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Through Time (1)
우도현은 오늘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아침부터 햇빛이 쨍쨍하니 날씨도 좋을뿐더러 그 덕인지 불어오는 바람도 그다지 서늘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콘서트를 관람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는 드라마 종영 후 광고나 인터뷰와 같이 여러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지만, 오늘 있는 이 일정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고 또 중요했다.
그런 그의 손에는 현재 콘서트 양일 티켓이 쥐어져 있는 상태였다.
‘어제 콘서트, 오늘 콘서트 다르지.’
무조건 올콘이었다.
사실 처음에 동생에게 받을 티켓은 한 장뿐일 예정이었다.
여기에 우세현은 우도현에게 첫날과 막날 중 언제 일정이 되냐고 물었고, 우도현은 이내 그런 동생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둘 다 내놔.’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그의 일정은 중요 일정으로 꽉 꽉 채워져 있었다. 동생의 구연동화 발표는 당연하게도 어제와 오늘 모두 다를 테니까.
“도착했다, 도현아.”
그리고 얼마 안 가, 콘서트 장소에 도착했다. 고척 스카이돔. 오랜만에 찾은 공연장이었다.
[WINSOME 1st WORLD TOUR : ‘Through Time’ In SEOUL]
공연장 곳곳에는 윈썸 멤버들의 사진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코 동생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를 전부 보지는 못했다. 되도록 주변의 눈에 띄지 않아야 했기에.
“저 남자, 우도현 아니야? 우도현?”
“X친, 우도현 맞는 거 같은데?”
물론 아예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없었다. 차량에서 내려 고작 몇 걸음 갔을 뿐인데도 주변에선 금세 우도현을 알아봤다.
당연하게도 마스크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 이들의 시선은 우도현에게로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너무 잘생기면 마스크도 안 통하나 보다.”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말이었다. 공연장 앞에 걸린 사진을 조금 더 감상하고 싶었던 터라.
그렇게 우도현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공연 시작 전,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시간에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우도현이 앉게 될 좌석은 초대석.
가족이나 지인 등이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된 특별 구역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보이는 달갑지 않은 얼굴에 우도현의 미간이 그 즉시 구겨졌다.
“안녕, 도현아.”
신도하였다.
그는 마찬가지로 초대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사에도 우도현은 별다른 대답 없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이에 착석했다.
신도하가 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우세현이 사전에 말을 해주었기에.
사실 우세현은 자신의 형과 신도하가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초대를 하려 했으나 양일을 전부 오겠다는 우도현에 의해 그 계획은 무산되고 말했다.
와중에 자리가 가까웠다.
반면, 그런 두 사람의 좌석은 마치 섬 마냥 다른 좌석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오늘 엄청 기대되지 않아?”
와중에 신도하가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기대감에 잔뜩 부푼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게 우도현으로써는 상당히 거슬렸다.
“기대돼.”
“하긴, 세현이 무대인데. 당연히 잘하겠지. 오히려 너무 잘할까봐 좀 걱정이야.”
“그게 왜 걱정인데.”
“떨릴까봐.”
그 순간, 우도현이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그렇게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내었다.
“아, 그리고 밖에 걸린 사진. 세현이 엄청 멋있더라고.”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다시금 짜증이 치솟았다. 제가 못 본 포스터. 그걸 신도하가 봤다고 하니 짜증이 배로 났다. 역시 보고 올 걸 그랬다.
“마음 같아선 양일 전부 오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어.”
“아쉽게도?”
“그래. 아쉽게도.”
그 말에 우도현이 잠시 실소했다.
아쉽게도라니, 신도하라면 분명 오고자 했으면 충분히 오는 게 가능했을 터였다.
“세현이가 하루만 오라고 했으니 얌전히 따라야지.”
아, 이 새X.
그냥 욕할까?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때, 그런 두 사람 근처로 누군가 인사를 하러 왔다. 다름 아닌 윈썸의 선배 그룹인 인터니티의 김재현이었다.
그 역시도 오늘 있는 윈썸의 콘서트에 초대가 된 바였다.
그리고 김재현은 지금, 한껏 신이 난 상태였다. 그에게 있어 루트는 어렸을 때부터 봤던 우상이었기에.
“안녕하세요.”
우도현이 마찬가지로 인사를 전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띤 얼굴이었다. 옆에 있던 신도하 역시 나란히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들, 오늘 멋있으십니다!”
말이 막 나왔다.
그만큼 김재현은 지금 진정이 안 되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김재현을 우도현은 잠시 천천히 응시하였다.
“고마워요. 재현 씨 얘기, 동생한테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우도현의 말에 김재현은 다시금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재현이 떠나자 주변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동시에 신도하가 옆에 있던 우도현을 바라본 채로 턱을 괴었다.
“여전히 후배들한테 인기가 많네.”
“일단 선배니까 인사하러 온 거겠지.”
“단순히 그렇다고 하기엔 엄청 좋아하던데?”
그렇게 신도하는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고, 우도현은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돔은.”
뒤이어 신도하가 공연장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간 여러 공연장을 가보긴 했으나 이처럼 고척돔에 오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괜히 예전 생각나고 그러네. 여기서 공연했을 때.”
“추억 회상은 별로 안 좋아해.”
“원래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보정되는 거잖아. 실제로 좋기도 했지만.”
신도하는 그렇게 머리를 괴었다.
마치 지난 공연을 회상하는 듯한 얼굴로.
5명이 무대를 했었을 그때를.
“그동안 무대 생각은 안 났어?”
“뭐?”
어이없는 그 물음에 우도현은 순간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냥. 무대 선 지 오래됐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신도하의 시선은 여전히 무대 중앙에 가 있었다. 이에 우도현은 일말의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다지.”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조명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가 나오던 스크린도 어느새 꺼진 상태였다.
그리고 들리는 엄청난 크기의 함성.
윈썸의 첫 콘서트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 *
조명이 모두 꺼진 어두운 공간 속.
그 안에서 빛나는 건 오로지 눈앞에 있는 전광판뿐이었다.
이에 멜로우들은 그대로 숨을 죽인 채 첫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오는 오프닝 VCR 영상.
이와 함께 다시금 함성이 시작되었다.
오프닝 VCR 영상에서는 로마 문자가 새겨진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시계가 조금씩 제 바늘을 움직이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그리고 그때, 그 거대한 시계 앞으로 윈썸 멤버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등장한 멤버들은 검은색 타이에 네이비색 베스트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여기에 금색의 동그란 외눈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은 저마다 다른 시간 속을 걷는 중이었다. 그런 멤버들의 뒤로는 긴박한 사운드의 BGM이 흘러나오고 있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주었다.
이어서 멤버들은 어딘가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런 그들의 앞엔 작은 모래시계 하나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대로 모래를 흩뿌리고 있는 모래시계. 하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모래는 멤버마다 그 양을 달리했다.
그 중, 가장 적은 모래량을 가지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우세현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는 그 모래에, 우세현은 고민 없이 자신의 모래시계를 리셋시켰다.
─뚝!
그러자 곧바로 정지하는 거대한 시계.
동시에 이를 인지한 차선빈이 그 즉시 자신의 시계를 돌렸다.
이후에 신하람, 백은찬, 안지호, 마지막으로 윤도운 순으로 자신의 모래시계를 리셋시켰고, 이내 시간은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그때, 멈춰있던 초침과 분침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느 시간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1시 31분]
그것은 바로 1시 31분이었다.
이것은 곧 윈썸의 데뷔일인 1월 31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저 편에 있던 문이 열리며, 멤버들은 다시금 그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이 멤버들을 감쌌을 때, 그 순간 무대 위에선 이윽고 오프닝 곡인 ‘재생 (Replay)’의 인트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정지된 시간 속에]
[영원히 멈춘 바늘]
[움직이지 않는 바늘은]
[그렇게 조용히 숨을 쉬어]
무대 위에선 금빛으로 수놓아진 하얀색 제복을 입은 멤버들이 뒤로 보이는 거대한 버드나무를 배경으로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재생되는 시간 속엔]
[모든 것이 유효해]
이어지는 LED 무대 배경 화면 속에는 까만 밤하늘과 함께 빛나는 별빛들이 버드나무를 빛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에 우세현의 모습이 잡혔다. 동시에 이를 본 멜로우들은 놀란 얼굴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화면 속 우세현의 머리가 파란 머리였기에.
“우세현 파란 머리야!”
“세현이 찐 파머예요?”
이를 보던 멜로우들은 곧바로 환호했다.
데뷔 무대 때와 마찬가지로 그레이빛이 도는 은은한 파란색 머리에 눈 밑으로 보이는 반짝이.
“존X 잘생겼네.”
객석에 있던 멜로우들은 이를 보며 그렇게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만큼 시선이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아이돌 마냥 반짝반짝하면서도 차갑게 내려앉은 분위기가 그 안에서 물씬 풍겨져 나왔다.
[이 바늘이 있는 곳 위에]
[그곳 위에 하얗게 내리는 눈에]
[움직였던 시간은 정지해.]
여기에 실감 나는 쌩 라이브.
숨소리까지 하나하나 전해져 오는 라이브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다.
“세현이는 진짜 폐 두 개 아니야?”
“이 정도면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야.”
[움직이는 시계를 따라]
[그 Flow를 따라 느리게 이동하는]
[이 시간의 흐름]
랩 파트가 시작되자 등장한 차선빈.
그런 차선빈은 은발에 노란색 컬러렌즈를 착용한 채였다. 날카로운 그 눈빛은 그야말로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차가웠다.
거기에 낮게 깔린 저음과 선명한 딕션이 그대로 공연장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런 차선빈의 뒤에서부터 안지호가 마치 순번을 바꾸듯 등장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나오는 강한 함성.
그 순간, LED 화면 속 빛나던 버드나무의 빛이 사라지고 어두운 밤하늘만이 자리했다.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도록]
[정지된 시간을 그대로 돌려.]
그렇게 안지호는 몽환적이고 아련한 멜로디라인에 맞춰 부드러운 안무를 선보였다.
이때 안지호의 목소리의 끝에 우세현의 화음이 살짝 들어가며, 두 사람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공연장 안을 울렸다.
그리고 시간이 움직이자 다시금 빛나기 시작한 버드나무.
그리고 마지막엔 멤버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주저앉았고, 그때 등 뒤의 버드나무가 제 잎을 흩날리면서 무대가 다시 암전되었다.
[1시 31분]
여전히 시계는 1시 31분을 가리킨 채로.
* * *
이후에 ‘이질감 (Unbalance)’을 포함한 수록곡 2곡 정도를 더 하고 난 뒤에, 잠시 중간 멘트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공연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와, 첫날부터 정말 열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아, 수건 감사합니다, 세현 씨.]
[시작부터 너무 재밌어요! 콘서트는 처음인데, 정말 맨날 맨날 하고 싶을 정도예요! 아, 수건 고마워요. 세현이 형.]
그렇게 수건을 받아든 백은찬과 신하람이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빡센 안무 때문인지 멤버들의 이마엔 벌써부터 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 저희 콘서트의 테마는 바로 ‘Through Time’인데요. 말 그대로 시간을 테마로 하고 있어요. 시간은 넘나든다는 컨셉이죠.]
[이제 매 무대마다 저희가 시간을 넘나드는 거예요. 아까 오프닝 VCR에서도 보셨죠? 저희가 막, 이렇게-이렇게-]
[각자의 시간 속에 있다가 한곳에 모이게 되는 겁니다.]
[지호야, 그거 내 대사야.]
[···내 대사가 아니었네요.]
[오늘 근데 멜로우 봉이 너무 예뻐요.]
[야, 세현아. 아직 내 대사가 안 끝났어. 아, 근데 여러분 세현이 머리 예쁘지 않아요?]
그와 동시에 파란 머리를 한 우세현이 전광판에 잡히고, 이윽고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무대를 덮쳤다.
그리고 우세현은 뒤를 돌아 전광판을 한번 확인하더니 이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X친, 너무 귀여워!”
“아, 진짜 왜 저렇게 잘생겼어···.”
멜로우들은 저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걸 너무나도 아쉬워하고 있었으나, 그 안에서 찍덕들은 이와 같은 우세현의 모습을 찍기 바빴다.
[감사합니다. 은찬이 머리도 예쁘죠?]
뒤이어 화면에 잡힌 백은찬은 그대로 중앙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해 보였다. 연갈색 머리의 백은찬은 평소와 다르게 이마를 살짝 드러낸 채였다.
“다, 예뻐!!!!!!!!!!!!!!!!!!!”
그 순간, 팬석에서부터 들려오는 광활한 외침에 멜로우들은 물론이고 멤버들 역시 웃음 지었다.
그리고 잠깐의 멘트 후, 다시금 이어지는 무대. 그 무대는 앞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무대였다.
[그럼 다시 한번 달려볼까요~?]
[바로 가시죠!]
그렇게 다시 꺼진 조명.
뒤이어 새로운 VCR이 등장했다.
하지만 해당 VCR에는 6명이 아닌 3명 만의 모습만이 등장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건, 윤도운이었다.
저 멀리 있는 희미한 문을 향해 윤도운은 그렇게 천천히 걸어갔고, 그런 그의 뒤로는 3시 18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가 보였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건 안지호.
마찬가지로 안지호 역시 윤도운과 똑같은 문을 향해 걸어갔고, 뒤에 있던 시계는 4시 5분을 가리켰다.
“저거 혹시 애들 생일 아니야?”
“아, 그렇네. 3월 18일이랑 4월 5일.”
그제서야 멤버들의 시간에 관한 미스터리가 풀렸다. 뒤에 있던 시계는 바로 멤버 개인의 생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생일이자 각자에게 부여된 시간이었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우세현.
아니나 다를까, 우세현의 시간은 앞서 예측한 대로 12시 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는 무대 위에는 앞서 VCR에 나왔던 3명의 멤버가 자리하고 있었다.
동시에 이러한 멤버들의 모습에 팬석은 다시금 웅성대기 시작했다.
“세현이랑 지호랑 도운이!”
“세 명만? 유닛 아냐? 유닛?”
“X친. 보컬 유닛?”
그 순간, 앞서 나와 있는 3명의 멤버의 무대가 이제 곧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