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병문안 왔습니다.
회사와 이야기해서 결국 하루 정도만 더 입원을 하기로 했다. 사실 회사는 이틀 정도 쉬는 것도 고려를 했으나 내가 고사했다.
사자의 말 대로 상처도 몇 시간 만에 전부 나았고, 그 사이 맞은 링거 덕분인지 몸도 전혀 피로하지 않았기에.
주변에서는 아무리 타박상이라고 해도 이렇게 반나절 만에 나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했지만, 그냥 원래 상처가 잘 낫는 타입이라 둘러댔다.
“정말 괜찮은 거야?”
“네. 멀쩡해요.”
부모님도 그 사이 병문안을 오셨다.
하루 만에 퇴원할 거라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 건지 결국 오셨다.
“밥은? 잘 먹고 있어?”
“네. 잘 먹고 있어요.”
“못 본 사이 살이 더 빠졌네. 고기,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엄마가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사실 고기라면 이미 잘 먹고 있긴 한데.
“도현이 니가 세현이 좀 먹여.”
“네. 제가 잘 먹일게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과일을 좀 더 많이 사올 걸 그랬어.”
엄마가 사온 과일들을 그대로 아쉽다는 듯 바라보셨다. 근데 사실 이미 저 과일들도 양이 엄청나게 많긴 하다.
형은 어제 온 이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줄곧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피곤할 테니 잠은 집에 가서 자라 했는데도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어제 지방 촬영 갔다 와서 피곤할 텐데.
“과일, 깎아줘?”
“나중에. 아직은 배불러.”
“그럼 먹고 싶을 때 말해.”
그래도 해달라는 건 군말 없이 해주고 있어서 그 점이 편하긴 했다.
그리고 역시나 내가 부상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기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 윈썸 세현, 촬영 중 경미한 부상 입어···현재 치료 후 휴식 중
물론 자세한 경위 같은 건 나가지 않고, 단순히 촬영 중 경미한 부상을 입은 정도라 공표되었다.
[Artist] 세현
전 아주 건강하고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멜로우. (토끼 이모티콘) 아프지도 않고 밥도 잘 먹고 있으니까 곧 다시 멜로우한테 인사하러 갈게요.
- 세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아푸지 마러라 세현아ㅠㅠㅠㅠㅠㅠ
- 세현이 보고 싶다 (눈물) (눈물)
- 건강만 해 세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
- 진짜 괜찮은 거 맞지?ㅜㅜㅜㅜ얼른 나아
걱정하는 멜로우들을 보니 역시나 마음이 무거웠다. 걱정, 너무 많이 안 하셨으면 좋겠는데. 퇴원을 하면 괜찮다는 의미로 바로 라이브를 해야 할 것 같다.
한편, 기사를 보고 의외의 인물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010-1234-4566]
: 세현이 괜찮음?
처음엔 모르는 번호기에 번호가 다시 털렸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해당 번호의 주인은 다름 아닌 권해진이었다.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안 건지 태연하게 안부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누구길래 그렇게 표정이 구려?”
“어, 아니. 그냥 아는 선배님.”
“누군데. 친하게 지내는 선배 있어?”
“아니. 별로 안 친해.”
일단 형에게는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혹여 말했다간 괜히 번호 바꾸라고 할 것 같아서.
“형이 왔다, 우세현!”
“세현이 형! 우리 또 왔어요!”
그리고 멤버들 역시 다음 날 병실을 한번 더 찾아왔다. 다 같이.
“왔어요?”
“앗, 형님도 여전히 계셨네요!”
“으악! 세현이 형, 형님!”
하람이가 잔뜩 놀란 얼굴로 그대로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렇게 소개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안녕하세요, 윤도운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와중에 도운이 형은 침착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역시 리더는 다른 모양이다. 그러자 옆에서 놀라고 있던 하람이도 마찬가지로 꾸벅 인사를 전했다.
“진짜 엄청 잘생기셨네요······.”
“그렇지? 내가 그랬잖아.”
“이제까지 본 연예인 중에 제일 연예인 같아요.”
그렇게 하람이는 여전히 눈을 빛냈다.
근데 화면이랑 비슷하지 않나.
실물을 보고 다시 놀라는 게 조금 신기하긴 했다.
“세현아, 이제 아프진 않아?”
“응. 괜찮아.”
“너무 가까이 가진 마라. 우세현, 불편해.”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앞선 안지호의 말에 차선빈이 그대로 한 발짝 물러섰다. 상처가 걱정됐는지 고개를 쭉 빼고 있던 터였다.
“하루가 뭐냐, 하루가. 이왕 쉴 거면 3일은 쉴 것이지.”
“하루나 쉬는 거지. 게다가 3일은 힘들어서 못 쉬어.”
“아무튼 쓸데없이 부지런해요.”
안지호가 그렇게 나를 보며 혀를 찼다.
그러는 너도 하루 이상은 못 쉴 것 같은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듣지를 않아서요.”
그때 형이 차선빈과 안지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앞선 두 사람을 한 번씩 쳐다보는 듯 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내 동생이지만, 정말 한 고집해.”
“사돈 남말 하지말자.”
“난 그렇게 고집이 없는 편인걸.”
“형이야말로 남의 말을 좀 들을 필요성이 있어.”
“들을 만해야 듣지.”
형이 뻔뻔한 얼굴을 보였다.
결국 그냥 안 듣는다는 얘기였다.
“근데 우세현.”
그때, 안지호가 나를 불렀다.
“그때 거긴 왜 갔던 거냐?”
“어디?”
“비상구.”
아,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한다.
사자가 어느 정도 뒤처리를 했다고 하나 정황상 의문이 드는 부분이긴 했다.
이에 나는 그런 안지호를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스텝이 손이 부족한 것 같아서. 도와주느라 잠깐 같이 움직였던 거야.”
그러자 안지호는 잠시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다음부턴 그런 일이 있으면 사전에 말하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일단 크게 의심하는 기색은 없는 것 같은데. 그 뒤로 안지호는 이와 관련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멤버들은 한동안 병실에 머물렀다. 하지만 아무래도 장소다 장소이다 보니 오래 머물지는 못 했고, 금방 다시 병실을 나서야만 했다.
“우세현, 빨리 집에 들어와. 애기들 기다린다.”
백은찬이 병실 문을 연 채로 나를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앞서 애기들이란, 행운이랑 럭키를 말한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나 없다고 괴롭히지 말고.”
“오케이.”
그렇게 백은찬은 알겠다는 듯 손을 한번 흔들었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이 훅 빠져서 그런가. 멤버들이 가자 다시금 병실이 조용해졌다.
“애기들?”
“내 인형 말하는 거야.”
“무슨 인형인데.”
“전에 형이 줬던 인형이랑 백은찬이 준 인형. 꽤 귀여워서 침대 근처에 놔뒀어.”
“굳이 두 개나 놔둘 필요 있어?”
“귀여운 건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그러자 형이 곧 입을 다물었다.
뭔가 못마땅하다는 얼굴이었다.
지이이이잉─
그때, 형의 폰이 진동했다.
그리고 곧 끊기는 건가 했는데 의외로 진동을 금방 끊기지 않았다.
“형, 폰 울리는데.”
그러자 형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폰을 집어 들었다.
“회사. 나 잠깐 전화 받고 올게.”
“응.”
아무래도 회사에서 연락이 온 모양이었다. 급한 일이라도 잡힌 건가. 그리고 형은 여전히 진동하는 폰과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일 때문에 가려나.’
어제부터 꽤 오래 있었으니.
어차피 내일이면 바로 퇴원이니 저녁엔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 종일 병원에만 있는다는 거 꽤나 피곤한 일이니까.
형이 가면 좀 심심은 하겠지만, 혼자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럭저럭.
똑똑!
그런데 그때,
병실 밖에서부터 누군가 노크를 했다.
누구 올 사람이 더 있던가?
그리고 그렇게 병실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찰나, 얼마 안 있어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아.”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이었다.
동시에 해당 인물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
신도하였다.
병실 안으로 들어선 신도하는 그렇게 나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병문안 왔는데.”
* * *
그렇게 신도하는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생각지도 못한 방문객에 나는 그대로 누워 있던 몸을 빠르게 일으켰다.
“더 누워 있어도 돼.”
“아뇨. 잠깐 그냥 누웠던 겁니다.”
“몸은 좀 괜찮아?”
그렇게 신도하가 내 앞에 와 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뭔가를 내밀었다.
“병문안 선물이야.”
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다발.
분홍색, 노란색과 같은 화려한 색의 꽃들이 가득한 꽃다발이었다.
마찬가지로 예상 못한 선물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일단 그렇게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조화인가요?”
“응. 맞아. 생화는 아무래도 빨리 시드니까.”
다만, 꽃다발 안에 있던 꽃들은 모두 조화였다. 그럼에도 진짜 꽃처럼 예뻤다. 조금씩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어, 아니 근데 신도하한테 병문안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혹시 생화를 더 좋아해?”
“아뇨. 조화도···좋죠.”
“다음엔 진짜 꽃으로 사줄게. 퇴원하면.”
그렇게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생화가 더 예쁘긴 하겠지만···아니 그것보다도 꽃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 아, 그러고 보니 음방에서 꽃다발을 받아보긴 했구나.
“사실 처음엔 과일 같은 걸 생각하긴 했는데, 그건 이미 많이 받았을 것 같아서.”
“아, 많이 있는 편이죠.”
안 그래도 엄마가 사온 과일이 아직도 냉장고에 잔뜩 쌓여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다친 건 이제 완전히 괜찮아진 거야?”
“네. 괜찮습니다. 아픈 곳도 없고요.”
“다행이네. 걱정 많이 했어. 그래도 한동안은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이에 대답 대신 그저 웃어 보였다.
근데 신도하는 바쁘지도 않은가.
병실 위치는 또 어떻게 알고 온 건지.
“혹시 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다 해 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일단 의례상 말을 전했다.
그러자 신도하는 잠시 입을 다문 채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환자복 입고 있는 거 보니 마음이 그러네.”
“그래도 건강합니다.”
“그래. 아프면 안 되지.”
신도하가 그렇게 살짝 미소 지었다.
“근데 혼자야? 병실에 아무도 없네.”
“아, 아뇨. 아마도 형이······.”
드르륵─
그때, 병실의 문이 한번 더 열렸다.
동시에 형이 다시금 안으로 들어왔다.
“야,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그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오던 형이 병실에 있던 신도하를 발견하고선 그대로 말을 멈추었다.
“안녕, 도현아.”
뒤이어 신도하가 그런 형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를 본 형은 빠르게 미간을 좁혔다.
“넌 또 왜 왔어?”
“왜 오긴. 당연히 세현이 병문안이지.”
“병문안?”
“우리 세현이가 다쳤다고 하니 잠이 와야 말이지. 안 올 수가 있나.”
“우리?”
동시에 형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병원에서 다들 왜 이래.
뒤이어 신도하를 노려보던 형의 시선이 내가 가지고 있던 꽃다발로 옮겨졌다.
“그건 뭐야?”
“꽃. 내가 선물로 사왔어.”
“하.”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이내 내 손에서부터 꽃다발을 빠르게 채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급하게 들고 있던 꽃다발을 빠르게 형으로부터 멀찍이 떨어뜨려 두었다.
“잠깐만!”
“내놔. 돌려주게.”
아니, 그래도 병문안 선물이라고 사왔는데 그러는 건 좀 그렇잖아.
“형이 더 크고 좋은 걸로 사줄게. 그러니까 내놔.”
“아니, 좋고 말고가 아니라···.”
“아, 지금 좀 기쁜데.”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와중에 저런 쓸데없는 말이나 하고 앉아 있다. 그리고 그 말이 신경에 거슬린 건지 형은 이전보다 더욱 짜증스러운 얼굴을 했다.
“볼 일 다 봤으면 이제 그만 꺼지지?”
“아직 반의 반도 못 봤는데.”
그렇게 신도하는 그런 형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오히려 근처에 있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보다 도현이 너, 어제부터 있던 거 아니야?”
“안 들려? 나가라고 했잖아.”
“그럼 24시간 넘게 있던 것 같은데. 무리하지 말고 교대하는 게 어때?”
“X랄하고 있다.”
형이 그런 신도하를 비웃었다.
잠깐만, 웬 교대?
“선배님, 계속 계시는 건가요?”
“내일 퇴원인 것 같던데. 그때까지 있을 수 있거든.”
동시에 신도하가 소파에 기댄 채로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오랜만에 세현이랑 좀 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