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화. 이 X발 사자!
병실로 들어온 형은 그대로 사자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그냥 보기에도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였다.
“이 X끼!”
“형!”
그렇게 말릴 새도 없이 형은 그대로 사자를 향해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사자의 멱살을 잡아챘다.
“감히 내 동생을 이용해 먹어?”
“잠깐, 잠깐! 진정 좀 하고······.”
“진정?”
“컴다운! 컴다운! 형님! 컴다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자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건지 멱살을 잡은 손을 오히려 더욱 꽉 쥐어 보였다.
“업무? 업무에 관여?”
“형님, 그건 말이지.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지라······.”
“개X끼야. 내 동생 건드리지 마.”
형이 이전보다 더욱 이를 악문 채로 말했다. 가뜩이나 험악했던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여기에 사자는 그렇게 화가 잔뜩 나 있는 형을 보며 곤란하다는 듯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잠깐, 잠깐. 그래도 나름 책임을 가지고 정해진 명이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이 X발아.”
그 순간, 형이 사자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 저런 말은 왜 하는 거냐고!
이대로 두면 정말 한 대 칠 것 같은 분위기라 그 전에 빨리 손을 써야만 했다.
이에 나는 멀쩡한 팔을 부여잡은 채로 작게 탄식했다.
“아!”
“왜 그래? 아파?”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본 형은 곧바로 사자의 멱살을 내동댕이치듯 놓은 채 내게로 다가왔다.
“아니, 조금 팔이 뻐근해서···.”
“뻐근하다고? 움직일 순 있겠어?”
“괜찮아, 그 정도는 돼.”
“하······.”
형이 그렇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뒤를 슬쩍 보니 사자가 이제야 안도한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X발아.”
“응? 나? 나 말하는 거야?”
“그래, X발 사자야.”
아니, 언제부터 사자가 X발 사자가 됐지. 그보다도 오늘따라 형의 입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어, 형. 이왕이면 X발이란 말은 좀 빼는 게···.”
“···사자야.”
“어, 그래. 이제야 좀 듣기 편하다, 형님.”
“X랄 말고 얘 상태, 더 정확히 읊어봐.”
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은 거지.
대충 보니 사자와 내 대화를 일부분 들은 것 같긴 한데 그게 어디서부터인지를 모르겠다.
“일단 현재 상태는 팔과 복부에 타박상을 입은 정도. 아마 빠른 시일,”
“빠른 시일?”
“···정확히 몇 시간 후, 타박상 완전 소멸 예정. 대충 상태는 이래.”
사자가 현재의 정확한 상황을 요약했다. 반응을 보니 다행히 앞선 이야기까지는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결국은 간단한 타박상이었다. 심지어 몇 시간 이내면 소멸 예정이었다. 깨끗하게.
그러니 형에게도 그렇게 화낼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형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하, 타박상······.”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깊게 내쉰다. 그냥 까진 것뿐인데······.
“지금 이 자식 말, 사실이야?”
“응. 몇 시간 후면 완치래.”
“오면서 들었는데 며칠 더 입원해야 한다며.”
“아, 그건 피로 누적 때문인가봐. 괜찮아.”
“며칠이 아니라 일주일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이참에 더 푹 쉴래?”
아니, 푹 쉬긴 뭘 쉬어.
촬영도 아직 다 못 끝냈구만.
게다가 촬영 이외에도 예정된 스케줄이 아직까지 뒤에 더 남아 있었다.
“지금 그깟 스케줄이 문제야?”
“그깟이라니, 그거 엄청 중요한 건데.”
“지금 너보다 중요한 건 없어.”
아니, 그건 좀 오바야, 형.
하지만 여전히 흥분한 모습인 걸 보니 아무래도 연락을 받고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근데 진짜 괜찮아. 게다가 사자가 더 빠르게 나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해줬고.”
“그렇지. 그렇지. 내가 다 조치를 취했어.”
“그거야 당연하지. 저 새X가 이렇게 만든 거나 다름없는데. 그보다도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했냐, 이 새X야.”
형이 다시금 사자를 쏘아봤다.
그러자 사자는 나름 정곡을 찔린 건지 그대로 시선을 돌린 채로 입을 다물었다.
“조치도 어영부영이야. 해줄 거면 아예 깨끗하게 해줬어야지. 몇 시간 뒤에 소멸?”
다시 한번 열이 오른 건지 그 말을 하는 형의 목소리가 다시금 점점 높아졌다. 아니, 이렇게 되면 다시 분위기가···.
“···뭐 필요한 건 없고?”
그래도 다행히 조금 전과 같이 날뛰는 기색은 없었다. 그리고 형은 여전히 안심되지 않는 건지 계속해서 필요한 게 없냐며 아프진 않냐며 말을 반복했다.
이에 나 역시도 괜찮다고, 정말로 아무렇지 않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해줬다. 오히려 형을 너무 놀라게 한 것 같아 미안해졌다.
“근데 나 정말 괜찮아. 팔도 이렇게 돌릴···”
“돌리지 마. 아파.”
형이 그렇게 조용히 내 팔을 잡고 내렸다. 무리해서 크게 돌리는 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통증 없이 돌아가는 편이긴 했다.
“참, 여전히 우애가 좋네.”
“아직도 거기 있었어요?”
“그래, 간다. 가. 이제 가려고 했어. 아무튼 이번 일은 수고했어. 빚을 하나 남긴 셈이군.”
그럼 이참에 꼭 갚던가.
이 정도면 배로 갚아야 하긴 했다.
생각해보면 할 줄 아는 게 많은 사자에게 빚을 남겨두는 건 꽤 이득일지도 몰랐다. 여러모로 써먹을 수 있을 테니.
“그럼 푹 쉬고~”
“앞으론 접근 금지다.”
“···당분간은 좀 사리지.”
“당분간?”
그와 동시에 형이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사자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살짝 물러섰다.
그러고 보니 사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독 형에게 약한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안전을 위해선 한 시라도 빨리 도망가야겠네.”
그렇게 사자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사자는 정말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언제나와 같이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흩어졌다.
도망가는 거 하난 빠르다.
사자가 사라지자 내내 소란스러웠던 병실 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근데 형, 오늘 지방 촬영 아니었어?”
“어. 근데 끝났어.”
형이 나타나서 가장 놀랐던 점이 그거였다. 내가 알기론 오늘 촬영은 지방에서 있었던 촬영이었고, 심지어 막촬······.
“막촬 아니었어?”
“마지막 촬영이었지. 그것도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그럼 뒤풀이는?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야.”
“그런 거 없어.”
형이 단호하게 말했다.
없긴 뭐가 없어. 그래도 막촬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형한텐 연락 좀 늦게 넣으라고 할 걸 그랬다.
“그런 얼굴 하지 마. 정말로 그런 거 없으니까.”
“그래도 촬영은 다 끝난 거지?”
“응.”
그렇다면 일단 다행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형은 말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차분해 보였다.
“아, 엄마랑 아빠는?”
“나중에 같이 오실 거야. 내가 오는 길에 따로 또 연락드렸어.”
“너무 놀라시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멀쩡하잖아.”
“전혀.”
“어?”
“전혀 안 멀쩡해.”
그렇게 분위기가 또다시 가라앉았다.
그와 동시에 형이 다시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떼었다.
“우세현.”
“응.”
“같이 살래? 형이랑.”
* * *
갑작스럽게 형이 뜬금없는 소릴 해왔다. 뜬금없이 같이 살자는 이야기.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어서 순간 사고 회로가 멈췄다.
“어, 형. 나 숙소 살잖아.”
“···그래. 알지.”
“그러니까 당연히 같이는 못 살아.”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서 숙소 생활은 필수불가결한 항목이었다. 게다가 데뷔한 지 이제 2년도 채 안 된 때였고.
평균적으로 아이돌 그룹은 4, 5년 정도 숙소에서 생활을 하는 편이었고, 스케줄 문제나 그 밖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더라도 숙소 생활은 필요했다.
물론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 그룹도 있고, 연차가 차면 자연스럽게 독립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지. 이제 데뷔한 지 2년이지······.”
그렇게 형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앞선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한번 해본 소리였어. 앞선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이미 가까이 살고 있잖아.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코가 닿을 정도까진 아니지.”
그런가. 그래도 그 정도면 상당히 가까운 편인 것 같은데. 여차하면 걸어서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
“형이야말로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이 특수한 경우고 이제는 이런 일 다시 없을 거야.”
“그래. 없어야지.”
하지만 형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자 새···아니, 사자가 앞으로 도움을 청하는 일이 생겨도 다시 받아주지 마.”
“당연히 받을 생각 없어.”
애초에 멤버들이 엮여있지 않았더라면, 이번에도 절대 수용하지 않았을 거였다. 특히나 이런 목숨이 간당간당할 것 같은 일엔 더더욱.
“차라리 나한테 말해.”
“형한테 그걸 왜 말해?”
“뭐든 그 편이 더 나으니까.”
근데 그걸 또 형한테 전화해서 말하는 것도 웃긴 그림이다.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정말 괜찮은 거 맞아?”
형이 다시 한번 확인하듯 그렇게 조용히 물어왔다. 형의 시선은 어느새 내 팔로 향해져 있었다.
배는 옷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팔은 링거로 인해 걷고 있던 지라 상처가 그대로 보였다.
“···붕대가 너무 많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형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걱정과 함께 깊은 한숨이 섞여 있었다.
* * *
정신이 없었다.
처음 연락을 받게 되었을 그때.
동생이 다쳐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순간 우도현은 가슴 속 깊은 속에서부터 철렁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정신없이 향했다.
동생이 있는 곳으로.
하필 오늘 촬영이 지방 촬영이었던 지라 서울까지 올라가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마음 같아선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동생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상황이 따라주질 않았다. 열이 받게도.
‘X발!’
그렇게 초조한 마음속에 몇 시간을 보냈다.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달래기 위해 우도현은 돌아올 리가 없는 메시지를 몇 통이고 보냈다.
[괜찮아?]
[형 지금 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순전히 저를 달래기 위한 용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도현은 핸드폰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도 자신이 어떻게 병실까지 도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빨리,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다가 듣게 되었다.
사자와 우세현의 대화를.
“이 정도 치료야 껌이지. 게다가 업무 관련 일에 휘말린 만큼 책임은 확실하게 질 생각이니까 말이야.”
업무? 책임? 치료?
그 순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동생이 다치게 된 진짜 이유를.
동시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동생이 다친 건 저 망할 사자 새X로 인한 것이었으니. 그것도 분명 터무니없이 위험한 일이었을 거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위험했던 일.
그리고 그대로 사자의 멱살을 잡았다.
그런 저를 보며 옆에서 우세현이 뭐라 말리는 것 같긴 했지만, 지금은 그저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아!”
하지만 아파하는 그 목소리엔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사자의 멱살을 즉시 놓고 달려갔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제대로 한 대 쳤을 거였다. 아니, 마음 같아선 몇 대는 때려야 직성이 풀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환자복을 입고 있는 동생의 얼굴을 보니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화로 채워졌던 그곳에, 이제는 걱정만 쌓여져 갔다.
애초에 사자라는 존재는 이전부터 거슬리는 것이었다. 말만 그럴듯하게 늘어놓지 득이 될 만한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불안하면 불안했지.
마음 같아선 그 놈의 온오프란 것도 되돌리라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자와의 인연을 끊어놓고 싶었다.
‘···같이 살면 좋을 텐데.’
그나마 눈앞에 둬야 지금 쌓인 이 걱정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 같았다. 같이 살면 이딴 일 따위 없도록 할 텐데.
‘애초에 더 가깝게 이사를 해야 했나.’
사실 지금보다 더 가깝게 이사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동생 나름의 존(Zone)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사생이 몰리는 일과 같은 혹시 모를 일도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은 거였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그렇게 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되려 하고 있었다. 지금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숙소. 그렇지, 숙소···.’
여기에 숙소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는 이미 잘 알고 있기에 그것에 관해서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에서 그룹이라는 건 저마다 사정이 달랐다. 그리고 우세현은 이미 우세현 나름의 그룹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것에 관해서는 굳이 침범하지 않고 지켜봐주고 싶었다. 제 동생은 그룹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2년, 그렇다면 앞으로 2년쯤인가···.’
최소한의 연수였다.
앞으로 우세현이 숙소에서 지내게 될.
‘···까마득하군.’
그렇게 우도현은 다시금 미간을 좁혔다.
약 2년.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