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매진되었습니다.
오늘의 티켓팅을 위해 컴퓨터 6대를 준비했다. 티켓팅 시간은 오후 8시. 그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는 상태였다.
‘미리 세팅을 해둬야지.’
시작하기 전에 티켓팅 사이트의 서버 시간이나 초록창 시계를 미리 띄워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혹시나 팝업이 차단되지는 않았는지, 로그인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 등 여러 가지 확인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세현이는 뭔가 바쁜데?”
“아직 못한 게 많아서요.”
“이거 로그인 계속 유지로 시켜놔야 하는 거 맞죠?”
“형들, 몇 초에 새로 고침 할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 질문들이 난무했다. 와중에 차선빈은 ‘티켓팅 성공하는 법’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을 꽤나 진지한 얼굴로 읽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새 티켓팅 시작 5분 전이 되었다.
“야, 무통 입금인 거 다들 알지?”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잖아.”
“오, 안지호. 좀 아는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지호는 여전히 태연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여기에 하람이도 재밌을 것 같다면서 잔뜩 기대하고 있는 얼굴이었고.
“1분 남았다!”
그 순간, 백은찬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에 나는 다시금 화면에 집중했다.
조금 긴장되네.
사전에 서버 시간을 통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조금 더 긴장되는 감이 있었다.
괜히 예전 티켓팅 생각도 나고.
“한 명이라도 성공을 해보자.”
“뭐야, 우세현 엄청 비장한데?”
“세현이 긴장했어?”
그러자 멤버들이 그 자리에서 나를 한번씩 살펴봤다. 그렇게 크게 긴장은 안 했지만, 나름 손에 땀이 나긴 한다.
“긴장했네. 우세현.”
안지호가 그렇게 여전히 화면에 시선을 둔 채로 피식 웃었다. 그렇게 크게는 안 했다니까.
“괜찮아, 세현아. 내가 꼭 성공할게.”
차선빈이 열의를 다져 보였다.
그래, 사람이 6명이나 되는데 누구 하나는 성공하겠지. 일단 그 누구 중 하나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긴 하다만.
“야, 50초대다. 카운트다운 들어간다.”
그리고 백은찬의 주도하에 본격적으로 카운트다운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0초간의 카운트다운이 이루어진 후, 마침내 화면이 자동으로 바뀌면서 [예매하기] 버튼이 등장했다.
‘지금!’
Click!
* * *
“악!”
누군가 소리를 내질렀다.
바로 하람이었다.
“···형들 이거 왜 이래요? 예매하기 버튼이 안 뜨는데요?”
목소리부터 잔뜩 당황한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왜냐면, 지금은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그리고 그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00초로 바뀐 일순간 잠시 침묵이 일었었다.
그렇게 내 눈앞에는 지금 엄청난 숫자의 대기 인원 페이지가 떠 있는 상태였다. 약 302,304명이라는. 여기에 대기 예상 시간은 무려 58분이었다.
‘아, 이거 느낌이 안 좋은···.’
그런데, 갑자기 빠른 속도로 대기 인원과 예상 시간이 쭉쭉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얼마 안 가 예매 페이지가 열렸다.
‘대박!’
지금까지 티켓팅 예매창을 한번도 보지 못한 게 한 세월이었는데! 처음으로 일자와 회수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됐어!
‘···아니, 침착해. 아직은 일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직 좌석표로 넘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침착하게 다음 버튼을 클릭하고, 잠깐의 로딩이 생길 찰나.
마침내 좌석표까지 떴다!
이게 말로만 듣던 간택?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일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누르는 족족 온통 이선좌, 이미 선택된 좌석뿐이었기에.
“아, 좌석표에서 멈췄어!”
“로그 아웃이···왜···.”
마찬가지로 다른 멤버들의 티켓팅 결과도 꽤나 처참한 듯 했다.
그래도 나름 좌석표까지 떴으니 어떻게든 넘어가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국 끝날 때까지도 이선좌만 보다 티켓팅은 끝이 났다. 발전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
“세현아.”
그러던 중, 차선빈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차선빈이 자신의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된 거야?”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은 남아 있었다. 바로 차선빈의 성공이었다.
* * *
혼란의 콘서트 티켓팅이 끝난 직후, 곧바로 그와 관련된 기사가 하나둘씩 뜨기 시작했다. 바로 콘서트 매진 소식이었다.
- 윈썸, 첫 단독 콘서트 티켓 선예매 만으로도 전석 매진···사이트 서버 다운 잇따라
- 윈썸 콘서트, 티켓팅 위해 서버 증설했으나 계속된 사이트 마비로 예매 혼선
- 윈썸콘 매진 됐다 ㅅㅂ 그렇게 자리 남아돌거라더니ㅋㅋㅋㅋㅋㅋ
- 하 진짜 내 생애 최악의 티켓팅이었다 ㅈㄴ 페이지가 안 넘어가
└ 서버 증설한 거 맞음? 걍 유리 서버던데ㅡㅡ
└ 이선좌 이결좌만 존나 보다가 걍 끝났음 성공한 사람들 ㄹㅇ 신기해
└ 오늘부터 취켓팅 돌입이다ㅠㅠㅠ
- 윈썸 자리 널널할 거라 하던 애들 다 어디감ㅡㅡ ㅈㄴ 자리 부족하잖아
└ ㄹㅇ 4층은 가능할 거라더니 4층도 못 보고 끝남
- 이거 추가 회차 같은 거 안 열어주겠지?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다.
약 4만 명에 달하는 좌석이 모두 채웠다는 거였다. 오직 선예매로.
예매에 실패한 건 아쉬웠지만, 뒤이어 온 매진 소식은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진이라니. 그래서 내 자리가 없었···아니, 내 자리는 있긴 한데···.
여기에 티켓팅 도전도 성공적이었다.
차선빈의 성공 덕분이었다.
비록 한 장이긴 하나 사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멜로우들에게 드릴 티켓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지어 1층 좌석이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1층에 들어갈 생각을 했다니.
“소질 있는 것 같아.”
“뭐가?”
“티켓팅. 소질이 있어.”
그 말을 들은 차선빈이 곧 뿌듯한 얼굴을 보였다. 그래, 잘했어. 진짜 잘했어. 그 뒤로도 차선빈은 한동안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선빈이 형, 진짜 미쳤어요.”
“안 되겠다, 야. 기념으로 한 장 찍자!”
그 김에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솔직히 이건 찍을 만했다.
길이길이 남길 만하다.
첫 콘서트 매진도 기념할 겸.
─ 그래서? 넌 결국 실패했고?
“실패···라기보단 표를 못 구한 거지.”
─ 그게 그거지.
정곡을 찌르네.
티켓팅 결과가 궁금했는지 그 날, 촬영을 하던 형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상당히 치열했다고. 나 그래도 좌석표도 봤어.”
─ 좌석표를 봤어? 장족의 발전인데.
“거기까지 간 것도 꽤 대단한 거라고. 형은 좌석표도 못 볼 것 같은데.”
─ 글쎄.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형도 티켓팅해 본 적 없지?”
─ 당연히 없지. 뭐, 니가 표를 안 준다면 할 의향은 있었어.
“그럴 일은 없으니 의향이 아예 없던 거네.”
─ 그렇게 따지자면 그렇지.
형이 낮게 웃었다.
─ 그래도 확실히 장족의 발전이긴 해. 어렸을 땐 너, 루트 콘서트 표 못 구했다고 울었잖아.
“···울긴 누가 울었다고 그래?”
─ 울먹울먹해서 형 콘서트 못 간다고 나한테 전화도 했는데. 기억 안 나?
사실 기억 난다.
기억나는데···쪽팔리잖아.
─ 그래서 내가 표 들고 직접 집에 갔잖아.
“그래. 그랬었지······.”
─ 기억나나 보네?
또렷하게 나는 터라 할 말이 없었다.
생각보다 기억이 강렬했던 모양이다.
─ 기대된다. 콘서트.
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형의 목소리에는 정말로 기대감 같은 게 잔뜩 배어있었다. 기대, 많이 하면 좋지.
“그, 오늘은 광고 촬영이라고 했었나?”
─ 응. 커피 광고.
꽤나 유명한 커피 브랜드였다.
그럼 조만간 TV로도 볼 수 있겠네.
그 뒤로 조금 더 통화하다가 이내 촬영에 들어간다는 형의 말에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보니 신도하한테도 표를 줘야 할 것 같은데.’
그간 알게 모르게 도움받은 게 많다. 지난번엔 병문안도 직접 왔었고. 그러니 초대권을 보내는 게 맞긴 한데.
‘형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겠지.’
그 점이 좀 걸리는 부분이긴 하다.
그렇지만 신도하에게도 예의상 표는 보낼 생각이었다. 워낙 바쁜 선배님이시니 시간이 맞을지 모르겠다만.
하지만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만나게 되었다. 신도하와. 그것도 작업실에서.
“콘서트 표라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콘서트 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장 받으러 가겠다라고 하는 통에. 그래도 이런 건 직접 주는 게 나으니 딱히 거절하는 것 없이 내가 가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기사 보고 내내 궁금했거든. 내심 표를 받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어.”
“드려야죠.”
그간 얽힌 게 많다 보니.
“기분 좋은데.”
신도하가 그렇게 웃어 보였다.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 조금 신이 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공연을 많이 해서 그런가 보는 것도 꽤 좋아하는 모양이다.
작업실의 풍경은 지난번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별자리 그림이 있고, 루트의 사진이 있고. 그래도 두 번째라고 이전보다 낯설음이 적었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하나 있는데. 지난번에 못 물어본 게 있어서.”
그때, 커피를 마시던 신도하가 무언가 떠올랐단 듯이 말했다. 못 물어본 거?
“이전에 다친 거. 그거 왜 다친 거야?”
다소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퇴원한 지 좀 된 이 시점에선.
“내내 궁금했거든. 왜 다친 건지. 그때는 그럴 틈이 없어서 못 물어봤지만.”
그럴 틈이 없긴 했지.
형하고 싸우는 통에.
물론 그때 다치게 된 것에 관해서는 기사로는 단순히 촬영 중 부상이라는 말만 나왔으니 궁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냥 계단에서 헛딛었어요.”
“아, 계단.”
그러자 신도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더니 곧 나를 조용히 응시한 채로 말했다.
“그래, 계단이구나.”
“네. 계단에서요.”
“다음부턴 조심하도록 해. 뭐든 건강이 최고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신도하는 다시 앞에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앞선 내 말에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유에 관해 완벽하게 수긍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부 다 말한 건 아니라는 걸, 아는 느낌. 하지만 그래 봤자 어느 정도는 사실이니까.
그리고 커피를 다 마시고 난 다음엔,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신도하가 배웅을 해주겠다고 하는 통에 일단 같이 나왔다.
“10월이라 그런지 이제 좀 시원하네.”
앞선 신도하의 말처럼 바깥바람이 선선했다. 그리고 그러다가 문득 근처에 있던 모 브랜드 신발 매장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음, 그러고 보니.
“왜 그래?”
“아, 아뇨. 잠깐 생각난 게 있어서요.”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생일이었지.
10월 하니까 다시 한번 떠올랐다.
10월 24일.
얼마 안 남은 그 날짜는 바로 차선빈의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