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티켓팅 경험 있어?
첫 단독 콘서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윈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첫 단콘.
이번에 시작하는 콘서트는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를 순회하는 월드 투어였다.
서울 콘서트는 약 2일 정도로 기간을 잡고 있는 상태였으며, 대관은 이미 완료된 상태였다.
“콘서트?”
“응.”
그리고 소식을 전달 받은 직후, 곧바로 형에게 이를 알렸다. 빨리 알리고 싶어 혼났다. 그도 그럴 게 첫 콘서트니까. 첫 단독 콘서트니까.
“축하해. 기분 엄청 좋아 보이네.”
“응. 엄청 좋아.”
“그렇게 좋아?”
“응.”
콘서트라는 건, 내게 있어서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꿈의 무대였다. 콘서트에 서는 사람들은 모두 멋있었다.
물론 그 시절 내가 봤던 건 루트의 콘서트가 다였지만, 그때의 루트의 콘서트는 정말로 멋있었다.
화려한 무대, 밝게 빛나는 조명, 거기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 그 위의 루트 멤버들.
그 당시 루트는 정말로 멋있었다.
물론 내 눈에만이 아닌 실제로도 엄청 멋있었던 거겠지만.
그래서 어렸을 땐 형의 콘서트를 가는 게 그렇게 좋았다.
“예전부터 그렇게 콘서트를 좋아하더니. 잘됐네.”
“콘서트 멋있잖아. 그 분위기도 좋아.”
“멋있었어?”
“어···멋있었지.”
그러자 형이 입꼬리를 씨익 올린다.
“누가 제일 멋있었는데?”
“난 콘서트가 멋있다고 한 거였는데.”
“그래서 누가 제일 멋있었는데.”
“그러니까 형도 올 거지?”
그리고 이를 들은 형은 이내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알 것 같은데, 원래 그걸 알면 더 해주기 싫고 그런 게 있지 않은가.
“당연히 가야지. 내가 안 가면 누가 가.”
“형이 한국에 있을 때 해서 다행이다.”
“이틀이라고 했었나?”
“응.”
대충 형 일정 맞을 때로 티켓 보내주면 되겠지. 드라마가 종영됐어도 형은 여전히 바쁜 것 같았다. 듣자 하니 조만간 광고도 찍는다는 것 같았고.
“일단 세트리스트. 세트리스트가 중요해.”
“타이핑 담당자 어서 등장하시죠.”
“내가 왜 타이핑 담당자냐.”
“지호 형이 가장 타이핑 빠르잖아용.”
신하람이 그대로 안지호를 콕 찝어 가리키며 말했다. 알다시피 타자 속도가 가장 빠른 게 안지호였기에.
콘서트가 확정된 이후에는 멤버들과 세트리스트에 관해 회의를 하기도 했다. 각자 이 곡만큼은 반드시 하고 싶다, 이런 게 있을 테니까.
“재생, 스트레이어, 위닝샷, 블루 트래블, 페이스 오프!”
“그건 타이틀곡들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거잖아.”
“안지호가 얼마나 빠르게 적나 한번 해봤어요. 적었냐?”
“유의미한 의견만 말하라고. 유의미한 의견.”
안지호가 미간을 한껏 좁힌 채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방금 전 백은찬이 말한 곡들이 화면에 모두 착실하게 타이핑되어 있었다.
“근데 콘서트라는 게 단어만으로도 꽤 두근두근하게 만드네.”
“예전엔 가는 관객 입장이었는데.”
“아, 연습생 때 인터니티 형들 콘서트 간 적 있었죠!”
“그때 진짜 좋았다, 봉도 엄청 흔들고.”
얘길 들어보니 연습생 때 다들 인터니티 콘서트에 가본 적이 있던 모양이었다. 물론 안지호는 빼고. 안지호나 나나 IN에서 연습 기간이 다소 짧은 터라.
“아, 우세현 넌 루트 콘서트 많이 갔었다고 했었지.”
“응.”
“엄청 어렸을 때부터 갔겠네요?”
“한국에서 하는 콘서트는 거의 무조건 갔었으니까.”
해외 콘서트도 갈 수 있던 상황이면 부모님이랑 같이 가곤 했었고.
“흠흠. 그런 의미에서 난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단다.”
“갑자기 그 말투는 뭐예요?”
“그래. 잘 들어줘.”
백은찬이 쓸데없이 목소리를 진지하게 깔고 있었다. 뭐가 하고 싶길래 저래.
“바로 티켓팅이야.”
“티켓팅?”
“응. 우리 콘서트 티켓팅.”
아, 우리 콘서트 티켓팅.
“직접 해보고 싶다는 거야?”
“그렇지. 그거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에이, 당연히 쉽지 않겠지. 근데 도전하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겠냐? 게다가 혹시 또 모르잖아. 내가 또 의외로 성공할지도~?”
백은찬은 그렇게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보다도 티켓팅 경험이 있긴 한 건가.
“아닝. 첨인뎅.”
그래서 나오는 자신감이구나.
그보다도 목소리는 왜 저래?
“이 형, 오늘 목소리 왜 이래. 그보다도 처음이면서 뭔 자신감이에요?”
“콘서트 티켓팅이 워낙 빡세다는 말이 많으니까. 한번 해서 이제 성공하면, 우리 팬 분들께 드리고 하는 거지!”
자컨 아이디어냐.
“헐, 그거 괜찮은데? 이거 자컨으로 찍자고 할까?”
“자컨으로 괜찮긴 하겠다. 한번 말씀드려볼까?”
“오, 좋다. 도운이 형. 당장 추진하시죠.”
어째 흐름이 정말로 티켓팅 전쟁에 참전하는 흐름이었다. 물론 자컨 아이디어로 나쁘진 않지만, 문제는 한 사람이라도 성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거다.
“그 전에 잠깐만요. 티켓팅 경험 있는 사람은? 있어?”
그런 내 말에 순간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아니, 잠깐만 정말로 한 명도 없는 거냐.
“우세현, 넌?”
“···일단 있긴 있어.”
“헉, 세현이 형 티켓팅 해본 적 있어요?”
“···응.”
꽤 오래전이지만···.
근데 그게, 사실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음. 그렇지.
“그럼 우세현만 믿으면 되겠네!”
“야, 아니야. 그게 아니라···.”
“경험자 믿고 가면 되겠네요!”
“아니, 그게···.”
“그럼 자컨으로 바로 말씀드려볼게.”
아니, 제발 내 말 좀···.
그 사이 멤버들은 어째서인지 아까보다 더 의욕에 찬 얼굴로 앞으로 찍을 이 티켓팅 자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회의실은 다시 한번 왁자지껄해졌다.
이제는 티켓팅 방법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지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야, 근데.”
그러던 도중, 안지호가 입을 열었다.
“타이핑은 도대체 언제 하는 거냐?”
완벽하게 잊고 있었다.
* * *
얼마 뒤, 윈썸의 첫 콘서트 소식이 기사를 통해 공개되었다.
- [공식] 윈썸, 데뷔 이후 첫 콘서트 선보인다···오는 11월 고척돔 첫 단독 콘서트
- 윈썸, 첫 번째 단독 콘서트···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등 전 세계 월드 투어 예정
- ㅁㅊ 윈썸 콘서트
- 드디어 콘서트ㅠㅠㅠㅠㅠㅠㅠ얼른 와라 얘들아ㅠㅠㅠㅠㅠㅠ
- 오 윈썸 이제 투어 도는구나
- 와 첫콘부터 바로 고척? 윈썸 인기 엄청 많나보네
- 체조 건너 뛰고 고척이야? 미쳤네 다 채울 수 있는 거 맞음?
└ ㅇㅇ 가능할 걸 윈썸 초동만 백만인데
- 윈썸 아직 신인 축이지 않음? 체조에서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딱 봐도 소속사에서 욕심 냈네
└ 뭔소리야 체조면 자리 부족함 윈썸은 고척이 맞음
└└ 잘 모르나 본데 체조 두배가 고척임
- ㅋㅋㅋ알못들이 나대네 윈썸이면 무조건 고척임ㅋㅋㅋㅋㅋ요즘 유입 최고가 윈썸이랑 체이스인데ㅋㅋㅋㅋㅋ
- 매진 못 시킬 것 같은데ㅋㅋㅋㅋ
이번 콘서트 장소는 바로 고척 스카이돔이었다. 고척돔에서 2일.
대략적으로 회당 2만 명 정도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니 양일 관객이 약 4만 명은 된다는 얘기였다. 상당히 많은 숫자였다.
콘서트까지는 아직 약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지금이 10월이니까.
10월, 10월 하니 떠오르는 건데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아, 오늘 자컨 완전 기대된다.”
“그 자컨?”
“엉. 그 자컨.”
그리고 오늘은 앞서 백은찬이 말한 대로 ‘그 자컨’의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바로 콘서트 티켓팅 자컨 촬영.
그 날 회의 이후 회사에 제안을 한 결과, 실제로 오케이가 떨어진 덕에 곧바로 공식 컨텐츠가 되었다.
“내가 봤는데 이게 새고하는 타이밍이 상당히 중요하대.”
“그 사이트는 새고 안 해도 돼.”
“아, 새고 안 해도 되는 거였어?”
“응. 정각되면 자동으로 바뀐다.”
그러자 백은찬이 곧 ‘오-’하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건 그냥 검색하면 나오는 거다.
아직은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은 상태였다. 티켓팅을 할 장소에 도착하면 거기서부터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근데 세현이 형은 언제 해본 거예요?”
“뭘?”
“티켓팅이요. 전에 해봤다고 했었잖아요.”
상당히 오래전이었다.
그것도 엄청, 오래전.
“초등학교 때.”
“엥? 애기 때 한 거예요?”
“애기는 아니고.”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그때가 아마 첫 티켓팅이었을 거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해당 티켓팅의 가수는 루트였다.
“형님네 콘서트 티켓팅을 했다고?”
“굳이 왜 했는데? 티켓 주시잖아.”
“그때는 몰랐거든요.”
형이 표를 주는 건지.
당시에 형이 콘서트를 한다는 걸 부모님을 통해 듣고 난 뒤, 곧바로 난 엄마에게 물었다.
그래서 거긴 어떻게 가는 거냐고.
그런데 엄마는 보통 콘서트는 어떻게 가는 건지를 묻는 줄 아셨는지 티켓팅을 하여 티켓을 구해 갈 수 있는 것이라 답했다.
‘···그리고 생각했지. 티켓을 구해야겠다고.’
그때 나는 형의 콘서트를 가고 싶었다. 그런데 티켓이 손에 없다. 그럼 구해야지. 이러한 사고 회로로 티켓팅을 준비했다.
그래서 그 날부터 혼자 티켓팅에 관해 인터넷에도 열심히 쳐보고, 아이디는 어떻게 만드는 건지 물어보는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결정적으로 내가 티켓팅을 준비한다는 걸 부모님 역시 알게 되었으나 그때는 그냥 파이팅이라는 말만 하실 뿐,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성공?”
“아니. 당연히 실패.”
“와우, 실패했구나.”
결과는 당연히 광탈이었다.
와중에 너무 떨어서 새로 고침도 두 번 눌렀다. 완벽하게 망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대로 창도 못 본 채로 티켓팅은 종료가 되었고, 그때부터 다음날까지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혔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만큼 우울해한 적이 없던 것 같다. 나중에 형 콘서트에 갈 수 있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을 때 들었던 그 안도감은 가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게 내 생애 첫 티켓팅이었다.
“그래도 결국 갈 수 있게 됐으니 해피 엔딩이네.”
“어쨌건 티켓팅은 광탈이니까.”
“그럼 그때 이후로는 한번도 안 했어요?”
해보긴 해봤다. 그 뒤로도 한번쯤은.
왠지 모르게 승부욕 같은 게 들어서.
하지만 역시나 결과는 비슷했다.
어쨌건 티켓팅과 관련해서 좋은 기억은 그다지 없다.
“야, 그래도 혹시 또 모르지. 오늘은 대박으로 성공할지도?”
“오늘도 실패일 것 같은데.”
“야야, 안지호. 쉿. 쉿.”
“됐어. 어차피 크게 기대 안 해.”
성공해서 멜로우들께 드리고 싶긴 한데, 그래도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해볼 생각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 도착했다. 얘들아.”
그리고 곧 차량이 정차했다.
마침내 오늘의 티켓팅 장소에 도착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