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그때는 몰랐다.
기억 속에서 보았던 안지호는 지금보다 조금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렇다고 완전 어린 건 아니고 대략 몇 년 전 정도.
그렇지만 표정만큼은 사나웠다.
지금보다 훨씬.
아니, 이제껏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그 안에서 안지호는 누군가를 비웃는 듯한 얼굴로 상대를 향해 뭐라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이화준이었다.
여기에 뒤따라오는 장면에서 안지호는,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체념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곧, 이 기억의 시점은 아마도.
“야, 우세현?”
“···어?”
“뭘 그렇게 들이붓고 있어?”
백은찬이 내 손에 들려 있던 캔을 바라본 채로 물었다. 어느새 캔이 다 비었다.
“먹다 보니까. 오늘은 어쩐지 잘 들어가네.”
“세현아, 여기 안주도 있어.”
그 말과 동시에 차선빈이 내 앞으로 과자 하나 끌어왔다. 이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에 있던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토끼 모양이 그려진 X쵸였다.
“맥주 더 있어?”
“엉. 더 마시려고?”
“응.”
“너무 많이 마시진 마라.”
그렇게 백은찬으로부터 캔 맥주를 하나 더 건네받았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마치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답답했다.
“그러고 보니 세현이 형은 취한 걸 못 본 것 같아요.”
“우세현? 취한 적이 없긴 하지.”
“세현이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니까.”
도운이 형 말대로 평소 그렇게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었기에 딱히 취했다고 할 만할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마실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이라.
“근데 세현이 형은 길거리 캐스팅이라고 했었죠?”
“어. 맞아.”
“넌 그냥 봐도 길거리 캐스팅이야.”
“인정. 우세현은 약간 얼굴에 붙어 있어. 길거리 캐스팅으로 왔습니다-하고.”
얼굴에 붙어 있는 건 뭐냐.
그것보다 그게 좋은 건가.
“그때 버스킹으로 됐다고 했었지?”
“응. 버스킹. 밴드부 멤버들이랑.”
“근데 그때는 왜 보컬 안 했어?”
“보컬을 맡은 친구가 따로 있었어요.”
“그래도 형 정도면 보컬도 충분히 겸할 정도잖아요. 그러니 키보드만 맡은 건 너무 인력 낭비 아니에요?”
그때는 지금처럼 무대 위에서 노래를 자유롭게 부를 수 없던 때라. 그래도 간간히 보컬도 겸하기도 했다. 몇 소절 안 됐지만.
“근데 사실 세현이는 길거리 캐스팅이 아니었어도 결국 아이돌을 했을 것 같긴 해.”
“일단 이렇게 생겼는데 안 할 수가 없죠. 솔직히 형이 길거리 캐스팅 처음이라고 들었을 때 엄청 놀랐다니까요?”
“그렇긴 하지. 차선빈 너도 길캐지?”
“응.”
마찬가지로 차선빈 역시 길캐였다.
다만, 당시 나이가 9살이었으니 그야말로 떡잎을 알아본 거라 할 수 있다.
“선빈이 형은 그때 제안 받고 바로 오케이 한 거예요? 꽤 어렸잖아요.”
“처음엔 IN 엔터라는 곳을 몰라서 거절했었어.”
“IN 엔터를 몰랐다고?”
“응.”
그래서 그렇게 처음엔 거절을 했는데, 캐스팅 담당자의 끈질긴 구애 덕에 차선빈은 이내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된 거라고 한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하다가 보니 점점 더 잘하고 싶어지더라고. 춤추는 것도 좋았고.”
“얘는 솔직히 타고났지. 연습생 하는 동안 온갖 평가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으니.”
매 평가 때마다 차선빈, 대단했었지. 무대를 할 때마다 난리였던 기억이 있다. 안지호 다음으로 듣게 된 이름도 차선빈이었고.
“근데 매번 그랬던 건 아니야.”
“어, 그랬나?”
“응. 세현이가 1등 했잖아.”
어, 그랬었나.
“아, 맞다. 우세현이 오자마자 1등 먹었지.”
“그거 역사잖아요. 오자마자 평가회 치렀는데, 바로 1등!”
“유명했지.”
백은찬이 그렇게 입꼬리를 올렸다.
IN 엔터에 들어온 직후에 월말평가를 비롯하여 여러 번 평가회를 치렀는데, 그때 당시 몇 번 괜찮은 평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노래로.
근데 뭐, 몇 번 되지도 않고.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은 어느새 연습생 시절로 가 있었다.
“와, 시간 빠르다. 벌써 자정 넘었네.”
그 사이, 시간이 꽤 빠르게 흘렀다.
도중에 도운이 형은 그만 마셔야 할 것 같다면서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지호는 웬일로 계속 깨어 있냐.”
백은찬이 주변에 굴러다니던 캔들을 정리했다. 멤버들이 꽤 빠진 상태였는데, 와중에 안지호는 여전히 깨어 있었다.
“오늘은 별로 안 졸리네.”
“술 들어가서 그런가? 별로 마시지도 않았지만.”
그리고 백은찬은 정리한 캔을 든 채로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아하니 부엌으로 갈 모양인가 보다.
“취했냐?”
안지호가 나를 향해 물었다.
이에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얼마 안 먹었어.”
“벌컥벌컥 잘도 마시길래 혹시나 했지.”
벌컥벌컥 마셨던가?
그냥 꿀꺽꿀꺽 마셨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안지호의 손엔 아직까지도 캔 하나가 쥐어져 있던 상태였다.
“안지호.”
“왜.”
“뭐 하나 물어도 되냐?”
“물어.”
“···오디션 말이야. 계기가 뭐야?”
“뭐?”
그러자 안지호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을 보였다. 그런가, 조금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냥. 오랜만에 연습생 때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궁금해져서.”
“별 게 다 궁금하네.”
“별 거 아닌 건···아니지.”
그냥 궁금했다.
안지호는 그 당시 어떤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는지 그런 거.
역시나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아서인지, 아니면 가수라는 꿈을 가지고 있어서 일지 그런 거 말이다.
“별 거 없어. 그냥 노래하다 보니까 하고 싶어진 거고, 그러다가 오디션을 보게 된 거고.”
역시 노래가 좋아서인가.
왠지 그럴 것 같긴 했다.
[“중간에 포기하려고 하긴 했지만.”]
···어?
그 순간, 안지호가 들고 있던 맥주를 한번 들이켰다.
“···중간에 힘들진 않았어?”
“뭐?”
“RA 엔터에서 IN 엔터로 올 때 말이야. 옮기는 거 보통 힘든 일이잖아.”
그러자 안지호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건가 했지만, 얼마 안 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 그래서 원래 포기하려고도 했었고.”
“포기? 왜?”
“알잖아.”
“뭘?”
그러자 안지호가 그대로 입꼬리를 올린 채 나를 향해 말했다.
“나 성격 더러운 거.”
* * *
그대로 잠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이 안지호는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걸 보니 나 역시 왠지 모르게 맥주가 다시 땡겼다.
“성격 나쁜 거랑 포기랑 무슨 상관인데?”
“전에 말했잖아. 그룹은 못 할 성격이라고 했던 거.”
“그건 그냥 구실 아니야?”
“글쎄. 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
뭐가 웃긴 지 안지호는 그대로 피식하고 한 번 웃었다.
“안지호.”
“왜, 또.”
“이전에 만났던 리엠 멤버 있잖아.”
“리엠 멤버?”
안지호가 미간을 구긴 채 되물었다.
그게 누구냐는 얼굴이다.
그 새 잊어버린 거냐.
“음방에서 만났던 멤버.”
“그게 왜.”
“그 멤버가 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 우연히 들었어.”
“내 얘기, 뭐?”
“RA 엔터 때 이야기.”
그러자 안지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묘하게 뒤틀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건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치 이를 감추려는 듯 안지호는 다시금 캔을 들었다.
“그 자식이 뭐라고 했건 크게 왜곡된 건 없을 거야.”
“뭐?”
그렇게 안지호는 대답 없이 그저 맥주를 들이킬 뿐이었다.
* * *
안지호는 15살에 처음으로 연예 매니지먼트사 연습생이 되었다. 그것도 3대 기획사라고 일컫는 RA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학원 오디션을 통한 입사였다.
그리고 그 오디션 지원자 중 합격자는 안지호가 유일했다.
노래는 항상 자신 있었다.
어디를 가든 늘 1등이었으니.
그리고 그건 기획사에 입사하고 난 뒤에도 변함이 없었다.
“지호는 음색이 정말 좋네. 발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이대로만 간다면, 훌륭한 메인 보컬 감이 되겠어.”
월말 평가에서도 늘상 좋은 평만 받았다. 여기에 기획사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 배운 춤 역시 날이 갈수록 놀라운 속도로 늘었다.
물론 그 모든 것엔 안지호의 노력이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연습함과 더불어 목 관리도 항상 철저하게 했다.
주어진 재능에 노력을 겸하면 더욱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래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물론 노력보다 중요한 건 재능이었다.
이 바닥에선 재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안지호는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월말 평가 순위가 또 떨어졌어······.”
“이 자식 진짜 열심히 했는데.”
“아, 매번 연습하는데 결과는 왜 이 모양이지? 야, 지호야. 넌 어떻게 연습하냐?”
한 연습생이 안지호를 향해 물었다.
이에 안지호는 특별한 고민 없이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재능 문제다, 그거.”
서슴지 않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분위기는 찬물 끼얹듯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문제의 그 발언 이후, 해당 이야기는 연습생들 사이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동시에 이 말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안지호는 이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 말에 어딘가 이상한 게 있나 싶었다. 재능이 부족한 거, 맞잖아.
거기에 혹여 자신의 연습에 방해가 된다면, 서슴지 않고 말을 내뱉기도 했다.
그날따라 연습실 내에서 유독 시끄럽게 구는 다른 연습생들을 향해 안지호는 그대로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실력이 어중간하면 닥치고 있던가. 그것도 아니면 노력을 하던가. 거슬리게 조잘대지 말고 나가.”
그러다 보니 평판만 더욱 안 좋아졌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그 뒤로 혼자 다니는 생활이 주를 이었지만, 불편한 건 없었다.
원래도 익숙했던 터라. 놀러 온 것도 아니고 같이 무리를 지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한 회사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하나 결국 모든 건 경쟁이고, 실력이다. 그리고 데뷔를 하는 건 결국 경쟁에서 이기는 놈이다.
“아, 이번 월말도 안지호가 TOP 3이야?”
“성격은 별론데 실력은 확실하네.”
그리고 안지호는 바람대로 거침없이 위를 향해 올라갔고 이내 눈도장을 찍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상한 시비털이가.
“아, 미안. 내가 방금 예약 취소했는데.”
“뭐?”
이화준이 그런 안지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조금 전 안지호가 했던 연습실 예약을 이화준이 의도적으로 취소했다.
“예약이 잘못된 줄 알았지. 아, 그리고 여기 먹은 것 좀 치워라. 이런 건 원래 연습생 후배들이 하는 거야. 알지?”
기세등등한 그 말에 안지호는 어이가 없어 실소했다. 까고 있네.
그렇게 이화준과는 연습하는 내내 종종 부딪혔다. 사실 이는 이화준 무리의 일방적인 시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무시로 일관했다.
그때까지도 안지호는 계속해서 혼자였고, 다른 이들은 그런 안지호를 보며 심각한 마이웨이라며 더욱 꺼려했다.
다가오는 사람도, 다가오려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게 편했다. 자연스러웠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데뷔에 필요한 건 실력.
그것밖에 없었다고 여겼다.
그것 외의 것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찾아왔다.
데뷔의 기회가.
RA 엔터테인먼트 차기 남자 그룹의 데뷔조 멤버로 발탁되었다. 2년을 기다려 얻은 결과였다. 포지션은 아마도 메인 보컬.
하지만 이는 당연하게도 무산되었다.
같이 발탁된 다른 멤버들로 인해서.
“쟤랑 못 해요. 그룹.”
“그 자식은 협동심 같은 게 없어요. 그룹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그거 아니에요?”
“자기 혼자 잘난 맛에 사는 새X잖아. 그렇게 잘났으면 그룹 말고 솔로 하라지.”
4대 1이었다.
나머지 4명의 데뷔조 멤버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안지호랑은 팀을 못 하겠다는.
“그렇게 회사는 널 빼기로 했다.”
그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로 인해 자신은 데뷔조에서 밀려났다. 시작도 전에 기회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이치이듯, 데뷔조 발탁에서 떨어진 연습생에게 있을 곳은 없었다.
“들었어? 안지호 결국 데뷔조에서 방출이래. 나머지 멤버들이 작정하고 단합했단다.”
“단합할 만하지. 나라도 그룹에 그런 멤버 있으면 짜증나서 싫겠다. 마이웨이 쩔잖아.”
“그래도 안지호가 실력은 좋은데. 성격이 별로여서 그렇지.”
“듣자 하니 나머지 데뷔조 애들은 지금 파티 분위기라던데. 폭탄 사라졌다고.”
그 밖에도 사내에서는 안지호를 둔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다. 그 과정에서 있지도 않은 얘기들이 과장되어 부풀려지기도 했다.
- 안지호가 데뷔조 멤버들을 향해 인성질을 시전했기에 데뷔조 멤버들이 단합을 했다.
- 안지호가 성질을 못 참고 멤버들을 휘두르다가 데뷔조에서 짤렸다
─라던가 하는 말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중요치 않았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원인이 무엇이든 결국 자신은 데뷔조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데뷔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 안지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이 모든 상황들이.
재능이 전부 아닌가?
아이돌에 뭐가 더 필요해?
무대에 오르려면 뭐가 더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건데.
그 답을 안지호는 알지 못했다.
* * *
안지호는 그렇게 결국 RA 엔터를 나왔다. 데뷔조까지 결정된 마당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리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뭔가를 할 의지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안지호는 반년을 소리 없이 지냈다.
그 사이 당연하게도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 결국 무대에 서지 못하는데 노래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집과 학교만을 반복했다.
그 때문에 없던 말수가 더욱 없어졌다.
‘포기하는 게 좋을까.’
협동심이 없다면 그룹을 할 수 없다.
그룹이 없으면 결국 무대에 오를 수 없다.
그러니 자신에겐 언제까지고 이런 일이 반복될 테고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도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솔로라는 길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안지호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바라던 건 그런 게 아닌···.
“IN 엔터 오디션, 한번 봐볼래?”
“예?”
그러다가 뜻밖의 기회가 그에게 한번 더 찾아왔다. 그건 바로 IN 엔터 오디션이란 기회였다.
“IN 엔터 쪽에 아는 인맥이 있는데, 이번에 괜찮은 연습생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하더라고. 그쪽에서 남자 그룹 만든다고 한창이라서.”
반년 이상을 떠돌던 안지호를 아깝게 여긴 RA 엔터 소속의 매니저가 안지호에게 제안을 해온 것이었다.
고민이 됐다.
결국 같은 결과만 반복되는 건 아닌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그래서 안지호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지 못했다.
“그래도 노래, 해야 하지 않겠어?”
노래.
그 단어 한 마디에 안지호의 마음이 갈대마냥 흔들렸다. 당연히 하고 싶었다. 노래. 다시 한번 무대에 서고 싶었다.
“할게요.”
“오, 그래. 잘 생각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실력이 너무 아깝잖아.”
실력. 실력.
이제는 잘 모르겠다. 뭐가 뭔지.
결국 중요한 게 뭔지.
그로부터 얼마 뒤, 안지호는 IN 엔터 오디션에 합격했다. 해당 루트의 오디션 합격자는 이번에도 안지호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지호는 다시 한번 연습생이 되었다. IN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우세현을.
그 날, 안지호는 우세현의 첫 월말 평가 무대를 보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시기에 입사한 연습생.
그렇게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우세현을 안지호는 어느새 넋을 놓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재능 쩌네.’
그리고 그 날, 우세현은 결국 1등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