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
“아아아아악!”
그야말로 경악의 현장이었다.
이 순간, 대충 편집이 된다면 멤버 한 명씩 반응이 클로즈업되지 않았을까.
앞서 차선빈의 실패에 멤버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백은찬과 신하람과 그대로 놀란 눈을 하고서 소리를 내질렀고, 도운이 형은 놀라서 그대로 멍하니 있는 채였다.
여기에 안지호는 그저 안 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 저을 뿐이었다.
나는 그냥 벙쩌 있었고.
“아, 인현민 대표님······.”
그리고 그제서야 차선빈은 정신이 든 것인지 그대로 인현민 대표의 이름을 조용히 되뇌었다.
“우리 사장님! 사장님이잖아요!”
“아니, 사장님을 틀리면 어떡해요!”
“이거 틀려도 괜찮은 거예요?”
물론 반응이 격한 건 미션맨의 패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필 틀려도 다른 회사도 아니고 소속 회사 대표를 틀렸으니.
이에 차선빈은 면목이 없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차선빈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여주었다.
괜찮아, 대표님은 이해해주시겠지.
우리 중에 대표님과는 니가 가장 오래 본 사이긴 한데, 아니야. 이해해주시겠지. 그래.
그러자 차선빈이 내게 그대로 살짝 기대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와 같은 얼굴이었지만, 그 안에서 시무룩한 게 느껴졌다.
이에 그대로 어깨를 조금 더 토닥여주며 위로를 전했다. 괜찮아, 예능으로 보실 거야. 하하.
“윈썸 중에서 연습생 생활을 가장 오래 하신 분이 누구시죠?”
“선빈이······.”
“아이고!”
그와 함께 다시 한번 탄식의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런 건 슬프게 왜 또 짚고 가는 건가요. 악독한 제작진이었다.
“그럼 다시 게임을 진행하도록 할까요?”
그렇게 안타까운 분위기 속 다시 한번 게임이 진행이 되었다.
* * *
“이번 미션은 민트 팀의 승리입니다!”
세 번째로 진행된 미션에서 결국 최종 승리팀은 민트팀이 되었다. 특히나 차선빈은 앞서 틀린 게 마음에 많이 걸린 건지 이후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X2배!”
“지호 형, 미쳤다!”
와중에 안지호가 X2배 카드를 뽑았다. 그럼으로써 순위가 단번에 역전되었다.
“인생 한 방이라더니. 너희가 이렇게 치고 나가네.”
“뭐든 한 방이 최고죠. 형들 몇 개 있었죠?”
“우리 15개. 너희는 20개지?”
“네. 아, 코인 딜에만 코인 안 썼어도 역전 안 당했는데!”
인물 퀴즈를 시작하면서 사용한 코인 5개를 빼고 남은 하트 코인의 개수는 모두 15개. 민트팀과는 5개 차이였다.
물론 아직 노랑팀은 코인을 획득하지 못했고 순위적으로 2위이니 그다지 쫄릴 상황은 아니다만 그렇게 안심할 상황도 아니었다.
“근데 정말 아까처럼 살 떨릴 때가 없었어. 차선빈이 대표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순간 기억이 안 났어.”
“내 생각엔 그거 편집 안 되고 백퍼 나가요.”
“이거, 대표님이 보시고 바로 연락 오시는 거 아니냐?”
그러자 차선빈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시무룩해진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내게 다시 기대왔다. 아니, 왜 애 시무룩해지게 그래.
“괜찮아. 예능이잖아. 대표님은 한 컷 더 나왔다고 좋아하시겠지. 대표님 원래 방송에서 언급되시는 거 좋아하시잖아.”
“응.”
“야, 장난이야. 대표님이 그런 거 가지고 일일이 뭐라고 하실 성격도 아닌데, 뭘~”
“그건 맞아요. ‘어떻게 내 얼굴을 모를 수가 있니.’ 이 정도 아닐까요?”
“대표님 성대모사냐?”
“넹. 비슷하죠?”
“비슷하다.”
그러면서 백은찬과 신하람은 마주 본 채로 신나게 웃었다. 아무튼 잘 맞는다. 물론 실제로 성대모사가 비슷하긴 비슷했지만.
이제 남은 건 마지막 미션뿐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미션으로 최종 승리팀이 결정될 듯 했다. 더불어 꼴찌팀도.
“근데 벌칙 뭐일 것 같냐?”
“글쎄. 뭐든 쏟아지는 거 아닐까.”
“그래. 가능성 있지. 가능성 있어.”
그간 미션맨의 벌칙들을 생각해보면···대충 그런 것 같긴 한데, 확실하게 짚이는 건 없었다.
그 뒤로는 다시 마지막 미션을 촬영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미션.
마지막 미션은 바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스텝 한 명이 술래를 맡고, 그 안에서 먼저 스텝이 지키고 있는 특별 소품을 채가는 이가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피었습니다···!”
돌아본 스텝이 그대로 멈춰 선 출연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조용히 응시했다.
어떻게 된 건지 술래를 맡은 스텝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스킬이 상당해 앞에서 벌써 탈락자가 꽤 나왔다.
“팀킬 금지야, 백은찬.”
“팀킬이라니. 도와주고 있는 거지.”
백은찬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백은찬은 지금 정면이 아닌 나를 향해 몸을 돌린 상태로 제대로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와중에 스텝이 등을 돌린 사이에 그새 재미가 들린 건지 이제는 아주 찰싹 붙을 기세였다.
“뭐 하냐, 차선빈?”
“세현이가 불편해하는 것 같길래.”
다가온 차선빈은 그렇게 백은찬과 내 사이를 갈라놓듯이 손으로 조용히 선을 긋고 있었다. 근데 이게 더 불편하지 않을까.
“죽으려고 작정들을 했네.”
이 모습을 본 안지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소했다. 얜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뒤에 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빨리 왔지.
“쓸데없는 짓 말고 터치할 궁리나 해.”
“그게 말이지, 그렇게 쉽지가 않아서.”
“움직이지마, 백은찬.”
“은찬아, 너무 엉켜 있는 거 같은데···.”
아무튼 이러한 사정이다 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까보다 자세도 더 힘들어진 것 같고.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맞은 도운이 형과 하람이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런 우리를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결국 다 같이 동반 탈락.
그 와중에 안지호는 그런 우리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었지만, 스텝을 터치하는 과정에서 결국 탈락을 했다.
“너도 결국 탈락이냐?”
“술래 근처에도 못 간 것보단 낫지.”
“근처에는 갔어, 조금 멀리 근처.”
“어. 너무 멀어서 안 보이더라.”
그렇게 안지호가 백은찬을 한번 비웃어줬다. 그러자 백은찬은 어이없어하며 몇 발자국 차이 안 났다며 반박했지만, 사실 꽤 차이가 크긴 했다.
그리고 결국 미션의 최종 승리는 미션맨 팀이 포진되어 있던 노랑팀으로 돌아갔다.
“얼마 만에 승리냐!”
“빨리 뽑아요! 빨리!”
“뽑습니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노랑팀이 과연 무슨 카드를 뽑는가에 따라 최종 꼴찌가 정해질 테니.
‘배수 카드는 절대 안 되고, 그나마 다행인 게 X1배 아니면 마이너스 카드.’
혹여나 X1배 이외에 배수 카드를 뽑게 된다면, 그대로 우리팀이 자동으로 꼴찌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노랑팀의 패널이 마침내 카드 한 장을 뽑았을 때, 그 순간 모든 이목을 그리로 향했다.
“노랑팀이 뽑은 카드는···!”
* * *
미션맨의 최종 꼴찌팀이 정해진 이후, 준비된 벌칙이 이행된 뒤 클로징 촬영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완전하게 끝나게 된 촬영.
하루 종일 이리저리 뛰어다닌 탓인지 숙소에 오자마자 그대로 기절했다.
꼴찌팀이 나오기까지 꽤나 스펙타클한 과정을 거쳐서 그런지 유독 몸이 무거웠다. 그래, 꽤 스펙타클 했어.
“피곤해, 피곤해 죽겄다.”
옆에선 백은찬이 마찬가지로 침대에 누운 채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벌써 눈을 감는 걸 보니 저대로 잠들 것 같기도 했다.
“씻고 자.”
그러자 대충 팔을 휘적휘적 내젓는다. 알겠다는 뜻 같긴 한데, 지금 당장 이행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뭐, 무리도 아니지.
아마 다른 멤버들도 이미 저 상태가 아닐까 싶었다. 나도 그렇고. 그럼에도 기분은 좋았다.
‘확실히 단체 예능이 좋군.’
뭔가 좀 더 든든한 느낌이면서, 재미적인 면도 있었다. 역시 혼자 나가는 것보다는 멤버들이랑 같이 나가는 게 좋았다.
방송은 언제라고 했더라.
대충 2주 뒤겠지.
그러고 보니 형도 미션맨에 나간다고 하자 본방 사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형 드라마도 이제 촬영 막바지라고 했었지.’
웬만하면 본방을 챙겨보고는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날에도 열심히 다시 보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시간 내서 그동안 못 본 것도 틈틈이 챙겨야겠군.
컴백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아직까지 남은 스케줄이 상당했다. 음방도 본격적으로 더 돌아야하고, 자컨 촬영이나 해외 인터뷰와 같은 스케줄도 있었다.
이번에 X보드 200 차트에 진입하게 되면서 해외 프로모션도 꽤 잡아 두었던 터라.
아, 그러고 보니 라디오도.
그 생각에 잠시 내려앉았던 눈꺼풀이 다시금 스르르 떠졌다.
‘라디오···.’
라디오라 하니 문득 떠올랐다.
그 라디오도 나가기로 되어 있었지.
<권해진의 빛나는 라디오>.
이번에 전역한 권해진이 얼마 전 새롭게 DJ로 들어간 라디오였다.
‘귀찮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고. 되도록 귀찮은 일만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일단 지난번처럼 쓸데없는 인사만 안 한다면 뭐.
그래도 아직 해당 라디오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다. 동시에 다시금 눈이 무거워졌다. 쏟아지는 졸음에 나도 모르게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다 보니 너무 편한 나머지 이대로 잠들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그리고 결국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푹신해서 기분이 좋았다.
“···백은찬, 먼저 씻어.”
답이 없었다.
잠든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얼마 안 가, 베개를 끌어안은 채로 그날은 나 역시 그렇게 잠들어 버렸다.
* * *
“오늘 1위 할 수 있을까요?”
“1위? 당연히 해야지.”
2주차 무대.
금요일에 컴백했으니 컴백한지 딱 1주일이되던 차였다. 이번 컴백은 금요일이니 성적이 반영되는 건 딱 3일치.
금요일에 컴백한 건 처음이라 1위를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긴 했다.
“오늘의 1위는, 윈썸! 축하합니다!”
그리고 다행히 그날 KMS <뮤직 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멜로우!”
“우리 멜로우드드드드드을!”
어제 있었던 에서도 1위를 했던 터라 멤버들은 저마다 한껏 들떠 있었다. 어제도 1위, 오늘도 1위. 내일도 1위를 했으면 좋겠다.
타이틀곡 ‘FACE OFF’는 아직까지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제 순위를 잘 지키고 있었다.
여기에 일본 차트나 스포X파이 글로벌 음원 차트에서도 지난번보다 순위가 상승해 일간에 진입한 이후로 꽤 유지력이 좋은 편이었다.
- 이번에 윈썸 음원도 엄청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윈썸이 원래 음원 음반 밸런스가 좋아?
└ ㅇㅇ 윈썸 원래 데뷔 때부터 음원 좋았음
└ 밸런스 좋은 몇 안 되는 그룹 중 하나임
- 이번에 음원 해외 반응도 좋은 것 같아서 좋다ㅠㅠ뮤비 리액션 영상도 엄청 늘음
- 근데 페이스오프가 딱 해외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다 갖추고 있긴 함 존나 까리한 뮤비+안무+노래 삼박자 다 있음ㅋㅋ
이번 곡은 국내도 그렇지만, 해외에서도 이전보다 더욱 반응이 오는 편이었다.
음악 방송이 끝나고 나서는 그 길로 라디오국으로 향했다. 오늘은 그 라디오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권해진의 빛나는 라디오>.
하지만 어차피 라디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인사 이외에 개인적으로 마주할 일은 딱히 없을······.
“세현이, 안녕~”
“···안녕하세요, 선배님.”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권해진과 딱 마주쳤다. 그것도 일대일로. 라디오 속 작은 컨텐츠 촬영을 위해 홀로 잠깐 나온 터라.
“형이라고 하라니까. 역시 선배님은 어감이 마음에 안 드네. 그보다도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예.”
“이렇게 보니 한층 더 반갑네~”
권해진이 넉살 좋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다지 달갑지 않은 반가움이었다.
“도현이는 잘 지내고 있지?”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
어디까지나 의례상 하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궁금해서 묻는 건 아니니.
“오늘 왠지 엄청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야. 게스트로 윈썸이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꽤 기대를 많이 했어.”
“그러시군요.”
“응. 그랬어. 그래서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한다니까?”
권해진이 가슴에 손은 살짝 얹은 채로 말했다. 그런 건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게다가 이 인간의 입장에서의 그런 기대감은 이쪽에겐 확실히 불안한 것이었다.
“어라, 긴장했어?”
“아뇨.”
“긴장할 거 없어~ 진행은 자신 있으니까. 그러니 오늘 한번 재밌게 해보자고. 윈썸의 세현 씨.”
그와 동시에 권해진이 활짝 웃는 얼굴로 내 어깨의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이전처럼 몇 번 토닥인다. 이전과 같이 무자비한 힘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거슬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거, 벌써부터 피곤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