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Through Time (2)
유닛 무대가 시작되자 엄청난 크기의 함성이 무대 위 세 멤버에게로 쏟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유닛 무대에 이를 보던 멜로우들은 더욱더 큰 함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무려 보컬 조합이었다.
우세현, 안지호, 윤도운의 보컬 조합.
그야말로 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그리고 그건 초대석에 있던 신도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시작도 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껏 올라간 기대감에.
그리고 그때, 마침내 무대 위로 유닛 무대의 인트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신도하 역시 시선을 더욱 집중했다.
이윽고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곡의 인트로.
‘네.’
유닛 무대의 선곡은 바로 ‘In Dreams’란 곡이었다. ‘In Dreams’는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며, 특유의 아련함을 가지고 있는 남자 솔로곡이었다.
이 곡은 아련한 가사에 비해 멜로디 라인이 꽤나 달콤한 축에 속했다.
그리고 그에 맞게 무대 위 LED 배경에는 지금, 연핑크빛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세 개의 계단이 준비가 놓여 있었고, 각 계단 근처로는 색색깔의 꽃들이 마치 화원처럼 원형을 이룬 채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우세현과 안지호, 윤도운은 꽃으로 둘러싸인 그 계단에 앉아있었다.
시작은 우세현이었다.
[늘 같은 꿈속의 행복]
[너와 함께하는 이 행복은]
[오로지 꿈속에만 존재하나봐]
[그걸 알면서도 난 계속해서]
[이곳을 떠나지 못해.]
부드럽고도 감미로운 음색이었다.
정말로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큰 성량에 신도하는 자연스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 위 세 사람은 모두 통일된 색상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우세현은 펑퍼짐한 핏의 화이트색 셔츠와 연핑크색 타이, 안지호는 핑크색 셔츠에 화이트 자켓, 윤도운은 핑크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화면에 잡힌 우세현은 파란 머리에 화이트 셔츠를 입은 채, 왼쪽 귀에는 작은 드롭 이어링을 하고 있었다.
우세현은 그대로 자신의 앞에 있는 카메라를 향해 그대로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순간, 귀에 있던 이어링이 흔들리며 반짝였다.
“세현이 오늘 멋있는데.”
신도하가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파란 머리였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더욱더 눈에 띄는 것 같았다.
평소보다 더욱 반짝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더불어 지금 입고 있는 의상 또한 우세현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런 신도하의 말에도 우도현은 그저 말없이 무대만을 응시했다.
[이만큼만, 오늘만큼만]
[이 정도만 행복하다면]
[내 현실과 바꿀게]
[그러니 계속 내 옆에 있어줘.]
안지호가 이내 리드미컬한 비트에 맞춰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In Dreams]
[수많은 꿈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너와 나.]
뒤이어 윤도운의 청아한 음색이 다음을 뒤받쳤다. 달달한 멜로디가 윤도운의 음색과 조화롭게 어울려 듣는 이의 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색이 다 다르군.’
귀를 사로잡을 만한 독특한 음색에 안정적인 보컬인 안지호, 여기에 청아한 음색, 기본이 확실히 잡힌 듯한 윤도운.
거기에 우세현.
세 명의 보컬은 그렇게 자신 만의 색을 확고히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이 노래 안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었다.
뒤이어 후반 부분에 이르자 세 멤버 모두 자리에서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함성이 다시금 커졌고,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난 멤버들은 그대로 무대 중앙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이내 중앙에서 만난 세 멤버.
세 사람은 그렇게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내었고, 이후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우세현의 고음이 연이어 터졌다.
[In Dreams]
[이대로 계속 꿈꾸기를]
[깨어나지 않아도 좋을 꿈을.]
전율이 일을 정도로 좋았다.
단단하고도 깔끔한, 그리고 풍부한 그 고음이었다. 마치 무언가 벅차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에.
섬세한 감정 표현, 풍부한 성량, 깔끔한 고음 처리, 정확한 박자 감각.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여기에 우세현의 노래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듣는 이의 귀를, 시선을 집중시킬 만한 특별한 무언가가.
‘역시 떨린다니까.’
그렇게 화면에 잡힌 우세현의 모습에 신도하는 그대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이전에 봤을 때보다 실력이 더욱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무대였다. 정말로 한 달 내내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렇게 우세현의 목소리는 공연장 안을 단숨에 채웠고, 뒤이어 당연하다는 듯이 커다란 함성이 이어졌다.
마치 꿈속과 같이 둥둥 떠다니는 분홍빛 구름들과 주변에 장식된 수많은 꽃들.
이 가운데서 세 멤버는 다시금 조화로운 화음으로 무대의 끝을 장식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곡이었나.”
신도하가 옆에 있던 우도현을 향해 말했다. 그때까지도 신도하는 여전히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였다.
“굉장히 좋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우도현은 그저 피식하고 한번 웃을 뿐이었다.
“당연하지.”
무대 시작 이래 우도현이 처음으로 입을 뗀 순간이었다. 앞선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건, 우도현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 * *
다음 VCR 영상으로는 차선빈과 백은찬, 신하람의 모습이 등장했다. 세 사람이 준비한 댄스 유닛 무대였다.
VCR 속에서 차선빈은 10시 24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고 있었으며, 백은찬은 6시 16분, 신하람은 9시 10분의 시계가 저 멀리서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대 위로 등장한 세 사람.
선곡은 ‘Climax (클라이맥스)’라는 팝송이었다. 전체적으로 그루브한 리듬감이 많이 가미되어 있는 팝송이었다.
이에 차선빈은 단추를 몇 개 풀은 블랙 셔츠를 하나 만을 입은 채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고, 백은찬은 목 티 위에 블랙 자켓을 걸쳤다.
그리고 신하람은 소매가 넓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어 움직일 때마다 소매가 펄럭거렸다.
음악이 시작되자, 어두워진 무대 위에서 오로지 3개의 조명만이 멤버들을 비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칼과 같이 완벽한 군무.
[Like a Climax]
[On the Top]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안무에, 그대로 가운데 있던 차선빈의 그레이빛 머리칼이 살짝 흔들렸다.
전반적으로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해내는 곡이었다.
이에 차선빈이 한번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함성은 말로 이룰 수 없을 만큼 컸다.
다시 말해 엄청나게 잘생겼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 더.
다시 무대에 올라서기 전, 도운이 형과 안지호와 함께 앞선 멤버들의 무대를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
거기에 백은찬은 오늘따라 유독 몸이 가벼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다 같은 안무임에도 불구하고 몸놀림이 유독 가벼웠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로 다가온 카메라에 백은찬은 곧바로 이를 향해 한껏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커지는 함성.
뒤이어 차선빈과 백은찬이 서로를 마주 본 채 하이파이브를 함과 동시에 뒤에서부터 신하람이 등장했다.
그때 신하람은 사전에 준비해둔 검은색 스틱을 꺼내 들었다. 고급스러운 골드 손잡이로 이루어진 블랙 스틱이었다.
동시에 손에 든 스틱을 이용한 격동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그렇게 스틱은 보는 이가 놀랄 만큼 멤버들의 손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We'll go up]
[This is not a Climax]
‘저거 할 때 되게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스틱을 사용하려 하니 연습이 조금 필요한 감이 있었다. 은근 스틱이 무겁다고 하던데, 지금 보니 전혀 그런 기색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렇게 잠시 멤버들의 무대를 감상했다. 잠깐 본 것 같은데, 어느새 무대는 정말로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끝없는 함성이 계속해서 공연장을 울렸다.
* * *
[여러분, 어때요? 재밌으신가요?]
[재밌으시다면, 봉 한번 반짝 반짝!]
[형, 이거 중앙제어 시스템이에요.]
[아, 그럼 반짝반짝 못해요?]
반짝, 반짝!
그 순간, 눈앞에서 멜로우들의 봉이 반짝거렸다. 요즘은 거의 중앙 제어 시스템 형식이라 응원봉의 색이 무대에 따라 자주 바뀌었다. 지금은 예쁜 하얀색.
유닛 무대 이후, 위닝샷, 블루 트래블 등 연속으로 이어지는 무대를 마쳤다. 어느새 콘서트의 중반부를 훌쩍 넘은 시점이었다.
공연장의 열기 때문인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열기는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지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즐거웠다.
노래를 많이 부를 수 있고, 많이 무대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았다.
콘서트 무대라는 건, 이렇게 생각 이상으로 상상 이상으로 좋은 거구나.
[자, 그럼 바로 다음 곡으로 가볼까요?]
[다음 곡은 어떤 곡이죠?]
[이곳 돔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그런 무대죠.]
그와 동시에 환호성이 들렸다.
다음 무대는 바로 정규 1집의 수록곡인 ‘별무리(Stars)’였다. 지난번 라이브 클립을 찍기도 했던 곡.
그렇게 제목에 맞게 별이 수놓아진 배경에 제각기 놓여진 별자리 의자에 앉아 무대를 할 예정에 있었다.
‘세번째.’
내가 앉을 자리는 3번째 자리였다.
그리고 그렇게 어두운 공간 속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잠시 뒤 다시 조명이 켜지며 주변이 밝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밝아진 조명과 함께 눈앞에 있던 멜로우들이 이전과 다르게 뭔가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슬로건······.’
바로 이벤트 슬로건이었다.
오늘의 콘서트를 위해 멜로우들이 비밀리에 준비한 우리를 위한 슬로건 이벤트였다.
[멜로우의 목적지는 윈썸♥]
멜로우의 목적지는 윈썸.
그 글귀를 읽는 순간, 가슴 속 깊은 속에서부터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멜로우의 목적지는 윈썸.
팬송인 ‘나의 목적지’를 이용한 문구였다.
그렇게 그라운드 좌석부터 4층 좌석까지. 멜로우의 슬로건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광경에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는데, 문득 옆을 보니 멤버들 역시 넋을 놓은 채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져 있는 상태였는데, 오프를 해둔 터라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떠한 기분인지는 알 것 같았다.
다들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만큼 예쁜 광경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현실 감각이 조금 떨어졌다. 이러한 광경을 무대 위에서, 이렇게 보게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오프가 없었더라면, 평생 볼 수 없는 광경이었을 것이었다. 평생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을 거다.
이 광경을, 이 순간을 계속 느낄 수만 있다면 그깟 작은 부작용 따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계속해서 이 순간에 머물고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별무리’의 무대.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수많은 별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 멀리 있는 그것이]
[나의 별이야]
[나만의 별이야.]
[별이 가득한 이 별무리 속에서]
[그 반짝임을 너와 함께 볼래.]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1절의 경우, 정해진 자리에 앉아 부르기로 되어 있었지만 2절의 경우 정해진 동선에 따라 움직이기로 되어 있었으니까.
그렇게 무대 위를 걷고 있던 도중, 팬들에게서 슬로건을 건네받았다.
“가져가도 돼요?”
“당연하지!”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안 줘도 돼! 가져!”
이에 슬로건을 건네주신 팬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전했다. 나중에 보니 어느새 멤버들도 슬로건을 하나씩 손에 쥔 채였다.
그렇게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무대가 조금씩 끝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그건 바로 응원봉 파도타기.
“미쳤다!”
이를 보던 백은찬이 순간적으로 소리쳤다. 응원봉이 빛이 저 멀리서부터 물결처럼 파도치고 있었다.
이처럼 눈앞에 있던 수많은 슬로건들은 그렇게 마치 별과 같이 반짝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