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52화 (252/413)

252화. 권해진의 빛나는 라디오

“네. 지금은 <권해진의 빛나는 라디오>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오늘 2부에서는 아주 특별한 분들을 모셨는데요, 최근에 아주 엄청난 인기를 끌고 계신 분들이시죠. 바로 윈썸 분들입니다.”

라디오가 시작됐다.

진행을 맡은 권해진은 정말로 능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진행을 이끌어 나갔다.

일단 짬밥이 있으니까.

게다가 권해진은 입대 전에도 DJ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라디오 이외에도 예능도 많이 했었지.

물론 솔로 음반이나 연기 분야로는 전혀 활동하지 않았지만.

“이번 신곡이 실시간 차트 1위에 초동 판매만 100만장, 그리고 현재는 각종 음악 방송에서 1위를 달리고 계시다고요.”

“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덕분에 하루하루 즐겁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완전 대박이네요. 저도 들어봤는데, 윈썸 분들이 굉장히 노래를 잘하시더라고요. 특히 세현 씨요.”

권해진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보이는 라디오였다. 그러니 어느 정도 표정 관리가 필요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즉석에서 한번 불러 주실 수 있을까요?”

이어서 이번 타이틀곡인 ‘FACE OFF’의 후렴 파트의 일부분을 짧게 불렀다. 그러자 곧바로 권해진의 반사적인 리액션이 돌아왔다.

“정말 잘하시네요. 라이브로 직접 들으니까 더 좋은데요~ 저희가 또 세현 씨 목소리 더 잘 들으시라고 효과도 좀 넣어드렸어요.”

“감사합니다.”

마치 본인이 넣은 것 마냥 말하는군.

“여기 또 새로운 질문이 있는데, 윈썸 분들은 쉬는 날은 주로 뭘 하시나요? 개인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신가요?”

“개인으로 시간을 보낼 때도 있고, 멤버들이랑 놀기도 하는 편입니다.”

“아하. 그러시구나.”

앞선 백은찬의 말에 권해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그래도 개인마다 성향이 다 다를 텐데, 보통 멤버들이랑 놀면 뭘 하시나요?”

“그냥 카페에 가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특별한 건 없고 평범하게 지냅니다.”

“아하, 평범하게. 그렇군요.”

그와 동시에 리액션을 하던 권해진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렇게 잠시 눈을 마주했다.

[“진짜?”]

그리고 들리는 생각.

‘진짜?’ 의심을 품은 목소리.

여기서 앞서 진짜라고 의심할 만한 것이 있었던가.

있었다면, 당연히 바로 앞에 나왔던 질문밖에 없을 터였다.

“자, 그럼 여기서 노래 한 곡 듣고 가야죠. 이번에 나온 윈썸의 신곡, 나의 목적지 (Always with you).”

그와 동시에 ‘나의 목적지’가 흘러나왔다. 노래가 시작되자 마이크가 꺼지면서 광고 타이밍이 되었다.

그 사이, 멤버들은 저마다 대본을 읽거나 작가의 부름에 잠깐 자리를 이동하기도 했다.

나도 대본 확인을 좀···.

“근데 세현아.”

그러던 도중, 옆에서 권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네, 선배님.”

“선배···아니, 근데 보통 쉬는 날 뭐해?”

권해진은 그렇게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이거 분명 아까 했던 대답 같은데.

“멤버들이랑 주로 노는 편입니다.”

“아, 정말?”

“네.”

그러자 마치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본다. 그런데 굳이 이런 건 왜 묻는 거지. 애초에 쉬는 날 뭐하는 지 같은 거 권해진이 궁금해할 만한 거리가 아닐 텐데.

[“의외네. 우도현과가 아닐까 싶었는데. 형제라고 해도 조금 다른가.”]

아, 대충 알 것 같군.

이런 걸 왜 또 물었는지.

대충 앞선 의문의 연장선이었다.

“혹시 뭔가 취미가 비슷하면 같이 하자고 하려고. 골프 같은 건 취미 없어?”

애둘러 말하는군.

그보다도 형이 원래 남이랑 뭘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타입도 아닌 것 같은데.

평소에 나랑 쇼핑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했고···아, 물론 상대가 권해진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긴 하다.

“저희는 운동 전혀 못 합니다.”

그때, 안지호의 목소리가 훅 치고 들어왔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들어온 대답에 권해진의 시선이 그대로 안지호에게로 향했다.

“아, 윈썸 분들은 운동 안 좋아하시는구나?”

“네. 운동 못하고 안 좋아합니다.”

꿋꿋하게도 말했다.

와중에 ‘못’하고, ‘안’ 좋아한다 부분에 제대로 강조를 하고 있었다.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건 맞긴 하지만.

“그래요? 아쉽네. 골프 재밌는데.”

이에 권해진이 아쉬운 마냥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서 혹시나 생각이 있으면 말하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넉살 좋게 웃더니 이내 다가온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생각이 있을 리가.

이어서 안지호를 보니 이내 나를 향해 ‘뭐?’ 하는 표정을 보인다. 그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실소했다.

앞선 권해진의 제안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이전부터 권해진을 마음에 안 들어 했으니.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차피 권해진과 엮일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게 짧은 광고 타임이 끝난 이후에 다시 생방으로 돌아갔다. 온에어 불이 들어오자 익숙한 CM송이 들려오면서 라디오의 불이 켜졌다.

“이번 코너에서는 청취자분들께서 온 질문들을 토대로 이어 나갈 건데요,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이 눈에 띄네요. 윈썸에서 가장 애교가 많은 분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막내가 가장 많은 편이죠.”

“막내라면 하람 씨군요. 그렇다면 여기서 애교 몇 개 보고 가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대본 대로라면 사전에 준비해둔 뽑기를 통해 애교를 할 멤버를 정할 차례였다. DJ가 무작위로 멤버를 뽑으면 뽑힌 멤버가 애교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권해진은 준비된 뽑기를 꺼내지 않았다. 준비가 덜 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제가 한번 바로 뽑아볼게요. 왠지 이분은 좋은 애교를 보여주실 것 같다! 하시는 분~”

뽑기 없이 그냥 선택한다고?

“일단 하람 씨는 꼭 하셔야 해요. 자타공인 애교가 많은 멤버로 뽑히셨으니~”

“네. 저는 얼마든지요.”

“그럼 한 분만 더 뽑아볼게요~”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을 한번 쭉 훑어보는 듯 하더니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권해진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세현 씨! 세현 씨가 아주 좋은 애교를 보여주실 것 같아요~”

이럴 줄 알았다.

애초에 정해진 방식대로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이걸 위해서겠지. 안 봐도 뻔한 상황이었다.

“어때요, 세현 씨. 가능할까요~?”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못 한다고 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직접 지목까지 받은 마당에. 아마 권해진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을 테고.

[“애교는 절대 못 할 것 같은 타입인데~”]

[“아, 재밌어.”]

덤으로 재밌어하는 것도 잘 알겠다.

그리고 그 순간, 멤버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게 느껴졌다. 와중에 안지호는 미간을 구기고 있었고, 백은찬과 신하람은 놀란 듯이 나를 봤다.

그에 비해 도운이 형은 조금 걱정하는 표정. 그리고 차선빈은 말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본 건 멤버들뿐만이 아니었다. 권해진은 물론이고 스튜디오 밖에 있던 스텝들까지 전부. 나에게 시선이 집중이 된 상태였다.

“어때요, 평소에 세현 씨가 애교 좀 있으신 편인가요?”

“그렇게 애교가 많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귀엽습니다.”

“오, 선빈 씨가 보기엔 세현 씨가 귀엽군요.”

권해진이 놀랍다는 듯 반응했다.

그래,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왜 귀여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그럼 기대가 꽤 되는데요. 그럼 세현 씨 준비되셨나요?”

“네. 준비됐습니다.”

“아, 혹시 효과 같은 거 필요하신가요? 넣어주는 거 당연히 가능한데?”

효과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아뇨. 화면 애교라서요.”

“아, 그런가요? 그럼 일어서셔서 저쪽 카메라보고 귀여운 애교! 한번 날려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던 권해진은 아직까지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니 괜히 더 짜증이 났다. 이 자식,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보이는 카메라를 본 채로 섰다. 애교 정도야 뭐,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양손 브이를 한 채로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한마디로 토끼 형체의 애교다. ···그 물론 반응은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향해 눈을 한번 깜빡해주었다.

“잉.”

그 뒤로 토끼 애교 2종을 더 선보였다.

* * *

잠시 고요했다.

준비한 토끼 애교 3종 세트를 선보이고 난 뒤, 아주 잠깐의 1~2초 타이밍. 그 사이 주변이 조용했다.

···뭐라도 좀 반응을 해줘 봐.

“풉!”

“아, 세현이 형!”

와중에 백은찬과 신하람은 웃음이 터졌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폭소를 하며 나를 향해 환호했다.

여기에 도운이 형은 고개를 숙인 채로 조용히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안지호는 저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미간을 더욱 구기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구길 것까진 없지 않냐.

“귀엽네요.”

오로지 차선빈만 귀엽다는 말을 해주었다. 애교를 하는 도중에도 열심히 봐주더니. 그러더니 한 번 더 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니야, 그건 오바야···.

“그러게요. 큭. 귀여운데요? 세현 씨가 애교를 잘하시네요~”

권해진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살짝 보니 눈물까지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권해진을 향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웃어 보였다. 여기서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여 봤자 권해진만 신나하는 꼴이니.

그보다도 토끼 형체 애교를 써먹었으니 이제 다른 애교를 생각해둬야겠군. 한번에 3개가 아니라 조금 나눠 쓸 걸 그랬다.

“세현 씨가 진짜 애교에 소질이 있어요, 큭. 이거 나중에 짤로 엄~청 돌아다닐 것 같은데요?”

“형, 농담 아니고 진짜 귀여웠어요. 귀여워서 웃는 거예요.”

“그래, 진짜 귀여웠다니까?”

그러면서 입가 씰룩이는 거 봐라.

웃음기나 없애고 말해라!

“지금 청취자분들도 엄청 좋아하고 계신데요? 문자창이 지금 난리가 났어요. 8921님 너무 귀엽다, 애교도 잘 부리는 남자 우세현. 7632님 이제부터 세현이 애교 100번 돌려본다.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정말로 문자창에 문자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이에 작가와 PD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채였다. 그래, 욕이 쏟아지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낫긴 하다.

“근데 진짜 귀여웠어.”

“고마워.”

차선빈이 그런 나를 위로했다.

“자, 그럼 바로 다음 질문으로 가볼까요?”

그리고 그제서야 백은찬과 신하람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근데 설마 계속해서 이런 지목 형식으로 질문이 이어지는 건가.

“아, 그러고 보니 여기 통이 있었네요. 사실 이 통을 통해 답변자를 뽑는 거였는데, 제가 그만 깜빡했습니다.”

이 새X가.

그러면서 여전히 능청스러운 얼굴로 다음 질문을 보겠다면서 진행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라디오는 다시금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와중에 권해진 스스로 재밌겠다고 여긴 건 어김없이 내가 걸렸다. 이 새X, 장치라도 해뒀나.

그러던 도중, 작가가 모니터를 통해 권해진에게 어떠한 문자를 읽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 그럼 여기서 잠깐 문자를 확인해보고 갈까요. 여기 아이디가 ‘우세현 형님’이라는 분이시네요. 남자 팬 분이신가요?”

우세현 형님?

그 말에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내용은 ‘잘 보고 있습니다. 라디오가 참 재밌네요.’라고 보내주셨네요. 네?”

뜬금없는 내용에 권해진이 그대로 잠깐 뭔가 싶은 표정을 보였다. ‘잘 보고 있습니다. 참 재밌네요.’? 게다가 번호가 아닌 뜬금없는 닉네임이다.

···잠깐, 혹시 이거.

그와 동시에 권해진 역시 뭔가를 눈치챈 건지 다급한 얼굴로 스튜디오 밖에 있던 작가를 향해 빠르게 물었다.

“···혹시 이거 우도현 씨로부터 온 메시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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