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문자가 하나 도착했네요.
“···혹시 이거 우도현 씨로부터 온 메시지인가요?”
권해진이 그 순간, 스튜디오 밖에 있던 작가를 향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를 들은 작가가 곧바로 작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진짜 형이 보낸 거였다.
이에 옆에 있던 멤버들 또한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만큼 상당히 의외의 문자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거 온에어로 듣고 있다는 거지?
마찬가지로 라디오 온에어 역시 난리가 났다. 온에어 게시판의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눈으로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 우도현? ㄹㅇ 우도현이라고?
- ㅁㅊ 우도현!!!!!!!!!!!!!!
- 도현이가 세현이 응원 문자 보냄ㅋㅋㅋ
- 먼가 해진이 입에서 도현이라는 이름 들으니까 울컥한다 (우는 이모티콘)
- ???? 먼데 권해진이 우도현 언급함?
- 잘 보고 있대 (눈물) 잘 보고 있대 (눈물)
뒤이어 권해진은 빠르게 표정을 풀고선 이전과 같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앞서 형에게 온 메시지를 정식으로 소개했다.
“저희 작가분께 확인해본 결과, 이 문자는 도현이로부터 온 게 맞다고 하네요. 아, 이건 정말 예상 못 했네요. 처음엔 정말 세현 씨 남팬이신가 했어요~”
그렇게 권해진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꼬투리 방지 차원이군.’
여기서 심하게 당황하거나 조금이라도 구린 표정을 보인다면 그대로 박제되어 그 모습이 온 커뮤니티를 돌아다닐 테니. 그리고 그건 다양한 궁예를 끌어오기 좋았다.
하지만 그런 태연스러운 겉과 달리 사실 권해진은 지금, 속으론 꽤 당황하고 있었다.
[“이거 나보라고 하는 말이네.”]
[“···벌써 뒤통수가 따끔한 것 같은데.”]
이렇듯 상당히 신경 쓰고 있었다.
권해진 답지 않게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본인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형은 왜 굳이 보낸 거지. 권해진에게 굳이 보고 있다는 걸 어필할 필요성이 있나.
보고 있다는 정도의 메세지는 나중에 말하거나 나한테만 보냈어도 되는데.
굳이 작가를 통해서까지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걸 보고 있다는 걸 대대적으로 티 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형이 원래 약간 관종끼가 있으니까.
나중에 끝나고 다시 연락을 넣어봐야겠다.
그 뒤로 라디오는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형의 문자 이후, 권해진의 태도가 미묘하게 조금 달라졌다. 아주, 굉장히, 미묘하지만.
장난질이 이전보다 미묘하게 줄었다.
물론 여전히 장난질을 하는 것은 비슷했으나 이전만큼은 아니었다.
이전엔 온에어 중이나 밖이나 비슷했다면, 이제는 확실히 방송중엔 조금 자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다.
“애교 한번 더 보고 싶은데.”
“오늘 분은 전부 사용을 해서요.”
“아, 그거 아쉽네. 엄청 재밌었는데. 참, 오랜만에 그렇게 폭소를 했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수고 많았어.”
그 방면으로 수고한 건 전혀 없는데.
권해진이 그렇게 웃는 얼굴로 잘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방송이 끝난 후, 스튜디오 밖까지 친히 나와 인사를 하고 있었다.
굳이 여기까지 왜 나오는 건데.
“아, 그리고 기회가 되면 도현이한테 내 안부도 좀 전해주고. 너무 노려보지 말라고도.”
노려보지 말라는 건 뭔지.
어쨌든 전할 안부 따위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은 그러겠다며 대충 대답은 해두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왕이면 평소에도 많이 들어달라고 전해줘.”
“뭘 말입니까?”
“내 라디오. 설마 오늘만 듣고 튀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오늘만 듣고 튀겠지.
사실 그럴 거라는 건 권해진 역시 이미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쓸데없는 시간 허비해서 뭐 하냐.
“네, 그것도 잘 전하겠습니다.”
“그래. 꼭 전해줘~”
그렇게 권해진과는 서로 웃는 얼굴로 친절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도 보는 눈이 많으니 열심히 웃는 수밖에.
“나왔네, 우세현의 친절한 웃음.”
“친절한 웃음?”
돌아가는 벤에 탑승하자마자 백은찬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는 폰을 꺼내더니 곧바로 모바일 게임을 하나 킨다.
“친절한 게 아닌 친절한 얼굴 말이야.”
“아.”
무슨 얘기 하나 했네.
그 얘기였군.
“티가 났나?”
“전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른 거란다.”
“별 경지가 다 있네.”
“그리고 아까 권해진이 일부러 시킨 거잖아. 너 애교.”
아, 그렇지. 그건 누가 봐도 그렇겠지. 그 사이 백은찬은 게임을 시작한 건지 말을 하면서도 화면에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덕에 귀한 우세현 애교를 보긴 했지만. 아, 근데 그런 애교는 언제 준비한 거냐?”
“준비랄 거까지도 없어. 그냥 한 거지.”
“귀엽긴 했어.”
백은찬이 입꼬리를 올린 채로 웃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을 여전히 화면을 향해 있었다.
“다른 건 없냐?”
“다른 게 있을 리가 있나.”
“왜? 잘하던데.”
“그래, 칭찬 고맙다.”
“아, 그리고 골프 얘기는 커트 잘했다. 안지호.”
그러자 창밖으로 향해 있던 안지호의 시선이 백은찬과 내게로 향했다. 다소 시큰둥한 표정이다.
“되도 않는 얘기로 X랄을 하니까.”
“그러게. 되도 않는 얘기지.”
“나중에 다같이 배드민턴이나 칠까?”
“다같이?”
배드민턴이라는 말에 옆에 있던 차선빈이 반응했다. 아, 혹시 배드민턴 좋아하나.
“응. 같이 치면 좋잖아. 우리는 수도 맞고.”
“응. 치자. 좋아.”
“배드민턴 좋지. 야, 신하람···어, 뭐야. 둘은 벌써 자?”
뒷좌석을 확인해보니 도운이 형과 하람이는 어느새 잠든 모습이었다. 차량 내부가 어두웠던 터라 자기에 안성맞춤이긴 했다.
“나중에 숙소 가면 물어보자.”
“넵. 아, 아무튼 권해진 마음에 안 들어~”
“그 선배 X끼도 별로라고 했잖아.”
“이해 감. 그 호칭 인정합니다.”
어느새 호칭이 고정된 거냐.
근데 뭐,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 바라.
그리고 나중에 형과도 통화를 했다.
─ 그냥.
“그냥?”
굳이 문자는 왜 보냈냐는 물음에 형은 별다른 말 없이 그냥이라고만 답했다. 여기에 마침 작가랑도 친분이 있던 터라 보내는 것도 수월했던 모양이다.
─ 그 정도면 대충 알아먹겠다 싶어서.
“뭘 알아먹는데? 아, 권해진이 뜬금없이 노려보지 말라던데.”
─ 그럼 잘 알아먹었네. 형 이제 촬영 들어간다. 잘 자고.
그렇게 통화가 끊겼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네.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새벽 2시를 향해 가는 시간이었다. 촬영이 완전 막바지라고 들었는데 이 시간까지 고생이 많다.
* * *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시간을 확인한 김설아는 그 즉시 TV 앞에 앉았다. 다름 아닌 SBC 예능, <미션맨>을 보기 위해서였다.
평소엔 전혀 챙겨보지 않는 예능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꼭 봐야만 했다. 왜냐면, 오늘 방송엔 윈썸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도 무려 단체! 다같이!’
지난번 우세현과 백은찬이 짧게 미션맨에 특별 출연했을 당시에만 해도 다시 한번 나와줬음 했건만 이렇게 컴백하자마자 단체로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
- 공중파 단체 예능 너무 좋아ㅠㅠㅠㅠㅠ
- 분량 낭낭할 거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 애들 뽀작뽀작 귀엽겠지ㅠㅠㅠㅠ이름표도 뜯었을까? 애들 등에 이름표 붙인 거 보고 싶다ㅠㅠㅠㅠㅠ
컴백을 했을 때만 해도 공중파 예능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이렇게 단체로 나와 주니 더더욱 좋았다. 떡밥 잔치로구나!
- 윈썸 이번에 미션맨 나오나 보네 근데 단체로 나오는 거 안 흔하지 않아? 윈썸이 단체로 나올 정도인가?
- IN이 꽂았나? 몇 명인줄 알았는데 단체네
- 꽂으면 머 어떰ㅋㅋㅋㅋ난 어쨌든 단체로 공중파 나와서 즐거움 ^-^
- 체이스도 단체로 나왔었는데 멀ㅋㅋㅋㅋㅋ윈썸이라고 못 나올 거 있어?
그리고 김설아는 이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앞선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션맨> 측에서 사전에 준 예고편에서 보니 이것저것 많이 하는 모양이던데, 벌써부터 기대감이 가득했다.
‘특히 인물 퀴즈 부분에서 다들 놀라는 부분이 있던데···뭘 보고 놀라는 거지.’
누굴 보고 그렇게 경악한 현장이 나왔나 궁금했다. 뭐, 사장 얼굴이라도 나왔나?
“아, 시작하네.”
그때 광고타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에 김설아는 다시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화면에 집중했다.
[오늘의 게스트, 윈썸입니다!]
[Keep in mind! 안녕하세요, 윈썸입니다.]
[아니, 근데 윈썸 친구들은 왜 이렇게 다 잘생겼어?]
[특히 이 친구는 웃는 게 너무 예뻐.]
[세현 : 감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우세현의 주변으로 꽃이 화라락 펼쳐지는 CG가 붙여졌다. 이에 절로 주변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김설아 역시 이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역시 우리 애, 잘생겼어!
꽃이 가득한 야외 정원에서 촬영을 해서 그런지 멤버들의 주변으론 꽃이 가득했다. 거기에 덤으로 오는 자연광이란.
[오늘 여러분이 수행해야 할 미션은 바로 <하트 코인을 모아라★>입니다.]
[사전에 나눠드린 옷이 여러분들의 팀입니다.]
그 뒤로 오늘의 미션에 관한 잠깐의 설명과 함께 팀이 나누어졌다. 핑크팀, 민트팀, 노랑팀.
- 선빈 지호 하람 / 은찬 세현 도운 이렇게 팀이네
- 밸런스 잘 맞췄다 특히 선빈이랑 은찬이는 무조건 떨어뜨려야함 둘이 붙으면 이길 수가 없음
- 제작진이 그래도 좀 조사를 했나본데 밸런스가 얼추 맞는 것 같아
- 애들 핑크랑 민트 너무 잘 어울려ㅠㅠ
- 우세현은 운동 별로야?
└ 세현이도 평타는 침
└ 걍 ㅍㅌㅊ? 아주 못하는 건 아니고
└ [글쓴이] : 그럼 안지호는?
└└ 지호는.........
└└ 지호는 서 있는 걸 별로 안좋아햄
이윽고 화면이 바뀌고, 멤버들의 옷과 함께 장소가 바뀌었다. 바뀐 장소는 다름 아닌 워터 풀장. 상당히 규모가 큰 풀장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된 이름표 뜯기. 당연하게도 핑크팀과 민트팀은 윈썸 멤버들로 구성이 되었다.
‘노랑팀이 막강하네.’
멤버를 선별해서 나오는 만큼 노랑팀인 미션맨의 핵심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신혁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션맨>의 이름표 떼기 게임에서 중심은 단연 이신혁의 이름표를 뗄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좋은 피지컬과 힘을 가지고 있는 이신혁의 이름표를 떼기란,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들 날아가는 거 아닌가 몰라.’
1대 1로는 아무래도 이기기 힘드니 이왕이면 다 같이 있는 상황에서 이신혁과 마주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얘들아, 최대한 살아 남아라···!’
[휘익!]
[Mission 1 : 거대 풀장에서 이름표 뜯기 Start!]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출연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주변 상황을 살피며 느긋하게 움직이는 이도 있었다.
이신혁이 그랬다.
그렇게 이신혁은 주변을 살폈고,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를 발견했는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딘가로 빠르게 달리는 신혁!]
[목표물을 발견한 듯]
[목표물은···세현과 하람!?]
“으악!”
이를 본 김설아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괴성을 질렀다. 처음부터 이런 전개인 건가! 하필 이신혁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우세현이 있던 탓이었다.
- 으악 이신혁 달리는 거 ㅈㄴ무서워
- 와중에 겁나 빠르네 언제 저기까지 갔대?
- 설마 1타 2피? 세현이랑 하람 둘다 한번에 잡힐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 도망쳐라 얘들아ㅠㅠㅠㅠㅠㅠㅠ
‘아, 초반 탈락은 안 되는데···.’
이왕이면 좀 더 오래, 많이 오래 살아남았으면 싶었다. 그리고 김설아는 불안한 마음에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하람!]
[그 사이, 신혁의 기습!]
[신혁 : 아니, 세현 씨 아니야?]
기세등등한 이신혁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우세현이 뒤를 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이름표 쟁탈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대결은 모두의 예상을 깬 놀랄 만한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를 보던 김설아는 그 자리에서 눈에 휘둥그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