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너 촉 좋잖아.
하트 코인을 이용한 복불복 게임의 힌트권. 이 제안은 일단 거절이었다. 사실 힌트권은 꽤나 크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으나 코인의 소모가 너무 컸다.
게다가 멤버 수에 맞춰 세 차례에 걸쳐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비해 주어질 힌트는 겨우 1R 한 번에 불과했다.
물론 그 한 번을 확실하게 이기고 가자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코인의 대가가 절반을 넘어가지 않는 경우였다.
‘5개는 좀 아니지.’
게다가 힌트를 보더라도 확실하게 이기고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결론 낸 것이 일단 가지고 있는 코인을 잘 지켜내자는 결론이었다.
“너무 사리시는 거 아니에요? 진짜 좋은 힌트가 있을 수도 있는데.”
“힌트도 뽑기 아닌가요?”
“···어, 그건 모르죠?”
대답과 함께 메인 피디가 시선을 슬쩍 피했다. 아니라고 하지만 힌트 역시 뽑기 방식을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옆에 있는 작가의 생각에 따르면.
뭔 뽑기가 이렇게나 많은지.
게다가 주어질 힌트 자체도 결정적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고.
그러니 이대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론.
“그냥 가보자고. 복불복이 괜히 복불복이겠냐.”
“일단 한번 이겨뒀으니까 부담 없이 지키는 쪽으로 가보자.”
힌트권의 획득 여부에 관해서는 백은찬이나 도운이 형 역시 생각이 비슷했다. 그렇기에 긴 이야기 없이 쉽게 결론이 났다.
그러자 제작진은 정말로 그렇게 하겠냐며 몇 번이고 의견을 되물었다. 하지만 당연히 앞선 결정이 번복하는 일은 없었다.
[“당연히 쓸 줄 알았는데······.”]
메인 피디는 꽤나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확실히 피디 입장에선 코인을 하나라도 더 사용하게 만드는 게 좋을 테니.
그나저나 이런 식이면 다음 미션에서도 코인을 이용한 힌트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
“그럼 핑크팀이 그렇게 결정을 하셨으니 이대로 바로 미션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정해진 순서대로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주세요.”
그렇게 피디는 조금 허탈한 듯한 목소리로 그대로 진행을 이어갔다.
우리 팀의 첫 번째 타자는 도운이 형이었다. 반면, 민트팀의 첫 번째는 하람이었으며 노랑팀은 미션맨 멤버, 김윤재였다.
“처음은 우동인가?”
“이 우동에는 매우 짠 우동과 시큼한 우동이 섞여 있습니다. 진짜 우동은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하나를 선택해주시면 됩니다.”
선택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결정.
그로 인해 도운이 형은 두 번째로, 하람이는 마지막 순서로 음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회의 가능하죠?”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팀 회의 또한 가능했다.
그러니 조언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언이 가능한 시점에서 이번 미션은 상당히 쉽게 풀릴 여지가 있었다.
“형.”
“응?”
“개인적으로 B가 좋은 것 같아요.”
“B?”
가장 가운데 있는 우동.
저 우동이 확신의 진짜 우동이었다.
모든 생각들이 이를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 * *
도운이 형은 그렇게 B 우동을 선택했다. 더불어 하람이는 A 우동을 선택. A 우동의 경우 신맛이 나는 우동이었다.
“제 생각엔 무조건 이게 진짜 우동이에요.”
“많이 확신하는데?”
“느낌이 딱! 그래요!”
규칙상 냄새를 맡아보거나 할 순 없었고 순전히 육안만을 통해 구별해야 하는지라 신하람은 꽤나 확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걸 보니 괜히 내가 미안해지려 하고 있었다. 우리 막내.
“혹시 모르니까 많이 먹지는 마.”
“넹?”
분명 많이 실 테니까···.
그러자 신하람은 어차피 먹는 거 화끈하게 먹겠다며 웃어 보였다.
“아,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요.”
그리고 막 복불복이 시작되려던 참에 앞에 있던 피디가 잠깐 멈춰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설령 선택하신 음식이 꽝이더라도 만약 해당 음식을 다 드신다면, 그 노력을 높이 평가해 마찬가지로 카운트해드리겠습니다.”
“아, 다 먹으면 인정해주는 거예요?”
“그럼요. 물론 다 드신다면요.”
피디가 여유롭게 웃었다.
다시 말해 절대 다 못 먹을 음식이라는 거군.
“만약 아니면 먹지 마.”
“어? 먹지 마?”
“응.”
백은찬에게 미리 일러두었다.
물론 되도록 멤버들에게 먹일 일이 없도록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만약 아니더라도 먹지 말라고.
“무리할 필요 없잖아. 일단 우리는 가장 앞서 있는 입장이고.”
“할 만하면?”
“할 만해도 먹지 마. 그냥 뱉어.”
“옙. 알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백은찬이 실실 웃었다.
뭐가 좋다고 웃냐.
마찬가지로 도운이 형에게도 사전에 일러두었다. 물론 지금 도운이 형 앞에 있는 우동은 확실한 진짜 우동이지만.
그리고 결과는 굉장히 빠르게 나왔다.
“악!”
“윽!”
“네, 진짜 우동은 B 였습니다~”
짠 우동이나 신 우동 둘 다 먹자마자 반응이 온 탓에. 어쨌든 그렇게 첫판은 간단하게 1승을 거머쥐었다.
“와, 이건 진짜 사람이 먹을 수준이 아닌데?”
“하람아, 물.”
“거마어요, 형.”
그대로 신하람이 아득한 표정으로 차선빈으로부터 물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나 역시 가지고 있던 물을 신하람에게 건네주었다.
“와, 진짜 B였네.”
“형, 잘했어요.”
“근데 약~간 국물색이 그거 같긴 했다.”
“그렇지? 나도 그래서 그거 한 거야.”
일단 분위기는 좋고.
이대로만 간다면, 연승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이대로만 간다면.
“저는 C 선택하겠습니다.”
“네, 지호 씨는 C!”
그 순간, 눈앞에서 안지호가 진짜 케이크를 가져갔다. 그러니까 문제는 이것에 있었다. 바로 선택 순서.
‘진짜를 알아도 먼저 가져간다면, 의미가 없네.’
우리 팀의 두 번째 순서는 백은찬이었다. 그리고 백은찬은 마찬가지로 눈앞에서 남아 있는 B 케이크를 가져갔다.
“왜.”
“···아니, 맛있어 보이길래.”
그러자 안지호가 나를 그대로 잠시 쳐다봤다. 그러더니 곧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다.
“이거 원했냐?”
“······.”
그대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진짜인가?”
“글쎄. 모르겠는데.”
“우세현이 이걸 노렸다는 것 자체가 정답에 가깝다는 건데. 너 촉 좋잖아.”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어진다.
그보다 촉이 좋다고 해주는구나.
물론 실제로는 촉도 뭣도 아닌 그냥 생각 읽기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내가 촉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제대로 빙고인가 본데.”
안지호가 다시 한번 입꼬리를 올렸다. 상당히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진짜 촉이 좋은 사람은 너인 것 같은데.
“정답은, C였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정답은 안지호가 가지고 있던 케이크였다. 그렇게 안지호는 다시금 나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게 맞다.
반면, B를 고른 백은찬은 신하람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입을 헹구는 중이었다. 제작진이 제대로 준비를 한 것인지 당연하게도 음식을 끝까지 먹은 사람은 없었다.
‘이제 하나 남은 건가.’
마지막 3라운드.
여기서 아마 승패가 날 확률이 높다.
일단 우리팀과 민트팀 모두 1점을 획득한 상태니까.
물론 노랑팀이 여기서 이긴다면, 모두 동률도 재대결을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마지막 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민트팀 혹은 핑크팀이 승리 시, 자동으로 미션이 종료가 됩니다.”
뒤이어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이에 나는 그대로 중앙으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는 3개의 라면이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는 마카롱이군.
“세 개의 마카롱 중 진짜 마카롱을 찾아주시면 됩니다. 하나는 완전 짠 마카롱, 다른 하나는 완전 매운 마카롱입니다.”
와중에 마카롱의 크기가 꽤 컸다.
일반적인 마카롱보다 크기가 컸고, 그만큼 안에 있는 필링 또한 꽤 묵직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위바위보.
당연하게도 내가 승리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선택권은 내게로 왔다.
“우세현, 파이팅!”
“세현아, 가자!”
마지막 라운드인 터라 뒤에선 도운이 형과 백은찬이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선 선택권까지 쥔 이상 무난하게 이기지 않을까 싶었다.
[“A가 진짜였지.”]
메인 피디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고민할 것 없이 A지.
“전 A로 하겠습니다.”
“네, 세현 씨는 A고요.”
“A 괜찮냐? B는 어때?”
“왠지 느낌이 A야.”
그렇게 A로 밀고 나갔다.
그리고 그런 내 뒤를 이어 차선빈과 노랑팀의 장현욱이 나란히 선택을 마쳤다.
“그럼 모두 선택을 마치셨으니, 바로 확인의 시간에 들어가도록 할게요. 이제 동시에 먹어주시면 됩니다.”
“하나, 둘-”
그렇게 A 마카롱을 먹었다.
“······아.”
“오!”
옆에 있던 차선빈과 장현욱이 동시에 반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의 반응은 천지 차이였다.
차선빈의 경우 짠맛을 먹은 건지 그대로 인상을 살짝 구겼고, 그에 비해 장현욱은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아, 젠장···.’
그랬다. 쾌재를 부르고 있는 건 장현욱이었다. 앞서 차선빈이 왜 그런 반응이었는지 지금 난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제대로 씹을 수도 없을 정도의 엄청난 매운맛이 입 안에서 감돌고 있었으니까.
* * *
제대로 매웠다.
굉장히. 이런 맛은 처음일 정도로.
‘X친······.’
욕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고작 몇 입 먹은 것에 불과한데도 어느새 입 안이 얼얼해졌다.
이 정도면 도대체 매운 걸 얼마나 넣은 거야. 거의 캡사이신을 들이부은 수준이었다. 차라리 짜고 신 거였으면 좀 더 참기 좋았을 텐데 매운 건 쥐약이었다.
‘···잘못 읽은 건가?’
생각.
분명 앞선 메인 피디의 생각은 A였다. 그런데 답은 A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메인 피디가 착각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게 맞았는지 피디는 내 반응을 보더니 곧바로 옆에 있던 작가에게 뭔가를 묻는 모양새였다.
[“A가 아니었구나.”]
젠장, 정답 같은 건 똑바로 기억하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작가 생각도 읽어야 하는 건데. 앞서 맞췄다고 너무 안일했다.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 먹는 것을 쉽게 그만둘 순 없었다. 보아하니 노랑팀인 장현욱이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를 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걸 다 먹는다면 그대로 1점을 획득하게 되고, 결국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먹자.’
캡사이신을 들이부은 맛이긴 한데, 그래도 매운 건 통각이었다. 그러니 적응하면 그런대로 먹을 만도 할 거다.
“이거 다 먹으면 인정해주는 거죠?”
그때, 현장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네? 어? 세현 씨 드시는 건가요?”
“아니, 먹는다고요?”
먹는 건 예상 못했는지 출연진들은 물론이고 제작진들도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거 진짜 캡사이신 엄청 넣은 거예요. 하지만 이대로 정말 세현 씨가 다 드신다면, 핑크팀에게도 점수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줘야지.
그걸 노리고 하는 건데.
그리고 그대로 다시 한번 마카롱을 베어 먹었다.
“야, 진짜 다 먹으려고?”
옆에선 백은찬과 도운이 형이 정말로 다 먹는 거냐며 물어왔지만,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다. 일단 착각을 한 건 전반적으로 내 잘못이니까.
그리고 그 순간 남은 마카롱은 통째로 입에 넣었다. 이제는 입안의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얼얼해진 입가를 팔로 대충 문질렀다.
“다 먹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제작진이 놀란 눈이 되었다. 여전히 믿지 못하겠단 얼굴들이었다.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점수나 줬으면 좋겠는데.
“네! 그럼 세현 씨가 다 드셨으니 이대로 점수를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로써 이번 미션의 최종 승리팀은 핑크팀입니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었다. 무사히 이길 수 있어서.
그리고 동시에 옆에 있던 백은찬과 도운이 형이 나를 붙잡은 채로 환호했다.
“와, 진짜 미쳤다. 우세현.”
“속 괜찮아?”
“그보다도, 카드요.”
배수 카드.
일단 이겼으니 배수 카드를 뽑아야만 했다. 그러자 도운이 형은 자신이 뽑겠다면서 나에게 물 하나를 건넸다.
“이것도 마셔라. 이것도.”
마찬가지로 백은찬도 어디서 구한 건지 물 한 통을 더 건넸다. 이에 양손에 물을 든 꼴이 되었다.
와중에 뽑은 카드는 X1배 카드였다.
다행이군. 이번에도 역시 본전은 건졌다.
‘아···.’
확실히 그건 다행이긴 했으나 조금 출혈이 있긴 했다. 속이 불편했다. 역시 매운 건 쥐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