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Through Time (3)
“아, 정말 너무 깜짝 놀랐어요.”
“언제 이런 걸 준비하신 거예요!”
‘별무리’ 무대가 끝난 이후, 멤버들은 아까보다 더욱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저마다 멘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더불어 마지막엔 슬로건을 든 채로 팬들이랑 다 같이 사진도 찍었다. 고척돔 전체가 슬로건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다시 벅차올랐다.
문구도 너무 좋다.
멜로우의 목적지는 윈썸.
그리고 다 같이 그 슬로건을 들고 사진도 찍었다. 사실 한 장이 아니라 몇 장이고 찍고 싶었는데, 시간상 불가능했다.
이어서도 준비된 무대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마지막 무대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마지막 앵콜곡 하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앵콜, 앵콜, 앵콜!]
불이 꺼진 뒤, 스테이지 밑에선 앵콜 준비로 한창 분주했다. 그동안 팬석에서는 연신 앵콜을 연호했다.
“이쪽이요, 이쪽!”
“조금만 빠르게 이동할게요!”
그리고 정신없이 이어지는 준비 끝에, 우리는 마침내 스테이지 위로 다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그때, 저 위에 있던 전광판이 밝아지며 준비되어 있던 마지막 VCR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전에 봤던 로마 숫자가 새겨진 고풍스러운 시계의 모습. 이때 시계의 바늘은 1시 31분에 정지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금 움직임을 보이는 바늘. 이내 시곗바늘은 째깍이는 소리를 내며 어느 숫자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멤버들의 모습.
그렇게 의자에 앉아 있는 멤버들의 얼굴이 한 명씩 화면에 잡히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과 화면에 등장하였다.
[Hidden Time]
그와 동시에 마지막 곡인 ‘나의 목적지 (Always with you)’의 전주가 무대 위로 울려 퍼졌다.
* * *
[이 밤은 헤매지 않고]
[그렇게 너를 잃지 않고 너에게로 갈게]
[나의 목적지인 너를 찾아]
[Always be with you.]
반짝이는 꽃가루들이 그대로 춤을 추며 무대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엔딩곡인 ‘나의 목적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더욱 오래, 더욱 끝까지 보고 싶었다. 계속해서 눈에 담고 싶었다.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옆을 보니 눈가가 촉촉해진 도운이 형이 보였다. 조명을 받아서인지 더욱 잘 보였다.
백은찬과 하람이는 보는 내가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벅찬 미소를 짓고 있었고, 차선빈과 안지호는 입가를 살짝 미소를 띤 채로 멜로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제각기 다른 표정들이었지만, 그 모든 게 팬들로부터 얻은 감정이라는 건 동일했다. 멜로우로부터 온 감정.
생각을 읽은 순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단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끝나는 게 아쉽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엔딩곡까지 모두 끝나자 동시에 무대 위로 커다란 막 같은 것이 내려오면서 마침내 콘서트가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이에 막이 다 내릴 때까지 멤버들과 함께 멜로우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끝까지 아쉬웠기에.
“아, 아쉽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백은찬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쉬워?”
“응. 이래서 2일, 3일 하는 건가봐.”
첫날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더 컸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내일이면 벌써 막콘이다.
“얘들아, 지금 그 착장대로 사진 한번씩 찍자.”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매니저 형이 멤버들을 다시 모았다. 마지막 엔딩곡에서는 콘서트 굿즈 티와 함께 저마다 동물 머리띠를 착용했기에.
순서대로 도운이 형은 양, 안지호는 고양이, 백은찬은 강아지, 차선빈은 호랑이, 하람이는 다람쥐, 그리고 나는 토끼 머리띠를 썼다.
물론 어떠한 머리띠를 쓸지 멤버가 직접 정한 건 아니었다.
평소 팬들 사이에서 멤버와 자주 매칭되는 동물들을 스텝들이 선정해준 건데, 사실 이미 너무 유명한 바라 대충 어떤 머리띠를 쓰게 될지 다들 알고 있었다.
“다음엔 바꿔서 써볼까.”
“뭘? 머리띠?”
“응.”
한 번쯤은 강아지를 써보는 것도···.
아니, 토끼를 원하시는 분들이 서운해하시려나.
“자, 그럼 사진 몇 장 찍을게요.”
그리고 그대로 멤버들과 함께 첫콘을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해당 사진은 당연히 공식 SNS에도 업로드가 될 예정이었다.
“듣자 하니 내일은 왕관이더라.”
“엔딩곡?”
“엉.”
왕관이라.
너무 눈에 띄는 건 아니었음 좋겠네.
WINSOME @WINSOME_INENT
첫 콘서트, Through time!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히히
내일도 또 같이 뛰어 놀아봐용 (이모티콘)
[단체 사진.jpg]
#은찬 #윈썸 #Eunchan #WINSOME
#Throughtime
그리고 나서 업로드용 셀카도 몇 장 찍었다. 조금 이따가 글 올리면서 같이 올려야겠다.
“세현아.”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있는데, 그 순간 뒤에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형이 다가와 서 있었다.
“형 왔어?”
그런데 그런 형 뒤로 신도하가 따라오고 있었다. 어, 잠깐. 둘이 같이 오는 건가.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안녕, 세현아.”
“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콘서트 잘 봤어. 엄청 멋있던데.”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이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끝나도 얼굴은 한 번 볼 줄 알았지만, 이렇게 형과 같이 셋이서 삼자대면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운 건 아니지?”
“안 울었어.”
“눈이 좀 촉촉한 것 같길래.”
형이 그대로 입꼬리를 올렸다.
좀 벅차긴 했는데, 그래도 울진 않았다. 울기보다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울면 안 되지.”
그와 동시에 신도하가 내게 뭔가를 건넸다. 다름 아닌 꽃다발이었다. 꽃이 풍성한 아주 화려한 꽃다발을.
이거 설마 지난번에 이야기한 그거인가.
“지난번에 준다고 약속했었잖아.”
“아, 예. 그랬었죠.”
“콘서트 축하 기념이야.”
“감사합니다.”
그렇게 신도하에게서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전에 말했던 대로 생화였다. 일단 축하 선물이니 고맙게 받기로 했다. 근데 이거 나중에 인증 뭐, 그런 거 해야 하나.
“줘, 형이 들게.”
형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 품에 있던 꽃다발을 가리켰다. 이에 어차피 나중에 사진도 찍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내가 갖고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 형의 폰이 진동했다.
뒤이어 형이 폰을 꺼내 이를 확인했다.
“엄마야.”
“아, 혹시 나 안 받아서 형한테 했나?”
“그런가봐.”
부모님은 내일 막콘에 오시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형이랑 같이 관람. 하지만 오늘 콘서트가 궁금하셨던 건지 끝나자마자 전화가 걸려 왔다.
“안 받아?”
“···빨리 받고 올게.”
그리고 형은 뭔가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걸음을 조금 옮겼다. 왜인지 모르게 신도하를 한번 노려보기도 했다.
“그나저나 콘서트 관람은 오랜만이라 꽤 재밌었어.”
“아, 다행이네요.”
“참, 간만에 떨리더라고.”
“그렇군요.”
이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리액션을 해주었다. 무대가 마음에 들었다는 뜻 같은데,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긴 했다.
내심 오늘 무대가 괜찮았는지 걱정이 좀 됐어서. 신도하를 초대한 것에는 나름 그 평이 궁금해서인 것도 있었으니.
“굉장히 좋았어. 내일도 오고 싶을 정도로.”
“감사합니다.”
“내일도 오면 참 좋을 텐데.”
이거 지금, 내일 표도 달라는 얘긴가.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신도하를 보자 곧바로 능청스러운 얼굴을 보인다. 하지만 당연하지만 그건 무리였다.
초대권은 이미 다 뿌리고 난 뒤라.
이미 내 손에 남은 티켓이 없었다.
“아쉽네. 윈썸 무대들이 너무 좋아서 세현이 찬스 좀 쓸까 했더니.”
신도하가 그렇게 안타깝다는 듯 인위적인 한숨을 내보였다. 한번 봤으면 됐지. 윈썸의 무대가 좋았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근데 정말로 옛날 생각나고 좋았어.”
“루트···말씀이신가요?”
“응. 맞아.”
하긴, 루트도 예전에 고척돔에서 꽤 콘서트를 했었지. 루트도 첫 콘서트부터 돔에서 공연을 했었으니.
하지만 몇 번 그러다가 얼마 안 돼 금방 주 경기장으로 옮겨갔다.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거기뿐이었기에. 사실 그것도 좁다는 말이 많았다.
“예전에 우리 콘서트 왔던 거 기억해?”
“네. 당연히 기억하죠.”
“그때 되게 귀여웠는데.”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 시절엔 부모님을 따라 백스테이지도 자주 드나들곤 했으니까. 그러다가 루트 멤버들도 몇 번 만났고.
“그래서인가,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추억 하나가 있거든.”
“추억이요?”
“응. 꽤나 강렬해서.”
뭔 소리야? 강렬?
그런 게 있었나.
“그건 무슨···.”
“형 왔다.”
“아, 깜짝이야.”
그 순간, 언제 온 건지 형이 내 뒤로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저쪽으로 가지 않았나. 근데 왜 이쪽으로 나오는 거야?
“엄마 전화는?”
“끊겼어. 중간에 아버지가 연락 오셨대.”
아, 그럼 다시 오겠네.
아무래도 폰을 잘 들고 있어야겠다.
“그래서 무슨 얘기 하고 있었는데?”
“어···.”
“형님!”
그때, 백은찬이 잔뜩 반가운 얼굴로 형을 향해 다가왔다. 아니, 거의 달려왔다고 보는 게 맞았다.
“오셨어요? 형님!”
“네. 무대 잘 봤어요.”
그리고 형은 그런 백은찬을 향해 다소 영업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보다 아직까지도 존댓말이네. 몇 번 봤으니 이쯤 되면 말을 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이어서 백은찬은 옆에 있던 신도하에게도 마찬가지로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 그나마 백은찬이 있어 미묘했던 분위기가 조금 풀려가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칭찬해줄 만했다.
‘그보다 조금 전 신도하가 얘기했던 건···.’
추억 어쩌고 했던 그거.
뭔가 있는 듯이 말을 하던데, 문제는 그게 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다. 애초에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게 있었나.
‘어쩌면 그냥 그 시절이 추억으로 남았다, 뭐 그런 거일 수도.’
대충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귀찮으니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말하는 걸 보면 그다지 나쁜 추억도 아닌 것 같으니.
그런데 그 순간, 신도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언제나와 같이 웃어 보인다.
···나쁜 추억 아닌 거 맞겠지.
괜히 찜찜해지려 하고 있었다.
* * *
양일에 걸친 서울 콘서트를 그렇게 무사히 막을 내렸다. 역시 이틀은 짧았다. 이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끝난 느낌이다.
이래서 다들 3일은 하는군.
사실 고척돔 양일 매진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엄청난 거긴 하지만.
- 콘서트 진짜 너무 좋다 꿈 같아ㅠㅠㅠㅠㅠㅠㅠㅠ벌써부터 허전한 느낌이야ㅠㅠ
- 애들 오늘 왕관 쓴 것도 너무 예뻤음ㅠㅠㅠㅠ역시 콘서트는 올콘이 진리다ㅠㅠ
- 나중에 앙콘 해주겠지? 앙콘은 보통 언제쯤 해?
└ ㅇㅇ 당연히 할 것 같은데 아마 월투 끝나고 나서 해줄 듯
- 콘서트 가서 다시 느꼈는데 울 애들 진짜 성량이 장난 아닌 것 같음 완전 쩌렁쩌렁하게 울려
└ ㅇㅈ 특히 세현이 이미 목소리부터 메보라고 써놓은 수준
└ 노래마다 코러스 넣고 화음 넣고 혼자 다 하는데 목소리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더라
- 세현이 선빈이 실물이 진짜 대박이야 둘다 냉미남인데 세현이는 웃으면 사르르 녹고 선빈이는 웃어도 파워 냉-미-남
- 은찬이랑 하람이가 진짜 체력이 좋더라고ㅋㅋㅋ처음부터 끝까지 3시간 내내 둘이 뛰어다니고 날아댕김ㅋㅋㅋㅋㅋㅋ
- 안지호 오늘 ㅈㄴ 섹시했음 특히 페이스 오프 같은 컨셉 개찰떡인데 진짜 얘 밖에 안 보이더라
- 마지막에 도운이 좀 울먹울먹한 것 같았음 근데 안 운척하는데 너무 귀여워ㅠㅠㅠ
- 해투 따라가려고 벌써부터 뱅기랑 숙소 알아보는 중ㅋㅋ아 벌써 보고 싶어ㅠㅠ
와중에 콘서트장에 온 형과 신도하의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초대석에 앉은 만큼 좌석에 있던 사진이 아닌, 콘서트장에 들어오는 사진들이었다.
- 와 우도현 여전히 개씹 존잘
- 신도하랑 우도현 투샷은 없는 거지?
- 우도현 신도하 투샷 진심 없냐 ㅅㅂ 제발 누가 좀 찍었기를
- 다른 루트 멤버들은 안 왔대?
└ 우도현 신도하만 온 것 같음
└ 권해진 봤다는 얘기가 있던데
└└ ㄴㄴ 그거 구씹일걸
- 근데 둘이 같이 앉았을까ㅋㅋㅋㅋ난 그게 젤 궁금하다ㅋㅋㅋㅋㅋ
- 둘이 비주얼 합 좋았는데 방송 한번 같이 했으면 좋겠다
└ 불가능일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 ? 글쓴이 ㅅㅊ글에 왜 혼자 초치기?
- 신도하가 우세현이랑 진짜 많이 친해지긴 했나보다 콘서트에도 오는 것 보면
└ 전에 어떤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던데 요즘 눈 여겨 보는 후배 있냐고 하니까 윈썸이라고 대답하더라
└ 근데 SNS가면 둘이 안 친하다고 바락바락 우기는 무리 한 트럭임ㅋ
하지만 사진이 찍힌 만큼 둘 이야기가 좀 나오긴 했다. 당연히 투샷 같은 건 없었고.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좌석을 준 보람이 있었다.
다만, 신도하가 콘서트 백스테이지에서 나와 찍은 사진을 본인 SNS에 업로드하긴 했다. 꽃을 들고 찍은 그 사진.
DOHA_S
사진.jpg
: 즐거웠던 윈썸 콘서트
잘생긴 세현이랑 (웃음)
···진짜 멘트.
다음엔 멘트 없이 사진만 올려달라고 할까.
‘와중에 사이가 좋아 보이긴 하네.’
유달리 사이가 좋아 보이는 사진이었다. 올린 사진이. 그간의 업로드를 보면, 신도하도 사진 셀렉에 소질이 있는 편인가 보다.
근데 그 사이 팔로워가 더 늘었네.
“우세현, 얼른 와.”
“응.”
그대로 보던 폰을 집어넣었다.
양일에 걸친 콘서트는 끝났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뒤풀이.
콘서트를 무사히 마친 것을 기념하는 뒤풀이였다.