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257화 (257/413)

257화. 멤버에 관해 얼마나 아는가.

안지호의 일이 있고 난 뒤, 그 뒤로도 음악 방송 활동은 계속되었다. 이번 주로 3주차. 활동 마지막 주였다.

“손은 이제 다 나았어?”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냐.”

“물은 안 닿게 했지?”

“닿아도 어떻게 안 돼.”

안지호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래도 다 나았다니 다행이긴 하네.

하필 또 오른손이라 꽤나 신경이 쓰였을 터였다. 크게 안 다쳐서 망정이지.

“그러고 보니 끝나고 자컨 촬영 하나 있다고 했었는데.”

“아, 뭐라고 했었지.”

“비밀 조직 컨셉으로 자컨.”

“아. 그래. 그거.”

안지호가 그제서야 기억난다는 얼굴을 했다. 정말로 까먹고 있던 거냐.

음방 이후, 이번 앨범의 컨셉의 맞게 ‘비밀 조직’이라는 컨셉으로 특별 컨텐츠를 찍기로 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윈썸.”

그러던 도중에, 복도에서 한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마주친 이들은 컬러풀한 볼캡에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름이 대충 ‘리엠’이라는 그룹이었지.

그리고 먼저 온 인사에 마찬가지로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대로 지나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혹시 지난번에 기억하세요?”

“네? 지난번이요?”

“지난번에 주차장에서 봤었잖아요. 멤버분이 우연히 이렇게~ 차 문을 열어서요.”

아. 기억났다.

하람이가 차를 착각하여 남의 차 문을 열었던 그 사건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 네. 기억납니다.”

“뭔데, 그게.”

옆에 있던 안지호가 미간을 좁힌 채로 물어왔다. 분명 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그새 잊어버린 모양이다. 아무튼 있다, 그런 게.

“아,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저희 막내가 잠깐 차를 착각해서요.”

“괜찮습니다. 저희도 같이 웃었거든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리엠의 멤버가 다시금 나를 향해 웃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안지호에게도 마찬가지로 잠깐 시선을 두었다.

그렇지만 안지호는 시큰둥한 얼굴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채였다. 아무래도 안지호는 낯을 많이 가리다 보니.

그러니 민망해지지 않게 되도록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가고자 했는데, 안지호가 관심 없는 걸 알았는지 리엠의 멤버도 이내 시선을 뗀 채로 나를 보았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목소리가 들렸다.

[“참, 여전하네. 안지호도.”]

이와 같은 생각이.

* * *

[“참, 여전하네. 안지호도.”]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앞에 생각.

앞에 있던 리엠 멤버의 생각이었다.

‘여전하네, 안지호도?’

이 멤버, 혹시 안지호랑 아는 사이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오가는 인사나 말이 없었다. 저쪽이나 안지호나. 특히나 안지호의 경우 정말로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었다.

[“RA에 있을 때랑 변한 게 없네.”]

[“그때 그렇게 회사 나가서 연예인 포기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IN에 들어가고. 운 좋은 녀석.”]

RA, 포기. 결국 IN.

이거 혹시 RA 엔터 때의 일을 말하는 건가. 이 멤버, RA 엔터 연습생 출신이었나. 그것도 안지호랑 비슷한 시기에.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그리고 그 순간, 리엠 멤버가 다시 한번 안지호를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안지호는 여전히 관심 밖의 얼굴이었다.

그렇게 리엠의 멤버들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

“저 멤버 모르는 얼굴이야?”

“뭐?”

동시에 안지호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표정을 보니 완전히 모르는 게 맞는 모양이군.

“방금 인사한 그 멤버, 예전에 RA 엔터에서 연습했다는 말을 전에 얼핏 들은 것 같아서.”

“몰라. 기억 안 나.”

여전히 관심 없는 모습이었다.

보아하니 저쪽만 기억하는 모양이네.

‘하긴,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몇 명인데.’

많게는 100명이 넘는다.

그러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일단 안지호는 데뷔조까지 올라갔다고 했으니 그래서 저쪽에서 기억하는 걸 수도 있고.

‘더불어 안지호가 그냥 관심이 없었을 확률도······.’

이것도 어느 정도, 아니 꽤 가능성이 있었다. 예전 연습생 때를 생각하면, 안지호는 같은 연습생들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당시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었나.’

포기하지 않을까 싶었다.

주변 인물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정도였다면. 물론 순전히 그 일만 놓고 보더라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할 만하지만.

“안지호.”

“왜.”

“···아니. 빨리 가자고.”

그러자 안지호가 다시금 뭐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굳이 그때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 * *

그리고 그 뒤로 앞서 이야기했던 자체 컨텐츠 촬영에 들어갔다. 이번에 촬영할 자체 컨텐츠의 주제는 ‘비밀 조직 윈썸’.

말 그대로 어느 비밀 조직의 일원이 되어 목표물에 잠입하고,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는다는 것이 이번 자컨의 내용이었다.

“오늘 세트장 뭔가 리얼한데요?”

백은찬이 세트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말했다. 백은찬이 앞서 말한 대로 컨셉에 맞게 연출되어 있었다.

비밀 조직이라는 컨셉에 맞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중앙에는 원형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의자는 인원수에 맞게 6개.

아마 여기 앉아서 촬영을 시작할 것 같고, 거기에 주변으로는 모형 총기류, 거대 모니터, 서류 창고 같은 게 있었다.

와중에 반짝이는 보석 같은 것도 있었고.

“각자 잠입은 잘들 하고 있나~?”

“뭐야, 갑자기 왜 형이 대장인 척 해요?”

“자연스럽게 센터에 앉은 사람이 대장 아니야?”

“응. 아니야.”

여기에 의상은 각자 뮤직비디오에서 맡았던 직업대로 코디를 했다. 이를테면, 차선빈은 비행기의 기장. 안지호는 과학 수사대의 일원이다.

센터에 앉아 아이스하키 선수 역할을 맡은 백은찬은 앞뒤로 등번호가 새겨져 있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여기에 도운이 형은 뮤직비디오에서처럼 동그란 안경을 쓴 채로 셔츠 위에 단정한 니트를 입고 있었으며, 하람이는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우세현은 경찰모도 있네?”

“응.”

“형, 제복 완전 잘 어울려요! 셀카는 찍었어요?”

“나중에 찍으려고.”

난 어깨에 견장이 달려 있는 네이비색 제복을 입었다. 여기에 타이에, 경찰모까지 세트로. 모처럼 제복 입고 메이크업까지 했으니 업로드용으로 하나 찍을 생각이었다.

“네, 여러분은 이제 특별 비밀 조직 윈썸이라는 조직의 일원입니다. 이 조직은 아주 극악무도한 조직인데요, 심장 폭행과 시선 강탈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고 합니다.”

심장 폭행과 시선 강탈······.

듣기만 해도 놀라운 죄목이긴 했다.

정말로 꽤 놀라운.

“그리고 이번 비밀 조직 윈썸의 목표물은 바로 저기 보이시는 금고 안에 있는 보물입니다.”

그 순간, 저 멀리 보이는 금고 하나가 눈에 띄었다. 디자인이 워낙 화려해서 금방 눈에 들어왔다.

“저 금고가 뭔데요?”

“저 금고 안에는 윈썸 조직에 대항하는 타 조직의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굉장히 중요한 정보죠.”

“아, 그러니까 그 정보를 이제부터 저희가 획득해야 한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선 금고를 열어야만 했다. 여기에 금고를 열기 위해선, 비밀번호가 필요했고.

비밀번호를 획득하고 금고를 열어 중요 정보를 손에 넣는 것. 그것이 이 컨텐츠의 중심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비밀번호를 획득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비밀번호를 획득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문제를 풀면 되는 것이었다.

“준비된 문제는 크게 6개고요. 그에 따라 한 문제당 비밀번호 숫자 하나를 알려드립니다.”

그렇다면 비밀번호는 총 6자리라는 거였다. 근데 이렇게 되면 하나라도 못 맞출 시에는 결국 비밀번호 획득에 실패하는 건가.

“도중에 틀릴 것을 대비해서 예비 문제도 몇 개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긴장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다.

그럼 이제는 문제 카테고리가 무엇인가가 중요했다. 지식이나 상식 퀴즈. 그런 거일 확률이······.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문제는 모두 멤버 여러분들이 아주 잘 아시는 범위에서 나오게 될 겁니다.”

“잘 아는 범위요?”

“네. 그건 바로 멤버 관련 문제이기 때문이죠! 각 멤버와 관련된 문제를 해당 멤버를 제외하시고 풀어주시면 됩니다.”

아, 이건 좀 틀리면 난감하겠는데.

차라리 지식, 상식 퀴즈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야, 이건 틀리면 진짜 서운한 거다.”

“난이도가 높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니, 난이도가 높아봤자 얼마나 높겠냐. 우리 지금 24시간 붙어 있잖아. 모르는 게 있어서 되겠어?”

“형, 저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데요.”

“······.”

백은찬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뭐, 적당히 어렵지 않은 문제가 나오기를 바라수밖에 없겠군. 멤버 생일···이런 건 안 내주려나.

“자, 그럼 문제를 풀어주세요~”

“? 문제를 주셔야 풀죠?”

“여러분은 비밀 조직의 요원이시잖아요. 그러니 문제는 직접 찾으셔야 합니다.”

담당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문제도 직접 찾는 거였냐.

제작진은 주변에 있던 소품에 각 각의 문제를 숨겨 놓았는데, 멤버의 직업과 관련된 소품들이었다.

이를테면, 옆 책장에 꽂혀 있던 교과서엔 도운이 형의 문제가 숨겨져 있는 식으로.

[Q. 도운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아, 이거 알아.”

“차선빈 알아!?”

“응. 전에 형이 말해줬어.”

“어, 내가 말한 적이 있던가?”

도운이 형이 오히려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에 들었을 땐 노랑색이었던 것 같은데, 정답은 파란색이었다.

“원래 좋아하는 색 같은 건 그때그때 바뀌는 편이라.”

“차선빈, 민트라며!”

“그땐 형이 민트를 좋아했나봐.”

“그땐 민트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해.”

어쨌든 새로운 사실이었다.

[Q. 은찬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아, 이건 좀 쉽군.

“이건 좀 쉽네요. 이거 은찬이 형이 하도 말하고 다녀서.”

“세현이랑 지호한테 해줬던 그 이야기?”

“넹.”

“얘들아, 무슨 소리야. 그 다음에도 내가 또 해줬잖아···하하.”

그때 이후로 백은찬의 오므라이스를 먹은 기억은 없다. 일단 나는.

[Q. 세현이가 요즘 가장 아끼는 물건?]

“세현이가 요즘 가장 아끼는 물건?”

“세현이 형이 요즘 뭘 많이 아끼죠?”

이건 좀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난 입을 열 수 없으니 그대로 침묵.

“휴대폰, 노트북 이런 건 당연히 아닐 테고···아, 형님이 준 지갑인가?”

“그거 가능성 있네. 엄청 아끼잖아.”

그 지갑을 아끼긴 하지만···문제의 답은 아니었다.

“아, 그럼 혹시 음악 그 자체~?”

“뭐죠, 갑자기 훈훈한 모드로 가려고 하는데요?”

“세현이는 음악 그 자체를 사랑하잖아. 그러니까 답은 음악일 거야. 그렇지? 음악이 답이지?”

백은찬이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를 시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답은 제작진의 손에 있었다.

그리고 결국 이 문제는 맞히지 못했다.

“답이 뭐예요?”

“정답은 행운이와 럭키입니다.”

“답이 행운이랑 럭키라고요?”

그랬다. 답은 행운이랑 럭키.

그러니까 형이 준 인형과 백은찬이 준 인형이었다. 매니저 형이 워낙 뜬금없이 물어 와서 그냥 그때 생각나는 걸 말했던 터라.

“세현아, 형 감동 받았다.”

“갑자기 왜 이래?”

“럭키가 요즘 최애였다니. 아, 완전 대박 감동.”

니가 준 건 행운이란다.

그렇게 백은찬은 한동안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해댔다. 그냥 그 당시 생각난 게 그거였단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일단, 둘 다 좋아하는 건 맞으니까.

[Q. 지호가 오디션에서 불렀던 노래 제목은?]

“어, 이거 뭔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이건 진짜 힌트가 필요해요. 형, 발라드에요, 댄스에요?”

“발라드.”

이것도 꽤 어려웠다.

애초에 안지호로부터 오디션 관련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노래를 불렀거니 했지만, 어떤 곡을 불렀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그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다들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눈의 달?”

“아니.”

“Voice?”

“아니.”

나오는 것마다 오답 행진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결국 맞히지 못했다.

근데 이건 못 맞혔어도 궁금했다.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라스트 데이 (Last day).”

안지호가 말했다.

아, 그 노래군. 그 노래라면 나 역시도 알고 있는 노래였다. 멜로디가 꽤 슬픈 노래지. 안지호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린다.

“한번 불러주면 안 돼요?”

신하람이 제안했다.

그러자 안지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이를 수락했다. 동시에 <라스트 데이 (Last day)>의 한 소절을 짧게 불렀다.

[이 여정의 마지막날]

[도달하지 못한 채 남은 건]

[초라한 결과뿐.]

[그럼에도 다시 발을 떼요. 끝을 향해.]

[결국 닿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노래가 끝나자마자 멤버들은 그 즉시 안지호를 향해 환호를 내질러주었다. 역시나 듣기 좋았다. 선곡 한번 제대로다.

‘···어.’

그렇게 다시금 안지호를 보는데, 묘하게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분위기는 평소와 비슷하지만 이상하게 비슷하지 않았다.

마치 꽤나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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