리 적어도 3코인은 획득할 수 있다는 거였다. 물론 그렇게 되면 굉장한 손해를 떠안게 되는 거지만.

‘이러나저러나 결국 이기는 게 중요하군.’

그리고 예상했듯이 가장 코인을 적게 소유하고 있는 팀에겐 특별 벌칙이 주어질 예정이었다. 해당 벌칙은 나중에 공개하는 걸로.

“사전에 나눠드린 옷이 여러분들의 팀이고요, 준비가 되셨다면 곧바로 첫 번째 미션 장소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제작진이 준비한 첫 미션을 위해 출연진들은 앞서 장소를 이동했다.

* * *

제작진을 따라 준비된 곳으로 향하니 그곳엔 거대한 워터 풀장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해당 풀장 위에는 넓디넓은 튜브 같은 것이 몇 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 이거 뭔지 알 것 같은데.’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 나만이 아니었는지 멤버들은 물론이고 이를 보던 출연진들 역시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네, 이번 미션은 바로 워터 풀장에서 이름표 떼기입니다!”

아, 역시.

여분의 옷을 준비해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갈아입을 일이 생기겠구나 싶긴 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룰은 간단합니다. 시간 안에 풀장 안에 남아 있는 팀원 수가 가장 많은 팀이 이번 미션의 승리팀이 됩니다.”

각 팀은 4명씩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 3명을 뽑아 이번 게임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이름표가 뜯기면, 그대로 아웃.

풀장에서 나와야만 했다.

풀장 주변을 감싸고 있는 구조물 또한 굉장히 큰 편이라서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기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분홍팀은 게스트인 나와 백은찬, 도운이 형이 나가기로 했다.

아마 저쪽 민트팀에서도 멤버들이 나오겠지. 남은 노랑팀에서는 고정 패널 3명이 나올 터였다.

“첫판부터 이름표 떼기를 할 줄은 몰랐네.”

백은찬이 게임에 앞서 몸을 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첫판부터 이름표 떼기군. 아무래도 제대로 젖고 시작할 듯 했다.

“근데 우리 작전 같은 거 안 짜고 시작해도 되나?”

“작전?”

“뭐 누가 누굴 맡는다든지. 근데 솔직히 멤버도 멤버지만, 미션맨 선배님들이 더 걱정이 되는데.”

그것도 그랬다.

미션맨 팀이 포함되어 있는 노랑팀에선 체격 좋고 힘 좀 쓴다는 패널들이 대표로 나와 있었으니까.

‘그러니 1대 1은 좀 벅차지.’

되도록 흩어지지 않는 게 서로에게 더 이득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게 워낙 정신없는 현장이다.

‘게다가 미션맨 팀뿐만 아니라 저쪽도 꽤나 진심인 것 같아서.’

민트팀.

그러니까 차선빈, 안지호, 신하람 팀.

얼굴만 봐도, 아니 사실 명백하게 의욕이 보이는 건 하람이 뿐이었지만 어쨌든 그래보였다.

‘근데 이거 꽤 미끄럽네.’

거대한 풀장과 그 풀장 주변을 감싸고 있는 구조물들, 그리고 풀장 안에 있는 둥근 모양의 튜브들.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의 범위는 대충 이 정도가 되었다.

“심하게 안 넘어지게 조심해서 하자.”

“서로 위치 확인하는 거 잊지 말고요.”

“혹시 위기 상황 오면 신호 보내고.”

앞선 백은찬의 말에 도운이 형과 난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저편에서부터 메인 피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준비가 끝나셨으면 이제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울리는 휘슬소리.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 * *

가장 처음 시작 시, 출연자들은 모두 팀원과 떨어져 정해진 지점에서 시작을 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처음 시작은 한 명씩 개인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더불어 서로의 위치를 틈틈이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처음부터 단체로 이신혁을 공격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노랑팀의 가장 강력한 패널인 이신혁.

1대 1로는 힘들 테니 단체로 공격을 하는 방법도 있긴 했으나 문제는 랜덤으로 주어진 위치로 인해 그게 힘들다는 거였다.

가다가 눈치를 챌 정도였다. 이 정도면.

그렇기에 일단 상황을 봐서 서로 약속된 지점에서 모이기로 했다.

‘그나마 위치상 내가 이신혁하고 가장 가까운······.’

그런데 그때, 뒤에서부터 누군가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그대로 뒤를 빠르게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세현이 형!”]

사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들리는 소리가 있었기에.

그리고 해당 인물은 바로 민트색 티를 입은 신하람이었다. 그대로 신하람은 나를 안으려는 듯 아까보다 더욱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었다.

“으엇!”

그런 신하람의 손이 닿기 전, 나는 빠르게 몸을 돌려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그런 나를 본 신하람은 놀란 얼굴을 했다. 물기 때문인지 여전히 발밑이 미끌미끌했다.

“와, 형 반응 엄청 빨라요.”

“처음부터 노리는 거야?”

“형이 가장 가까이 있잖아요. 그럼 어쩌겠어요. 바로 물고 가야지!”

하하. 그게 맞긴 하지.

맞긴 하다만, 당연히 순순히 이름표를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

‘보아하니 한번 더 달려들 기세인데.’

그리고 그렇게 하람이와 천천히 대치를 하고 있던 도중, 앞에 있던 신하람이 갑작스럽게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이 됐다.

그러더니 곧 빠르게 도망친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 대상이 누군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세현 씨가 있네!”

이신혁.

등 뒤에서부터 갑작스럽게 이신혁이 나타났다. 젠장, 제일 가깝다 싶더니 결국 이렇게 맞닥뜨리게 되잖아!

그대로 오는 이신혁의 빠른 손에 나는 다시 한번 이를 빠르게 피했다.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접근에도 이를 가볍게 피했다.

“아니, 세현 씨 왜 이렇게 빨라?”

“하하. 제가 좀 빠르죠.”

생각을 읽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속으로 왼쪽, 오른쪽, 옆으로. 이런 식으로 방향을 생각하며 공격을 해왔기에 어느 정도 공격이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피하기만 해선 안 된다.

이름표를 강탈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이신혁의 생각이 멈춘 잠깐의 틈을 파고들어 그대로 이신혁의 등에 손을 대었다.

“와! 뭐야!”

이신혁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이쪽이 할 말이었다.

일단 잡긴 잡았는데, 힘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방심하고 있던 허점을 찌른 만큼 움직임이 평소보다 둔했다. 동시에 잡은 이름표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이거 그냥 붙었으면 백퍼 밀렸겠는데.’

그나마 방심한 틈을 타 이름표를 잡은 거지 아니었으면 근처에도 못 갈 뻔했다. 그만큼 힘이 엄청났다.

─지이이이익

그 순간, 이름표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와중에 여전히 힘이 무지막지했다. 동시에 발밑이 미끌하는 감각이 일었다. 그리고 몸이 기우뚱했다.

‘아, 젠장!’

완벽하게 미끄러지는 감각이었다.

느낌상 등으로 제대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손에 쥐었던 이름표를 놓치지 않았다.

일단 미끄러지더라도 이건 잡은 이상 반드시 떼고 가야만 했다.

“억!”

이신혁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이름표가 모두 떼어졌다.

됐다!

─휘청!

그와 함께 제대로 떨어지는 감각이 일었다. 이대로 바닥에 처박히는 건가 싶어 바닥을 짚으려 손을 뻗었는데, 이상하게도 몸은 떨어지지 않았다.

‘? 뭐야?’

그리고 뭔가 싶어 그대로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등 뒤에서 나를 받치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괜찮아?”

차선빈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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