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화. 그래서, 지금 어디라고?
차선빈의 생일인 24일까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전에 깜짝 생일 파티에 관해 물었을 때, 긍정적으로 대답했으니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할 생각이었다.
차선빈의 깜짝 생일 파티.
멤버들과 다 같이.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보다도 숙소에서 할 거예요? 아님 연습실에서 할까요?”
“연습실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숙소보다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일을 축하해줄지 그것에 관해 의논이 들어갔다. 물론 이것조차 쉽지 않았다.
일단 요즘은 매일 다 같이 연습실에서 살았던 터라 차선빈이 없는 틈을 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오, 차선빈~같이 편의점 갈래?”
“편의점?”
“엉. 형이 오늘 먹고 싶은 게 있단다.”
그렇게 백은찬이 이쪽을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케이크는 딸기 올려진 거면 되겠죠?”
“많이 올려진 걸로 하자. 안에도 꽉꽉 차 있는 걸로.”
“하긴, 선빈이도 딸기 엄청 좋아하니까.”
그렇게 깜짝 생일 파티에 필요한 케이크나 고깔, 폭죽 등을 하나씩 준비해갔다.
여기에 생일이 다가오자 회사 근처 정류장 광고판도 하나둘씩 차선빈의 얼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보는데도 잘생겼다.
그리고 생일 당일인 24일.
그날도 마찬가지로 연습이 있었다.
“선빈이 오늘 생일인데, 라이브 할 거지?”
“네. 조금 이따가 저녁에 하려고요.”
“그래. 생일 축하해~”
회사 직원들의 축하에 차선빈이 그대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저녁엔 생일 라이브를 할 테니 파티는 그 전에 하는 게 낫겠군.’
일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괜찮을 것 같았다.
“야, 우세현. 잠깐 이리 와 봐.”
백은찬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동시에 목소리는 무슨 비밀이야기를 하는 마냥 한껏 낮춘 채였다.
“저녁 전에 파티해야 하잖아.”
“응.”
“그러니까 파티 준비하는 동안 니가 차선빈 좀 데리고 있어.”
“아, 알겠어.”
파티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연습실에서 할 예정이었다. 대략적인 계획을 말하자면, 내가 잠시 차선빈을 붙잡고 있는 동안 멤버들은 파티를 준비.
그리고나서 우리가 돌아오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가 등장한다는 전형적인 레퍼토리였다.
근데 이거 놀라려나.
그 부분이 좀 걱정이긴 했다.
“준비 다 되면 신호 보낼 테니까 그때까지 되도록 꽉 잡고 있어라.”
“알겠다.”
이에 백은찬이 만족스런 표정을 보였다.
준비가 끝나면, 곧바로 내게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럼 그대로 차선빈을 데리고 연습실로 가면 계획 이행 완료였다.
“근데 차선빈은 어딨는데?”
“어, 그러네? 얘 어디 갔냐?”
그런데 계획을 실행하려는 순간, 차선빈이 보이질 않았다. 중간에 화장실이라도 간 건지.
“내가 찾아서 시간 끌고 있을게.”
“오케이. 그럼 나중에 보자.”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차선빈을 찾기 위해 연습실을 나섰다.
* * *
생일 파티가 전까지 붙잡아 놓기 위해 차선빈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보이질 않았다.
‘어디 간 거지.’
대충 있을 만한 곳을 가봤는데, 보이질 않았다. 혹시 잠깐 회사 밖으로 나갔나.
[우세현]
: 너 어디야?
일단 톡을 보내봤다.
그런데 보낸 지 얼마 안 되어 ‘1’이 사라짐과 동시에 답장이 왔다.
[선빈이]
: 지금 4층 카페 지나고 있어
4층 카페?
좋아. 그럼 일단 거기로 가야겠군.
그렇게 차선빈이 있다는 4층으로 향했다. 대충 루트를 보니 연습실로 오는 길인 것 같은데, 그 전에 선수를 쳐야 했다.
‘없는데?’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차선빈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 사이 이동한 건가.
[우세현]
: 어디야? 너 안 보이는데
그러자 곧 ‘1’이 사라진다.
다행히도 여전히 답장은 빨랐다.
[선빈이]
: 중간에 팀장님 만나서 한 층 올라왔어
한 층 위면, 5층.
파티를 준비 중인 연습실은 10층이었다.
아직까진 다행히 거리가 있었다.
[우세현]
: 내가 지금 갈게
그렇게 손가락을 빠르게 놀린 뒤, 다시금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야말로 차선빈을 만날 수 있는···.
‘···없다.’
하지만 어찌 된 건지 그곳에서도 차선빈은 만날 수 없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이거 뭔가 술래잡기하는 기분인데···.’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금 연락을 해보려는데, 그 순간 차선빈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응.”
─ 미안해. 세현아, 팀장님이 연습실까지 같이 가자고 하셔서.
“아, 그래서 지금 어딘데?”
─ 지금? 아, 이제 곧 10층···.
악!
“선빈아!”
─ 응?
“나 지금 니가 너무 보고 싶어.”
─ ···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거기서 떨어지라고.
* * *
순간 나도 모르게 당황한 탓이었다.
당황해서 그냥 막 질렀다.
그 순간, 10층 연습실이라는 말을 듣는데 그냥 머리가 멍해졌다. 마치 뭐에 맞은 것처럼.
그러니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니, 진짜로 그 순간은 차선빈이 너무 보고 싶었다고.
“무슨 일이야?”
“어, 아니.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도 그 덕에 다행히 차선빈과 만나는데 성공했다. 그 전화를 받고 난 뒤, 차선빈은 원래 있던 10층에서 내가 있던 5층까지 빠르게 넘어왔다.
‘그래, 일단 붙드는 데는 성공했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이 다음엔 어떻게···아.
“선빈아, 옥상 정원 잠깐 어때.”
“옥상 정원?”
“응.”
IN 엔터테인먼트 옥상은 일반적인 건물 옥상과 달리 꽤나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라 직원들이나 연습생들도 이따금씩 종종 드나들곤 했었다. 나도 몇 번 간 적이 있었고.
왜 옥상 정원이냐 하면, 그냥 거기가 시간 때우기 가장 좋기 때문이었다. 괜히 건물 내부에 있다가 조금 전과 같이 팀장님을 만나거나 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좋아.”
이러한 뜬금없는 제안을 차선빈은 다행히 흔쾌히 동의했다. 일단은 한시름 놓았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보는 옥상의 풍경은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옥상 정원 형식으로 잘 꾸며놨기에 언제나 간간히 사람이 있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일단 여기 좀 있다가···.’
그런데 그때, 차선빈이 어딘가로 빠르게 향했다. 그러더니 곧 나를 불렀다.
“왜?”
“여기. 여기 엄청 좋거든.”
여기?
그리고 그런 차선빈을 뒤따라 입구에서부터 조금 걸었다. 이후 저 멀리 구석 한 켠에 있는 테이블 하나를 발견했다.
“이런 곳이 있었네.”
“응.”
동시에 차선빈은 테이블 앞으로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많이 와 본 건가.
“연습생 때 혼자 자주 와봤어.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여긴 항상 비어있더라고. 근데 여기서 보는 전망이 꽤 좋아.”
“아, 너만의 장소 같은 거야?”
“나만의 장소?”
나만이 알고 있는, 그런 소중한 장소 같은 거. 대충 그런 의미의 장소.
그 말에 차선빈은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럼 나름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건데, 나한테 이렇게 알려줘도 되나.
“어, 오히려 알려주고 싶었는데.”
차선빈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건 좀 고마운데.
“근데 여기가 테이블이 좁아서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둘도 될 것 같은데.”
“아.”
그대로 차선빈을 조금 밀었더니 대충 둘이 앉을 만한 적당한 공간이 나왔다. 둘이 앉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걸 보니 정말 매일 혼자 왔던 모양이다.
“슬럼프가 올 때마다 오곤 했었어. 여기 앉아 있다 보면 힐링 되는 기분이라.”
차선빈이 그렇게 앞에 보이는 하늘에 시선을 응시한 채로 말했다.
“여긴 언제 와도 변한 게 없어.”
이후 차선빈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보였다. 그렇지만 정말 앞서 말한 대로 여기서 보는 하늘은 예뻤다.
그나저나 슬럼프 때 마다라면, 어쩌면 꽤 오래 전부터 이곳에 왔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때,
갑작스럽게 폰이 진동했다.
백은찬이었다.
[은차닝]
: ㅇㄷ?
[우세현]
: 옥상
[은차닝]
: ㅇㅋ
준비가 끝났다는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아직인 건가. 혹시 모르니 조금 더 시간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이제 갈까?”
“뭐?”
이어서 차선빈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니, 잠깐만. 아직은 안 돼.
아직 신호가 오지 않았다.
“좀 더 있다가 가자.”
“어, 그럴까?”
“응.”
그런 내 말에 차선빈이 살짝 미소 지었다. 내가 맡은 바대로 준비 전까진 최대한 잡아두어야 했다.
‘그리고···.’
말은 안 했지만, 파티 건과 별개로 아쉬움이 한껏 남은 얼굴이었기에. 차선빈이.
“근데 여기 진짜 좋다. 차분해지네.”
“응. 그래서 나도 좋아해. 한번 앉으면 몇 시간씩 앉아있다 갔거든. 아, 여기 하늘도 엄청 잘 보여.”
기분이 좋은지 오늘따라 말수가 많았다. 근데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긴 했다. 그만큼 좋았다.
“근데 선물은 갖고 싶은 거 정말 없어?”
“선물?”
“응.”
이전에도 물은 적이 있었지만, 역시나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래서 사실 선물은 이미 내 맘대로 샀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물어봤다.
“있어. 방금 하나 생각났어.”
아니, 진짜로 생각이 난 거냐.
이미 선물이 가방 안에 있긴 한데···.
그래도 뭐, 까짓거 두 개 주면 되는 거니까 그냥 개의치 않기도 했다.
“뭔데?”
“생일 축하.”
“생일 축하?”
“응. 그거면 돼.”
그렇게 차선빈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축하한다는 말, 아직 안 했었나.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거라면 너무나도 간단했다.
“생일 축하해. 선빈아.”
그 말을 들은 차선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얼굴로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고마워.”
그리고 정말 선물을 그런 걸로 퉁쳐도 되는 건지 묻자 차선빈은 여전히 개의치 않는 얼굴로 말했다.
“충분해.”
그리고 작게 웃어 보였다.
얘는 정말 웃는 것도 잘생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일찍 말해 줄 걸 그랬다.
─쾅!
그와 동시에 저 너머에 있던 옥상 문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이어서 차선빈과 나의 시선이 소리 난 쪽을 향했다.
···아니, 왜 거기서 나오는 거야.
이어서 열린 문 앞에는 케이크과 폭죽을 든 멤버들이 한껏 신이 난 얼굴로 서 있었다.
* * *
“차선빈, 생일 축축축축!”
“축축축축!”
“축하해.”
고깔모자를 쓴 멤버들이 그대로 차선빈을 향해 케이크를 들어 보였다. 딸기와 하트 장식이 주를 이루는 생크림 케이크였다.
“자자, 너도 이거 쓰고~”
“오늘의 주인공! 고깔모자예요~”
그걸 본 차선빈은 꽤나 놀란 얼굴이었다. 물론 나도 놀랐다. 연습실이라더니, 장소가 언제 바뀐 거냐.
이어서 하람이가 가지고 있던 고깔모자를 곧바로 차선빈 머리에 씌워주었다.
“야, 완전 놀란 모양인데?”
“예상 전혀 못 했어?”
“네. 전혀 못 했어요.”
“일단 초부터 꺼요, 초부터!”
아무래도 옥상이다 보니 바람이 꽤 많이 불어왔다. 이어서 차선빈은 눈앞에서 살랑이는 초 두 개를 잠시 바라보는 듯 하더니 이내 작게 불어 껐다.
그와 동시에 백은찬과 신하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있던 폭죽을 요란하게 터뜨렸다.
“생일 축하한다, 차선빈! 너도 이제야 형이랑 동갑이 됐구나.”
“축하해요! 원래는 저랑 동갑이었는데~ 이렇게 또 한 사람이 가네요~”
“동갑인 사람 아직 한 명 더 있잖아.”
“맞아요. 세현이 형!”
만으로만 동갑이다. 만으로만.
아직 내 생일까지 2개월가량이 남아 있던 터라.
“아, 선물은 내려가서 줄게. 원래 연습실에서 하려고 했는데, 너랑 우세현이 여기 있다고 하길래. 여기서 하는 것도 좋겠다~싶어서.”
백은찬이 그렇게 나를 향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라면 진작 진작 이야기하라고.
“고마워. 엄청 좋다.”
차선빈이 그렇게 기쁜 듯 웃어 보였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굉장히 밝은 미소였다.
이 정도면 매년 하는 것도 괜찮을 지도···.
“그럼 바로 여기서 케이크 자를까?”
“오케이! 자, 칼을 들어라, 차선빈!”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과 높은 하늘을 등진 채로 차선빈의 깜짝 생일 파티를 이어 나갔다.
* * *
차선빈의 생일 선물은 신발이었다.
둘러보다가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은 운동화가 있길래. 마침 사이즈도 알고 있고 하니 적당할 것 같아 그걸로 결정했다.
[멤버들에게 선물이요? 받았어요.]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있었던 생일 라이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를 언급했다. 더불어서 깜짝 생일 파티에 관한 것도.
[멤버들이 생일 파티를 해줬는데, 그게 너무 좋았어요. 축하도 물론 좋았지만, 그냥 그 순간 모든 게 좋았던 것 같아요.]
- 선빈이 생파한 거 진짜 좋았나부다ㅠㅠㅠㅠㅠㅠ입꼬리가 완전 올라갔어ㅠㅠㅠㅠㅠ
- 애들끼리 생파한 거 왜 이렇게 몽글몽글하냐ㅠㅠㅠㅠㅠ양심 없이 끼고 싶다
- 선물 뭐 받았는지도 궁금하다ㅠㅠㅠㅠ
- 선빈아 생일 축하해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생일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멜로우 분들도 오늘 하루 저만큼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차선빈, 조근조근하네. 왠지 좀 난입하고 싶어지는데.”
“안 돼.”
“형이 난입하면 하는 순간 난장판 돼서 안 돼요.”
“그래 놓고 같이 동참할 거 다 안다.”
“에이, 할 거면 같이 해야죠!”
마찬가지로 그런 차선빈의 생일 라이브를 멤버들과 함께 시청했다. 옆에선 백은찬이 난입하고 싶은 욕구를 열심히 참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신었어?”
“응.”
그리고 차선빈은 내가 선물한 운동화를 그 날 바로 착용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운동화는 어디서든 줄기차게 볼 수 있었다.
오죽하면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선빈이는 요즘 저 신발만 신는 것 같다며 팬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선물한 입장에선 보기 좋지만.
그리고 콘서트 준비는 그 뒤로도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었고, 마침내 11월. 디데이를 맞이했다.
[WINSOME 1st WORLD TOUR : ‘Through Time’ In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